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황도

[ ecliptic ]

지구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동안 천구에 투영된 태양의 겉보기 경로이다(그림 1 참조). 지구가 하루에 (360/365.25)°씩 반시계 방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은 천구 상에서 서에서 동쪽으로 하루에 약 1°씩 움직이는 겉보기 연주운동(annual motion)을 한다. 황도는 태양의 이런 운동 경로이다. 지구의 공전 궤도면이 천구와 교차하는 대원(great circle)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천구의 적도(Celestial equator)와 약 23.5° 기울어져 있다. 천구의 적도와 만나는 두 점은 춘분점추분점이고 분점에서 90° 떨어진 두 점은 하지점과 동지점이다.

황도는 황도좌표계(ecliptic coordinate system)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춘분점에서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0°에서 360°까지의 각으로 표시하는 황경(ecliptic longitude)과, 황도면에서부터 잰 위도인 황위(ecliptic latitude)로 표시한다. 황위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 기호를, 남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기호를 붙이고, 0°에서 90°까지의 각으로 표시한다.

그림 1. 태양을 중심으로 겅전하는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의 겉보기 위치가 배경별에 대해 이동하는 모습. 태양의 연주운동이 황도를 정의한다. ()

목차

황도좌표계

황도좌표계는 황도와 춘분점을 기준으로 정의하는 좌표계로서 태양계에 속한 천체의 위치를 기술할 때 편리하게 이용된다(그림 2 참조). 황경과 황위의 기호는 각각 λ와 β이다. 황경은 천체에서 황도로 수직으로 연결한 수선과 황도와의 교점까지 춘분점부터 동쪽으로 측정한 각이다. 황경은 0°에서 360°까지의 각으로 표시한다. 황위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양의 값을, 남쪽에 위치한 천체에 대해서는 음의 값을 갖는다. 황위는 0°에서 ±90°까지의 각으로 표시한다. 황경과 황위는 모두 °로 나타낸다.

그림 2. 황도 좌표계(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황도 변화

행성세차

천구의 적도면과 황도면의 교점으로 정의되는 춘분점의 위치가 이동하는 것을 세차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이 태양과 달의 중력효과 때문에 약 26000년을 주기로 황극(ecliptic pole)에 대해 원운동하는데, 이러한 세차운동은 지구의 적도반지름이 극반지름에 비해 약간 커서 발생한 돌림힘 때문에 발생한다. 매년 약 50초 정도 이동하는 이러한 일월세차(lunisolar precession)외에도 태양계의 행성들 때문에 황도면 자체가 중력 섭동을 받아 춘분점의 위치가 적도면을 따라 지구의 공전 방향으로 매년 0.11초씩 이동하는데 이 현상을 행성세차(planetary precession)라고 한다.

2006년에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 은 일월세차를 적도의 세차운동(precession of the equator)으로, 행성세차를 황도의 세차운동(precession of the ecliptic)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 둘을 모두 고려한 세차를 일반세차(general precession)이라고 한다.

황도 경사각

지구의 적도면과 공전 궤도면 사이의 각이며, 자기의 자전축과 공전축 사이의 각도인 자전축 기울기(obliquity)와 같다. 이 값은 현재 약 23.5° 이며 100년당 0.013°씩 감소하고 있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는 약 41,013년을 주기로 22° 38′에서 24° 21′로 변하고 있는데 다른 행성과 비교할 때 변동폭이 작고 안정적인 이유는 달의 영향 때문이다.

1984년 이후 미국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PL)은 역서(Astronomical Almanac)의 기본 천체력(fundamental ephemeris)을 제공하고 있다. 장동을 고려하지 않은 평균 황도 경사각은 다음 식을 이용하여 계산되고 있다:

@@NAMATH_DISPLAY@@ \epsilon=23^\circ 26' 21''.45-46''.815 T-0''.0006 T^2+0''.00181 T^3 @@NAMATH_DISPLAY@@

여기에서 T는 J2000.0부터 측정한 쥴리안 세기(Julian centuries)이다.

밀란코비치 가설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는 지구의 공전궤도 이심률과 자전축 기울기 변화, 그리고 세차운동이 지구의 기후 변화 패턴을 결정한다는 수학적인 가설을 제안했다(그림 3 참조). 예를 들면, 황도와 천구의 자전축이 이루는 각이 증가하는 경우 여름에는 많은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고 겨울에는 적게 받으면서 계절에 따른 태양 복사 에너지의 진폭이 증가한다는 식이다.

그림 3. 밀란코비치 가설. 파란색 선은 황도 경사각을, 녹색 선은 이심률을, 보라색 선은 근일점 경도를, 붉은색 선은 세차운동 지수를 나타낸다. 가장 아래 두 선은 과거 기후를 나타내는 선이다. ()

황도12궁

황도12궁은 황도가 지나가는 12개의 별자리를 의미한다. 1930년에 국제천문연맹(IAU)에 의해 재정의된 별자리의 경계로 인하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땅꾼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를 지나지만, 전통적으로 땅꾼자리를 제외한 12개의 별자리를 황도 12궁이라고 부른다. 현대의 12개 별자리가 황도12궁의 개념으로 한자리에 나타난 것은 BC3900년 경 수메르의 기록이 최초이다. 태양이 머무는 날짜를 따라 탄생 별자리를 정하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탄생 별자리는 히파르코스 시대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세차운동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와 현재 볼 수 있는 별자리 위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춘분날 태양은 양자리가 아니고 물고기자리에 위치한다. 춘분점은 황소자리에 위치하다가 예수 탄생 당시에는 양자리로 이동했고, 현재 물고기자리에 속하게 되었다. 이때 태양이 위치한 별자리는 지구에서 볼 수 없고 지구에서는 밤에 그 반대편에 있는 처녀자리가 보이기 때문에, 물고기자리가 아니고 처녀자리가 봄철 별자리이다(그림 4 참조).

별자리의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제 태양이 각 별자리를 지나는 시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처녀자리는 전갈자리보다 다섯 배 많은 황도의 경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점을 칠 목적으로 별자리를 바로 사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점성술에서는 실질적인 정확한 위치보다는 2000년 넘게 이어져 온 옛날 별자리 표를 이용하여 황도대를 30°씩 균등하게 나누어 관습적으로 행성의 경로를 예측하는데 사용했다.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의 움직임을 나타낼 때 각각의 구간에 해당하는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지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실제 태양과 행성의 위치와는 관계가 없다. (영어에서는 zodiac constellation과 zodiac sign이라고 표현한다.)

황도가 지나가는 별자리
별자리 라틴어 이름 기호 태양이 머무는 기간
양자리 Aries 4월 19일~5월 13일(25일)
황소자리 Taurus 5월 14일~6월 19일(37일)
쌍둥이자리 Gemini 6월 20일~7월 21일(31일)
게자리 Cancer 7월 21일~8월 9일(20일)
사자자리 Leo 8월 10일~9월 15일(37일)
처녀자리 Virgo 9월 16일~10월 30일(45일)
천칭자리 Libra 10월 31일~11월 22일(23일)
전갈자리 Scorpius 11월 23일~11월 29일(7일)
땅꾼자리 Ophiuchus 11월 30일~12월 17일(18일)
궁수자리 Sagittarius 12월 18일~1월 18일(32일)
염소자리 Capricornus 1월 19일~2월 15일(28일)
물병자리 Aquarius 2월 16일~3월 11일(24일)
물고기자리 Pisces 3월 12일~4월 18일(38일)

그림 4.황도 12궁. 태양의 위치와 그 시기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를 나타낸다. (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황도광

황도광(zodiacal light)은 태양빛이 황도면에 분포하는 행성간 먼지에 반사되어 나타난 현상이다(그림 5 참조). 태양의 확장된 F-코로나로 알려져 있다. 황도광에는 방출광과 산란광이 있다. 방출광은 행성간 먼지가 적외선 영역에서 내는 빛이고 산란광은 태양에서 나온 가시광선을 산란시켜 내는 빛이다. 흔히 황도광이라하면 황도 산란광을 의미하지만, 우주배경복사 등의 적외선 관측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황도 방출광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도광의 밝기는 태양에서 가까울수록 밝고 멀어질수록 어둡기 때문에 천문박명(astronomical twilight)이 끝난 후 서쪽하늘 또는 천문박명이 시작하기 전 동쪽하늘 지평선 부근에서 밝게 보인다. 중위도 지역에서는 봄철(춘분 전후)에 서쪽 지평선 부근에서, 가을철(추분 전후)에 동쪽 지평선 부근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 황도가 지평선과 거의 수직이고 은하수의 방해가 없기 때문이다. 황도면상의 태양과 반대쪽(anti-solar point)에서 약간 밝은 빛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대일조(counter glow)라 부른다. 이는 행성간 입자의 후방 산란 특성에 기인한다.

그림 5. 파라날에서 관측한 황도광.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