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Homo sapiens sapiens ]

현생인류를 말하며 해부학적 관점에서 현대인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지닌 최초의 고인류 화석이다. 옛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의 진화는 형질인류학에서 흔히 대전이라고 불리는 과정적 사건이다. 이 대전이(大轉移)는 대략 4만년에서 3만년 전 사이에 걸쳐 일어났다.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화석자료는 단편적인데, 구체적인 전이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중동지방과 중동부 유럽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전환기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유적은 프랑스의 로투스(l’Hotus), 유고의 빈디자(Vindija) 및 레바논의 스쿨(Skhul) 유적 등이다.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화석은 아시아 지역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중국의 산정동인(山頂洞人), 한국의 용곡인, 승리산인, 만달인 등이 대표적이다.

각지에서의 대전이 과정은 그 지역 토착집단 진화의 과정인 동시에 이미 현생인류로의 진화를 마친 집단으로부터의 이입이라는 두 과정의 복합적 결과이다. 이들의 전이는 서서히 진행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가속화되었다. 이들이 현생인류로 변화해 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도구의 전문화와 이에 따른 신체 각 부위의 도구적 기능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계속적인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행동양식 변화를 가속화하였고, 그 결과 형질진화의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지게 되었는데, 그러한 과정이 진행되던 중 어느 시점 이후 인류 전체의 유전자급원에서 현대인적 형질과 관계된 유전자가 그렇지 못한 유전자를 앞도적으로 대체하게 되었을 때 대 전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지역집단의 고유한 특징은 문화적 특징과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후대의 집단에게 유전되었을 것이다.

대전이의 구체적인 과정은 지역에 따라 일정한 것은 아니며, 모든 지역에서 대전이의 시기에 위치하는 화석은 현생인류와 옛 사피엔스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환기의 갈등은 새로운 질서체계 속으로 편입되게 된다. 즉, 옛 사피엔스의 특징은 서서히 사라지고 점차 현생인류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체질적인 변화는 특히 앞니 크기의 현격한 감소, 안면 하부의 앞으로 튀어나온 정도의 감소, 미궁골의 감소와 궁극적 소멸이라는 점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또한 안면근육운동의 감소에 따라 두개골의 근육부착부위가 약화되며, 두개골 윗부분의 크기도 감소하여 두개골은 위에서 볼 때 보다 좁은 형태로 변화한다. 그러나 두개골의 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것은 두개골의 폭이 줄어든 대신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근육운동의 감소로 사지뼈의 두께와 편평도도 줄어든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의 특징은 모든 자료를 놓고 평가할 때 나타나는 평균적인 변화이며, 개개 화석은 진화정도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3만년 전경이 되면 이러한 변화과정이 일단락 되면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형질적 진화과정을 마치게 된다.

이러한 진화과정은 범세계적으로 일어난 것이지만 각 지역마다 그곳의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그들의 형질적·문화적 차이에 의해 약간씩 달리 나타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대전이의 시기 동안 서유럽에서는 신체의 크기가 증가하는 반면, 아프리카 남부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즉 아프리카에서 신장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작은 키는 덥고 건조한 기후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적응의 방편인 동시에, 사냥에 있어서 독이 널리 사용되며 신체각부의 강고함이 그리 많이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된다. 한편 유럽에서 신장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주로 순록과 같은 이주성 군집동물을 사냥하던 집단에게는 큰 키가 보다 유리한 활동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신체특징의 지역적 차이는 플라이스토세의 최말기에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일련의 독특한 피부색을 지닌 집단은 옛 호모 사피엔스의 활동기에 이미 등장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각 지역집단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형질적 특징을 공유하는 국지적 형질집단은 비교적 늦게 화석자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시아대륙 거주민과 멜라네시아인의 차이나 부시맨과 니그로 흑인 사이의 차이는 1~2만년 전에 화석기록에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의 여러 섬 및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새로운 서식처로 진출한 시기도 이시기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등장은 고고학상으로 후기구석기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후기구석기시대의 석기문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돌날떼기 기법의 등장이다. 이 기법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독자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기법으로서 르발루아 기법을 모태로 하여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르발루아 기법을 통하여 얻어지는 무스테리안 뾰족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돌날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돌날이 주는 생활상의 유용성이 부각되면서 이 시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석기제작 방법으로 정착했던 것이다.

돌날떼기 기법은 세계 전지역에 확산되었으나 일부 후기구석기시대 초기에는 지역에 따라 격지를 중심으로 하는 석기문화가 존재한 곳도 많다. 특히 아시아 일대에서는 돌날떼기기법은 다른 지역보다 늦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석기제작 기술의 발달은 그에 따른 도구의 다양성을 불러오게 되었는데, 현생인류가 사용했던 석기의 종류는 잔손질이라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가능한 모든 석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돌날떼기 기법의 발생으로 선사인이 원하는 정교한 석기를 만들기 위한 사고체계가 몸돌로부터 돌날을 떼는 1차적인 작업에도 그 목적성이 뚜렷이 적용되게 되었다. 의도했던 석기를 만들기 위하여 기존의 직접떼기, 간접떼기 뿐만 아니라 눌러떼기라는 기술도 함께 사용하였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주변지역에서 돌날떼기 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석기문화가 계속되던 2만년 전 전후의 후기구석기시대 후기에, 동아시아에서는 시베리아와 극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세형돌날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 문화는 보다 정교한 손동작을 통해서만 가능한 기술적인 특성를 가지고 있어서 현생인류의 체질적인 발달상을 엿볼 수 있으며, 후기구석기시대의 기술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주거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동굴 유적, 바위그늘 유적, 야외 유적 등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상징 및 예술행위를 하였다. 이들이 새겨놓은 많은 조각상 및 동굴에 그려놓은 암벽화는 그들의 예술적인 수준과 다양한 경제활동, 신앙 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 체질인류학(박선주, 1994년)
  • 고고학개론(이선복, 이론과 실천, 1988년)
  • Encyclopedia of Human Evolution and Prehistory(Ian Tatterwall·Eric Delson·John Van Couver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년)
  • 오리진(리차드 리키·로저 르윈 共著, 김광억 譯, 1985년)
  • 형질인류학 및 선사고고학(존스톤·셀비 共著, 권이구 譯, 198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