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junction , ]

그림 1. 태양-지구-행성의 상대적 위치. 행성같은 천체가 천구 상에서 태양과 가까이 놓일 때를 합에 있다고 한다.(출처: 장헌영/이상성/천문학회)

합(conjunction)은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는 위치이다. 합(合)의 문자적 의미는 만나다, 모여 하나가 되다이다. 행성과 같은 태양계 구성원들은 거의 황도면에 있기 때문에, 합은 태양과 행성의 황경(Ecliptic longitude)의 차가 0°일 때를 가리킨다. 태양계(solar system)의 행성(planet)이나 소행성(minor planet), 혜성(comet) 등이 천구 상에서 태양과 매우 가깝게 위치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외행성의 경우 (opposition)과 합이 번갈아 발생하지만 내행성의 경우에는 합만 두 번 나타난다.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 나타나는 합을 내합(inferior conjunction), 지구와 먼 곳에서 나타나는 합을 외합(superior conjunction)이라고 한다(그림 1 참조).

일반적으로 천구 상에서 두 천체의 이각(elongation)이 0°가 되어 같은 위치에 놓일 때, 합에 있다고도 한다. 지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천체가 다른 것의 앞을 통과하는 경우, 식(eclipse) 혹은 엄폐(occultation)가 일어난다. 멀리 있는 천체가 가까이 있는 천체보다 크게 보이는 경우, 통과(transit)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달이 별이나 행성을 가리는 경우는 엄폐라 부르고, 내행성이 태양을 지나는 경우는 통과(일면통과)라고 부른다. 일반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에 의하면 조건이 적당한 경우, 가까이 있는 천체의 질량이 야기하는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목차

외행성과 내행성

외행성의 경우 외행성-태양-지구 순으로 놓이기 때문에 시직경(apparent angular size)은 가장 작다. 보름달 모양으로 보이지만,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에 겉보기 밝기는 가장 어둡다. 태양과 같이 뜨고 지기 때문에 관측이 어렵다.

지구에서 볼 때 내행성-태양-지구 순으로 놓일 때 태양과 외합에 있다고 하고, 태양-내행성-지구 순으로 놓일 때 태양과 내합에 있다고 한다. 내행성의 경우는 내합 부근에서 역행(apparent retrograde motion)한다.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의 경우 그믐달일 때 합에 놓인다. 엄밀한 의미에서, 황도백도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합의 위치는 정확한 일직선이 아니다. 하지만, 태양이 백도의 교점(node)에 놓이고 합의 위치에 있게 되면 일식(solar eclipse)이 일어난다.

관련된 현상

일면통과(transit)

내행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놓이는 내합 무렵 내행성이 태양 원반 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여가는 것처럼 관측되는 현상이다. 내행성의 공전궤도면이 황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내합마다 일면통과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식과 비슷하지만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과 달리 태양면의 극히 일부분만 가리기 때문에 식이라고 부르지 않고 일면통과라고 부른다(그림 2 참조).

금성의 일면통과는 243년 정도의 주기를 갖는데, 8년 간격으로 두 번 일면통과가 일어난 다음 다음 일면 통과가 있기까지 10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다음 금성 일면통과는 2117년 12월과 2125년 12월에 있을 예정이다. 반면, 수성의 일면통과는 100년에 13-14회 발생한다. 보통 5월과 11월에 일어나는데 5월과 11월에 수성은 각각 태양의 원일점과 근일점에 놓이기 때문에 수성 원반의 시지름은 5월에 조금 더 크게 보인다.

수성과 금성이 동시에 태양면을 통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사건은 서기 69163년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수성이 먼저 지나간 뒤 16시간 뒤에 금성이 지나가는 현상은 서기 13425년 9월 13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 미우주항공국 나사(NASA)의 태양동역학관측소 위성(SDO)가 관측한 금성 일면통과. 2012년 6월 5일 22시 09분(UTC)에 시작하여 6일 04시 49(UTC)에 끝났다.(출처:

엄폐(occultation)

통과와 달리 엄폐는 지구와 가까이 있는 천체가 멀리 있는 천체보다 크게 보여 멀리 있는 천체를 완전히 가리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3 참조). 멀리 있는 천체가 별인 경우 성식이라고 하기도 한다. 보통 달이 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매우 드물게 행성간 엄폐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과 목성간 엄폐는 평균 174년에 한번씩 일어난다. 앞으로 가장 가까이 있을 엄폐는 금성과 목성간 엄폐이며 2065년 11월 22일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달에 의한 행성 엄폐는 1년에 약 15회 일어난다. 평균적으로, 수성의 경우 1년에 2.2회 발생하고 금성의 경우 2.0회 발생한다.

그림 3. 달에 의한 목성엄폐. 2005년 6월 16일 목성이 달에 가려지기 몇 분전 모습.()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을 가진 천체는 주변 시공간(space-time)을 휘게 하여 광학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광원에서 나온 빛이 천체를 지날 때 굴절디어, 광원인 천체가 여러 개로 보이거나 일그러져 보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밝기가 달라진다.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질량이 거의 한 곳에 있다고 가정할만하고, 광원이 천체가 지구-렌즈를 잇는 일직선 상에 놓이면 아인슈타인고리(Einstein ring)라고 불리는 동그란 고리(ring) 모양으로 보이게 되고, 약간 비껴서 놓이게 되면 여러 개의 상(image)를 만들거나 광원의 모양을 변형시킨다(그림 4 참조).

그림 4. 중력렌즈 현상. 멀리 있는 광원 앞을 중력렌즈가 지날 때 상이 달라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광원-렌즈-지구가 일직선 상에 놓일 때 아인슈타인 고리가 나타난다.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