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호모 사피엔스

옛 호모 사피엔스

[ Archaic Homo sapiens ]

옛 호모 사피엔스 두개골

옛 호모 사피엔스 두개골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등장 이전까지의 호모 속 인류를 말한다. 최근 체질인류학에서의 연구결과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가 다른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하여 하나의 독특한 변종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그 동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등장 이전까지의 호모 속 인류를 옛(고형) 호모 사피엔스(archaic Homo sapiens) 혹은 줄여서 옛 사피엔스(archaic sapiens) 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이 명칭은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하며, 현대 호모 사피엔스(modern Homo sapiens)와 대칭되는 용어이다.

이 시기의 화석집단은 그 발견된 위치에 따라 크게 아시아대륙,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중근동 및 유럽의 다섯 지역군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빌징스레벤, 페트랄로나, 슈타인하임, 스완스콤, 브로큰 힐, 보도, 중국의 大溪, 馬壩, 丁村 등에서 발견된 화석들이 잘 알려져 있다. 뇌용량은 1,000-1,400㎖인데 하한선은 호모 에렉투스의 뇌용량에, 상한선은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류의 그것과 유사하다.

80000-75000 B.P.에 시작된 최후빙하기 이전의 자료는 유럽에 집중되어 있어, 이 시기의 고인류 진화과정의 연구는 유럽발견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 발견된 옛 사피엔스 화석은 플라이스토세 중기의 호모 사피엔스 집단이 겪은 진화의 경향을 이어받고 있다. 이들의 두개골 용량은 더욱 증가하며, 근육운동과 연관된 두개골 각 부위의 발달은 현저히 감소, 일부 화석은 두개골 구조에서 완전히 현대인과 유사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뚜렷하게 발달한 턱이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 두개골 이외의 신체 각 부위의 강고함 정도 역시 전단계보다 많이 감소하였으나, 신장의 크기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앞니의 도구적 사용이 더욱 빈번하게 되며 앞니 그 자체와 앞니를 지지하는 두개골 각 부위가 더욱 발달한다. 그 결과 앞니와 비강부는 더욱 커지며, 치아는 턱의 앞쪽으로 보다 튀어나와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안면부는 전반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르발루아 기법의 등장으로 인하여 지속되었던 진화과정이 정지되어져 궁극적으로 신체부위의 도구적 사용과 근육운동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게 되었다. 따라서 신체 각 부위의 강고함은 계속 감소되는 추세를 보이게 된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력은 사피엔스 집단으로 하여금 보다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제공하여 주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성별에 따른 신체 크기의 차이도 줄어든다.

각지의 집단들 사이에는 이러한 공통적 특징과 더불어 거주지역의 환경적 차이로 인한 상이한 적응방식의 채택에서 기인하는 형질적 특징의 지역적 차이도 발견된다. 지역집단 사이의 형질적 차이는 이미 플라이스토세 중기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였지만, 기후조건이 극도로 악화되어 환경의 지역차가 극명해진 최후빙하기에 이르러 ‘지역적 형질집단’이 등장하였다고 하여도 좋을 정도로 뚜렷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 시기 아프리카 지역 사피엔스 화석의 대부분에서는 미궁골의 두드러짐이 거의 소멸하고 있고, 앞니는 매우 작은 크기이며 전두부는 앞부분이 넓고 위가 평평하며 높이 튀어나온 꼴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유럽의 네안데르탈과 상반되는 것이다. 결국 옛 사피엔스는 각 지역 선주집단의 형질적 지역성을 이어 받으며 동시에 상호 수평적 유전자 교환을 통하여 일정한 진화의 단계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옛 사피엔스 집단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적응능력을 키워왔었고 그로 인하여 구대륙의 전역을 그들의 활동처로 삼았다. 우선 많은 유적들이 당시 대륙빙하 가장자리의 매우 추운 기후지대의 개활지(open-land)와 같이 많은 유적들이 높은 해발고도 지역에 위치한다. 이는 옛 사피엔스가 동굴과 같은 자연적 보호처가 없더라도 극권적 환경하에서 충분히 생활을 유지하여 나갈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테쉭 타쉬(Techik Tash)와 몽고의 유적도 높은 해발고도 지역에 위치한다. 이 사실은 그들이 높은 고도와 산간지역의 생활에도 충분한 적응력을 지니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끝으로 저위도 지역에서는 칼람보 폭포(Kalambo Falls) 유적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사바나지대 뿐 만 아니라 열대우림지역도 인류의 서식처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적응력은 석기 및 기타 도구제작 능력의 고도화와 새로운 종류의 도구 개발, 추운 기후 하에서도 생활이 가능한 주거구조의 개발 및 이러한 기술적 진화에 힘입은 수렵채집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각지의 여러 집단들이 보다 뚜렷한 형질적 지역성을 지니게 되는 것은, 이러한 여러 서식처에 대한 적응과정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시기의 많은 인류화석이 발견되면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같이 세부적으로 분류될 새로운 변종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 고고학개론(이선복, 1988년)
  • Encyclopedia of Human Evolution and Prehistory(Ian Tatterwall·Eric Delson·John Van Couver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