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립주건물

굴립주건물

[ 堀立柱建物 ]

사천 이금동 유적 61호 대형건물지

사천 이금동 유적 61호 대형건물지

땅을 파서 기둥을 세우거나 박아 넣어서 만든 건물로, 바닥면이 지면 또는 지표면보다 높은 곳에 있는 건물을 말한다. 굴립주(堀立住)는 우리나라 말로 ‘백이기둥’이라 하며, 바닥면의 위치에 따라 지상식(地上式)과 고상식(高床式)으로 나눌 수 있다.

지상식은 바닥면이 지면에 거의 붙어있는 형식이며, 고상식은 지면과 떨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두 형식은 발굴조사에서는 대부분 기둥구멍〔柱穴〕의 형태만이 확인되기 때문에 그 구조를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려우나, 지표면에 화덕자리〔爐址〕, 배수시설, 바닥다짐, 불탄 흙〔燒土〕, 목탄 등 인간생활과 관련된 것이 확인되면 지상식일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증거들이 없거나 지표면이 경사져 있으면 고상식일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다.

굴립주건물 기둥의 평면 배치형태는 주로 방형이나 장방형이다. 지붕은 용마루〔棟木〕, 도리〔桁〕, 들보〔梁〕로 구성되며, 도리가 걸치는 방향을 형행(桁行), 들보가 걸치는 방향을 양행(梁行)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평면행태가 장방형일 경우는 형행이 장축, 양행이 단축이 된다. 건물의 규모는 기둥과 기둥의 간격 수인 주간(柱間)으로 추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청동기시대 굴립주건물은 대부분이 고상식건물로 추정된다.

고상식건물은 바닥면이 지면에서 떨어져 있으므로, 수혈건물에 비해 습기방지나 동·식물로 인한 피해방지, 침수예방 등의 잇점 때문에 조영이 된다. 고상식건물의 형태는 크게 평주식(平柱式)과 통주식(通柱式)으로 나눌 수 있는데, 평주식은 마루기둥 위에 바닥면을 설치한 것이며, 통주식은 지붕까지 통기둥을 올리고 기둥의 중간에 바닥면을 설치한 것이다.

고상식건물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나 건조하고 추운 시베리아, 북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확인되며, 그 용도도 주거, 창고, 제단(회의장소), 망루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상식건물의 등장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방지역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였다는 남방전파설과 북방지역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였다는 북방전파설이 있다.

고고학적으로는 청동기시대 전기 유적인 하남 미사리 유적(고려대)에서 확인되는 굴립주건물이 가장 빠른 것이며, 이후 청동기시대 중기로 접어들면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청동기시대 중기는 송국리형집자리〔松菊里型住居址〕를 표지(標識)로 하는 시기로, 농경 발달과 더불어 대규모의 고인돌〔支石墓〕군, 환호(環濠) 등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노동집약적 생산 활동인 농경을 중심으로 취락을 이루게 되고, 이로 인한 잉여생산물과 자신들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구별하기 위해 환호 등의 방어시설을 축조하게 된다. 굴립주건물은 이러한 취락 속에서 주거, 창고, 망루, 제단, 회의장소 등 다양한 용도로 만들어져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고상건물의 용도는 기둥구멍의 배치양상과 주변유구와의 관계로 추정할 수 있다. 주거와 창고는 사실 형태상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우나 주변에서 확인되는 유구들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즉, 주변에 움집〔竪穴住居址〕이 많이 분포하거나 셋트 관계를 이루고 있으면 창고의 기능으로 보여지며, 이런 것이 없이 분포하는 것은 주거의 기능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조사된 많은 유적에서는 집자리와 셋트를 이루거나 수적으로 적은 점으로 보아 창고의 기능이 주된 기능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망루는 규모가 작고 기둥구멍의 배치형태가 방형을 이루며, 취락에서도 높은 곳이나 환호 주변에서 확인된다. 제단이나 회의장소는 다른 굴립주건물에 비해 규모가 크고 위치도 광장이나 무덤군 주변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천 이금동 유적을 들 수 있다.

청동기시대 굴립주건물은 현재 그 형태가 완전하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기둥구멍의 배치나 주변유구와 관계를 통해서만 연구되고 있어 굴립주의 구체적인 구조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후대의 기록이지만 문헌, 고분벽화, 집모양토기〔家形土器〕, 민족지자료 등을 통해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호필)

참고문헌

  • 徒生時代·古墳時代の 堀立柱建物(宮本長二郞, 徒生時代の 堀立柱建物-本編-埋藏文化財硏究會, 1991년)
  • 한국 고대 목조건축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김도경,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박사학위논문, 2000년)

참조어

고상식건물(高床式建物), 지상식건물(地上式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