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그거 정말 대단한거야?

줄기세포 그거 정말 대단한거야?

주제 생명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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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Stem Cell)는 죽지 않고 끝없이 반복해 분열하는 ‘불사조’다.

끊임없이 혈구와 피부가 만들어지고 상처 난 신체가 스스로 회복되는 것도 줄기세포 덕분이다. 만약 줄기세포가 ‘세포공장’으로서 제 구실을 하지 않는다면 생명체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장기가 이러한 줄기세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뇌신경, 심장근육, 췌장, 척수 등이 그렇다. 이들 기관들은 파괴되면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하다.

즉 가수 강원래씨 처럼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를 손상 당하면 평생 일어설 수 없고,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알츠하이머로 뇌가 손상되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릴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손상된 장기에 인위적으로 줄기세포를 넣어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뇌신경이나 췌장, 척수 등이 재생될 수 있어 총 2백10개에 달하는 우리 몸의 기관과 장기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질병이었던 파킨슨병, 각종 암, 당뇨병과 척수 손상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과 의료계에서 줄기세포에 열광하는 이유다.

이러한 줄기세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수정란이 처음으로 분열할 때 형성되는 만능 줄기세포, 둘째 이 만능 줄기세포들이 계속 분열해 만들어지는 배아 줄기세포, 셋째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 있는 다기능 성체줄기세포 등이 그것이다.

지난 1998년 11월 미국의 톰슨과 기어하트 연구팀이 사람의 배아 줄기세포와 배아 생식세포의 배양을 최초로 성공시키면서 시작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비교적 분리 추출하기가 쉬우면서, 시험관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미분화 상태로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불임시술이 발달하고,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덕분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세계적인 연구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이 줄기세포 관련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 전세계 14개 연구기관 중에 미즈메디병원, 마리아병원, 차병원 등 3개의 국내 병원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명이 될 가능성이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 한다’는 생명윤리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40년 이상 되는 비교적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61년 틸(Till)과 맥클로흐(Mculloch)는 골수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에 대해 연구했는데, 이것이 골수이식이라는 방법으로 발전해 전세계적으로 백혈병 치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성체줄기세포가 다양한 기관으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피츠버그대 로버트 코모스박사는 울혈성 심부전증 환자 10명의 엉덩이 뼈에서 채취한 성체줄기세포로 손상된 심근에 심어 심장의 박출기능을 크게 호전시키는데 성공했고,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 심혈관 실장 헬무트 드렉시어 박사도 심장마비 환자의 골수줄기세포를 채취해 이를 손상된 심근조직에 다시 투입해 심장기능을 호전시키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그런가 하면 영국 런던 킹스대학에서는 성체줄기세포로 치아를 자연적으로 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성체줄기세포는 환자자신의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명윤리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한번에 800만개 이상의 줄기세포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다, 성체줄기세포는 시험관내에서 증식성이 좋기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치료법을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틈새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태반과 탯줄에서 얻을 수 있는 제대혈(탯줄 혈액) 줄기세포다.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제대혈줄기세포는 골수이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1990년대부터 연구되어 왔는데, 제대혈에서 조혈모 세포를 뽑아 배양하는 방식은 이미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제대혈 줄기세포가 신경이나 근육세포로도 분화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성체줄기 세포이기 때문에 생명윤리문제에서 자유로운데다, 배아줄기세포에 버금가는 증식성까지 갖고 있어 실용화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아기의 태반과 탯줄을 15년간 보관해주는 민간 제대혈은행이 성업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줄기세포가 우리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실제 치료에 이용하기까지는 검증해야 할 단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임상실험과 안정성 검증 등의 단계가 많이 남아 있지만, 극소수의 임상건 수를 갖고 의학적 가능성이 부풀려져 발표된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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