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솔방울

[ conifer cone ]

솔방울(구과, 毬果)은 겉씨식물구과식물(conifers, 겉씨식물소철류은행나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이 속함)의 생식과 관련된 기관으로 종자솔방울(seed cone)뿐만 아니라 밑씨솔방울(암솔방울, 암구과, immature seed cone), 꽃가루솔방울(수솔방울, 수구과, pollen cone, microstrobilus)을 모두 일컫는다.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에 달리는 여러 종류의 솔방울.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린가지 위쪽에 달린 밑씨솔방울, 어린가지 아래쪽에 달린 꽃가루솔방울, 어린 종자솔방울, 성숙한 종자솔방울이다. (출처: 현진오)

목차

정의

솔방울은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나 잣나무(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의 종자가 들어 있는 커다란 원뿔 모양의 구조물뿐만 아니라 밑씨가 들어 있어 장차 종자가 만들어질 자성(female) 구조물과 꽃가루가 만들어지는 작은 원뿔 모양의 웅성(male) 구조물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이다.

종자가 들어 있는 것을 솔방울 또는 종자솔방울이라 하고, 종자솔방울 어린 것을 밑씨솔방울, 꽃가루가 들어 있는 것을 꽃가루솔방울이라 한다. 밑씨솔방울이 꽃가루솔방울의 꽃가루를 받아 꽃가루받이(수분)가 일어난 후 정받이(수정)가 되면 종자가 만들어지는데, 이 종자가 들어 있는 크고 단단한 원뿔 모양의 구조물이 종자솔방울이다.

영어로는 밑씨솔방울과 종자솔방울을 모두 'seed cone'이라 같이 부르지만, 우리말로는 두 가지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솔방울을 생식기관으로 하는 식물들은 겉씨식물로서 이 피지 않는 식물이기 때문에, 소나무를 포함한 이들의 생식기관을 암꽃, 수꽃, 솔방울이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꽃가루솔방울의 구조는 소포자엽(microsporophyll)의 배열만이 종마다 조금씩 다를 뿐 대부분의 구과식물에서 유사하다. 중심축에서 뻗어 나온 소포자엽의 아래쪽에 한 개 또는 수 개의 꽃가루주머니(화분낭, pollen sac, 소포자체, microsporangia)가 붙어 있는 구조이다.

밑씨솔방울은 과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구조를 보이므로, 과를 식별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이용된다. 나한송, 비자나무, 주목처럼 소나무의 종자솔방울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종자솔방울을 가진 것들도 있다.

소나무과(Pinaceae)의 여러 종자솔방울.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가문비나무(Picea jezoensis (Siebold & Zucc.) Carriere), 구상나무(Abies koreana E. H. Wilson), 솔송나무(Tsuga sieboldii Carriere), 잣나무(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이다. (출처: 현진오) 

구과식물에는 나한송과(Podocarpaceae), 남양삼나무과(Araucariaceae), 소나무과(Pinaceae), 주목과(Taxaceae), 측백나무과(Cupressaceae)에 속하는 580여 종의 겉씨식물이 포함된다. 구과식물문(솔방울식물문, Coniferophyta)으로 보는 분류체계가 일반적이다.1)

소나무의 솔방울

소나무의 밑씨솔방울은 꽃가루솔방울보다 크기가 크다. 꽃가루솔방울은 어린가지 아래쪽에 50개 이상이 무리지어 달리며, 위쪽을 향하고, 보통 봄에 발달한다. 밑씨솔방울은 어린가지 위쪽에 하나 또는 몇 개가 달리며, 크기가 크다.

꽃가루솔방울 (폴렌원추체)

꽃가루솔방울의 소포자엽은 중심축 주위로 돌려나거나 나선상으로 배열되며 아래쪽에 소포자낭이 2개씩 달린다. 소포자낭의 소포자체(microsporocyte)는 감수분열을 통해 4개의 반수체 소포자를 생성하여, 꽃가루(화분립, pollen grain)로 발달한다. 꽃가루는 4개의 세포와 1쌍의 바깥 공기주머니로 구성된다. 이 공기주머니로 인해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1)2)

여러 종류의 꽃가루솔방울.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비자나무(Cephalotaxus harringtonia (Knight ex Forbes) K. Koch), 삼나무(Cryptomeria japonica (Thunb. ex L.f.) D. Don), 잣나무(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 주목(Taxus cuspidata Siebold & Zucc.)의 꽃가루솔방울이다. (출처: 현진오) 

소나무의 꽃가루는 꽃가루솔방울 한 개에서 보통 100만 개 이상이 만들어지는데, 한 그루에 수 천 개의 꽃가루솔방울이 달리므로 여기서 생산되는 꽃가루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꽃가루가 날릴 때에는 노란 먼지처럼 보이며, 주변을 노란색으로 뒤덮는다. 꽃가루를 방출한 꽃가루솔방울은 몇 주 후에 쭈글쭈글해져서 나무에서 떨어진다.2)

밑씨솔방울 (배주원추체)

밑씨솔방울은 어린가지 끝에 달리며, 복와상 인편이 나선상으로 배열한다. 붉은빛이거나 자줏빛이다가 정받이 후에 녹색으로 변해 어린 종자솔방울이 되고, 2년 후 성숙한 종자솔방울이 되면 갈색으로 변한다.

밑씨는 인편 아래에 2개가 발달하는데, 꽃가루솔방울의 소포자보다 더 크고 복잡한 구조이다. 밑씨는 대포자낭(megasporangia)을 포함하며, 대포자낭에는 하나의 주심(nucellus)과 대포자체(megasporocyte)가 있다. 그 밖을 두꺼운 주피(integument)가 둘러싸고 있는데, 밑씨솔방울의 중심축을 향하는 주공(micropyle)이라는 구멍이 있다. 주피층 중 하나는 장차 씨껍질(seed coat)이 된다.2)

대포자(megaspore)는 인편 밑에 있는 대포자낭에서 생성된다. 대포자낭의 대포자체는 감수분열을 통해 크기가 큰 4개의 대포자를 만든다. 대포자 중 3개는 곧 퇴화하고, 남은 1개의 대포자가 암배우자체(female gametophyte)로 천천히 발달한다. 배우자체가 발달하면서 2-6개의 장란기(archegonia)가 주공이 있는 한쪽 끝에서 분화되는데, 장란기에는 하나의 난자가 들어 있다.

꽃가루받이와 정받이(수정)

소나무과의 밑씨솔방울에는 2종류의 인편이 있는데, 하나는 잎이 변해서 된 인편(bract scale)이고 다른 하나는 종자에 달린 인편으로 밑씨에서 기원한다.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때까지는 포엽성 인편이 지속적으로 생장하지만, 이후에는 성숙하는 밑씨를 보호하기 위해 이 인편이 닫히고 생장을 멈춘다. 포엽성 인편이 닫혀 있는 동안에 밑씨가 성숙하고 꽃가루관이 만들어져 정받이가 일어난다. 꽃가루받이 후에 정받이(수정)를 거쳐 열매로 성숙하는 기간은 속씨식물에 비해 현저하게 길며, 종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소나무과 식물들은 6-8개월이 걸리지만, 일부 종들은 18-24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개잎갈나무류는 12개월이 걸린다.

밑씨솔방울의 인편 사이로 꽃가루가 들어오면, 꽃가루는 주공 밖으로 흘러나오는 점액질 화분액에 붙어 있다가 액체가 증발하면서 주공을 통해 주심 끝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인편이 생장하여 닫혀서 발생 중인 밑씨를 보호한다.

꽃가루받이가 끝난 후 약 한 달이 지나면 비로소 감수분열이 일어나 대포자가 발생한다. 일년 후 대포자가 암배우체로 발달, 장란기가 성숙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꽃가루에서는 꽃가루관(화분관, pollen tube)을 형성하는데, 서서히 자라 주심을 통과해 장란기 지역까지 내려간다. 꽃가루관이 자라는 동안 4개의 세포 중에서 2개가 꽃가루관으로 들어간다. 이들 중 하나를 생식세포(generative cell)라고 하는데, 이 세포가 분열하여 정원세포(spermatogenous cell)가 되고, 정원세포는 분열하여 2개의 정자를 만든다.

꽃가루받이 후 약 15개월이 지나면 꽃가루관 끝이 장란기에 도달하여 결합하고 내용물을 방출한다. 정자 하나가 난자와 결합하여 접합자를 형성함으로써 정받이가 완성된다. 남은 정자와 꽃가루의 다른 세포들은 퇴화한다.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의 생식기관. 꽃가루솔방울에서 꽃가루가 생겨서 밑씨솔방울에 전달되면 꽃가루받이, 정받이를 거쳐 종자솔방울이 만들어진다. (출처: 현진오)

접합자는 암배우자체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아 (embryo)로 발달한다. 는 긴 배자루 세포의 끝에서 발달하며, 로제트세포(rosette cell)와 연결된다. 발생이 일어나는 동안 주심의 한 층이 단단해져 씨껍질이 된다. 밑씨솔방울 인편의 얇은 막층은 성숙한 종자솔방울에서 종자의 날개가 되어 종자 이동을 돕는다.

독특한 종자솔방울을 가진 구과식물

구과식물 중에는 종자솔방울에 뚜렷한 목질 인편이 없어 소나무과의 종자솔방울과는 모양이 완전히 다른 것들이 있다. 개비자나무과(Cephalotaxaceae), 나한송과, 주목과 등이 그것인데, 육질의 가종피가 발달하여 장과(berry)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들 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암수딴그루이다. 또한, 낙우송과(Taxodiaceae)와 측백나무과 식물들은 소나무처럼 암수한그루이지만 소나무과의 종자솔방울과는 다른 모양의 종자솔방울을 만든다.

개비자나무(Cephalotaxus harringtonia (Knight ex Forbes) K. Koch)는 암수딴그루이다. 암그루의 밑씨에서 발달한 열매에는 다육질 가종피가 있는데 종자를 완전히 둘러싼다. 꽃가루받이정받이가 일어난 후 이듬해 가을에 열매가 성숙한다.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L.) Siebold & Zucc.)에도 개비자나무와 매우 비슷한 모양의 육질 열매가 달리는데, 2년에 걸쳐 성숙한다. 개비자나무나 비자나무를 주목과에 넣기도 한다.

나한송(Podocarpus chinensis Wall. ex J. Forbes )은 잎이 비교적 넓은 침엽수로 우리나라 신안군 가거도와 일본, 중국, 타이완에 자란다. 붉은색의 다육질 부속체인 가종피가 종자 밑에 달려 있는데, 주목의 가종피와 비슷하지만 끝이 완전히 닫혀 있다.

주목(Taxus cuspidata Siebold & Zucc.)은 동북아시아 특산의 암수한그루 또는 암수딴그루의 큰키나무로, 밑씨솔방울에 한 종류의 인편만이 있으며, 가종피로 발달한다. 가종피는 육질이며 밝은 적색인데, 한쪽 끝이 열린 채 컵 모양으로 종자를 감싼다. 꽃가루받이정받이가 봄에 일어나고 그 해 가을에 열매가 성숙한다.

소나무과와 다른 모습의 종자솔방울을 가진 구과식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종피가 종자의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주목(Taxus cuspidata Siebold & Zucc.), 가종피가 종자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L.) Siebold & Zucc.), 육질 인편을 가진 곱향나무(Juniperus sibirica Burgsd.), 육질 인편을 가진 측백나무(Thuja orientalis L.)이다. (출처: 현진오)

측백나무과 식물의 종자솔방울은 소나무과 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으며, 꽃가루에는 공기주머니가 없다. 인편과 종자의 날개가 완전히 합쳐져 있으며, 인편은 방패 모양인 것도 있다. 또한, 어린 종자솔방울은 다소 다육질이어서 장과처럼 보인다.

참고문헌

1. 김영동, 신현철 (2007) 식물계통학. 제2판. 월드사이언스, 109-118 (Simpson MG (2006) Plant Systematics. Elsevier)
2. 김성하, 강혜순, 권혁빈 등 (2014) 식물학. 라이프사이언스, 406-410 (Bidlack JE, Jansky SJ. (2011) Stern's Introductory Plant Biology. 12th edit. McGrewHill)

동의어

소나무 생식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