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구

천구

[ Celestial sphere ]

천구는 관측자가 중심에 위치하고 반지름이 매우 큰 가상의 구이다. 관측자가 보는 별은 가깝든지 멀든지 상관없이 천구상의 한 점으로 투영된다. 천구상 점의 위치는 별의 방향을 나타내며, 두 개의 좌표로 표시할 수 있다. 두 좌표를 정하는 방법을 나타내는 좌표계에는 지평좌표계, 적도좌표계, 황도좌표계, 은하좌표계가 있다. 혼천의는 천구의 모형이고, 간의는 간단한 혼천의이다.

목차

정의와 명칭

그림 1. 천구. 천구의 극, 천구의 적도, 지평면, 북점과 남점, 동점과 서점, 시간권과 수직권이 설명되어 있다.(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지구의 자전축을 길게 연장하면 천구와 만나게 되는데 이를 각각 천구의 북극(celestial north pole, CNP)과 천구의 남극(celestial south pole, CSP)이라고 한다. 지구의 적도를 이으면 천구의 적도(celestial equator)와 만나게 된다(그림 1 참조). 마찬가지로 관측자의 머리 위 방향과 그 아래 방향으로 가상의 직선을 이어 만나게 되는 두점을 각각 천정(zenith)과 천저(nadir)라고 부른다. 천정과 천저에서 수직한 점들을 이을 때 만들어지는 면을 지평면(horizon)이라고 한다.

천문학에서는 하늘에 있는 천체들을 천구에 투영하여 나타낸다. 천구 상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는 천구의 중심 관측자를 연결하여 생기는 두 직선 사이의 각으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는 두 점을 잇는 대원(great circles)의 사잇각에 해당한다. 이와같이 천체의 위치에 관한 관계는 구면삼각법(spherical trigonometry)의 법칙들을 이용하여 기술하는데 이런 분야를 구면천문학(spherical astronomy)라고 한다.

그림 2. 천구의 적도와 황도. 춘분점, 하지점, 추분점, 동지점이 표시되어 있다.(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퀘이사(quasar) 나 먼 은하, 혹은 별들은 위치가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천구에 고정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태양이나 행성들은 천구 상에 투영되어 보이지만 별과 달리 천구상의 위치가 변한다. 행성이라는 이름이 이런 특징 때문에 생긴 것이다. 태양의 경우 1년동안 움직인 경로를 천구에 투영하면 가상의 대원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황도(ecliptic)라고 부른다(그림 2 참조). 황도는 천구의 적도와 @@NAMATH_INLINE@@23.5^\circ@@NAMATH_INLINE@@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적도를 두번 만나는데 태양이 천구의 적도보나 남쪽 반구에서 올라오면서 천구의 적도와 만나는 점을 춘분점(vernal equinox)이라고 하고 나머지 한 점을 추분점(autumnal equinox)이라고 한다.

그림 3. 중위도 지역에서의 출몰성 범위.(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천구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대원을 시간권(hour circles)이라고 하고, 천정과 천저를 잇는 대원을 수직권(vertical circle)이라고 한다(그림 1 참조). 천구의 극과 천정을 잇는 대원을 자오선(meridian)이라고 한다. 자오선과 지평면이 만나는 두 교점을 각각 북점과 남점이라고 하고 북점에서 지평면을 따라 수직한 곳을 각각 동점과 서점이라고 한다. 천구의 적도는 동점과 서점에서 지평면과 만나게 된다.

시간각(hour angle)은 자오선에서 천체가 속한 시간권까지 천구의 적도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측정한 각을 말한다. 항성시를 구할 때 주로 사용하며 남중한 별의 시간각은 0시이다.

천구 상에 위치한 천체들은 천구의 북극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일주운동(diurnal motion)이라고 한다. 중위도에서 관측하면 대부분의 별들은 동쪽 지평면에서 떠서 자오선을 지나, 서쪽 지평면으로 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별들을 출몰성이라고 한다(그림 3 참조). 천구의 북극에 가까운 별들은 천구의 북극을 중심으로 하늘에서 빙빙 도는 것처럼 보이고 지평면 아래로 지지 않는데 이런 별들을 주극성(circumpolar star)이라고 한다. 반대로 천구의 남극과 가까이 있는 별들은 지평면 위로 뜨지 않는데 이런 별들을 전몰성이라고 한다.

천구좌표계(Celestial coordinate systems)

그림 4. 적도좌표계.(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천구좌표계는 천구상 천체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구면 좌표계이다. 천구의 반지름을 무한대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천구 상에 투영된 천체를 나타내는 좌표계는 2차원이다. 따라서, 구면 좌표계에서는 두 개의 기준원이 필요하다. 기준원에 따라 적도좌표계(equatorial coordinate system), 지평좌표계(horizontal coordinate system), 황도좌표계(ecliptic coordinate system), 은하좌표계(galactic coordinate system)로 분류한다.

적도좌표계

그림 5. 지평좌표계.(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지구의 위경도 좌표계와 유사한 좌표계이다(그림 4 참조). 적도좌표계는 적경(right ascension)과 적위(declination)를 사용한다. 적경은 춘분점을 기준으로 천체가 속한 시간권까지 반시계방향으로 측정한 각이다. 적경은 춘분점으로부터 동쪽으로 0~24시(h)로 표시하며 @@NAMATH_INLINE@@\alpha@@NAMATH_INLINE@@로 나타낸다. 따라서, 1h는 15°에 해당한다. 적위는 지구의 위도와 비슷한 개념이고 @@NAMATH_INLINE@@\delta@@NAMATH_INLINE@@로 나타낸다. 천구의 적도에서 시작하여 수직하게 시간권을 따라 측정하며 북극 방향은 양수이고 남극 방향은 음수이다. 즉, 천구의 적도에 위치한 천체는 @@NAMATH_INLINE@@\delta=0^\circ@@NAMATH_INLINE@@ 이다. 천구의 북극은 @@NAMATH_INLINE@@\delta=90^\circ@@NAMATH_INLINE@@에, 남극은 @@NAMATH_INLINE@@\delta=-90^\circ@@NAMATH_INLINE@@에 해당한다.

지평좌표계

지평좌표계는 고도(altitude 또는 elevation)와 방위각(azimuth)을 사용한다(그림 5 참조). 고도는 지평면으로부터 그 천체까지 수직으로 수직권을 따라서 측정한 각이고, 방위각은 천체의 위치로부터 지평선에 내린 수직선과 지평선의 교점까지 기준점(북점 또는 남점)에서 시계 방향으로 측정한 각으로 나타낸다. 고도와 방위각의 기호는 각각 @@NAMATH_INLINE@@h@@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A@@NAMATH_INLINE@@이다. 또한 고도 대신 천정거리(zenith distance)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천정거리는 천정과 그 천체 사이의 각도로서, @@NAMATH_INLINE@@z=90^\circ-h@@NAMATH_INLINE@@ 이다.

황도좌표계

그림 6. 황도좌표계.(출처: 장헌영/이상성/천문학회)

황도좌표계는 적도좌표계와 유사한데, 황도와 춘분점을 기준으로 한다(그림 6 참조). 황도좌표계는 황경(ecliptic longitude)과 황위(ecliptic latitude)를 이용하여 위치를 나타낸다. 황경과 황위의 기호는 각각 @@NAMATH_INLINE@@\lambda@@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beta@@NAMATH_INLINE@@이다. 황경은 천체에서 황도로 수직으로 연결한 수선과 황도와의 교점까지 춘분점부터 동쪽으로 측정한 각이다. 황경은 @@NAMATH_INLINE@@0^\circ@@NAMATH_INLINE@@에서 @@NAMATH_INLINE@@360^\circ@@NAMATH_INLINE@@까지 측정한다. 황위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양의 값을, 남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음의 값을 갖는다. 황위는 @@NAMATH_INLINE@@0^\circ@@NAMATH_INLINE@@에서 @@NAMATH_INLINE@@\pm 90^\circ@@NAMATH_INLINE@@까지 측정한다. 황경과 황위는 모두 @@NAMATH_INLINE@@^\circ, ', ''@@NAMATH_INLINE@@로 나타낸다.

은하좌표계

그림 7. 은하좌표계.(출처: 장헌영/이상성/천문학회)

은하좌표계는 은경(galactic longitude)과 은위(galactic latitude)로 나타내는데 기호는 각각 @@NAMATH_INLINE@@l@@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b@@NAMATH_INLINE@@이다(그림 7 참조). 은경은 은하 중심 방향으로부터 은하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측정한 각거리이다. 은경은 @@NAMATH_INLINE@@0^\circ@@NAMATH_INLINE@@에서 @@NAMATH_INLINE@@360^\circ@@NAMATH_INLINE@@까지 측정한다. 은위는 은하 적도에서 은하 북극과 은하 남극 쪽으로 측정한 거리이다. 은위는 은하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양의 값을, 남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음의 값을 갖는다. 은위는 @@NAMATH_INLINE@@0^\circ@@NAMATH_INLINE@@에서 @@NAMATH_INLINE@@\pm 90^\circ@@NAMATH_INLINE@@까지 측정한다. 은경과 은위는 모두 @@NAMATH_INLINE@@^\circ, ', ''@@NAMATH_INLINE@@로 나타낸다.

혼천의(Armillary sphere) 와 간의

그림 8. 혼천의를 들고 있는 톨레미 초상(출처: ).

'혼천'이라는 단어 자체가 '둥근 하늘'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천의는 하늘의 모습, 즉 천구를 구현한 관측 도구이다(그림 8 참조). 전통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관측 기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혼천의이다. 이로써 별, 태양, 달이 천구에서 어떤 궤적을 따라 회전하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천구의 적도상으로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천구의 적도면, 경도를 측정하기 위한 경도면, 지평상의 거리를 재기 위한 지평면을 만들었기 때문에 혼천의는 세 개의 둥근 고리가 겹친 모양이다.

혼천의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별자리가 보이는지, 혹은 태양과 달, 행성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려주는 기구이다. 단순히 별자리 만을 표시한 천체구와는 차별된다. 기원전 3세기경 고대 그리스와 기원전 4세기경 중국에서 독립적으로 발명되어 사용되었고 중세기경 이슬람 문화권과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지구가 중심인 톨레미식과, 태양이 중심인 코페르니쿠스식이 있다.

그림 9. 만원권에 새겨진 혼천의.(출처: )

우리나라에는 1433년 6월 25일(세종 15년 음력 6월 9일)에 정초, 박연, 김진 등이 제작한 것이 처음이다. 현재 남아 있는 혼천의는 현종 10년(1669년)에 이민철과 송이영이 전의 것들을 개량하여 제작한 것이다(그림 9 참조). 국보 제 230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것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세종대왕릉에 있는 혼천의는 송이영의 혼천시계 중 혼천의 부분만 따로 2.5배 확대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이황과 송시열, 배상열, 홍대용의 혼천의가 현존하고 있다.

간의는 혼천의를 간소화한 것이다. 천구의 적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였기 때문에 혼천의인 육합의, 삼진의, 사유의 중에서 적도환과 백각환, 사유형만을 따로 떼어서 간의를 만들었다. 중국에서 혼천의가 실제로 관측에 사용된 것과 달리 조선에서는 혼천의를 천문시계로서 사용하였기 때문에 천체의 위치를 관측하는 데는 간의가 주로 사용되었다.

세종 15년(1433년)에는 경복궁 경회루 북쪽에 높이 약 6.3m, 길이 약 9.7m, 깊이 약 6.6m의 석조 노대를 쌓고 석난간을 둘러 대간의대를 설립하였는데 대간의를 설치하였다. 대간의대에는 혼천의, 혼상, 규표와 방위지정표인 정방안 등이 부설되었고 대의 서쪽에는 동표의 높이 약 8m 24cm의 거대한 규표가 세워졌다. 대간의대는 임진왜란 때 완전히 파괴된 채 복구되지 못했다.

보다 작고 편리하게 만든 소간의를 소간의대에 놓고 사용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