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조각

다른 표기 언어 sculpture , 彫刻

요약 3차원으로 된 표현형식을 창조해내는 시각예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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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성요소와 원리
  2. 재료
  3. 과정
    1. 개요
    2. 일반적인 방법
    3. 모델링
    4. 구성과 조립
  4. 형태별 유형
    1. 환조
    2. 부조
    3. 현대적 형태
  5. 재현적 조각
    1. 인물상
    2. 예배상과 서술조각
    3. 초상조각
    4. 일상생활의 장면
    5. 동물
    6. 환상적 형태
  6. 비재현적 조각
  7. 상징적 조각
  8. 용도

조각은 환조와 부조로 나누어지는데, 환조는 사람이나 의자처럼 공간 속에서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체와 같은 상이며, 부조는 배경이 되는 벽 등의 바탕으로부터 튀어나와 있거나 또는 거기에 부착되어 있거나 그 일부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회화가 2차원에서 3차원의 환상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조각은 실제로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내어 물질적인 현존성을 가진다.

조각
조각

그래서 조각된 상은 시각적이면서도 직접 만질 수 있는 촉각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모든 3차원으로 된 형태는 순수한 기하학적인 속성과 표현적인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형태가 주는 이러한 표현적인 특성을 통해 조각가는 주제를 최대한 살려내는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단순히 사실을 보여준다는 차원을 넘어 미묘하고도 강한 느낌까지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구성요소와 원리

모든 조각은 덩어리로 된 물질적 실체로서 3차원의 공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덩어리와 공간이다. 덩어리는 공간 속에서 확장되거나 움직임으로써 공간이 조각 구성의 한 요소로 끼어들게 되고, 조각 안에 빈 공간과 구멍을 만들어줌으로써 그 공간을 에워싸게 하며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그밖에 볼륨, 질감, 빛과 그림자, 색채도 조각에 수반되는 요소들이다.

구성에서 덩어리와 공간이 갖는 중요성은 조각품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집트의 조각이나 브랑쿠시의 조각에서는 덩어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나움 가보나 앙투안 페브스너의 작품에서는 덩어리가 아주 작아지면서 공간 속에서의 운동감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모든 조각은 우선 볼륨을 갖고 있는 입체적인 물체로 만들어져야 한다. 볼륨은 사방에서 둘러볼 수 있는 3차원 입체형을 기본단위로 하는 하나의 볼륨만으로 이루어진 조각도 있고 여러 개의 볼륨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

조각에서 구멍과 빈 공간은 형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조각의 표면은 조각내부를 담고 감싸면서 외부공간과 연결지어지는 조각의 한 부분이다. 조각이 어디에 놓여 어떤 조명을 받느냐에 따라 작품 양상이 약간씩 달라지며, 움푹 팬 곳과 돌출된 부분의 처리에 따라 조각에서의 빛과 그림자의 효과가 나타난다. 조각에서 색채는 재료 그 자체의 색과 재료 위에 덧칠한 색의 2종류로 구분된다. 고대 및 중세까지만 해도 모든 조각에 채색을 입혔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재료에 충실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재료의 자연색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조각이 많고 반대로 선명한 원색으로 채색을 한 조각도 있다.

조각 구성에는 어떤 보편적인 원리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만 대체로 조형의 방향·비례·크기·접합·균형 등이 조각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기본적 문제이다. 조각의 조형은 상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가상의 축, 그리고 볼륨과 축과 표면의 운동감·양상·방향을 결정짓는 가상의 준거면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볼륨은 중심축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기본적인 준거면은 정면과 수평면이다. 축과 준거면에 의거해서 직립상의 특징적인 자세와 그에 따른 공간구성을 살펴 보자면 아케익기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정면성의 원리와 그리스 고전기 및 미켈란젤로의 조각에서 자주 나타나는 콘트라포스토의 원리가 있다. 콘트라포스토는 인체의 무게 중심을 한쪽 다리에 쏠리게 하여 전체적으로 S자형의 자세를 구성하며, 상체와 하체가 각각 반대 방향을 향하게 된다.

조각에서의 비례는 길이·넓이·부피에 대한 비인데, 이것은 상호작용하면서 조각품에 표현성과 아름다움을 준다. 비례에는 수학적인 비례와 주관적인 관점에 입각한 비자연적인 비례가 있다. 때때로 조각의 비례는 관람자와의 관계에서 조정된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있는 조각은 올려다보면 작게 보이기 때문에 만들 때 윗부분을 의식적으로 크게 만든다. 조각에서의 균형은 실제의 물리적인 안정성, 힘의 상호작용과 무게의 분배에 따른 구성상의 균형, 살아 있는 인물상이 보여주는 생생한 균형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재료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조각의 재료로 쓸 수 있으나, 그중에서 돌·나무·금속·점토·상아·석고 등이 가장 많이 쓰인다.

역사적으로 기념조각에 주로 사용된 재료는 이었다. 그 이유는 돌이 대개 기후변화에 잘 견디므로 건물외부 사용에 적합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쉽게 구할 수 있음은 물론 큰 덩어리로 구할 수도 있으며, 질감이 균일하고 경도가 같아 조각하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돌은 그 생성요인에 따라 화성암·퇴적암·변성암 등으로 나누어진다.

돌의 색과 질감은 돌이 갖는 최상의 특성이다. 어떤 돌들은 입자가 고와 섬세한 세부까지도 새길 수 있으며 광택이 많이 나도록 마무리할 수 있다. 한편 어떤 돌들은 입자가 거칠어 대략적인 처리만을 요구하기도 한다. 변성암의 한 종류로 반투명의 성질을 띤 순백색의 유명한 카라라 대리석은 미묘하게 빛에 반응하면서 반짝이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많이 애용되어 왔다. 화성암의 일종인 화강암은 밀도가 불규칙적이고 운모와 석영으로 반짝이며 전체적으로 검거나 희고 그렇지 않으면 회색·분홍색·빨강색이 뒤섞여 있는 색조를 보인다.

퇴적암인 석회암은 색이 대단히 다양하며 화석이 끼어 있기도 해 표면이 매우 다채롭다. 조각의 또다른 주요재료인 나무는 섬유질 조직을 갖고 있어 상당한 인장력을 가진다. 그런 이유로 나무로는 돌보다 더 얇고 자유로운 조각을 할 수가 있다.

한편 나무는 단단하지도 않고 내구성도 약하며 습기와 기온에 민감해 갈라지기 쉬우며 벌레도 잘 먹고 곰팡이가 피기 쉽다. 그래서 나무는 주로 실내조각에 쓰인다. 나무는 결이 있어 조각 표면에 질감효과가 나게 하며 따뜻한 느낌을 준다. 점차 금속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금속도 조각에 많이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금속은 강하고 단단하며 내구성이 높고 인장력이 있기 때문에 돌과 나무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의 작업이 가능하다.

금속을 녹인 후 틀에 부어 주물로 뜰 수도 있고, 동전을 만들 때처럼 압착시키는 방법도 있으며, 망치질·휘기·절단·용접·세공 등의 작업을 직접 할 수도 있다. 조각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금속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브론즈이다. 한편 점토는 여러 재료들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면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축축한 상태의 점토는 모든 재료 중 가소성(可塑性)이 가장 높아 모델링이 쉽고 아주 미세한 부분의 인상까지도 잘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말라 눅눅하게 굳은 상태이거나 완전히 말랐을 때는 새기거나 긁을 수도 있다. 또한 물을 충분히 섞어 액체 상태가 된 점토는 틀에 부어 말릴 수도 있으며, 700~1,400℃에서 구워내면 강한 내구성을 갖게 되고 항구적으로 단단하게 된다. 특히 점토는 돌·석고·금속·콘크리트 등으로 된 기초 조형과 도기조각의 재료로도 쓰인다. 담황색이나 적색의 점토를 낮은 온도의 불에 구워 만든 조각을 테라코타라고 한다. 이밖에 상아조각이 있는데, 재료로는 코끼리나 해마·하마·고래 등의 엄니가 주로 쓰이며 구석기시대에는 매머드의 엄니를 사용하기도 했다.

상아는 밀도가 높고 단단하여 작업하기가 힘들다. 상아의 백색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노랗게 되면서 뛰어난 광택을 갖게 된다. 조각의 원형 및 주형재료로써 사용되는 석고는 과거에는 금속조각 제작에서 점토원형의 석고주형을 뜨는 데 주로 쓰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 점토원형의 단계가 생략되고 석고로 직접 원형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석고로는 기존의 조각을 복제하기도 하는데, 많은 미술관에서 이 석고모형을 연구용으로 쓰고 있다. 모래·돌·시멘트를 혼합한 콘크리트는 요즈음에 들어 돌 대신에 조각의 재료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콘크리트는 값이 싸고 단단하며 내구성이 높은 이점이 있어 건물의 외벽에 주로 쓰인다. 자동차나 선박제작에 사용된 후 조각의 재료로도 쓰이기 시작한 섬유유리, 밀랍, 풀 먹인 단단한 종이, 조개껍질, 벽돌 등 여러 가지가 조각의 재료로 이용되나 현대 조각의 흐름으로 보아 조각의 재료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이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그 어떤 것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일반적 추세이다.

과정

개요

작품에서 형태 및 내용과 표현성이 설계가가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이라면 재료를 다루는 특별한 기술은 장인의 몫이다. 조각가는 이 둘을 잘 조화시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작품들은 작가가 직접 재료를 다룸으로써 작품의 미적 효과가 높아지는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작가가 단지 도안만 그려주거나 모형만 만들어주었을 뿐 작품 자체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비개성적인 성격을 띠는 것도 있다.

일반적인 방법

재료가 어떤 것이든 조각하는 방법은 같다. 조각가는 우선 큰 덩어리의 재료를 대충 깎아내어 전체적인 윤곽을 잡은 후, 큰 면에서부터 표면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조각해가면서 그가 원하는 형을 만드는 것이다. 미리 모형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각가는 직접 재료와 부딪치면서 생각이 끊임없이 바뀌게 된다.

옛날에는 조각가가 직접 조각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19세기와 20세기초에 와서는 돌은 물론 나무조각에 이르기까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조각하는 것이 통례가 되어버렸다.

즉 먼저 점토모형을 만든 후 곧 석고로 주형을 떠서 기계를 동원하여 돌이나 나무로 조각해내는 것이다. 조각가가 이 작업을 손수 하지 않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조각품이 점토모형의 복사판 정도로 나오기도 한다. 이런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 조각이 조각가의 손으로 직접 만든 조각보다 다소 미적 효과가 적다고 하여 반드시 나쁜 조각품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20세기가 지나면서 직접 조각하는 방법이 되살아나 점점 쇠퇴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아주 불명예스러운 일로 되어버렸다.

모델링

모델링은 깎아나가는 조각 과정과는 반대로 뼈대 위에 재료를 붙이면서 이루어가는 소조 과정이다. 모델링의 주된 재료는 점토·석고·밀랍이나 그밖에 콘크리트·합성수지·치장벽토·플라스틱우드 및 심지어는 녹인 금속까지도 가능하다. 점토모형이 가장 널리 쓰이는데, 이때 규모가 작거나 평부조일 경우에는 그저 간단한 모델링만으로 모형을 만들지만 규모가 커지면 각목·철사·노끈 등으로 뼈대를 만들어 그 위에 붙여나간다.

금속으로 주물을 뜨기 위해서는 우선 점토모형을 만든 후 석고모형을 뜨거나 직접 석고모형을 뜬 후 금속으로 주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물(casting)
주물(casting)
구성과 조립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재료를 재구성·조립하여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제작방식이 나타났다. 이러한 구성조각은 금속제품이나 나무조각·유리제품·천·철사·실 등의 재료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서 서로 합쳐놓은 것이다. 조립이라는 뜻의 아상블라주 조각은 갖가지 잡다한 물건이나 폐품 따위를 조립해서 만든 작품을 지칭하는 말이다(→ 레디메이드).

이런 구성주의적 조각은 20세기 조각에 새로운 공간의식을 불어넣어 주었고, 여러 가지 형상의 가능성 및 새로운 유형의 상징성과 형태에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형태별 유형

환조

고대 그리스의 아케익기 조각은 환조이면서도 일정한 시점에서만 보도록 되어 있다.

반면 16세기의 마니에리스모 시기에는 주된 시점이 없이 상 주위를 돌면서 보게 하는 독립적 조각상이 나왔다. 현대의 조각가들은 어느 고정된 시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방으로 열려진 공간의 개념을 도입하여 공간 안에서 확대되는 형태로 구성된 조각을 했다. 대부분의 구성조각들은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자가 모든 방향에서 보도록 되어 있다. 벽이나 그와 유사한 뒷면, 또는 벽감 앞에 서 있는 조각은 부조처럼 벽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환조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조각은 독립적으로 서 있는 조각상과 같이 독립된 공간성을 갖고 있지도 않고 주위를 돌면서 보게 되어 있지도 않다. 그런 조각상들은 그 구조라든가 주제를 보면 분명히 앞에서 보고 이해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조각의 형태가 앞뒤보다는 좌우를 향해 펼쳐져 있다. 고대의 박공조각, 고딕의 벽감조각,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메디치가의 묘 등은 이러한 정면구성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3차원의 입체성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부조

부조는 2차원적인 회화예술과 3차원적인 조각예술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는 복합적인 예술형식이다.

부조는 그림처럼 바탕면에 의존하고 있어 구성이 평면 위에서 전개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3차원의 완전한 조각품처럼 실제적인 3차원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부조의 중심문제는 제한된 깊이의 공간 안에 3차원의 입체적인 형태와 공간성을 압축해서 집어넣는 것이다. 형태가 바탕에서 돌출된 정도에 따라 평부조와 고부조로 나뉘나 거의 회화에 가까운 부조에서부터 환조에 가까운 부조까지 다양한 부조가 있다.

그중 이집트 미술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가라앉은 부조'(sunken relief)라 불리는 음각은 형태의 안쪽 부분은 파내고 형태를 에워싼 바깥부분은 그대로 두어 형태가 표면보다 낮게 꺼진 모양의 부조이다(이집트 미술). 이 부조에서는 형태 전체의 윤곽선이 전체구성에서 빛과 그림자를 조절하는 강렬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외 일반적인 평부조는 표면으로부터 형태가 별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면서 3차원의 입체성을 보여주어야 하기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조각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고부조는 그 형태가 배경면으로부터 독립된 환조처럼 보일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현대적 형태

전통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조각이 20세기 중반에 출현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키네틱 조각과 환경조각이다.

대체로 키네틱 조각은 정적인 사물에 운동을 부여할 뿐 아니라 운동 자체를 조각의 통합된 요소로 끌어들였다. 예를 들어 콜더의 모빌 작품은 기류에 의해 움직이며 탱글리의 자체파괴적인 조각은 여러 가지 전동장치에 의해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밖에 수력·자력을 이용하거나 감상자 자신의 물리적 참여에 의해 움직임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환경조각가는 전통적인 조각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적 맥락을 창조했다. 환경조각 작품은 감상자에게 대상이라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환경으로서 인식되며, 그는 은연중에 그 공간에 참여하게 된다. 대표적인 작가로 현대 인간의 상황을 여러 가지 실제적 공간에 대입하여 표현한 조지 시걸이 있다.

재현적 조각

인물상

조각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심이 된 주제는 인물상이었다. 인간은 욕망·사랑·두려움·존경심 등 폭넓은 감정을 지닌 존재이며, 사람의 형태와 그 표현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인물상이 조각의 주요주제라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집트·인도·그리스·아프리카에서는 누드 조각을 주로 했지만 중세 유럽과 고대 중국에서는 착의상이 더 많았다. 현대에 들어와 추상미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인물상 묘사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옛 시대의 이상화된 자연주의적인 밝은 인간상이 아니라 좌절과 공포, 왜곡과 풍자를 나타내는 상으로 대치되었다.

예배상과 서술조각

예배상 제작은 오랫동안 조각가의 주요임무였고, 세계적인 걸작에 속하는 조각의 대부분이 이런 예배상이다(→ 예배용).

예배상은 불상과 힌두교의 신,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그리스도교의 성인, 그리스 신화의 신 등 여러 종류의 신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런 예배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서술조각인데, 이것은 주로 책이 귀했던 시대에 전설, 영웅적 행위, 종교적 설화를 형상화하여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내러티브).

초상조각

초상조각은 이집트인들이 처음 시도했으나 고대에는 비교적 드물었고, 로마 시대에 와서 로마인들의 주요 예술적인 업적을 초상조각으로 꼽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초상조각은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조각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분야이다. 현대의 유명한 초상조각가로는 로댕, 샤를 데스피오, 마리노 마리니, 제이콥 엡스타인 등이 있다.

일상생활의 장면

조각에서는 일상생활의 장면이 주로 소규모의 작품을 통해 묘사되었다. 17, 18세기의 베르메르와 샤르댕의 차분한 풍속화에 비교될 만한 조각으로 그리스 시대의 〈헤게소의 묘비〉가 있다. 이 묘비에는 하녀가 상자를 들고 서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이 그 상자에서 목걸이를 꺼내 바라보고 있는 고요한 순간이 묘사되어 있다.

동물

동물도 조각의 중요한 주제였는데, 구석기시대인들은 부조나 환조로 동물상들을 많이 나타냈다. 아시리아에서는 말·사자, 이집트에서는 소·당나귀·하마·원숭이·새·물고기 등을 나타낸 작품이 많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유목민들은 동물을 신성에 결부시켰기 때문에 동물을 주제로 한 조각을 많이 남겼다.

이런 동물묘사 예술은 중세까지 그대로 이어져내려왔다. 동물이나 그와 비슷한 형태를 사용하는 현대의 조각가로는 브랑쿠시, 피카소, 리시에, 게르하르트 마르크스, 피노 파스칼리 등이 있다.

환상적 형태

그밖에도 신이나 신화적 존재를 형상화하기 위해 조각가들은 동물과 인간의 형태를 합쳐서 변형시킨 환상적인 모습의 상을 만들어냈다. 고대세계의 켄타우로스,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동물머리를 한 신들이 바로 그 예이다. 중세와 로마네스크 시기의 북유럽에서는 환상적인 형상의 조각이 아주 많았다(→ 로마네스크 예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초현실주의 미술과 더불어 꿈, 공상과학의 과학기술적인 환상, 에로틱한 환상 그리고 괴물이나 자동인형 등과 같은 환상적 요소가 많이 등장했다.

비재현적 조각

비재현 조각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조각가가 자연을 모태로 하여 새로운 형태를 창안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대상조각으로 조각가가 공간관계·볼륨·선·색·질감 등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일반화된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 형을 창조해내는 것이다(추상미술). 비대상조각에 접근하는 조각가의 작업은 흔히 작곡가에 견주어진다. 조각이라는 틀 안에서 나온 이런 비대상조각은 20세기의 일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상징적 조각

문장이나 기장과 같은 전통적인 상징 외에도 추상적인 개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조각들이 있다. 도덕·신앙·4계절·승리·근면 등과 같은 개념을 의인화한 상들이 있는데, 이 상들은 흔히 그 개념을 지칭하는 상징적인 물건이 옆에 딸려 있다. 이런 직접적인 상징 외에 인간의 깊은 정신적인 신념과 느낌을 표상한 조각들이 있다.

그 예로 중세 교회의 팀파눔 조각은 세상의 종말과 인간과 신과의 관계에 관한 그리스도교적인 교의를 상징화한 것이다. 개인적 차원의 조각에서 미켈란젤로의 〈노예상〉은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애쓰는 인간의 혼을 알레고리로 표현한 것이다.

용도

대규모 조각은 주로 건축에서 벽면이나 기둥의 장식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도시조경상 하나의 중심점을 만들어주기 위해 거리의 만나는 장소, 시장, 광장 등과 같은 곳에 조각을 세웠는데, 아직까지도 이 전통은 그대로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정원조각은 사색하고 휴식하며 즐거움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정원조각은 낙원과 같은 이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니만큼 심각한 주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빛·소리·움직임이 한데 어우러진 분수조각은 20세기 혼합매체 예술인 키네틱 조각의 원형이라 하겠다.

이밖에 우리가 흔히 대할 수 있는 조각의 한 예로는 동전과 메달이 있다. 조각은 그 내구성으로 주로 위대한 인물이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묘·묘비·조상·석관·기념주·개선문·초상 등이 이 기념조각에 포함된다.→ 서양조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