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

자전

[ rotation ]

그림 1. 북극성 주변 별들의 일주운동.(출처: 전영범/한국천문학회)

지구의 자전은 지구가 남극과 북극을 잇는 선을 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현상이다. 밤과 낮이 발생하는 원인이며, 별의 일주운동(diurnal motion)으로 나타난다(그림 1 참조). 태양을 기준으로 했을 때 24시간마다 한바퀴씩 돌지만, 별을 기준으로 하면 23시간 56분 4초마다 한바퀴씩 회전한다. 자전 속도는 (the Moon)의 조석력(tidal force) 때문에 계속 느려지고 있다. 원자 시계를 기준으로 하는 현대적 하루를 기준으로 하면 1세기 전 하루의 길이는 현재보다 약 1.7 밀리초 짧다.

필로라우스(Philolaus)처럼 지구가 자전한다고 제안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정된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구라고 일주운동을 설명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생각은 서양 세계에서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서기 499년 인도의 천문학자 아리아바타(Aryabhata)가 지구의 자전을 주장하기도 하였고, 중세 아랍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자전을 받아들인 것 같다. 서양에서는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태양중심설을 제안하던 16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서 지구의 자전이 과학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측적인 면에서는 뉴턴(Issak Newton)이 예측했던 납작한 지구의 모양을 확인한 1730년대 프랑스의 모페르투이(Pierre Louis Moreau de Maupertuis)가 크게 기여하였다. 1851년에 진자의 회전면이 회전한다는 것을 보인 푸코(Jean Bernard Léon Foucault)가 지구 자전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였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진자의 회전면이 위도에 따라 다른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목차

자전의 증거

그림 2. 파리 판테온에 설치된 푸코의 진자.()

푸코는 1851년 파리의 판테온 사원의 천장에 길이 67m의 추를 달고 진동시켰다. 진자의 진동면은 시계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여 한바퀴를 돌았다. 진자는 관성에 의해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진자의 진동면이 회전한다는 것은 관찰자가 회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지구 자전의 또 다른 증거는 전향력이다. 전향력(Corioli's force)은 지구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진향방향이 북반구에보면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 보면 왼쪽으로 치우쳐 보이게 하는 가상의 힘이다.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는데 물체의 진향 방향이 휘어지는 것은 지구가 정지해 있고 천구가 회전한다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극궤도(polar orbit)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궤도는 관성계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지구에서 관찰하는 관측자에게는 궤도면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도는 것처럼 보인다.이것 역시 지구 자전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전주기

그림 3. 항성일과 진태양일.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약 1 ° 정도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이 남중한 후 다시 남중하려면 약 1 ° 정도 더 회전하여야 한다.(출처: 장헌영/이지원/천문학회)

관성계에서 자전 속도는 1 평균태양초당 7.2921 @@NAMATH_INLINE@@\times 10^{-5}@@NAMATH_INLINE@@ 라디안이며, 이를 지구의 적도 반지름를 고려하여 자전속도로 환산하면 465.1 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이다.

태양이 위 자오선을 통과한 후 다시 위 자오선을 통과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진태양일(true solar day) 혹은 시태양일(apparent solar day)이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 뿐 아니라 공전을 고려한 하루이기 때문에 1 항성일보다 약 4분 정도 길다(그림 3 참조). 타원궤도(elliptical orbit)와 궤도경사각(inclination)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근일점(perigee)에서는 공전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진태양일이 가장 길고 원일점(apogee)에서는 진태양일이 가장 짧다. 하지날(summer solstice)이나 동지날(winter solstice)에는 춘분날(vernal equinox)이나 추분날(autumnal equinox)보다 길다.

진태양일의 길이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평균하여 사용하는데 이를 평균태양일(mean solar day)이라고 한다. 1 평균 태양일은 86400 초이다. 진태양일과 평균태양일을 표시하는 진태양시와 평균태양시의 차를 균시차(equation of time)이라고 한다.

천구에 고정된 별을 기준으로 지구가 한바퀴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항성일(sidereal day)이라고 한다. 1 항성일은 0.99726956632908 평균태양일이다.

달의 조석력 때문에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100년에 약 0.0017초 정도 느려지는 셈이다. 이런 역학적 효과 외에 지구에서 큰 지진, 빙하의 용해 등이 발생하면 불연속적으로 자전 속도가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2004년에 인도네이사의 수마트라(Sumatra)에서 발생한 지진이 하루의 길이를 약 2.68 마이크로초 정도 짧게 했다고 한다.

자전축 방향과 경사각 변화

그림 4. 밀란코비치 주기. 남극 빙하에서 얻어낸 과거 기후 자료를 보면 일정한 주기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자전축이 약 26000년마다 세차운동(precession)을 하는데 13000년 후 근일점에서 북반구의 여름이 되는 방향으로 자전축이 달라지면 지금보다 계절의 변화가 심해지고 자전축이 춘분점과 추분점 근처에서 원일점(aphelion)과 근일점(perihelion)이 일어나도록 변한다면 북반구와 남반구는 계절 차이가 비슷해 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전축은 경사각이 41000년 주기로 21.5°와 24.5°사이에서 변하는 장동운동(nutation)을 한다. 자전축 경사가 증가하면 여름에는 더 많은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고 겨울에는 더 적게 받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태양 복사 에너지의 차이가 커진다. 현재는 이 경사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겨울을 따뜻하게,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 자전축 경사와 방향의 변화가 지구 공전 궤도의 이심률 변화와 함께 지구의 장주기 기후 변화 패턴을 결정한다는 이론을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c)는 제시하였다(그림 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