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종교학

다른 표기 언어 science of religion , 宗敎學 동의어 Religionswissenschaft, science religieuse

요약 종교 현상을 객관적·비판적으로 연구하고, 특정 종교가 아닌 종교 일반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학문의 총칭.
(독). Religionswissenschaft. (프). science religieuse.

목차

펼치기
  1. 과제와 의미
  2. 역사
  3. 근원적인 목표와 방법
  4. 역사적·고고학적·문헌적 연구
  5. 인류학적 연구
  6. 사회학적 연구
  7. 심리학적 연구
  8. 종교철학
  9. 신학적인 연구
  10. 종교사 및 종교현상학적 연구
  11. 문제와 전망
  12. 종교현상의 유형론적 분류
    1. 개요
    2. 유형적 분류의 기능과 중요성
    3. 분류의 원칙
  13. 전망

객관적으로는 특정 신앙을 전제로 그 신앙을 변증하고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비판적으로는 종교의 본질을 자료와 논리에 의해 파악한다는 뜻이다.

종교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현상이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차원의 삶을 드러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현대에 이르러 보다 폭넓고 치밀하게 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종교현상의 문화적·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정리, 종교 현상의 의미에 대한 탐구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전자를 위해서는 역사학을 비롯한 고고학·민족학·언어학·문헌학 등이 활용되고 있고, 종교경험의 구조·본성·역동성 등을 이해하려는 후자를 위해서는 심리학·사회학 등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분야의 학문과 연계를 도모하면서도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19세기 말엽 이후 종교학이라는 자율적인 학문분야를 확보하여 전개되고 있다.

과제와 의미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 종교들은 자신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에서 각기 독특한 자기의 논리를 설명·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학의 기본성격은 각 종교의 특수성을 비교·연구하는 그러나 이러한 '비교종교학'은 특정 종교의 자기주장의 논리를 비교의 척도로 삼는다든가, 실증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전제를 척도로 설정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으므로 그 적합성이 문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에 관한 학문적 탐구가 과연 규범적 전제나 결과에 도달하지 않는 중립적·객관적인 인식체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 종교경험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객관적인 실증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한편 종교현상은 객관적으로 서술될 수 있는 사회적·문화적 현상이어서 불가피하게 객관적·분석적인 서술대상이 되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종교학은 본질의 탐구를 위한 비교방법을 지양하고, 사실의 서술과 서술된 사실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현상학적 방법을 발전시켰다.

서술적 연구와 규범적 연구를 통해 종교학은 점차 종교현상의 구조와 역사를 의미있는 것으로 수용하려는 새로운 해석학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학은 인간의 종교경험과 인류 역사가 전승하고 있는 종교문화를 서술·해석하며 그 의미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인간이해를 도모하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역사

신통기(Theogony)
신통기(Theogony)

종교학의 역사를 단일한 체계 안에서 설명할 수는 없다. 각 종교문화권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종교에 관한 비규범적 탐구라고 했을 때, 그 원형은 그리스·로마 시대까지 소급할 수 있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BC 800경)의 〈신통기 Theogony〉가 신의 출현을 계보적으로 서술한 것을 효시로 탈레스(BC 600경)가 물과 불을 제일 원리로 본 것, 헤라클레이토스(BC 500경)가 로고스를 세계의 통어세력이라고 한 것, 크세노파네스(BC 600~500경)가 전통적인 신화를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한 것, 헤로도토스(BC 500경)가 그리스 신과 이집트 신의 종합을 시도한 것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종교에 대한 논의가 그러한 전통에 속한다. 이러한 태도보다 더 비판적인 종교적 논의는 종교에 대한 회의론자들에 의해 전개되었다. 소피스트이나 플라톤, 에우헤메로스 등은 종교를 각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고상한 거짓', 신격화된 인간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로마 시대는 전통적인 의례와 이교의 접합을 시도했는데, 그 맥락에서 자연주의적·합리주의적인 종교관이 대두되었다. 중세시대에는 그리스도교가 지배적이었지만 이슬람교나 기타 종교들과 접촉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종교적이라는 이해를 근거로 자연주의적 종교관이 종교적 논의의 내용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종교에 대한 관심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결부되어 특정 종교의 경계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조반니 보카치오(1313~75)와 D. 에라스무스(1466경~1536)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지리상의 발견'으로 비서양 문화권의 종교와 접촉하면서 호교론적 종교론이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고, '인류의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종교학의 근대화가 촉진되었다.

17세기말에서부터 18세기 중엽의 G. 비코(1668~1774)나 데이비드 (1711~76) 등의 종교발전의 역사에 대한 서술 등이 그 구체적인 사례이다. 흄은 종교사를 소박한 신인동형동성설의 전개라는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범주론적 당위로서의 종교관과, 모든 종교는 각기 한정된 진리를 지니고 있다는 G. W.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의 상대주의적 종교관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당대의 서술적 종교관이다.

19세기초 오귀스트 콩트(1798~1857)는 인류의 역사발전이 신학적·형이상학적·실증적 단계의 점진적 발달이라고 주장하면서 종교에 대한 새로운 서술을 시도했고, 허버트 스펜서(1820~1903)는 종교를 미지의 것 또는 불가지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범주를 설정했으며, 루트비히 포이어바흐(1804~72)는 종교를 인간 열망이 투사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관심의 전개는 20세기초에 이르러 사학·고고학·인류학·사회학·심리학 등과 제휴하고, 변화하는 세계의 정황이 제기하는 물음에 동조하면서 점차 하나의 학문, 곧 종교학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근원적인 목표와 방법

종교가 지극히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새삼스럽게 인식함으로써 종교학도 그만큼 복합적인 목표와 방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사회학·인류학 등의 발전은 종교현상에 대한 보다 분석적인 탐구를 가능하게 해주었고, 역사학·고고학·언어학 등은 종교의 다양한 역사적 단계에 대해 정리된 서술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와 함께 특정종교의 신학들이 보다 세련된 논의를 통해 자기를 주장하게 된 사실과 철학의 종교론이 보다 논리적이게 된 사실 등도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자극했다.

역사적·고고학적·문헌적 연구

역사적 연구를 가능하게 한 것은 타문화권의 언어와 역사에 대한 자료의 수집이었다. 종교학의 비조라고 일컬어지는 막스 뮐러(1823~1900)의 비교신화학 연구는 그러한 자료의 교화적인 분석결과였다.

그가 편집책임을 맡아 간행한 〈동방의 경전 Sacred Books of the East〉은 역사적 탐구를 위한 기념비적 업적이다. 비록 후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종교기원론인 언어질병설은 역사적 탐구로써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인식의 논리 속에 정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하나의 예가 되고 있다.

역사적 탐구는 2가지 사실로 그 특징이 부각된다. 하나는 언어가 종교의 서술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고, 또 하나는 모든 종교의 자기주장의 논리가 정당하다는 것을 종교학이 전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학의 범주에 속한 고고학적 탐사는 선사시대의 종교를 해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종교사의 전개를 보다 실증적으로 서술할 수 있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들, 곧 조각·건축·제의용 기구 등의 발견을 통해 생활사적 측면에서 종교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류학적 연구

원시문화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인류학은 점차 인간적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총체적 문화이해를 의도하면서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수용하거나 자극했다(→ 종교인류학).

비록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어 이미 파기되었다고 간주되지만 존 러벅(1834~1913)의 진화론적 종교관, 즉 무신론, 물신숭배, 자연숭배, 토테미즘, 샤머니즘, 신인동형동성설, 유일신론, 윤리적 유일신론 등 일련의 연속적 진화로 종교사를 서술한 것은 이러한 인류학적 탐구의 전형적인 예이다.

E. B. 타일러(1832~1917)가 주창한 종교기원설인 애니미즘, R. R. 매릿(1866~1943)의 마나이즘, J. G. 프레이저(1854~1941)의 주술이론, 앤드루 랭(1844~1912)의 지고신론, 빌헬름 슈미트(1868~1954)의 원유일신론, R. 페타조니(1883~1959)의 천신론 등도 기본적으로 인류학적 탐구의 소산물로 간주할 수 있다.

사회학적 연구

인류학의 총체적 관심과는 달리 기능 및 구조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종교 문화에 대한 서술을 시도한 일련의 학문적 노력이다(→ 종교사회학). E. 뒤르켐(1858~1917)은 토테미즘을 근거로 하여 종교의 사회통합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브로니수아프 말리노프스키(1884~1942)는 신화와 제의를 연계하여 그 기능적 효용을 탐색함으로써 사회구조에서 종교의 미개기능에 대해 최초로 관심을 가졌다. 이같은 관심들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에 이르러 역사적 현상 배후의 구조적 연계가 밝혀짐으로써 종교문화에 대한 범인류적 보편성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이밖에도 사회학적인 탐구는 지역별·시대별·영역별 종교특성에 대한 분석적 연구를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면, E. E. 에반스 프리처드의 '누에르(Nuer) 종교연구'라든지, G. 스완슨의 종교적 신앙과 신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연결시켜 탐구한 〈신들의 탄생 Birth of the Gods〉, 비토리오 란테르나리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종교 Religions of the Oppressed〉 등이 그것이다.

또다른 일련의 사회학적 탐구로는 계급투쟁의 이론에 기초하여 종교에 대한 사회학적인 해석을 시도한 카를 마르크스(1818~83)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한 종교서술이 있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세계이해의 대중적 형식으로 전제하면서, 비과학적 세계관의 전형으로 간주하고,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회의 착취구조에 기여하며 결국 계급 없는 사회에서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정적 견해와는 달리 막스 베버(1864~1920)는 종교가 사회적 기능의 강화와 유지를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주장하면서 종교문화권의 상이성에 따라 사회구조가 다름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관점과는 달리 구체적인 종교현상 자체를 사회현상으로 전제하고 이루어지는 탐구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에른스트 트뢸치의 종교공동체 조직유형에 관한 연구, 요아힘 바흐의 종교공동체의 교의·의식·조직의 원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 등이 있다.

최근의 종교사회학은 기존의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수렴하면서 종교의 기능과 구조, 역사와 현실을 유기적으로 조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피터 버거의 〈신성한 천장 The Sacred Canopy〉이 그 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다 실증적으로 종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예로는 J.M.잉거의 〈종교의 과학적 연구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를 들 수 있다.

심리학적 연구

종교가 실존적인 개인의 경험에 바탕한 의식의 현상임을 전제하는 심리학적 탐구는 윌리엄 제임스(1842~1910)의 〈종교체험의 다양성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에서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교심리학). 그는 여러 개인의 개종경험을 중심으로 연구했는데, 다양한 문화 속에 있는 종교제도의 다양성과 종교상징과의 연관을 밝히지 못했다.

이에 비하여 J. H. 루바(1868~1946)는 인류의 종교체험에서 보편적인 신비체험을 대상으로 하여 종교심성을 밝히려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E. 언더힐(1875~1941)은 각 종교전통의 신비체험을 비교하고, 루돌프 오토는 인간의 성(聖) 체험 자체를 분석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격적인 심리학적 종교탐구는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카를 G. 융(1875~1961)으로 대표될 수 있다. 자아가 초자아를 제거하는 심리적 기제를 근거로, 종교의식은 죄의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환상적 지향이라고 설명한 프로이트는 종교를 유아기적인 강박관념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그의 종교이해가 무신론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은 개인의 종교체험이 지니는 의식(意識)의 기제를 설명하는 교화적인 이론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은 종교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호의적이다. 그는 종교체험이 지니는 종교의식의 현실성을 실제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비록 신의 존재를 심리학적으로 실증할 수는 없으나 신을 경험하는 의식의 현상은 실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인류의 문화 자체가 지니는 집단무의식을 지적하고, 집단무의식에 내재한 원형을 종교체험의 토대로 상정한다. 그는 종교를 근원적인 인간 의식의 구조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논의로 인해 점차 종교 자체의 특성과 종교인의 경험적 요인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시켜 실증적으로 검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권위주의적 종교와 인간주의적 종교의 구분, M. 아르질의 종교행위의 양태분석에 따른 체험의 유형 연구 등이 이에 속한다.

종교철학

철학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3가지 경향으로 분리된다.

종교를 세계관의 틀 속에서 분석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 종교를 철학적 사유의 논리적 적합성에 의해 옹호하거나 공격하려는 경향, 종교언어 자체를 분석적으로 서술하고 비판하려는 경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개관한다면 종교철학은 각 종교의 진리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철학적 관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 따라서 종교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쉽게 특정종교의 자기주장의 논의와 결부되기도 하고, 반종교적 태도와 결부되기도 하는 대립적 논의를 포함한다.

그러나 종교에 관한 서술적 관심인 종교학과 연계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철학적 종교 논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칸트는 종교를 이성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 도덕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에 따르면 종교는 과학뿐만 아니라 도덕과도 구분되는 보다 현실적인 절대의존 감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주장은 종교의식 일반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전개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다.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헤겔에 의하면 종교는 절대정신의 다른 이름이고, 상징적으로 표상화된 진리의 개인적·정서적인 수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종교는 구체적인 진리를 주장하는 데 반해 철학은 추상적인 진리를 논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차원의 진리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쇠렌 키에르케고르(1813~55)는 이러한 형이상학적·합리적인 헤겔의 종교 이해와는 달리, 두려움이나 절망과 같은 삶의 내적 경험에 대한 관심에서 종교를 서술하고 있다.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사유기능과 종교상징의 의미를 분석하는 상징이론을 통해 종교를 이해한다.

카시러(Ernst Cassirer)
카시러(Ernst Cassirer)

이러한 철학적인 흐름과는 달리 경험적·실용주의적인 종교 이해가 종교철학 자체 내에서 형성되었다.

버트런트 러셀(1872~1970)의 과학주의적 실증주의와 제임스의 실용주의가 그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논리적 실증주의에서 그 극에 이른다.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논의를 배제하고 과학적 인식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이러한 입장은 종교언어의 무의미성과 비적합성을 실증하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언어철학에서 특히 강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후기 주장과 J. L. 오스틴(1911~60) 등의 주장에서 종교언어의 의미와 적합성이 언어의 맥락적 효용성 이론에 근거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실존주의가 종교이해에 기여한 바도 크다. M. 하이데거(1889~1976)는 인간의 한계상황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불안과의 관계에서 모색되는 본래적 순수성에 대한 관심을 종교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반해 J. P. 사르트르(1905~80)는 신관념 자체를 자가당착적인 것으로 보았다. 즉 어떤 존재도 스스로 자기 존재근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실존적 이해를 통해, 종교를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가브리엘 마르셀(1889~1973)은 개인적 실존보다는 사회적 실존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사랑·악·희망·자유·존재 등에 대한 신비함 자체와 관련해 종교의 존재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장 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장 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이와 함께 종교에 대한 현상학적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본질의 파악을 위해서는 판단정지가 요청된다는 에드문트 후설(1859~1938)의 인식론은 종교현상의 구조와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론의 발전을 위해 직접적·간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동양 및 비서양 문화권의 철학 간의 대화를 통한 종교이해가 활발히 추구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학에서는 종교철학의 규범적 탐구성향 자체보다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방법론의 논리적 적합성과 개념적 명료성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학적인 연구

그리스도교 신학의 자기주장에 대한 논의는 3가지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역사비평적 연구, 신정통신학과 비신화화 경향, 다른 종교와의 관계 등이 그것이다.

첫번째 분야에서는 〈신약성서〉 안에 있는 신화적 요소의 탐색을 통해 〈예수의 생애 Life of Jesus〉를 재구성한 D. F. 슈트라우스(1808~74), 역사적 예수와 관련하여 교의를 재해석한 교회역사학자 아돌프 폰 하르나크(1851~1930) 등을 들 수 있다.

역사적 자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고조된 이러한 일련의 논의는 트뢸치의 주장, 즉 역사는 자료의 실증적 비판이 불가능하며 연구자가 직접적인 경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유비적 이해나 역사적 사건의 인과 등을 고려하여 기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그 방법론은 정리된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종교사학파로 불리는 학자들은 고대 근동지방의 종교적 전승과 그리스도교의 관계를 축으로 그리스도교를 재해석하려고 했다.

2번째 분야는 첫번째 경향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부터 비롯한다. K. 바르트는 그리스도교의 '말씀'과 여타 종교를 확연하게 구분하여 전자를 신의 자기계시로, 후자를 문화의 소산으로 단정한다. H. 크레머(1888~1965)는 이같은 입장을 선교 신학에서 구체화하여 그리스도교와 타종교와의 접점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정통주의 맥락에 속해 있으면서도 루돌프 불트만(1884~1976)은 〈신약성서〉에 나타나 있는 초기교회의 사유양식과 현대인의 사유양식이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신약성서〉의 신화적 요소들에 대한 실존적 해석을 강조한다. 〈신약성서〉의 메시지를 비신화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나타나며 현대인의 실존적 물음에 응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문화적 경계가 무너지자 비그리스도교적 종교들과의 만남을 수용 또는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단순한 타종교 이해로부터 상호간의 대화, 그리고 다른 종교들을 포함한 종교일반의 자리에서 그리스도교 신학의 정당화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관심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P. 틸리히의 문화신학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궁극적 실재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나타내는 상징언어, 그리고 종교사 일반에 대한 관심을 종합한 것이다.

이 신학은 타종교와의 만남이라고 하는 현상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차원에서 종교문화를 서술할 수 있게 했다.

종교사 및 종교현상학적 연구

종교에 대한 역사적 연구나 현상학적 연구는 비규범성을 특징으로 한다. 신앙의 고양이나 종교적 주장의 정당화와는 전혀 무관한 서술 및 인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학문적 연구결과조차도 비규범적인 것은 아니다. 본래의 의도가 종교에 대한 반독단적·반환원적인 인식을 통해 새롭게 인간과 그 문화 및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교차적 기반에서 이러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한 근대적 효시는 비교방법론에 입각한 막스 뮐러, C. P. 틸레(1830~1902) 등의 종교연구이다. 20세기초 이후 이러한 학문적 연구는 급격히 진전되었다. 루돌프 오토(1869~1937)의 누미노제('靈'이라는 뜻의 라틴어 humen에서 유래)개념, F. 하일러(1892~1967)의 기도에 관한 연구 등은 현상학적인 방법 및 역사적 방법이 아울러 채택된 예들이다.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üller)
막스 뮐러 (Friedrich Max Müller)

이들보다 더욱 면밀하게 방법론을 구축하여 종교현상을 연구한 학자로는 G. 반 데르 레우(1890~1950)를 들 수 있다. 그는 종교의 본질을 힘의 실재에 대한 승인으로 전제하면서, 문화권과 역사의 고금을 망라한 종교현상의 유형화 및 범주화를 통해 새로운 이해의 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그는 불변하는 구조로서 종교성과 그것의 현현으로서 종교사를 종합적으로 서술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상학적 탐구를 주축으로 하는 종교학은 미국의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시카고 학파를 형성하여 보다 치밀하게 발전했다.

요아힘 바흐와 M. 엘리아데(1907~1986)가 그 주역들이다. 바흐는 종교현상을 이론적·실천적·제도적 측면으로 분류하여 상술하면서 그 3가지 측면을 다시 종합하고 있다. 엘리아데는 신화와 역사의 종합을 시도하면서 성과 속의 변증법적 합일을 틀로 삼아 종교현상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특별히 인류의 지성사 속에서 종교를 어떻게 서술하고 이해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종교자체의 역사를 읽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간주하여 종교학 자체가 이미 창조적 해석학임을 주장한다. 그러한 그의 주장은 종교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휴머니즘을 제창함으로써 종교학적 신학의 구축을 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탐구는 방법론적인 입장에서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R. 페타조니는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면서 역사와 현상의 종합을 꾀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의 정당한 기술 없이는 현상학적 해석학이 공허한 관념일 수밖에 없고, 의미를 탐색하는 현상학적 해석학이 없는 역사학적 종교탐구는 단순한 기술과학, 또는 자의적 기술에 그치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조와 현상의 문제는 아직도 종교학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G. 뒤메질의 연구는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신화연구에서 어원적인 접근을 포기하고 신화가 지닌 주제를 탐구하여 신의 사회사를 서술했다. 신화를 자연의 의인화로 설명한 일련의 전통에 유념한다면 이같은 방법론적인 변화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문제와 전망

일반적으로 종교에 대한 서술적 또는 분석적 탐구라고 할 수 있는 종교학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학문 분야와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각 분야의 방법론적 중첩, 해석의 복합, 의도적인 경계설정 등으로 종교연구의 단일한 방법론이나 자율적·자족적인 학문성을 운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전통종교의 자기주장의 논리들이 기능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종교에 대한 이른바 과학적 탐구가 지닐 수 있는 한계는 자명한 것이다. 그러나 다원문화의 현대적 특성, 세속화로 묘사되는 현대적 의식, 그러면서도 사회통합을 규범적으로 요청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문화상황은, 위에서 열거한 한계 요인들을 오히려 새로운 종교이해를 위한 가능성의 요인들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를 종교학에 부여하고 있다.

종교현상의 유형론적 분류

개요

종교적인 신앙, 제의적 수행, 종교 공동체의 형성 등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지극히 다양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성의 극복, 즉 그것을 일정한 서술원리에 의해 정리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대체로 종교의 분류는 2가지 의도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어온 종교 공동체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요소들을 찾아 하나의 틀로 묶어내려는 의도와, 유사한 종교현상들을 제각기 다른 범주로 정리하여 인간 종교경험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유형적 분류의 기능과 중요성

모든 학문에서 대상의 분류작업이 그렇듯이, 종교에 관한 서술적 연구에서 유형 분류작업의 근본 목표는 종교제도나 현상의 정리와 체계화를 통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그 작업은 쉽지 않다. 그것은 종교현상이라고 하는 자료들이 경험적인 차원이나 역사적인 차원에서 당혹스러울 만큼 복합적이고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자료의 부족이나 결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혼돈에 빠지지 않고 자료들을 정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분류는 종교현상을 인식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가장 근본적·기초적인 작업이다.

분류의 원칙

종교현상을 분류하는 판단기준은 종교 현상의 복합성에 비례하여 다양하다.

그러므로 연구의 목적에 따라 그 분류기준도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분류기준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규범적 분류이다. 가장 불만족스러우면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종교의 분류기준은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를 결정하는 가치판단적인 분류이다. 이러한 분류는 자기방어적 입장에서 보면 가장 실제적이지만, 대체로 주관적·자의적이어서 학문적인 가치를 지니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종교는 자기 옹호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류원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9세기 말엽 이후 종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규범적 분류는 상당히 퇴색되었다.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의 종교이해는 여전히 규범적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한 원시종교로부터 정밀하게 다듬어진 체계화된 고등종교에 이르는 일련의 진화과정을 서술하면서, 저급한 또는 유치한 종교라든지, 고등 또는 성숙한 종교라든지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런데 어떠한 연구도 결과적으로 규범적 가치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판단적인 분류를 쉽사리 간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둘째, 지리적 분류로 일반적이고 비교적 단순한 분류는 종교의 지리적 분포를 기준으로 삼는 일이다(지리학). 일정한 지역권 안에 있는 종교를 각 종교의 차이보다 지역적 경계를 기준으로 나누게 되는데, 대체로 중동 아시아 지역의 종교, 극동 아시아 지역의 종교, 아메리카 종교, 오세아니아 종교, 고대 문명권의 종교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동양종교와 서양종교로 대비되는 분류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동일지역 내의 종교 간의 차이성, 그리고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종교의 확산 등은 이러한 분류기준이 적합하지 못함을 말해준다. 더구나 이러한 분류는 인류의 종교경험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종교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다.

셋째, 민족 및 언어에 의한 분류이다.

민족·언어·종교의 불가분리적 관계를 전제하는 이러한 분류원칙은 각 종교의 비교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한다. 특히 각 언어의 발생에 관한 연구와 신화의 비교연구를 언어학적 이론에 의해 수행한 결과, 단순한 문화사적 비교에서 발견할 수 없는 종교경험의 구조적 동질성과 역사적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 전승을 공유하는 민족의 특성이나 언어적 특성은 종교의 특성을 드러내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사실도 그것을 종교분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오히려 역사는 종교·언어·민족 등이 내부 자체에서 갈등을 겪으며 혼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로 인해 민족의 분열, 언어의 괴리 등 상호간의 관계의 단절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째, 철학적 분류로서 철학적 사유의 범주에 의한 종교유형의 분류는 헤겔의 경우에서 그 전형적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역사의 진전에 따라 이루어지는 절대정신의 자기실현 안에서 그 종교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자연종교·영적종교·절대종교 등으로 분류한다.

오토 플라이데러는 역사와 무관한 종교경험의 본질에 주목하면서 종교의식의 2가지 유형, 즉 자유종교와 의존종교를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철학적 입장에서 종교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특정한 시대와 지역, 즉 19세기와 서양의 지적 풍토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다섯째, 양태론적 분류는 보다 학문적인 입장에서의 종교분류로서 타일러로부터 비롯한다.

그는 비록 진화론적인 정서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종교를 자신의 종교 기원론인 애니미즘에 근거하여 조상숭배·물신숭배·토테미즘·다신론·단일신론 등으로 구분한다. W.D. 휘트니와 C. P. 틸레는 자연종교와 윤리종교로 종교를 분류하며, N.죈더불롬(1866~1931)은 자연종교와 계시종교, 문화종교와 예언적 종교 등의 분류체계를 설정하고 있다. 엘리아데는 종교적인 삶의 구조에 주목하면서 우주적 종교와 역사적 종교로 구분한다.

그러나 그는 종교경험이 내장하고 있는 시간·공간·자연·인간에 관한 경험의 상징체계에 의한 경험구조의 양태에 따라 분류한다.

여섯째, 현상학적 분류인데 이 방법의 특징은 종교의 역사적 실재성, 또는 진화론적 도식의 종교 이해를 간과 또는 무시하는 데 있다. W. 브레데 크리스텐센(1867~1953)은 동서고금을 망라하여 수집한 종교자료들을 우주론, 인간론, 제의적 사물, 제의적 행위로 분류하여 서술한다.

그는 종교의 역사적 전개나 특정 종교의 현상에 대해 개별적인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반 데르 레우는 종교의 주체와 객체, 내적인 반응과 외적인 반응, 세계, 형태 등에 주목하면서 전통종교에 대한 개별적인 서술이 아닌 종교경험 자체의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심리학적인 입장 및 사회학적인 입장에서의 분류를 들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삶에 대한 개인의 태도를 기준으로 삼아, 삶의 부정적인 측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든가 간과하는 건강한 심성의 종교와 삶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실존의 본질로 간주하는 병적인 종교로 나눈다. 베버는 사회학적인 현상을 근거로 하여, 신화적 논리로 자신을 표현하는 종교와 합리적 구조로 자신을 표현하는 종교를 구분하고 있다. 로버트 벨라는 진화론적 입장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인류의 종교사를 원시종교기·고대종교기·역사종교기·근대종교기·현대종교기로 나누고, 각기의 역사적 변천과 구조적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진전과 병행하는 상징의 정교화 현상과, 사회구조 안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변천을 연계시키면서 종교유형을 조망하고 있다. 이밖에 종교적 이념, 종교교육의 형식, 제의의 구조, 종교경험의 수준, 종교와 국가 간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하는 많은 분류가 있다.

종교현상을 서술할 수 있는 완벽한 분류체계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은 다만 선택된 편의일 따름이다. 따라서 종교의 유형적 분류는 상호보완적으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만 유형론적 분류를 위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유념해야 한다. 첫째, 자의적·주관적·국지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둘째, 우연적·지엽적인 사실이 아니라 본질적·전형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셋째, 그러한 기준이 특정한 종교현상에 적용되었을 때, 그 종교의 개별적 특수성은 물론 그 종교가 위치하고 있는 종교문화의 맥락에서 보편성도 아울러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그 기준은 살아 있는 역동적·유기적인 종교현상을 서술할 수 있도록 그것 자체가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 다섯째, 분류작업 자체가 복합적이고 중첩된 종교현상에 대한 투명한 인식을 초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적어도 제각기 다른 입장에서 종교에 대한 물음들을 수렴하는 해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전망

종교학은 종교 자체가 지니는 규범성을 학문적 논리를 통해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종교에 관한 바람직한 인식체계일 수 없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종교는 실존적 태도이고, 사회적 가치의 원천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다원문화가 오늘의 현실이고, 사회구조나 세계의 탈전통적 현상이 현대문화의 특징인 것을 유념한다면, 종교에 대한 물음도 그 물음 양식 자체가 보다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여 새롭게 성찰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당위에 근거할 때 1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전승되어온 종교학 전통의 학문적 의미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다. 방법의 성격이 지니는 비규범적 서술의 정당성 여부보다는 그러한 서술적 탐구에서 비롯한 새로운 종교 이해 및 그로부터 비롯한 인간과 문화에 대한 총체적·근원적인 재조명과 그 재조명으로부터 새로운 규범의 출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가올 미래에서도 여전히 특정 종교의 전통적 현존이 지속되고, 그것을 위한 학문적 논의가 계속될 것이지만, 점차 종교현상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청될 것이다. 종교에 대한 비판적·서술적 탐구인 종교학은 이를 위해 보다 정밀하고 세련된 자신의 학문적 노력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