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법칙

케플러법칙

[ Kepler's Law ]

케플러법칙은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밝힌 행성의 운동에 관한 세 개의 경험적 법칙이다.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Kepler-行星運動法則, Kepler's laws of planetary motion)이라고도 한다. 케플러는 뉴턴(Isaac Newton)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기 약 70년 전에, 브라헤(Tycho Brahe)가 평생 동안 행성들을 관측하고 축적한 자료들을 분석하여, 1609년에 제1법칙과 제2법칙을 발표했고, 제3법칙은 약 10년이 지난 1619년에 발표했다.

  • 제1법칙 : 행성은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그리면서 공전한다.(타원궤도의 법칙)
  • 제2법칙 :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분이 같은 시간 동안 쓸고 지나가는 면적은 항상 같다.(면적속도 일정의 법칙)
  • 제3법칙 :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궤도의 장반경(궤도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조화의 법칙)

대부분의 행성은 원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케플러는 브라헤가 남긴 화성에 대한 정밀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궤도를 계산해 화성이 타원을 따라 운동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케플러의 법칙이 유명한 것은 만유인력의 법칙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에 오직 관측 자료를 기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약 70년이 지난 후, 아이작 뉴턴은 자신이 발견한 운동 법칙과 케플러법칙 등을 기반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유도해냈다. 즉, 케플러가 기술한 태양계의 행성의 운동은 뉴턴의 법칙에 따르는 두개의 질점(모성과 위성)간의 상호작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은 태양과 행성 사이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행성과 그 위성(인공위성 포함), 위성과 이를 공전하는 손자 위성 사이에도 성립한다.

목차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와 다른 점

케플러법칙은 코페르니쿠스(Nicholas Copernicus)의 태양중심설(지동설)과 비교된다. 중세 우주관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건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 주창이다. 그는 1543년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aelestium)>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지배적이던 우주관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지구중심설)을 부정하고, 구형의 지구가 태양 주변을 1년 주기로 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도 허점은 있었다. 천동설보다 개념적으로 단순하기는 했지만 실제 천체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에는 천동설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졌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는 여전히 천체들이 완전한 원운동을 한다고 고집했으며 천체들이 수정구에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상의 비밀을 보다 정확하게 세상에 내보인 사람은 독일의 케플러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세 가지 법칙, 즉 케플러 법칙으로 행성운동을 정리했으며, 특히 행성의 타원궤도라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플라톤 시절부터 원운동은 가장 완벽한 운동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천체가 원운동에서 벗어난 운동을 한다는 상상을 해 본 사람은 케플러 이전에 아무도 없었다. 코페르니쿠스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케플러 자신도 처음에는 원운동을 가정하고 브라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면밀한 관측과 계산으로 행성의 운동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며, 궤도 또한 원이 아닌 타원이라고 밝혀냈다. 케플러법칙은 후일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궤도운동의 설명

행성의 운동을 태양 중심 극좌표로 표현하면 케플러의 운동법칙을 간단하게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물론 만유인력 법칙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면 케플러의 1,2 법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통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에 대한 설명.(1) 첫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2를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이고, 두 번째 행성의 공전궤도는 F1과 F3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이다. 태양은 여기서 초점 F1에 있다.(2) 행성이 같은 시간 동안 휩쓸고 지나가는 음영으로 표시된 두 영역 A1과 A2는 면적이 같다.(원본: )

제1법칙(타원 궤도의 법칙)

케플러의 제1법칙은 궤도의 법칙이라고 한다. 행성의 공전궤도는 타원 모양이다. 태양은 타원의 두 개 초점 가운데 하나에 위치한다. 지구와 화성은 타원궤도를 공전하지만 모두 원궤도에 가깝다. 지구의 경우 장반경에 대한 단반경의 비율이 99.986%이고 화성은 99.566%이다. 맨눈으로 관측한 결과로 이 정도의 타원궤도를 끄집어 낸 케플러(그리고 브라헤)의 공적은 자연에 대한 엄밀한 관측과 그 결과로부터 자연법칙을 도출했다는 측면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모범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제2법칙(면적속도 일정의 법칙)

케플러의 제2법칙은 케플러 넓이 법칙(Kepler's law of areas)이라고 한다. 행성의 궤도운동 속도가 일정치 않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러나 이 사실은 케플러가 타원궤도를 제시하기 전부터 알려졌다. 행성이 원운동을 하면 행성과 태양과의 거리는 언제나 일정하다. 그러나 타원궤도일 경우 행성과 태양의 거리는 수시로 변하여, 근일점에서 가장 가깝고, 원일점에서 가장 멀다. 한편 행성의 궤도운동 속도는 근일점에서 빠르고, 원일점에서 느리다. 따라서 태양과 행성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분이 같은 시간 동안 쓸고 지나가는 면적이 항상 같게 된다.

제3법칙(조화의 법칙)

케플러의 제3법칙은 주기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행성의 공전주기와 장반경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공전주기는 궤도의 장반경이 클수록 커지는데,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궤도의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그림 2, 표1 참조). 이를 이용하면 어떤 행성의 주기만으로 태양에서 행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이 법칙은 관측 가능한 모든 행성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조화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그림 2.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바탕으로 설명한 케플러의 세 번째 법칙. (출처: )

표 1. 케플러의 제3법칙을 보여주는 행성들의 장축과 주기 비교표.
행성 장축[AU] 주기[days] @@NAMATH_INLINE@@(장축^3/주기^2) \times 10^6@@NAMATH_INLINE@@
수성 0.38710 87.9693 7.496
금성 0.72333 224.7008 7.496
지구 1 365.2564 7.496
화성 1.52366 686.9796 7.495
목성 5.20336 4332.8201 7.504
토성 9.53707 10775.599 7.498
천왕성 19.1913 30687.153 7.506
해왕성 30.0690 60190.03 7.504

행성의 가속도운동

태양중심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는 행성들이 원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이전의 모든 자연철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의 움직임은 조물주의 영역이고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행성들이 완벽한 원운동을 한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했다. 뉴턴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원운동은 가속도운동의 일종이다. 공전속도(회전속도)가 같더라도 방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여기서, 행성이 멀리 달아나려는 힘을 원심력, 태양이 당기는 힘을 구심력이라고 한다. 원운동은 모성인 태양과 행성, 그리고 이들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완벽하다면 원운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평형상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까운 다른 행성이나 멀리 있는 별들 모두 중력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성의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브라헤)하고 분석(케플러)하면 이러한 완벽한 평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타원운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타원궤도를 그리는 행성의 운동은(1)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다면 행성은 태양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속도가 느려지고,(2) 속도가 계속 느려지다 보면 가속도의 크기가 작아져, 결국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작아지게 된다.(3)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작으면 행성은 태양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속도가 빨라진다.(4) 속도가 계속 빨라지다 보면 가속도의 크기도 커져서, 결국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커진다. 이 때 최저 속도는 추락속도보다 작으면 안 되고, 최고 속도는 탈출속도의 범위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성인 태양에 추락하거나, 모성에서 아주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