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류

홍조류

[ red algae ]

홍조류는 대부분 연안 해역에 서식하며, 광합성 보조색소로 홍조소(phycoerythrin)을 다량 함유하여 몸체가 홍색 내지 암홍색을 띤다. 단세포성 홍조류와 우무질에 싸인 군체성, 사상체 유형 등 원시홍조류도 일부 생존하고 있지만, 우뭇가사리처럼 복잡한 다세포 체제로 진화한 종류가 대부분이다.1) 화석학적 증거에 의하면 홍조류는 12억년 전 이미 다세포 체제를 갖춘 종류가 출현한 것으로 확인되어 진핵생물 중 가장 오래된 생물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2)

원시홍조류계열, 왼쪽부터 마디털(Stylonema alsidii), 긴잎돌김(Pyropia pseudolinearis)의 조상대 상부 층에 서식하는 야외개채군 모습과 바닷물에 풀어 펼친 모습 (출처:김형섭)

목차

형태 및 세포학적 특징

홍조류는 단세포로부터 복잡한 다세포 체제를 갖는 종들이 포함되며, 다세포 종류는 부착기를 갖는 모양, 단순한 실 모양(사상체)과 가지를 친 단관사상체 혹은 다관사상체 모양, 부착기질에 밀착하는 자라는 딱지 모양(crustose, 각상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였다. 산호말 홍조류는 세포벽에 탄산칼슘을 함유하여 동물의 섭식으로부터 보호하는 특징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홍조류에 포함되는 종류는 다음과 같은 고유한 특징을 갖는다.1)

  1. 광합성 색소로 엽록소-a만 함유하며,(엽록소-d를 홍조류에서 분리 보고한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후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음, 엽록소-d는 현재 남세균 일부 종에서 확인됨) 보조색소로 홍색과 남색을 띠는 다양한 ‘피코빌린색소(phycobiline; phyco=조류, biline=담색)를 갖고 있으나, 대부분 홍색을 띠는 홍조소가 우세하여 몸체는 붉은색을 띤다.
  2. 광합성 산물은 녹조류와 다르게 세포질 내에 저장하며, 화학구조가 녹말과 다른 홍조녹말(Floridean starch)이다.
  3. 생활사 전기간에 거쳐 편모를 갖는 시기가 없고, 세포분열 중에 방추사와 연관된 중심립(centrioles)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자도 운동성이 결여되어 해류의 도움으로 알세포와 결합하는 독특한 유성생식 유형(과포자체 발달과정)이 발달하였다.
  4. 색소체(녹조류의 엽록체 해당) 내의 틸라코이드가 층을 이루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그라나(grana)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지 않으며, 틸라코이드 표면에 피코빌린 색소단백질체가 붙어 있어서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색소체는 내막과 외막 2층의 막으로 녹조류와 같으며, 이는 1차 ‘세포내공생’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의미이다.(이런 엽록체를 갖는 종류를 원시색소체생물이라 칭한다) 홍조류의 색소체는 2차 ‘세포내공생’을 통해 갈조류, 은편모조류, 착편모류, 규조류, 와편모조류 등의 광합성 색소체로 진화하였다.
  5. 진정홍조류의 경우 대부분 홍조류 고유의 3상 세대교번, 즉 포자체–배우체–과포자체(carposporophyte)로 순환되는 3개의 생활형 시기를 갖는다.
  6. 홍조류 세포벽에는 외부 기질물질로 한천(agar)와 카라기난(carrageenas)으로 알려진 친수성 황산화 폴리칼락탄(sulfated polygalatans)을 함유한다.
  7. 진정홍조류의 경우 체세포분열은 미완성 단계로 마무리되어 모세포와 딸세포 사이에 작은 구멍을 남기면서 홍조류 특유의 벽공마개[pit plugs; 이를 벽공연결(pit connection)이라 칭하기도 함]를 만든다. 벽공마개의 전자현미경적 구조는 진정홍조류의 상위 분류군을 구별하는 식별형질로 이용된다.

생활사

단세포성 혹은 군체성 원시계열 홍조류는 무성생식을 통해 집단을 유지하는데 반해, 김속(Pyropia)을 포함한 진정홍조류는 기본적으로 3상 세대교변 생활사를 한다. 이는 무운동성 정자의 낮은 수정 확률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즉, 한번의 수정을 통해 다수의 포자를 생성하는 방편으로 과포자체(carposporophyte) 시기가 진화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진정홍조류는 수정된 2N의 핵을 갖는 조과기[carpogonium, 다른 생물에서 알세포(egg)를 갖는 세포와 동일]가 직접 분열하여 과포자체로 발달하기도 하지만, 더욱 진화된 계열에서는 하나 내지 다수의 조세포(auxiliary cell)에 수정핵을 전달하여 다수의 과포자체를 만들기도 한다. 분자시계분석에서 3상 세대교번생활사는 대략 7억 8천년, 조세포에 수정핵을 전달하는 생활사는 6억 6천년 경에 출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3)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요한 분야인 김 양식은 1949년 김속식물(Porphyra; 우리나라에는 Porphyra 속 종류는 없고 대부분 Pyropia 속에 포함됨)에는 생활사가 처음 밝혀지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4) 김 엽체 시기는 배우체 시기(1n)로 주로 겨울철에 연안 조간대 최상부 암반에서 흔히 관찰되며, 이들이 성숙하면 자,웅배우자낭을 만들고, 웅성배우자낭에서 방출된 정자는 자성배우자낭의 조과기 세포와 수정하고, 수정된 조과기 세포는 수회 분열하여 과포자낭(김속의 경우 별도로 과포자체를 만들지 않음)을 형성하게 된다. 김 엽체에 형성된 과포자낭에서 방출된 과포자(carpospore)는 현미경 크기의 사상체(2n, 포자체 시기)로 자라는데. 이들 사상체는 주로 죽은 조가비 껍질 내에 침투하여 여름철을 보낸다. 김 사상체(이를 콘초셀리스 Conchocelis 시기라 칭하기도 함)는 가을 무렵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해수 온도가 내려가면 포자낭을 만드는데, 이를 특별히 각포자낭(conchosporangia)이라 칭하며 여기서 방출된 포자를 각포자(chonchospore)라 한다. 각포자는 암반이나 다른 해조류 표면에 부착하여 김으로 성장한다. 조개 패각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김 사상체는 실내배양시 조개껍질 없이도 잘 사는 것으로 확인되어 실험실 배양수조에서 사상체를 대량 증식한 후 각포자낭 생성 조건으로 조절하면 다수의 각포자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 각포자를 김발(김망)에 부착하도록 유도한 후 양식장에 이설하여 김양식을 하게 된다.

생태 및 다양성

홍조류는 현재까지 대략 600여 속 7,000여 종이 기재되어 있으나, 현재 매년 신속 및 신종들이 다수 기재되고 있고, 실제 2만여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5) 한국연안에는 대략 60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6)

대부분의 홍조류는 바다 암반에 부착하여 서식하나, 일부는 담수 및 축축한 토양 등에 서식하는 종도 있다. 심해에 서식하는 종류는 바하마 제도의 경우 수심 200여 미터 깊이에 발견되기도 하며,(표층 광량의 0.0005%) 10개월 정도 2미터 이상 얼음 층으로 덮인 극지방 해역에서도 서식하며, 일부 원시 단세포 홍조류는 산성 온천수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해안에서는 대부분 암반에 부착하여 서식하나 일부 종은 다른 해조류에 부착하거나, 다른 해조류 몸체 안이나 조개 패각 등에 내생하기도 하며, 기생하는 종류도 있다. 기생성 홍조류는 동일한 과(family) 내의 근연종에 주로 기생한다. 아열대 해역이 한해성 해역보다 종 다양성이 높으나 몸체가 큰 종류는 주로 한해성 해안에 서식한다. 일부 산호말 홍조류는 동물 산호충 세포들을 밀착시켜 단단하게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열대 및 아열대 해역의 산호초 성장에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종 역활을 한다.

홍조류 다양한 형태: 왼쪽부터 흡반형 체형의 고둥옷(Peyssonelia japonica), 사상체 형태의 엇깃풀(Aglaothamnion callophyllidicola), 유조직성 엽상형 잎꼬시래기(Gracilaria textorii) (출처:김형섭)

홍조류의 활용 및 산업적 가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김을 양식하여 기호식품으로 활용하여 왔으며, 현재에도 김 양식사업은 수산업의 중요 분야로 외국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꼬시래기, 풀가사리, 우뭇가사리 등은 묵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일부 지누아리 종류는 부가 가치가 높은 장아찌를 만드는데 활용된다.

이러한 기호식용 활용 외에도 우뭇가사리, 꼬시래기 등은 생물학 연구에 필요한 고품질 아가로우스(agarose)의 원초식물로 그 가치가 매우 크며, 식품 및 화장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카라기난 역시 진두발 등 홍조류에서 분리하여 이용한다. 또한 갈고리아스파라가스 등 다양한 홍조류로부터 항세균, 항진균, 그리고 함암성 물질 등이 확인되는 등 의학적 활용 잠재성이 높은 해조류이다.

진화역사와 분류

현재 살고 있는 김파래(Bangia)와 아주 흡사한 화석이 대략 12억년 전 지층에서 출현하여 유성생식 다세포 홍조류가 최소 12억년 이전에 출현하였음을 시사한다.2) 우리나라 연구팀에 의한 분자시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홍조류와 녹조류가 분기한 시기는 대략 16억 9천만년 경, 김속식물은 9억4천년 경, 3상세대교번 진정홍조류는 7억 8천년 경, 수정 후 조세포가 발달하는 시기는 6억6천만년 경으로 분석되었다.3) 식물계(Plantae)에 포함되는 홍조식물문(Rhodophyta)은 오랫동안 원시홍조강(Bangiophyceae)과 진정홍조강(Florideophyceae) 2개 분류체체로 분류되어 왔으나, 최근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분자계통 분석을 통해 1문 4아문 7강으로 분류된다. 최근 제안된 분류체계는 다음과 같다.7)

  • 식물계(Plantae)
    • 홍조식물문(Phylum: Rhodophyta)
      • 남색홍조식물아문(Subphylum: Cyanidiophytina)
        • 남색홍조강 (Class: Cyanidiophyceae) : 단세포성, 호산성, 호열성
      • 로델로식물아문(Subphyllum: Rhodellophytina)
        • 피떡말홍조강(Class: Porphydiophyceae): 단세포성, 육상, 해산
        • 로델로홍조강(Class: Rhodellophyceae): 단세포상, 해산
        • 마디털홍조강(Class: Stylonematophyceae) :군체성 다세포, 해산
      • 후생홍조식물아문 (Metarhodophytina)
        • 콤프소포곤강(Compsopogonophyceae): 다세포체, 주로 담수서식
      • 진정홍조식물아문(Eurhotophytina)
        • 원시홍조강 (Bangiophyceae) : 단층엽상 혹은 다축 사상체 (김, 김파래 포함)
        • 진정홍조강 (Florideophyceae):  3상세대교번, 벽공마개 (대다수 홍조류 포함)
          • 싹새기홍조아강(Ahnfeltiophycidae)
          • 산호말홍조아강(Corallinophycidae)
          • 분홍딱지홍조아강(Hidenbrandiophycidae)
          • 국수나물홍조아강(Nemaliophycidae)
          • 분홍치홍조아강(Rhodymeniophycidae) 

관련용어

식물계, 원시색소체생물

참고문헌

1. 김영환 외 (2010) 조류학(2판). 바이오사이언스, 616
2. Butterfield NJ (2000) Bangiomorpha pubescens n. gen., n. sp.: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 of sex, multicellularity, and the Mesoproterozoic/Neoproterozoic radiation of eukaryotes. Paleobiology, 26: 386–404
3. Yang EC, Boo SM, Bhattacharya D 등 (2016) Divergence time estimates and the evolution of major lineages in the florideophyte red algae. Sci. Reports, 6: 21361
4. Drew KM (1949) Conchocelis-phase in the life-history of Porphyra umbilicalis(L.) Kütz. Science, 164: 748-749 
5. Norton TA, Melkonian M, Andersen RA (1996) Algal biodiversity. Phycologia, 35: 308-326
6. 김형섭, 부성민, 이인규 외 (2013) 국가 생물종 목록집 –해조류-.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 335
7. Ruggiero MA, Gordon DP, Orrell TM 등 (2015) A higher level classification of all living organisms. PLOS ONE, 10: e0119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