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발루아 기법

르발루아 기법

[ Levallois technique ]

독특한 몸돌격지가 파리근교에 위치한 곳에서 발견되고 정의되면서 그 지역이름을 따서 불리워진 몸돌제작기법이다. 이 기술은 20만 년 이전 유럽의 중기구석기문화를 대표하며 일부 전기구석기시대석기제작기술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르발루아몸돌 형성과 격지제작 과정

르발루아몸돌 형성과 격지제작 과정

르발루아 몸돌(Levallois core)은 기존의 전기구석기시대의 몸돌과는 달리, 여러 제작과정을 거치면서 그 두께와 길이를 조절하며 만든다는 점에서 석기제작기술의 발전양상을 볼 수 있다. 몸돌의 예비제작과정은 우선 직접떼기에 의해 중심축으로 방사상박리를 시도하기 위해 가장자리를 조정하여 타격면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지역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원석의 가장자리를 수직에 가깝게 박리하여 타격면을 조성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며, 원석의 상태에 따라 원석 가장자리의 자연면을 그대로 타격면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적용한다.

이때 만들어진 타격면을 활용하여 전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박리를 시도하여 박리면의 끝단이 가운데로 모여 서로 연접하도록 한다. 이 박리된 면들을 위에서 보면 거북등모양이 되는데 이러한 모양 때문에 ‘거북등모양몸돌(tortoise core)’이라고도 불리운다. 평면은 타원형, 장방형, 부채꼴형 및 다양한 규칙적인 모양을 갖는다. 르발루와 격지(Levallois flake)는 단축의 가로면을 타격면으로 활용한다. 이 타격면은 등면과 예각을 이루도록 예비 조정타격을 가하여 박리하는데 유리하게 만든다.

타격은 몸돌의 박리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대각선으로 박리를 함으로써 큰 격지가 떼어질 수 있도록 한다. 크게 떼어진 격지의 타격면에는 예비조정타격과정에서 시도된 많은 타격된 면이 보이며, 등면에는 중앙에 타격된 면이 모여 있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제작기술 가운데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방법은 간단하게 1차로 박리를 시도한 이후 다시 연이어 박리를 시도함으로써, 그 격지의 등면에는 상단(proximal)부분에 1차 박리면이 있고 그 가장자리에는 몸돌예비조정과정에서 중앙으로 박리하면서 생긴 박리면들이 남게 된다. 이러한 기술은 이 격지를 나무나 뿔에 고정시키기에 용이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르발루아 기술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이전과 달리 2차 손질이 시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술로 만든 격지도 그 자체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용으로 고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잔손질기법의 발달로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용도의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격지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끝단(distal)부분이 이미 거의 뾰족하게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이 격지를 르발루아 격지 혹은 찌르개로 부르는 이유이다.

지역에 따라 석기에 잔손질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비르발루아계(non-Levallois)인 끼나 무스테리안(Quina Mousterian)과 비교되는 페라시 무스테리안(Ferrassie Mousterian)의 경우처럼 르발루아계에서는 거의 잔손질 기술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르발루아 찌르개는 2차 손질이 거의 없이 몸돌상에서 이미 만들어져 생산된다.

르발루아 기술을 활용하는 가운데 많은 격지들이 만들어지며 그 중 소수의 격지만 잔손질을 통해 석기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르발루아 격지를 만들기 위하여 복잡한 작업과정을 밟았다는 것은 이 르발루아 격지가 갖는 의미가 특별했음을 말해준다. 이 격지는 제작이후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미 이 기술을 갖고 있는 집단에게 인지되어 있었으며,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오랜 작업과정을 거쳐 석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유럽, 근동, 남부 아프리카에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동쪽의 경계선은 러시아 예니세이강의 두부 글가스카에 이른다. 서부 아프리카의 전기구석기 후기에 해당되는 빅토리아 웨스트(Victoria West) 유적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술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르발루아 기술과 같이 예비몸돌을 만드는 석기제작기술의 등장은 인류의 형질적 진화과정과 인지력의 발전과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양상은 후기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적 양상인 돌날석기공작의 등장에 결정적인 문화진화론적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르발루아-무스테리안 석기공작(Levallois-Mousterian industry)의 분포권이 점차 확대 전개되어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에 확산될 무렵에는, 르발루아 몸돌을 만드는 방법도 다양해지며 부산물의 성격이지만 돌날격지나 돌날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러시아 알타이공화국 내의 데니소바 동굴유적에서도 기술형태학적으로 아슐리안의 전통을 받은 무스테리안석기공작이 보이고 그곳에 르발루아 격지가 함께 출토되고 있으며 그 문화적 성격도 유사하다. 근본적으로 르발루아 석기제작기술은 돌날석기제작기술과 비교하여 기술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으며, 단지 당시 구석기인들의 머릿속에 그려진 인지의 차이에 의해 추구되었던 방향이 달랐던 것이다.

참고문헌

  • Handbook of Paleolithic Typology(A.Debenath & H.L.Dibble, 1994년)
  • Encyclopedia of Human Evolution and Prehistory(Ian Tatterwall·Eric Delson·John Van Couver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년)
  • The Paleolithic Age(J.Wymer, 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