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코리아늄으로 노벨상을···

미래의 코리아늄으로 노벨상을···

주제 원자력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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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빅뱅에서 시작됐다. 빅뱅을 통해 우주는 수소와 헬륨, 리튬과 같은 가벼운 원소를 만들어내고, 가벼운 원소는 중력에 의해 서로 모여서 별이 된다. 별은 자신의 심장부가 철과 니켈로 가득 찰 때까지 가벼운 원소를 무거운 원소로 바꾸며 빛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수십 억 년의 세월이 지나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서 철 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형성된다.

지구에 철뿐 아니라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들이 별의 죽음을 통해 태어난 ‘별의 불사조’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우주가 시작되어 생명이 탄생할 때까지 150억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동안 우주는 핵융합을 통해 많은 원소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우주는 핵융합을 통해 몇 개의 원소를 만들어냈을까? 핵융합을 통해 가벼운 원소를 뭉쳐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냈다면 얼마든지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는 발견되지 않는다. 우주는 왜 원소 만들기를 하다가 우라늄에서 그만 뒀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transuranium elements)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이 실험실에서 우라늄보다 무거운 초중원소(superheavy elements)를 만들어낸다면 우주도 초중원소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1)

과학자들은 입자가속기를 사용해서 초중원소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플루토늄은 우라늄238에 중수소를 충돌시켜서 만든 인공원소이다. 플루토늄의 가장 큰 용도는 핵무기이지만 원자력 발전이나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데도 사용된다. 플루토늄으로 만든 원자력 전지는 심장 박동 조절장치(pacemaker)로 사용되어 인체에 이식되기도 한다. 또한 플루토늄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아메리슘은 연기 탐지기에 사용되는 등 초우라늄 원소가 실생활에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에서 만든 초중원소들은 모두 플루토늄보다 훨씬 불안정하여 탄생 후 수십 만분의 1초라는 찰나의 생을 살다가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적인 상태에서 우라늄보다 무거운 초중원소를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우주가 초중원소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의 운명은 우리가 인지하기에 너무 짧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안정한’ 초중원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되었다. 원소가 안정적이기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마법수’(magic number)라고 불리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즉 양성자나 중성자 개수가 2, 8, 20, 28, 50, 82, 126, 184이면 그 원자핵은 안정한 성질을 가진다.

특히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두 마법수인 경우는 더욱 안정한 성질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산소는 우주에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안정한 원소인데 바로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모두 8로 마법수이기 때문이다. 방사선 원소들이 붕괴하여 종착하는 납도 양성자 수가 82, 중성자 수가 126으로 모두 마법수에 속한다. 납 다음의 이중 마법수를 갖는 원소는 양성자 수 126, 중성자 수 184인 원소인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핵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은 계속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 만들어졌다고 발표된 원소들은 국제순수 및 응용화학연맹(IUPAC)의 공인을 받기까지 운운븀(ununbium, 112번)과 같이 재미없는 임시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을 갖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이들 원소가 매우 불안정하여 순식간에 붕괴해 버려 실험 결과를 다른 팀에서 재확인 하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일본은 리켄에 있는 라일락(RILAC)이라는 중이온 가속기를 가지고 113번 원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113번 원소를 만들기 위해 80일 동안 비스무스에 아연의 원자핵을 빛의 속도 10%로 가속해 무려 170,000,000,000,000,000,000번이나 충돌시켜 겨우 성공했다고 한다.

이미 일본은 1906년 43번 테크네튬을 자신들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니포늄(Nipponium)’이라고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113번 원소에 ‘재패늄(Japanium)’이나 발견한 도시의 이름을 따서 ‘리케늄’이라는 이름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일본인들은 마징가Z를 재패늄 합금으로 만들면서 재패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독일(게르마늄), 폴란드(폴로늄), 프랑스(프랑슘), 미국(아메리슘) 등과 함께 일본도 이름을 주기율표에 남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금까지 초우라늄 원소의 발견 성과는 모두 미국, 독일, 러시아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는 그들이 중이온 입자가속기와 같은 우수한 시설과 같은 많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도 이러한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 된다면 주기율표에 코리아늄(Koreanium)이라는 이름을 새겨 넣고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가르칠 날이 꼭 올 것이다.

  • 최원석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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