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필레

에리필레

왕비

[ Eriphyle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고스의 통치자이자 예언자인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이다. 에리필레는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에 매수되어 남편 암피아라오스에게 참전을 종용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암피아라오스는 전쟁의 패배와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고 7장군의 테바이 원정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암피아라오스는 원정길에 나서며 두 아들에게 복수를 당부하였고, 결국 에리필레는 아들 알크마이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폴리네이케스에게서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받는 에리필레

폴리네이케스에게서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받는 에리필레

외국어 표기 Ἐριφύλη(그리스어)
구분 왕비
상징 뇌물, 매수
관련 사건, 인물 7장군의 1차 테바이 원정, 에피고노이의 2차 테바이 원정

에리필레 인물관계도

에리필레 인물관계도 축소판

에리필레는 아르고스 왕 탈라오스가 예언자 멜람푸스의 손녀 리시마케와 결혼하여 낳은 딸로 아드라스토스의 누이이다. 에리필레는 사촌 암피아라오스와 결혼하여 두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 그리고 두 딸 에우리디케와 데모나사를 낳았다. 에리필레와 암피아라오스는 각각 아르고스를 공동으로 통치하는 세 가문 중 둘인 멜람푸스 가문과 비아스 가문의 후손이다.

신화 이야기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과 테바이 공략 7장군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혈통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생부를 살해하고 생모와 결혼하여 자식까지 낳은 뒤 나중에 사실을 알고 제 손으로 두 눈을 찔러 눈알을 도려냈다. 오이디푸스가 테바이를 떠난 뒤 두 아들 폴리네이케스에테오클레스 사이에 왕권 다툼이 벌어졌다. 처음에 두 형제는 1년씩 번갈아가며 테바이를 다스리기로 약속했지만 먼저 왕위에 오른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깨고 폴리네이케스를 테바이에서 추방하였던 것이다. 이에 폴리네이케스는 아르고스로 가서 아드라스토스 왕의 지원을 얻어 다시 테바이로 쳐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이 ‘테바이 공략 7장군’의 1차 테바이 원정이다.

에리필레에게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선물한 폴리네이케스

7장군의 한 명이자 예언자인 암피아라오스는 자신들의 원정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며 아드라스토스를 제외한 나머지 장군들이 모두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참전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드라스토스와 다른 장군들도 만류하려 하였다.

다른 장군들이 동요하자 폴리네이케스는 암피아라오스를 전쟁에 참여시킬 궁리를 하던 중 알렉토르의 아들 이피스로부터 암피아라오스가 아내 에리필레의 말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는다.

폴리네이케스는 테바이에서 가져온 귀중한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에리필레에게 선물하면서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하였고, 결국 암피아라오스는 아내의 요구로 원치 않는 전쟁에 나가게 된다. 암피아라오스가 아내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내 에리필레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암피아라오스

암피아라오스의 아내 에리필레는 아드라스토스 왕의 누이동생이다. 암피아라오스와 아드라스토스는 모두 아르고스의 왕 프로이토스가 예언자 멜람푸스와 그의 동생 비아스에게 나라를 삼등분하여 나누어준 이래로 아르고스를 함께 다스려온 세 가문의 후손이다(→‘멜람푸스’ 참조). 암피아라오스는 멜람푸스의 후손이고 아드라스토스는 비아스의 후손이다. 그런데 두 가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암피아라오스가 아드라스토스의 아버지 탈라오스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나중에 아드라스토스는 암피아라오스와 화해하기 위해 자신의 누이동생이 에리필레를 아내로 내주었고, 두 사람은 앞으로 분쟁이 일어나면 에리필레에게 중재를 맡기고 그 결정에 따르기로 약속하였다.

목걸이에 매수된 에리필레

테바이 원정에 참가하면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던 암피아라오스폴리네이케스가 아내에게 접근하여 자신을 참전시키려 하리란 걸 내다보고 폴리네이케스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에리필레는 결국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에 매수되었고, 전쟁준비에 몰두하고 있던 아드라스토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정하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 하는 수없이 사지로 나가게 된 암피아라오스는 두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에게 자신의 원수를 갚으라고 명하고는 테바이 원정길에 올랐다. 그의 예언대로 테바이 원정은 실패로 끝났고 암피아라오스를 비롯한 7장군은 아드라스토스 한 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에피고노이의 2차 테바이 원정과 다시 매수된 에리필레

그로부터 10년 뒤 7장군의 아들들은 테바이 원정에서 죽은 아버지들의 원수를 갚기로 결정하고 다시 테바이 공략에 나서는데 이들을 에피고노이(‘나중에 태어난 자들’)이라고 부른다. 2차 테바이 원정을 준비하면서 에피고노이는 신탁에 전쟁의 승리 여부를 물었다. 델포이의 무녀는 암피아라오스의 아들 알크마이온을 전쟁에 끌어들이면 승리할 수 있다는 답을 주었다. 알크마이온은 비록 아버지의 당부가 있었지만 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이에 폴리네이케스의 아들 테르산드로스는 1차 원정 때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다시 알크마이온의 어머니인 에리필레를 뇌물로 매수하여 아들에게 참전을 종용케 하였다. 테르산드로스가 에리필레에게 건넨 뇌물은 하르모니아가 테바이의 시조 카드모스와 결혼할 때 입었던 결혼예복이었다. 알크마이온은 어머니 에리필레의 끈질긴 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결국 2차 테바이 원정에 합류하였다.

어머니 에리필레를 살해한 알크마이온

2차 원정은 에피고노이의 승리로 끝났다. 에피고노이는 테바이의 왕인 에테오클레스의 아들 라오다마스를 죽이고(혹은 쫓아내고) 테르산드로스를 테바이의 왕위에 앉힌 다음 고국 아르고스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알크마이온은 아버지 암피아라오스의 유언대로 어머니 에리필레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

하지만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는 어머니를 살해한 알크마이온을 용서하지 않았다. 알크마이온은 미치광이가 되어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며 그리스 전역을 방황하였다. 알크마이온은 어떻게 하면 복수의 여신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를 신탁에 물었고, 신탁은 그가 어머니를 죽일 때 아직 햇빛이 비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답을 내렸다. 신탁이 말한 장소는 아켈로오스 강 하구였다. 알크마이온은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에리필레를 “값진 황금을 받고 사랑하는 남편을 판” “가증스러운” 여인이라고 평하였다. 오디세우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갔을 때 그곳에서 에리필레를 보았다고 한다.

에리필레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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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필레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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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필레는 아르고스 왕 탈라오스가 예언자 멜람푸스의 손녀 리시마케와 결혼하여 낳은 딸로 아드라스토스의 누이이다. 에리필레는 사촌 암피아라오스와 결혼하여 두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 그리고 두 딸 에우리디케와 데모나사를 낳았다. 에리필레와 암피아라오스는 각각 아르고스를 공동으로 통치하는 세 가문 중 둘인 멜람푸스 가문과 비아스 가문의 후손이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소포클레스, 『에피고노이』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