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운동

세차운동

[ precession motion ]

세차(precession)란 회전 운동하는 물체의 회전축이 도는 운동을 일컫는다. 회전하는 팽이의 회전축이 연직 방향에 대하여 기울어져 있으면, 팽이의 무게에 의하여 돌림힘(torque, 토크)이 작용한다. 이 때에 팽이의 회전축은 연직 방향에 대하여 돌게 되는데 이 운동을 세차라고 부른다(그림 1). 또한 팽이는 연직 방향으로 고개를 끄덕이듯이 운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운동을 장동(nutation)이라고 말한다.

그림 1. 지구의 자전(rotation 또는 spin), 세차(precession), 장동(nutation)의 개략적인 모습. 자전(R)은 항성에 대하여 23시간 56분의 주기로 일어나고, 세차(P)는 2만6천년에 1회전을 한다. 장동(N)은 자전축이 극방향으로 끄덕이는 운동을 뜻한다.(출처: 이희원/한국천문학회)

목차

세차운동의 소개

세차운동의 어원과 원인

'precession'이라는 영어는 미리 또는 앞서서라는 의미의 접두어 pre와 진행의 의미를 갖는 cession이 결합한 말로 라틴말 'praecedere'에서 유래한다. 태양이 항성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돌기에 앞서 분점에 약 50각초 앞서 도달해 있는 현상을 표현한다. 자전하는 지구는 달과 태양으로부터 돌림힘을 받고 있다. 돌림힘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지구가 자전에 의하여 적도 부분이 부풀고, 지구의 자전축이 황도면과 백도면에 대하여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축에 수직인 면인 천구의 적도면과 황도면이 만나는 교선이 세차에 의하여 달라지므로 지구 자전축의 세차를 춘분점 세차(precession of the equinoxes)라고도 말한다. 관측된 지구의 세차운동의 크기는 1년에 50.25각초이며, 주기는 2만5천772년이다.

춘분점과 적도좌표의 변화

천구에서 항성의 위치를 표현할 때에 많이 사용하는 좌표계가 천구 좌표계이다. 천구 적도좌표계는 지구의 적도면을 연장하여 천구의 적도면으로 삼고 춘분점의 위치를 경도의 기준으로 잡아 항성의 위치를 적경과 적위로 나타낸다. 지구 자전축의 세차 때문에 춘분점의 위치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계속 달라지므로 천구의 고정된 위치에 있는 천체의 적경과 적위는 해마다 달라진다. 이에 따라 천구 적도좌표계를 써서 천구의 고정된 위치를 가리키기 위해서는 기준 연도를 정하고 이 때의 춘분점으로부터 적경과 적위를 나타내야 한다.

타원 궤도의 세차운동

회전 운동의 축이 달라진다는 의미를 확대하여 타원 궤도 운동하는 천체에서 타원의 장축 혹은 단축의 방향이 달라지는 운동도 세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성이 그리는 타원 궤도 장축의 회전은 근일점의 이동과 같은 의미이다. 특히 수성의 근일점 전진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이다. 테일러-헐스 펄사나 혹은 이중 펄사와 같이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계에서는 일반상대론적 효과가 매우 커서 근성점의 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원자의 세차운동

물리학 분야에서는 전자나 핵자의 스핀이 외부에서 가한 자기장에 의하여 회전하는 세차 운동이 중요하다. 특히 핵자 스핀의 세차에 의한 공명 현상을 활용하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기법은 의료 영상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세차운동의 역사적 기록

지구 자전축의 세차운동에 대한 기록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지은 알마게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알마게스트에서는 히파르쿠스를 언급하면서 이미 태양의 항성 주기가, 365.25일을 초과하는 데에 비하여 분점을 기준으로한 회귀년의 길이는 365.25일보다 짧다는 사실이 기술되어 있다.천동설을 확립하여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을 집대성한 이 저서에는 히파르쿠스가 저술한 'On the Displacement of the Solsticial and Equinoctial Points'와 'On the Length of the Year'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으며, 여기에서 히파르쿠스는 스피카와 레굴루스의 위치가 이전 기록에 대하여 달라져 있음을 알아냈다고 적고 있다. 스피카의 위치가 티코카리스가 남긴 기록과 비교하여 추분점에 대하여 150년 동안 약 2도 움직인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림 2. 지구 자전축 세차운동에 의하여 나타나는 북극점 위치의 시간에 따른 변화. 약 12,000년이 지나면 거문고 자리의 직녀성이 천구의 북극에 가깝게 위치한다.()

세차 운동과 천구 북극의 위치 변화

그림 2는 천구에서 지구 자전축을 연장한 곳인 천구의 북극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현재 북극성이 천구의 북극에 약 1도 떨어져 있지만 약 3200년이 지나면 Gamma Cephei가 북극의 위치를 가리킬 것이다. 약 8000년 후에는 백조 자리의 데네브가, 그리고 약 1만2천년이 지나면 거문고 자리의 직녀별이 천구의 북극에 가깝게 자리하게 된다.

그림 3. 적도가 부풀어 오른 지구에 태양의 차등 중력 혹은 기조력에 의한 돌림힘이 작용하여 지구 자전축의 세차가 일어난다. 달의 기조력이 태양의 기조력보다 약 2배 강하므로 달에 의한 영향이 약2배 더 크다. (출처: 이희원/한국천문학회)

세차운동의 물리학

지구 자전축의 세차 혹은 춘분점 세차는 달과 태양의 기조력에 의한 돌림힘이 주요한 원인이다. 지구의 자전 각속도를 @@NAMATH_INLINE@@\Omega_{\odot}@@NAMATH_INLINE@@이라고 하면 개략적으로 지구의 적도 부분이 극방향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부풀어 오른 대체적인 비율은 @@NAMATH_DISPLAY@@\begin{equation} \epsilon \sim {R_\oplus\Omega_\oplus^2\over g}={R_\oplus^3\Omega_\oplus \over GM_\oplus}\sim 1/300 \end{equation}@@NAMATH_DISPLAY@@ 이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R_\oplus@@NAMATH_INLINE@@은 지구의 질량, @@NAMATH_INLINE@@\Omega_\oplus@@NAMATH_INLINE@@는 지구의 자전 각속도, @@NAMATH_INLINE@@g@@NAMATH_INLINE@@는 지구 표면의 평균 중력가속도이다. 학문적으로 더 엄밀한 논의를 하면 밀도가 균일한 천체의 경우 자전에 의한 팽창률은 위에서 구한 표현의 5/4의 값을 구할 수 있다. 세밀한 계산에는 핵과 맨틀을 포함하는 복잡한 지구의 내부 구조를 감안해야 한다.

지구 자전축의 세차가 수만년의 시간 규모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아주 개략적인 계산은 다음과 같다. 질량 @@NAMATH_INLINE@@m@@NAMATH_INLINE@@인 달이 적도가 부풀어 오른 지구에 주는 기조력은 근사적으로 @@NAMATH_INLINE@@G\epsilon M_\oplus m/D^3@@NAMATH_INLINE@@이고 @@NAMATH_INLINE@@D@@NAMATH_INLINE@@는 지구 중심과 달 중심 사이의 거리이다. 기조력에 의한 돌림힘의 개략적인 값 @@NAMATH_INLINE@@ \tau \sim {R_\oplus^2 G\epsilon M_\oplus m\over D^3}@@NAMATH_INLINE@@이 세차를 일으킨다고 하면 세차운동의 각속도 @@NAMATH_INLINE@@\Omega_P@@NAMATH_INLINE@@는 @@NAMATH_DISPLAY@@\begin{equation} \Omega_P \sim {\tau\over I_\oplus \Omega_\oplus}\sim {M_m\over M_\odot}{R_\oplus^3\over D^3}\Omega_\oplus \end{equation}@@NAMATH_DISPLAY@@ 와 같이 적을 수 있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I_\oplus@@NAMATH_INLINE@@는 지구의 회전 관성으로서 지구의 질량@@NAMATH_INLINE@@M_\oplus@@NAMATH_INLINE@@ 과 지구 반지름 @@NAMATH_INLINE@@R_\oplus@@NAMATH_INLINE@@의 제곱을 곱한 값에 비례하며 여기에 지구 자전 각속도 @@NAMATH_INLINE@@\Omega_\oplus@@NAMATH_INLINE@@를 곱한 값이 지구 자전의 각운동량에 해당한다.

지구를 균일한 타원체로 보고 조금 더 정교한 계산을 하면 지구 자전축의 세차 각속도@@NAMATH_INLINE@@{d\phi_P/ dt}@@NAMATH_INLINE@@는

@@NAMATH_DISPLAY@@\begin{equation} \Omega_P =-{3\over2} {\epsilon\cos\theta\over\Omega} \left[ {GM_{M}\over D_1^3}+{GM_{\odot}\over D_2^3}\right] \end{equation}@@NAMATH_DISPLAY@@

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M_M, M_\odot@@NAMATH_INLINE@@은 달과 태양의 질량, @@NAMATH_INLINE@@D_1@@NAMATH_INLINE@@과 @@NAMATH_INLINE@@D_2@@NAMATH_INLINE@@는 지구-달 사이의 거리, 지구와 태양의 거리이다. 달에 의한 지구의 세차운동 효과가 해에 의한 효과의 2.1배에 달한다.

공전 궤도의 세차

고전역학적 세차

뉴턴은 두 천체가 거리에 비례하고 두 천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면 두 천체의 궤도가 타원 궤도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여기에는 운동이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른다는 가정을 한다. 만약에 다른 천체로부터 힘을 받게 되면 공전 궤도는 타원 궤도로부터 어긋나게 된다. 태양계에서 행성의 궤도는 태양의 질량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태양의 만유인력에 의하여 타원 궤도를 그리지만 여러 행성들이 서로 인력을 작용하기 때문에 타원 궤도로부터 약간 어긋난다. 궤도의 어긋남은 태양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인 근일점의 위치가 달라짐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 궤도의 근일점 위치 변화를 세차(apsidal precess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상대론적 세차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적용하면 천체의 궤도는 타원 궤도와 다르다. 중력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상대론의 효과 역시 작지만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계와 같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이 효과 역시 크게 나타난다. 수성의 경우 근일점의 위치가 100년에 575각초 전진하며, 다른 행성의 인력 혹은 섭동에 의한 효과가 532각초이며 일반상대론적 효과가 42각초를 차지한다. 특히 일반상대론에 의한 효과에 의하여 공전 1회마다 일어나는 근일점 전진에 의한 각위치 변화@@NAMATH_INLINE@@\delta\phi@@NAMATH_INLINE@@는 라디안을 단위로

@@NAMATH_DISPLAY@@\begin{equation} \delta\phi = {24\pi^3 a^2\over T^2c^2(1-e^2)} \end{equation}@@NAMATH_DISPLAY@@

로 주어지고 여기에서 @@NAMATH_INLINE@@a@@NAMATH_INLINE@@는 공전 궤도의 장축 반지름, @@NAMATH_INLINE@@e@@NAMATH_INLINE@@는 공전 궤도의 이심률, @@NAMATH_INLINE@@T@@NAMATH_INLINE@@는 공전 주기이다. 천체의 공전 속력 @@NAMATH_INLINE@@v=2\pi a/T@@NAMATH_INLINE@@로 주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력이 약한 경우 일반 상대론적 효과를 개략적으로 @@NAMATH_INLINE@@v^2/c^2@@NAMATH_INLINE@@라고 적을 수 있다.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펄사 쌍성계인 헐스-테일러 펄사( PSR 1913+16)는 두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계로서 의 경우 1년에 4.2도의 근성점 세차를 한다. 이 쌍성계를 구성하는 두 중성자별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1.4배이며 공전 주기가 7.75시간이다. 이중 펄사로 알려진 PSR J0737-3039는 태양 질량의 1.34배인 중성자별과 1.25배인 중성자별의 이중성계로서 두 중성자별 모두 전파 펄스를 방출한다. 이 쌍성계는 공전 궤도 주기가 약 2.45시간이며 1년에 약 17도에 이르는 근성점 전진을 나타낸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회전하는 천체는 주변 시공간을 함께 휘감는 효과를 일으키며 이에 따라 회전하는 팽이의 회전축이 세차한다. 이 현상을 Lense-Thirring 효과라고 부르며 Gravity Probe B라고 부르는 실험에서 지구 자전에 의하여 휘감긴 시공간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 실험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형 자이로스코프를 탑재한 인공 위성이 지구를 공전할 때에 일어나는 자이로스코프의 회전축 변화를 면밀히 살펴 보았다. 휘감긴 시공간 효과 때문에 예측되는 Lense-Thirring 효과는 1년 당 39밀리각초의 아주 작은 각이며, Gravity Probe B에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