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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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우주 불꽃 쇼 ‘딥 임팩트’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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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우주 불꽃 쇼가 있었다.

NASA(미 항공우주국)의 「딥 임팩트」 탐사선으로부터 발사된 세탁기 크기의 원통 모양의 금속탄환이 혜성 템펠 1호에 충돌한 것이다. 시속 3만7천100km의 속도로 돌진하던 360kg 무게의 구리 통이 혜성 표면에 충돌하면서 파편과 가스가 섞인 불기둥이 수천 Km까지 치솟아 올랐고, 전세계 천문대에서는 이 장관들을 관측하고 촬영했다. 템펠 1호의 충돌시 위력은 TNT 4.5t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것과 맞먹는 위력으로 축구장과 같은 넓이에 빌딩 14층 정도의 깊이를 만들정도이다.

이는 지난 6년 동안의 치밀한 준비의 결과였다. 1978년도 ‘핼리혜성이 석탄보다 더 시커먼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은 1998년 임팩터(Impactor)와 템펠 1호가 충돌하는 실험 프로젝트로 구체화 된다. 약 25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에 소요된 비용은 3억3300만 달러. 단 한번의 밤하늘 불꽃 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NASA는 이 실험을 통해 지구로 접근하는 혜성에 대한 정확한 물리적인 계산 및 그 충격으로 인해 발생되는 물리적인 반응과 충돌 이후 분출되는 성분을 통해 태양계 생성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일부 과학자나 사람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처럼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줄 혜성이나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첫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인류는 지구로 접근하는 위험한 ‘혜성 충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에 실험한 방식으로는 아직까지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 작은 소행이나 혜성들의 경우, 제대로 추적하기가 어렵다. 목성 등 큰 행성의 중력에 의해서 진로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사 추적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파괴할만한 무기가 없다. 핵무기를 발사하더라도 구멍이 숭숭 뚫린 다공질 물질로 구성된 혜성은 핵 폭탄의 충격을 흡수해 버릴 가능성도 크다. 하물며 NASA 관계자의 표현대로 “보잉 747 항공기에 모기 한 마리 정도가 정면에서 부딪히는 충격을 가한 것”에 불과한 이번 실험으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영화 아마겟돈처럼 혜성에 착륙한 다음, 수소폭탄을 장치해서 폭발 시키면 된다. 이렇게 하면 지름 1km 정도의 혜성의 진로는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소행성의 진행방향과 나란히 날아가서 착륙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런 단계로까지 기술이 진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주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궤도를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는 점이다.

딥 임팩트 탐사선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이후 6개월 동안 4억3천100만km를 날아가서 정확히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이는 축적된 우주궤도에 대한 노하우와 고도의 공학적 정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NASA는 자체 개발한 궤도계산 소프트웨어와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수십일 동안 계산해 정확한 궤도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확성이야 말로 영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처럼 우주 개발과 우주 개척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시속 3만km 이상으로 움직이는 혜성을 이와 비슷한 속도를 가진 임팩터(충돌체)로 정확하게 맞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 역시 엄청난 과학적 진보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자동항법장치가 적용됐다. 기존의 달이나 화성 착륙선에는 지구에서 신호를 보내 움직이는 원격제어 시스템이 이용됐다. 하지만 이번 딥 임팩트 호는 충돌체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궤도를 찾아내 스스로 운전하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혜성의 목표지점과 움직이는 속도 등을 관측하고, 동시에 자신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해 내 운항궤도와 충돌시간 등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과 관측기술이 녹아 들어 있는 것이다.

첨단 통신기술에 대한 검증 역시 성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없었다면, 지구로부터 4억km이상 떨어진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충돌체에 부착된 송수신기는 꼬마전구 하나 크기에 불과하지만, 충돌 3분전까지 혜성의 표면을 찍어 지구로 송신했다. 여기에서 발신하는 미약한 신호를 잡기 위해 NASA는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스페인 등에 설치된 직경 35m 짜리 전파망원경으로 DSN(Deep Space Network)이라는 통신망을 구축해 활용했다. 이를 통해 우주공간에서 날아가는 작은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딥 임팩트가 선사하는 불꽃 쇼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공학적 계산, 자동항법장치, 그리고 첨단통신 기술이 결합, 불꽃 쇼를 성공시킨 이번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큰 미션을 남겨두고 있다.

혜성 템펠 1호에 충돌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질이 분출됐고, 이 내용들이 고스란히 NASA로 전송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태양계가 탄생한 46억년 전 당시의 상황과 당시 존재했던 물질들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2006년 4월경 딥 임팩트의 전체 데이터 분석이 끝나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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