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

역행은 기준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행성의 천구 상 운동이다. 기준 방향은 서에서 동이다. 황도의 북극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반시계 방향이다. 그러므로 역행은 동에서 서로 움직이는 운동이다. 역행에는 실제 역행과 겉보기 역행이 있다. 관측자가 있는 지구의 운동에 상관 없는 역행은 실제 역행이고, 지구의 운동에 대한 상대적 운동 때문에 생기는 역행은 겉보기 역행이다. 역행은 행성의 공전운동에 주로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자전운동이나 세차운동에도 확장해서 적용된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지구에서 관측하면 천구 상에서 상당 기간 동안 태양의 연주운동(annular motion) 과 같은 방향인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데, 이 방향을 기준으로 외행성의 경우 충(opposition) 근처에 있거나 내행성의 경우 내합(inner conjunction)근처에 있으면 지구와의 공전속도 차이 때문에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것처럼 관측되는데 이때 행성은 '역행한다'고 한다. 겉보기 운동이 역행에서 순행으로 바뀌거나 순행에서 역행으로 바뀌는 때를 유라고 한다.

그림 1. 화성의 겉보기 역행 모습. 2003년 8월 1일경과 10월 1일 경 사이에 화성은 역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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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들은 케플러 제3법칙에 의해 태양에서 멀수록 느리게 공전한다. 따라서, 지구보다 느리게 공전하는 외행성이 충 근처에 있으면 천구 상에서 적경이 감사하는 방향인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관측된다(그림 2 참조). 평균적으로 화성은 25.6개월마다 72일동안, 목성은 13.1개월마다 121일동안, 토성은 12.4개월마다 138일동안, 천왕성은 12.15개월마다 151일동안, 해왕성은 12.07개월마다 158일동안 역행한다.

그림 2. 외행성이 역행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 (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내행성의 경우 역시 행성이 내합 근처에 오면 지구보다 빠르게 공전하기 때문에 천구 상에서 배경별에 대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관측된다(그림 3 참조). 평균적으로 금성은 19.2개월마다 41일동안, 수성은 3.8개월마다 15일동안 역행한다. 수성의 경우 공전궤도이심률이 크기 때문에 역행하는 기간은 변화가 크다.

그림 3. 내행성이 역행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 (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일반적으로 역행은 기준으로 정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4 참조). 자전, 공전, 세차운동(precession)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계에서 어느 행성의 자전축 경사 방향이 공전축과 90° 이상인 경우나 공전궤도면이 적도면에 대해 90°이상 기울어져 있는 경우 '역행한다'고 한다(그림 1 참조).

많은 경우 혜성의 공전과 금성과 천왕성의 자전은 태양계의 주요 행성과 비교할 때 역행이다. 태양계나 은하계 등이 형성될 때, 하나의 기체구름(gas cloud)에서 만들어진다면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거나 자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역행한다는 것은 자체적으로 충돌 등의 중력섭동을 받았거나 형성의 기원이 같지 않고 다른 곳에서 형성된 채 중력에 의해 포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격탐사(remote sensing)를 목적으로 하는 인공위성(artificial satellite))의 경우 특정한 관측지의 방문주기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궤도경사각(orbital inclcination)이 90° 이상인 극궤도를 도는 경우가 많다.

그림 4. 붉은점으로 표시된 것이 역행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