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화폐

[ 貨幣 ]

산지항 유적 출토 중국전 일괄(화포, 대천오십, 오수전, 화천)

산지항 유적 출토 중국전 일괄(화포, 대천오십, 오수전, 화천)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쓰이는 매개물의 일종으로, 화폐는 가치척도, 지급수단, 가치저장, 교환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화폐의 시원은 물물교환인데 조개껍데기, 곡물, 베 등이 물품화폐로 사용되다가 금, 은, 동 등으로 화폐를 주조하여 사용되었고, 오늘날 강제통용력을 가지는 지폐나 동전이 사용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조선 사회에서는 도둑질을 한 사람은 많은 돈(5십만냥)을 내어야 용서를 받는다는 기록이 있듯이 화폐의 개념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삼한의 변한(弁韓)에서는 철을 생산하여 인접국에게 수출하였는데 이 시기의 유적에서 다량으로 출토되는 판상쇠도끼(板狀鐵斧)와 덩이쇠(鐵鋌)는 철의 소재로 사용되거나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삼국시대에 사용하였다는 금, 은의 무문전(無文錢)은 본격적인 화폐라기 보다는 물물교환의 수단이었을 것이다.

선사시대에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동기시대에 대동강유역에서 팽이형토기와 함께 발견되고 있는 돌돈(石貨)은 직경 4㎝의 원형으로 중앙에 구멍이 있어 동전과 같은 모양이나 화폐로 사용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철기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부 중국의 화폐가 유입되었다. 즉 연(燕)의 명도전, 한(漢)의 오수전, 신(新)의 왕망전 등이 있다. 명도전(明刀錢)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손칼모양의 청동화폐로 명(明)자가 장식되어 명도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명도전은 한반도 요동지역과 북부지역에 걸쳐 60개소에서 발견되었는데 수십 매에서 수천 매가 단지 속에 매납된 형태로 발견되었다. 오수전(五銖錢)은 무게가 오수(五銖) 즉 3.35g이어서 오수전이라는 이름을 붙었다. 한무제(漢武帝) 원수 5년(B.C. 118)에 처음 주조되어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수(隋)에 걸쳐 사용되었다. 오수전의 형식은 무늬의 위치에 따라 천상, 천하, 천방으로 분류한다. 가장 많은 예가 천상횡문(穿上橫文) 형식으로 한나라 신작(神爵)년간(B.C 61~58)에 제작된 것이다. 출토지로는 제주도 산지항, 여천 거문도, 창원 성산 패총, 창원 다호리 유적 등이 있으며, 거문도에서는 980점이 무더기로 출토되었다.

왕망전(王莽錢)은 중국 신나라에서 제조된 동전으로 한국의 철기시대 초기에 유입된 화폐로 30여 종이 있다. 왕망전은 주조기술이 정교, 미려하며 동질이 양호한 것이 특징이다. 왕망전 가운데 한국에서 발견된 것으로 화천·화포·대천오십 등이 있다. 이중 화천(貨泉)은 『한서(漢書)』 식화전에는 천봉원년(A.D. 14)에 화포(貨布)와 함께 처음 주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원전(圓錢)의 형태로 내부에 네모난 구멍이 있고, 구멍의 오른쪽에 화(貨)자, 왼쪽에 천(泉)자를 배치하고 있다. 유통연대는 후한 광무화건무(後漢 光武華建武) 16년(A.D. 40)에 다시 오수전을 부활할 때까지가 정식으로 유통된 기간이다. 화천은 채협총, 정백리 1호분, 해남 군곡리 패총, 제주도 산지항 유적, 김해 회현리 패총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특히 제주도 산지항에서는 오수전을 비롯하여 화포, 대천오십 등의 화폐가 같이 출토되었다. 이러한 중국 화폐는 널리 통용되었다기 보다는 극히 일부에서 사용되거나 단순히 유입된 것으로 화폐로서의 가치보다는 유적의 연대를 결정하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명도전은 한국에 철기문화의 유입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한국에 화폐가 처음으로 주조된 것은 고려시대이다. 즉 성종 15년(996)에 철전(鐵錢)을 주조하고, 이듬해부터 문종 16년(1062)까지 통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철전은 대도시 유통계의 일부에서 통용되다가 베와 쌀 등 물품화폐에 압도되어 점차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게 되었다. 이후 고려는 해동통보(海東通寶), 동국통보(東國通寶), 동국중보(東國重寶), 해동중보(海東重寶), 삼한통보(三韓通寶), 삼한중보(三韓重寶) 등의 주화를 주조하여 유통하였으나 물품화폐에 구축되어 화폐로서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였다.

참고문헌

  • 南海岸地方 漢代貨幣(지건길, 창산김정기박사회갑논총, 1990년)
  • 료동과 서북조선에서 드러난 명도전에 대하여(손량구, 고고민속론문집 12, 1990년)
  • 한국화폐전사(한국조폐공사, 1971년)
  • 中國古代的錢幣(吳榮會, 考古通訊 56-4, 195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