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석기시대

중석기시대

[ 中石器時代 ]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사이에 해당하는 과도기의 문화상을 보여주는 시기로, 대체로 10000 B.P.를 전후한 시기에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석기(Mesolithic)시대는 선사시대 문화변동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석기 문화의 발생과 확산을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신석기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류 문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석기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생업경제 면에서 구석기시대의 자연 경제로부터 신석기시대의 생산 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양상이 중석기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석기시대는 지역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시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중석기 문화가 자연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플라이스토세의 추운 기후가 후빙기를 전후하여 회복되는 동안에 중석기 문화가 나타난다.

플라이스토세에 극성하던 대륙 빙하가 차츰 물러나면서 기후가 변하고 그에 따라 동식물상이 바뀌게 되는 것이 후빙기의 특징이다. 북서 유럽 지역에서 10000 B.P.를 전후하여 차츰 따뜻해짐에 따라 순록떼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나, 동아시아에서 털코끼리가 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구석기시대에 큰짐승을 사냥하던 사람들이 사냥 대상물이 바뀜에 따라 작은 짐승을 사냥하는데 적합한 작은 석기를 만들어 쓰면서, 용도에 따른 석기 형태와 석기군의 구성 차이가 중석기시대 연모의 특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중석기시대의 특징을 보이는 석기, 이를테면 세모꼴, 마름모꼴의 작은 석기들이 나타난다고 하여 모두 중석기문화로 볼 수는 없다. 지역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석기의 구성을 해석해야 한다. 그러한 문제는 중석기 문화가 그 지역에서 계기적인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주변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문화 요소로 들어온 것인지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부 유럽 지역에서는 환경 변화가 뚜렷한 만큼 후기구석기 문화에서 구석기 문화의 최후 단계(Epipaleolithic, BC 10000~8500)를 거쳐 아질리안문화 단계(Azillian, BC 9000~8500)에서 중석기 문화로 넘어가는 과정이 잘 나타나고 있다.

구석기시대에서 중석기시대로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문화 변동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인구 밀도가 줄어들고 후기구석기문화가 해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기구석기시대에는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전문 사냥 활동을 하였으나 중석기시대로 들어오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게 된다. 따라서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 따라 문화의 지역 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편 식량 자원이 다양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큰 짐승 사냥을 대신해서 물고기, 새, 작은 포유동물을 사냥하고 야생 식물 채집 활동이 활발해지며 조개 등 바다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생활 연모는 생업활동의 변화에 맞추어 잔석기들을 만들어 쓰게 된다. 활과 화살, 작살 등 복합 연모들이 등장하고 식물 채집에 필요한 칼, 낫 등의 세석기를 끼워 만든 도구들이 나타난다. 예술 활동면에서는 오히려 구석기시대에 비해 후퇴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은 중석기시대 생활상의 변화는 신석기시대의 정착생활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중석기시대는 세석기를 만들어 쓰던 시대이고 세석기는 활과 화살을 이용한 사냥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석기의 쓰임새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난다. 세석기는 유적에서 출토되는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잔석기는 복합 도구로서 사냥 연모 뿐 아니라 야생 식물 채집, 수확도구, 낚싯바늘 등에 두루 쓰이며 사냥용 연모보다는 식물 자원 채집이나 수확과 더 관계가 깊다. 호주 원주민들은 세석기를 식물 자원을 수확하는데 사용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세석기가 출토되는 유적이 우거진 숲 속 환경이나 강가의 농경 생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세석기를 만들어 쓴 것은 작은 짐승 사냥과 관련되는 것만이 아니라 석기 제작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세석기는 돌감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고, 석기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석기를 수리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석기 형태가 단순화·표준화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중석기시대 연모와 생활양식이 후기구석기시대와 비교하여 뒤떨어지는 것이라던지, 신석기시대가 되면 쓸모 없는 도구로 되는 것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다만 환경변화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기술발전의 한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 세석기 연모가 많이 나타나는 경우에 식물 재배의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세석기 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중석기시대가 있었는지, 중석기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후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이 땅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 까닭은 구석기시대 유적과 신석기시대 유적 사이에 공백이 있어 5000-6000년 전 이전에 해당하는 시기의 신석기시대 유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석기시대 연대가 이른 시기에 확인되고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의 과도기적인 양상을 보이는 유적들이 나오고 있어, 한국에서도 중석기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중석기시대로 주장되는 유적들은 공주 석장리 유적 맨 위층을 시작으로 남쪽에서는 홍천 하화계리, 거창 임불리, 상노대도 유적 맨 아래층, 그리고 북쪽에서는 부포리, 지경동, 평양 만달리 유적 등이 있다. 이들 유적들은 세형돌날몸돌이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고 층위상으로 갱신세 최말기 혹은 후빙기의 이른 시기 퇴적층에서 유물이 나온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석장리 유적의 경우 후기구석기시대 지층인 언땅트기층 위에 망간이 낀 굳은 찰흙층이 한벌 덮여 있는데 이 층에서 세형돌날몸돌과 작은 격지 석기들이 나와 중석기문화로 보게 되었다. 지층 형성이 따뜻한 기후에서 이루어졌고 석기의 구성면에서도 앞선 시기의 후기구석기층과 다르기 때문이다. 석기의 구성은 세형돌날몸돌, 창끝 찌르개, 활촉 그리고 작은 격지에 잔손질해서 만든 새기개, 밀개, 긁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기구석기시대의 새기개-밀개 문화층 전통을 보이면서 세석기들이 많아졌다. 만달리 유적에서는 세형돌날몸돌이 나왔다. 상노대도와 임불리 유적은 신석기시대 아래층에서 세석기들이 나오는 층이 확인되어 신석기시대에 앞서는 중석기시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토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말고는 뚜렷이 중석기시대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어 신석기시대의 이른 시기로 보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석기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북서 유럽 지역에서 플라이스토세가 끝날 무렵에 자연환경 변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생업 경제의 변화상과 석기 구성의 변화를 중석기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때 동아시아 지역의 중석기시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제까지 나타난 바로는 동아시아 지역의 중석기문화는 세형돌날몸돌과 세형돌날석기로 대표되며, 시기는 10000~6000 B.P.에 해당한다. 그 시기에 간석기나 토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 중석기시대 유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후꾸이 동굴과 가미구로이와 바위그늘 유적에서는 12000 B.P.에 토기가 나오지만 석기 형식을 기준으로 중석기시대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중석기 문화의 특징으로 보는 세형돌날몸돌 석기 제작기술은 이미 30000년 전쯤에 북중국 일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의 중석기문화는 구석기 전통과의 관련성 및 신석기시대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선사문화 발전과정에서 보편성의 원리에 따라 중석기시대를 반드시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석기문화 논의에서 최근 동북아시아 특히 극동, 일본전역, 한반도에 이르는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가는 일련의 과도기적인 유적들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 결과, 동북아시아 중석기불가론 혹은 지역에 따른 중석기시대 설정론도 제기되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중석기불가론은 구석기시대의 석기문화가 신석기시대까지 연속된다는 점, 구석기시대에 이미 토기가 등장한다는 점, 신석기시대에 정착의 증거가 발견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중간에 또 하나의 석기문화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는 관점에서 출발하며, 자연과학·절대연대·지질분석 등에 의해 지지받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중석기문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

중석기시대 유물

중석기시대 유물

참고문헌

  • 동북아시아 후기구석기 최말기의 성격과 문화변동에 관한 연구(이헌종, 한국고고학보39, , 한국고고학회, 1998년)
  • 석장리 선사유적 11-12차 발굴보고(한국선사문화연구소, 1994년)
  • 조선전사-원시편(역사연구소,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94년)
  • Mesolithic Prelude(J.G.D.Clark, Edinburgh, 1980년)
  • Archaeological Perspective(L.R.Binford, Post-Pleistocene Adaptation, Seminar Press,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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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하화계리 유적

홍천 하화계리 유적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