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으로 떠난 뉴호라이즌스호

명왕성으로 떠난 뉴호라이즌스호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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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으로 떠난 뉴호라이즌스호 본문 이미지 1

2006년 1월 19일 오후 1시 8분(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 나사는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인류 최초의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를 발사하였다.

무게가 450kg이나 되는 뉴 호라이즌스호는 지금까지 발사된 미국의 우주탐사선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명왕성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이 우주선의 속도는 시속 58,000km 정도로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기존에 발사되었던 보이저나 파이어니어 우주선보다도 훨씬 빠르다.

우주 탐사선들이 지구를 출발할 때 속도가 보통 시속 4만 km 정도(초속 11.2km가 지구 탈출 속도이다)였던 것을 토대로 초기 속도만 보자면 뉴 호라이즌스호는 기존 우주선들에 비해 40% 이상 빠른 속도로 발사된 것이다.

발사 후 목성 궤도를 지나면서부터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속도가 7만 5,200km까지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속도로도 명왕성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9년 반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뉴호라이즌스호는 2015년 7월 초순 경이 되어야 명왕성 인근 1만 km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우주탐사선은 약 5개월간 명왕성 궤도를 선회하며 명왕성 표면의 성질과 온도, 대기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아 지구로 보내게 된다.

뉴 호라이즌스호에는 최첨단 장비들이 탑재됐는데 주요 장비로는 명왕성 대기에서 방출되는 각종 분자들을 탐지하는 PEPSSI, 가스 등이 얼마나 빨리 새 나가는지를 측정하는 SWAP, 소량의 플루토늄으로 뉴 호라이즌스호에 동력을 제공하는 RTG, 축구장 크기의 물체를 탐지해 촬영할 수 있는 고해상도 망원경과 카메라인 LORRI, 대기를 분석하고 어두운 곳의 온도를 측정하는 REX, 미립자들을 탐지해 측정하는 SDC 등이 있다.

뉴 호라이즌스호는 목적지까지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 맞춰 설계돼 100와트 짜리 가정용 전등 2개에 소요되는 전력보다도 더 작은 에너지로 움직인다. 또 항해 기간 대부분을 겨울잠 상태로 있으며 1주일에 한 번 ‘깨어나서’ 작동 이상 유무를 지구로 전달할 예정이다.

명왕성 탐사를 마친 우주탐사선은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을 탐사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카이퍼 벨트’로 알려진 소행성들을 탐사하게 된다. 카이퍼 벨트는 수 천 개의 소행성들로 이루어진 원반 형태의 띠로 해왕성 근처부터 명왕성 궤도 넘어 까지 형성되어 있다. 명왕성이 이 ‘카이퍼 벨트’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카이퍼 벨트’의 얼음체 형성 과정을 규명하는 것도 뉴 호라이즌스호의 주요임무가 됐다.

이번 명왕성 탐사의 가장 큰 의미는 태양계가 생성될 당시의 모습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명왕성은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부터 그대로 얼어 있었기 때문에 태양계 초기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천체 중의 하나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명왕성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명왕성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라는 의미는 거의 퇴색되었고 명왕성은 해왕성 밖에 존재하는 카이퍼 벨트 중의 조금 큰 소행성 정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2003년에 태양으로부터 약 140억 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2003 UB313(‘제나’라는 임시명을 갖고 있다)’의 크기가 명왕성보다 더 큰 지름 3000km 정도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마지막 행성으로의 명왕성의 의미는 거의 없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뉴 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과 카론 탐사를 마친 뒤 탐사하게 될 ‘카이퍼 벨트’에는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남은 태고의 물질들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뉴 호라이즌스호의 정보를 근간으로 명왕성의 표면 성분과 대기를 분석하여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명왕성 발견의 숨은 공로자 ‘로웰’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자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명왕성은 그 이름만큼이나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미지의 행성이었다.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60억km로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40배가 넘는 명왕성은 지름이 2400km 정도로 달의 2/3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구의 망원경으로는 그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이러한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미국의 톰보(1906~1997)인데1930년 애리조나 로웰천문대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명왕성 발견의 가장 큰 공로자로 기억되는 것은 로웰천문대를 지은 퍼시발 로웰(P. Lowell, 1855~ 1916)이다. 9번째 행성 발견을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로웰이, 정작 자신은 실패했지만 그가 죽은 지 14년이 되는 해에 그가 만든 로웰천문대에서 명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 행성의 이름이 명왕성이 된 것도 명왕성(Pluto)의 약자 이름인 PL이 퍼시발 로웰의 이름 약자와 일치하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로웰은 1882년 한미수교가 된 이듬해에 한미수교사절단을 안내하여 미국과 한국을 왕래한 외교 사절이기도 했으며 1884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출판부에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란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을 펴내기도 한 사람이다.

명왕성 지위 변동되나?
1997년 톰보가 세상을 떠나자 젊은 천문학자들을 주축으로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자는 논의가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에 명왕성 근처의 카이퍼 벨트에서 많은 천체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명왕성만을 이들과 분리해서 행성이라고 부를 만한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명왕성을 9번째 행성으로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아무튼 이번 명왕성 탐사로 인해 명왕성의 실체가 좀 더 밝혀지는 2015년 이후 명왕성의 지위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왕성은 이제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밝혀주는 단서뿐만 아니라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뉴 호라이즌스 호에는 죽은 톰보의 뼛가루 일부가 실려 있다. 2015년 톰보의 유해는 자신이 명왕성을 발견한 지 85년만에 명왕성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뉴 호라이즌호의 명왕성 탐사를 통해 우리 태양계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더욱 앞당겨지길 바란다.

  • 이태형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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