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마케

안드로마케

공주

[ Andromache ]

요약 안드로마케는 트로이 전쟁으로 인해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 더없이 불행한 여인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7명의 오빠 모두 그리스의 아킬레우스에게 죽고, 남편 헥토르 역시 아킬레우스의 손에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고 않고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마저 그리스 군에게 살해된다. 그녀 자신은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노예이자 첩이 되어 그의 아들을 낳는 불행도 겪는다.
헥토르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드로마케

헥토르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드로마케

외국어 표기 Ἀνδρομάχη(그리스어)
구분 공주
어원 남자를 이기는 여자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헥토르, 네오프톨레모스

안드로마케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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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마케 인물관계도
프리아모스헬레노스헥토르네오프톨레모스아스티아낙스몰로소스피에로스페르가모스

테바이의 왕 에에티온의 딸인 안드로마케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이다.

신화 이야기

개요

테바이의 왕 에에티온의 딸인 안드로마케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이다. 『일리아스』의 6권의 후반부는 그리스와 트로이 전쟁의 희생양이 된 연약한 여인 안드로마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레테의 강에서도 스러지지 않을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사랑

불행은 결코 혼자 오는 법이 없는 것인지, 안드로마케에게 불행이 연이어 찾아온다. 신과 같은 영웅의 아내라는 빛나는 자랑과 기쁨보다 전쟁의 와중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은 한 여인의 한 서린 삶이 『일리아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제프 마리 비앙 1세,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18세기경

조제프 마리 비앙 1세,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18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트로이의 첫째 왕자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금실이 좋았고 서로에게 충실했다. 그들은 외도가 판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보기 드문 이상적인 부부이다. 안드로마케는 그리스군의 수장 아킬레우스에게 아버지를 비롯해 일곱 형제를 모두 잃었지만 그녀에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남편 헥토르마저 아킬레우스 손에 비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헥토르는 헬레네를 훔쳐온 동생 파리스를 못마땅해 할 만큼 반듯한 정신의 소유자이자 트로이의 왕자로서 그리스와 용감하게 맞서 싸운 트로이의 리더이다. 그런 그에게도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스와 마지막 결전의 날에 이들 부부의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이별의 장면은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하는 슬픔이 녹아있다. 헥토르는 결전을 앞두고 잠시 성을 방문한다. 안드로마케가 남편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헥토르는 아내를 위로하며 유모의 품에 안겨 있는 아들을 말없이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남편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안드로마케는 헥토르에게 전쟁에 나가지 말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 그녀는 헥토르에게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자신에게 남편 헥토르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고 오빠라고 울먹인다. 그녀는 이런 자신이 남편까지 잃고 과부가 된다면 얼마나 가엾겠냐고 남편이 전쟁터로 다시 나가는 것을 만류한다. 그녀는 트로이의 상징인 헥토르의 용기가 결국은 그를 죽일 것이라고 애통해한다.

헥토르는 눈물을 흘리는 안드로마케에게 트로이 왕자로서의 숙명을 떨쳐낼 수 없다고 말하며 안드로마케를 달랜다. 그는 그리스인의 노예가 되어 자유를 빼앗기고 고통을 당하게 될 안드로마케를 생각하면 더 없이 마음이 아프지만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지 못한다. 조국과 가족과 명예, 그 어느 것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한 남자의 무거운 숙명과 그런 남편을 막고 싶어하는 한 여자의 애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는 그의 시 『헥토르의 이별』에서 이별을 앞둔 안드로마케와 헥토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안드로마케〛
당신은 햇빛 한 점 비치지 않는 곳으로 가게 될 거예요.
그 곳에서 코키토스 강은 황량한 벌판을 눈물을 흘리며 가로지르고 있고
당신의 사랑은 레테의 강에서 스러질 거예요.

〚헥토르〛
내 모든 그리움과
내 모든 생각을
레테의 고요한 강물 속에 던져버릴 것이오.
하지만 당신, 나의 사랑은 아니라오.
잘 들어보시오. 사나운 자가 성벽에서 벌써 미쳐 날뛰고 있다오.
나에게 검을 채워주고 더 이상 슬퍼하지 마시오.
헥토르의 사랑은 레테의 강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이별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이별 요한 하인히리 빌헬름 티쉬바인, 1812, 올덴부르크 박물관

전쟁의 전리품 안드로마케

용감한 헥토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들의 의지로 진행된 트로이 전쟁에서 신들의 각본대로 아내에게 돌아오지 못한다.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헥토르는 아킬레우스 대신 참전한 그의 절친 파트로클로스를 죽인다.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의 불화로 참전을 거부한 전투에 나선다. 그리고 친구의 원수인 헥토르를 죽인다(→‘아킬레우스’, ‘브리세이스’ 참조).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 여인들』은 트로이 전쟁 후 트로이 여인들의 불행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어린 아들의 끔찍한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장례도 직접 치르지 못한 채 그리스로 끌려가는 안드로마케의 서글픈 모정을 읽을 수 있다.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와의 악연에 몸서리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악연은 계속 이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집안을 멸문시키고 사랑하는 남편을 참혹하게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전리품”으로 주어진다. 헤카베는 안드로마케에게 자신의 아들 헥토르와의 좋은 시절을 다 잊고 새 주인에게 복종하며 손자 아스티아낙스를 잘 키우라고 한다. 그러면 훗날 아스티아낙스가 트로이로 돌아와 트로이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그리스의 전령 탈티비오스가 나타나 펠롭스 자손들의 공동 결의를 전한다. 그들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헥토르의 아들을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구나 트로이의 성탑에서 던져 죽인다는 것이다. 안드로마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닥치는 불행에 탄식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고귀한 혈통과 아버지의 용기가 아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함을 흐느낀다. 그리고 두려움에 아기 새처럼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아들을 꼭 껴안으며 입을 맞춘다. 탈티비오스는 그런 모자가 안타깝지만 안드로마케에게 아들을 빼앗는다.

네오프톨레모스는 할아버지 펠레우스가 추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드로마케를 데리고 그리스로 출항을 한다. 그 후 탈티비오스는 두개골이 부서진 처참한 아스티아낙스의 시신과 헥토르의 방패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는 헤카베에게 안드로마케가 트로이를 얼마나 슬픈 모습으로 떠났는지 전한다. 이어 그는 안드로마케가 아들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네오프톨레모스에게 간청했고 헤카베에게 가련한 손자의 시신을 헥토르의 방패와 함께 묻어주기를 부탁했다고 말한다.

그리스로 끌려간 안드로마케

트로이 전쟁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와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안드로마케』에 잘 묘사되어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이 트로이가 함락된 후 그리스로 끌려가기 전 트로이 여자들의 운명을 그렸다면, 그의 작품 『안드로마케』는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첩으로써 그리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에서도 네오프톨레모스의 여자가 된 안드로마케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전리품으로 주어진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원수의 아들의 노예가 되어 그와의 사이에서 아들 몰로소스를 낳는다. 그녀는 멀리 낮선 땅 그리스로 실려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오만을 견디며 그의 아들을 낳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레다의 외손녀이자 라케다이몬의 여인인 헤르미오네와 결혼하려고 자신을 헬레노스에게 넘겨주었다고 말한다. 네오프톨레모스는 아름다운 헬레네의 딸 헤르미오네와 결혼한 후 안드로마케를 또 다른 노예인 프리아스의 아들 헬레노스에게 넘겨준 것이다.

파우사니아스에 따르면 그리스로 끌려간 안드로마케는 네오프톨레모스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아들 몰로소스, 피에로스, 페르가모스를 낳는다.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자 다시 헥토르의 동생인 헬레노스와 결혼하여 헬레노스가 세운 에피루스의 여왕이 된다.

신화 해설

트로이 전쟁을 보면 전쟁의 당사자인 인간이 아닌 신들이 만들어낸 헛된 명분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잔인하게 희생당하는 인간의 삶이 비루하게 느껴진다. 특히 가부장 사회에서 패전국의 여자들은 승전국의 남자들에게 바쳐질 물건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여자는 제비뽑기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전리품 이상의 존재가 아니다. 그들에게 인권은 사치스러운 외침일 뿐이다. 전쟁터에서 여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도 모자라 승전국의 남자들 곁에서 목숨을 부지해야하는 치명적인 약자들이다.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호메로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베르길리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에우리피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