씨껍질

씨껍질은 종자(씨)의 겉 부분으로 종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겨울의 추위 또는 가뭄에서 종자 안쪽의 배를 보호하고,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의한 부패를 막는 방어벽 역할을 한다. 또한 초식동물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씨껍질은 밑씨를 둘러싼 주피(integument)가 발달해서 형성되거나 밑씨의 바깥층이 자라나서 형성된다. 벼과와 같은 일부 외떡잎식물의 씨껍질은 열매와 합쳐진 경우도 있다. 땅콩에서와 같이 아주 얇고 부서지기 쉬운 씨껍질부터 코코넛의 열매처럼 두껍고 단단한 것 등 형태와 두께가 매우 다양하다.¹⁾

발아하고 있는 해바라기 종자가 씨껍질을 벗고 있다. (출처: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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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씨(ovule)의 대포자낭은 1-2개의 주피로 둘러싸여 있다. 밑씨는 주병(funiculus)이라고 하는 밑씨자루에 달려있으며, 주피에는 작은 구멍인 주공(micropyle)이 있다. 주공은 꽃가루관이 밑씨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주피는 겉씨식물에서는 한 겹이고, 대부분의 속씨식물에서는 두 겹이다. 대포자낭은 수정 후 배와 배젖으로 발달하며, 주피는 씨껍질로 발달한다. 밑씨의 바깥층 세포가 씨껍질로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씨껍질에 주병이 붙었던 자리가 남아 있는데, 이를 배꼽이라고 한다. 겉씨식물의 씨껍질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공 주변의 외주피 끝에 있는 세포들이 분열하여 주공 주위로 자라나서 희고 육질성인 돌기를 형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씨혹(종부, caruncle)이라고 한다. 애기똥풀과 피마자 등의 씨에서 볼 수 있는 구조로, 개미가 먹이로 이용함으로 종자의 산포를 돕는다. 또한 흙으로부터 습기를 잘 흡수함으로 종자의 발아를 돕는다. 석류속의 식물에서도 씨껍질의 바깥 부분에 먹을 수 있는 즙액층을 형성하여 동물을 유인한다.

피마자 씨. 아래 돌기 부분이 씨혹이다. (출처:GettyimagesKorea)

주병에서 자라나 씨의 바깥 부분을 둘러싸는 구조를 가종피(종의, aril)라고 한다. 가종피는 열대 지방의 식물에서 흔하게 나타나는데, 향미료, 기름, 녹말, 색소 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물에 의해 산포되는 수련속(Nymphaea) 식물의 종자는 세포간극이 발달된 가종피가 있어 물에 잘 뜬다. 주목의 씨는 빨간색의 가종피가 덮고 있어 속씨식물의 열매와 비슷하다.

주목의 열매 (출처: 한국식물학회, 안진흥)

능소화과와 현삼과 식물의 종피는 날개로 발달하여 물이나 바람에 의해 종자를 멀리 산포하게 한다. 박주가리과 및 사시나무속 식물의 씨껍질은 부드러운 깃털을 갖고 있어 씨의 산포를 돕는다. 난초과 식물의 씨겁질은 풍선 같은 구조로 형성되어 바람에 잘 날 수 있다.¹⁾

부드러운 깃털을 갖고 있는 박주가리 종자 (출처:GettyimagesKorea)

씨껍질은 물과 기체를 통과하지 못하게 차단함으로써 종자가 발아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씨껍질에는 앱시스산, 페놀류, 쿠마린 등 발아를 저해하는 화합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적당하지 않은 조건에서 발아가 억제된다. 휴면은 종자의 발아를 지연함으로써 종자가 동시에 발아하여 나쁜 환경에서 어린 자손들이 함께 피해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열매를 먹은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소화효소에 견딜 수 있도록 대부분의 씨껍질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보강세포로 된 후벽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이규배 (2016) 식물형태학. 라이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