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동 유적

손곡동 유적

[ 慶州 蓀谷洞 遺蹟 ]

지역 경주

손곡동 유적은 한국마사회와 경주시가 경주경마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경주시 손곡동·천북면 물천리에서 확인된 대규모 복합유적으로, 청동기시대 집자리(住居址)를 비롯하여 신라시대 숯가마·토기가마·건물지·공방지·수혈유구, 통일신라시대 기와가마·돌방무덤(石室墓), 고려~조선시대의 움무덤(土壙墓) 등 다종다양한 유구가 조사되었다.

청동기시대 집자리는 모두 평면형태가 장방형(長方形)으로 원지반을 파고 축조하였다. 화덕자리(爐址)는 특별한 시설 없이 적색소토만 남아 있는 무시설식 화덕이고, 내부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도랑(溝)이 돌려져 있다. 여기에서는 간돌화살촉(磨製石鏃), 갈판(碾石), 민무늬토기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손곡동 유적에서 확인되는 숯가마는 4세기 전후, 토기가마 및 관련시설물은 5세기 중반에서 6세기말, 기와가마는 8세기 말경에 조업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라시대 숯가마의 공통된 특징은 장축방향이 등고선 방향과 거의 일치하는 반지하식이면서 가마바닥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요(平窯)라는 점이다. 측벽에는 터널형의 측구(側口)를 다수 설치하였고, 측구 전면에는 구덩이로 된 작업장이 연결되어 있으며, 양 단벽에는 화구(火口)와 연도(煙道)가 각각 구축되어 있는데, 화구는 가마폭보다 약간 좁게 돌출시켰다. 연도는 단면 원형으로 오벽의 중앙 또는 모서리에 가마바닥과 같은 높이로 이어지다가 다시 수직으로 꺾여 올라가며, 벽체와 바닥이 황적색으로 소결되어 있다.

토기가마는 지하식 1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지하식으로 구릉의 완만한 경사면을 이용하여 등고선과 직교되는 방향으로 축조된 굴가마(登窯)이다. 지하식은 해발 82m의 3부 능선상에서 확인되었는데, 전체길이 7.6m, 최대폭 2.1m, 높이 0.8m이고, 가마바닥 경사도는 15˚로, 생토층을 아래에서 위로 굴착하여 터널형태로 구축하였다. 내부에서 2단투창굽다리접시를 비롯한 다수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나, 출토위치가 천장과 거의 맞닿은 부분인 점으로 미루어 가마의 폐쇄 후 주변 가마에서 생산된 토기들을 붕괴구를 통해 폐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닥에는 2~3㎝ 두께의 적색소토알갱이가 함유된 점토가 덮여 있었다.

반지하식은 너비의 넓고 좁음, 구지표상의 깊이, 가마벽체의 소결정도, 그리고 관련시설물의 유무 등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Ⅰ유형은 가마 폭이 1.5m 이하로 좁고, 가마의 깊이가 0.5m 이상으로 깊으며, 가마벽에 점토를 덧바르지 않고 생토층을 그대로 소결하여 가마벽이 얇게 형성된 것이고, Ⅱ유형은 가마 폭이 1.5m 이하로 좁고, 가마 깊이가 0.5m 정도로 Ⅰ유형보다는 깊이가 얕은 것이고, Ⅲ유형은 가마 폭이 1.5m 이상으로 넓고, 가마의 깊이가 0.2~0.3m 정도로 얕게 축조된 것이고, Ⅳ유형은 가마 폭이 1.5m 이상으로 넓고, 길이가 비교적 짧으며, 화구부에 냇돌(川石)을 사용한 것이다. 그 외에 조사된 가마의 공통된 특징은 연소부와 소성부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가마 바닥에 회청색의 소결알갱이가 깔려 있었다는 점으로, 이는 내부에 소성물을 재임할 때 소성물의 수평고름을 잡기 위해 모래를 깔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마와 관련된 시설물인 공방지, 건물지는 구릉정상부에서 확인되었고, 채토장은 구릉정상부와 구릉남쪽 논바닥에서 확인되었다. 공방지는 다수의 기둥구멍(柱孔)과 구덩이(竪穴)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내부에 주변 흙과 전혀 다른 점토가 일정 범위에 걸쳐 퇴적되어 있으며, 녹로축(轆轤軸)을 박았던 자리와 유구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도랑(溝)이 함께 노출되었다. 건물지는 초석건물지, 고상건물지, 구덩이건물지로 구분되는데, 초석건물지 2동은 구릉남쪽 논바닥에서 확인되었고, 굴립주(堀立柱) 및 구덩이건물지는 구릉서편 정상부에 집중되어 있다. 고상건물지는 평면형태에 따라 크게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Ⅰ유형은 1칸×1칸의 소형인 것, Ⅱ유형은 1칸×2칸 혹은 1칸×3칸인 것, Ⅲ유형은 2칸×2칸으로 형성된 것, Ⅳ유형은 2칸×3칸의 비교적 규모가 큰 것이고, Ⅴ유형은 중앙부에 방형(方形)으로 형성된 4개의 대형 기둥구멍을 다수의 소형 기둥구멍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구덩이건물지는 평면형태에 따라 원형(圓形), 방형(方形), 부정형(不定形)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구덩이 내부에 도랑·화덕(爐址)의 존재 유무, 기둥구멍의 규칙성 유무 등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채토장은 구릉남편 논바닥 아래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회갈색니질점토가 구릉정상부의 공방지 내에서 확인된 점토와 색상, 점도면(粘度面)에서 유사하여 일단 태토(胎土)로 판단하고 있으며, 구릉정상부의 구덩이 중 일부도 태토 혹은 가마 보수용 점토를 채취하고 난 구덩이에 폐토기를 매몰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와가마는 조사지역 동단부에서 1기가 조사되었는데, 유계무단식의 남북방향 굴가마(登窯)로 전체길이 5.4m(연소실 1.4m, 소성실 2.7m, 연도 1.3m), 최대너비 1.5m, 깊이 0.7~1.1m이다. 가마벽체는 구지표층인 황갈색점질토층과 생토층인 황색암반층을 파내고 구축하였는데, 서벽은 생토층을 그대로 벽체로 이용하였으나 상층인 구지표층부터는 점토를 덧발라 소결하였고, 동벽은 연도쪽 소성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머리크기의 돌을 사용하여 5~7단 정도로 막쌓기하고 그 사이사이에 점토를 덧붙여 소결하였다.

화구는 50×65㎝ 크기의 방형으로 길이가 긴 냇돌을 세로로 세우고 그 위에 횡으로 1개의 돌을 걸쳐놓은 다음 그 좌우에 냇돌을 쌓은 형태이고, 연소실은 소성실보다 한 단 낮게 구축하였는데, 중앙에 직경 20㎝의 기둥구멍이 1개 확인되어 천장을 구축할 때 기둥을 세웠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소성실은 약 12。의 경사를 이루면서 연도로 이어져 있고, 내부에는 다량의 소결된 천장편이 함몰되어 있으며, 그 아래에는 평기와편이 불규칙하게 깔려 있다. 연도는 직경 30~50㎝ 크기의 장방형으로 소성실 오벽 중앙에서 가마 바닥면 경사를 따라 외부로 이어지며, 가마 주변으로는 ‘∩’형태로 폭 0.75~1.2m, 깊이 0.35~0.45m의 도랑이 둘러싸고 있다. 동벽 석축 내에서 확인된 기와편으로 미루어 보아 1차례 이상의 보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52호 기와가마

52호 기와가마

손곡동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1,500여 점에 이르며, 이 중 대다수가 신라시대 토기가마 및 관련시설물에서 출토된 토기류이고, 그 외 청동기시대 민무늬토기 및 석제품 그리고 조선시대 움무덤(土壙墓)에서 출토된 자기 및 금속유물 등이 있다. 특히 출토유물 중에는 토기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토기받침과 계측도구 등이 출토되었는데, 토기받침은 대각형(臺脚形)과 왕관형(王冠形)처럼 가마바닥상면에 직접 놓여져 토기를 받쳐주는 용도로 사용된 것과 소형 장구형처럼 토기와 토기 사이에 놓아 소성과정에서 토기의 엉킴을 최소화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매장·생활 유적에서는 출토되지 않는 계측도구 및 손으로 빚어 만든 토기도 다량 출토되었다. 또 구덩이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물·동물토우가 다량 출토되었다.

이와 같이 손곡동 유적에서는 국내 발굴사상 최대규모의 토기·숯의 생산유적을 확인하였고, 더불어 토기가마와 관련된 채토장, 공방지, 건물지, 생산도구 등이 노출되어 토기 생산공정 복원과 함께 요업기술의 발달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효한 자료를 학계에 제공하였다. 특히 토기가마는 서로 중복되어 있어 토층의 층서상 축조시기의 선후 구분이 가능하며, 각 시기별 가마의 형태·크기·규모 등 유형상 특징이 분명하여 가마의 유형분류에 따른 출토유물의 정밀한 시대분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매장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한 편년의 정확성이 개선되게 되었다.

또한 아궁이를 냇돌로 축조한 특이한 형태의 가마가 다수 확인되어 지금까지 조사된 국내·외 다른 가마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그 계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생산집단의 주거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건물지는 형태가 분명하고 다양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고상식건물지는 그 용도가 주거공간이었다고 판단되는 것과 생산된 토기 및 곡물의 수장공간 이었다고 판단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어 요업집단의 신분이나 직능별 분업·분화 등 생활사 단면과 고건축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 慶州競馬場 豫定敷地(A地域)發掘調査 指導委員會 및 現場說明會 資料(國立慶州文化財硏究所, 1998년·2000년)
  • 蓀谷洞 土器가마(窯)의 類型과 構造的 特徵(李相俊,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