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레시아스

테이레시아스

예언자

[ Teiresias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바이의 장님 예언자. 7대에 걸쳐 장수를 누리며 신탁을 전하고 테바이의 왕들에게 예언을 한 인물이다. 특히 죽어서도 예언 능력을 유지하여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도를 묻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가서 만나기도 했다.
희생 제물을 바치는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난 테이레시아스

희생 제물을 바치는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난 테이레시아스

외국어 표기 Τειρεσίας(그리스어)
구분 예언자
상징 지혜, 조언
관련 사건, 인물 디오니소스, 오이디푸스, 테바이 공략 7장군, 오디세우스

테이레시아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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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레시아스 인물관계도
카리클로만토몹소스

테이레시아스는 테바이의 귀족 에우에레스와 님프 카리클로의 아들로서,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가 용의 이빨을 뿌려 태어난 자들인 ‘스파르토이’의 한 사람 우다이오스의 자손이다. 델포이의 무녀 만토가 그의 딸이다. 만토는 크레타 사람 라키오스와 결혼하여 예언자 몹소스를 낳았다.

신화 이야기

장님이 된 테이레시아스

테이레시아스는 제우스 신을 모시는 사제였다. 그가 장님이 되고 또 예언 능력을 지니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제우스의 사제 테이레시아스는 젊은 시절 킬레네(혹은 키타이론) 산에서 뱀 두 마리가 교미하는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테이레시아스는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암컷을 때려죽였는데 그러자 갑자기 그 자신이 여자로 변신하였다. 여자가 된 테이레시아스는 헤라의 사제가 되었고 결혼하여 자식도 낳았다. 이때 낳은 자식 중 한 명이 유명한 델포이의 무녀 만토다. 7년 뒤에 테이레시아스는 다시 뱀 두 마리가 교미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수컷을 때려죽였더니 다시 남자의 몸이 되었다.

지팡이로 뱀을 때리는 테이레시아스

지팡이로 뱀을 때리는 테이레시아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제우스와 헤라는 남녀가 잠자리에서 사랑을 나눌 때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 쾌락을 얻는지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남녀의 몸을 다 가져본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제우스는 여자의 쾌락이 더 크다고 주장하였고 헤라는 반대 입장이었다. 테이레시아스는 자신이 경험해보니 여자의 쾌락이 남자보다 아홉 배나 더 강하더라며 제우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화가 난 헤라가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제우스는 장님이 된 테이레시아스가 가여웠지만 헤라가 내린 벌은 그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보상으로 제우스는 테이레시아스에게 새들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과 누구보다도 뛰어난 예언력을 주었다.

다른 설에 따르면 테이레시아스는 아테나 여신의 벌거벗은 몸을 보았다가 장님 예언자가 되었다고 한다. 테이레시아스의 어머니 카리클로는 아테나 여신의 총애를 받는 님프였는데 어느 날 둘이 함께 목욕을 하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테이레시아스가 그만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테나 여신은 즉시 두 손으로 그의 눈을 가리고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자 카리클로는 몹시 슬퍼하면서 아테나 여신에게 아들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이미 내려진 벌에 대해서는 아테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테나는 그 대신 테이레시아스에게 새들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과 마치 눈으로 보듯 길을 안내해주는 지팡이를 주었다. 또 그에게 오랜 수명도 주어 7세대에 걸쳐 살게 해주었다.

그밖에도 테이레시아스가 신들의 비밀을 인간들에게 발설하다 벌을 받아 장님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그리스 신화에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주로 테바이의 전설에 등장하여 주요 사건들에 관해 많은 예언을 하였다.

디오니소스 신앙이 처음 테바이에 전파될 때 펜테우스 왕은 불경스럽게도 디오니소스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테이레시아스는 디오니소스를 신으로 받아들이고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경고하였지만 펜테우스는 이를 무시하였다가 결국 디오니소스를 모시는 여인들(그 중에는 펜테우스의 어머니 아가우에도 있었다. → ‘펜테우스’ 참조)에 의해 갈가리 찢겨져 죽고 말았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사실을 신탁을 통해 밝힌 것도 테이레시아스였다. 그는 또 오이디푸스의 아들 폴리네이케스가 왕권 다툼에서 밀려난 뒤 7장군을 이끌고 자신의 나라인 테바이를 공격했을 때 아직 미혼인 테바이의 귀족을 희생 제물로 바쳐 군신 아레스의 진노를 가라앉혀야 도시를 구할 수 있다고 예언하였다. 이에 테바이 섭정 크레온의 아들 메노이케우스는 성벽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조국을 배신한 폴리네이케스의 장례 문제로 크레온이 폴리네이케스의 누이 안티고네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죽이려할 때 테이레시아스는 크레온에게 나라에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으니 죽은 자는 무덤에 매장하고 산 자는 지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레온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안티고네를 죽게 했다가 아들과 아내를 모두 잃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그밖에 테이레시아스는 오디세우스의 전설에도 등장했다. 트로이 전쟁을 끝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다 위를 떠돌 때 마녀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하계로 내려가서 망자가 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 귀향할 방도를 물어보라고 일러주었다. 테이레시아스의 망령은 제우스(혹은 아테나, 혹은 페르세포네)에 의해 유일하게 죽은 뒤에도 예언 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던 것이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는 모험을 감수하였다.

테이레시아스의 망령에게 조언을 구하는 오디세우스

테이레시아스의 망령에게 조언을 구하는 오디세우스 루카니아 적색상 도기, 기원전 380년, 메달 박물관, 파리

테이레시아스의 죽음

테이레시아스는 7장군의 후손들인 에피고노이에게 테바이가 함락되었을 때 딸 만토와 함께 도시를 떠나 피난을 가던 중 텔푸사의 샘물가에서 기나긴 생을 마쳤다고 한다. 노구를 이끌고 급한 걸음을 가느라 몹시 목이 말랐던 테이레시아스는 차디찬 샘물을 급히 마시다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설에 따르면 그는 딸 만토와 함께 에피고노이에게 붙잡혀 아폴론의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델포이로 끌려가던 중 텔푸사의 샘물가에 이르러 지쳐서 죽고 말았다고 한다.

테이레시아스의 장례식에는 칼카스를 비롯한 많은 예언자들이 참석하여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헤시오도스, 『단편』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히기누스, 『이야기』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