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협총

출토 채협

채협총 전경

평양시 낙랑구역 남사리(舊地名 : 평남 대동군 남곤면 남정리)에 위치한 남정리 116호분으로, 1931년 조선고적연구회의 첫 조사사업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1933년 나무방(木室)을 평양박물관으로 이전하기 위한 추가조사가 실시되었다.

무덤은 굴식(橫穴式) 구조의 나무방무덤(木室墓)으로서 내부에 3개의 나무널(木棺)이 안치된 특이한 구조이며, 부장품으로 칠채협이 출토되어 ‘채협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봉분은 남~북 20m, 동~서 23m의 방형(方形)이며, 잔고는 2.5~6m 정도이고, 무덤방(墓室)은 생토면에 무덤길(墓道)과 무덤구덩이(墓壙)를 파고 무덤구덩이 내부에 나무방을 만든 다음 상부에 분구를 쌓았다. 무덤방은 앞방(前室)과 뒷방(後室)이 남북으로 연결된 ‘Ｔ’자형 구조를 이루는데, 앞방은 남~북 2.22m, 동~서 4.85m이며, 뒷방은 남~북 4.52m, 동~서 3.35m 내외이다. 앞방은 각재를 옆으로 쌓아올린 이중 벽면으로 되어 있는 반면, 뒷방은 각재를 엇갈리게 쌓아올렸다. 앞방 서반부의 벽면에는 기마인물상 등의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앞방과 뒷방 사이에는 나무판자로 된 문이 설치되어 있는 점 등이 특이하다. 뒷방 내부에는 남~북 4.25m, 동~서 2.92m, 높이 2m 내외의 안덧널(內槨)을 설치하고 3개의 널을 안치하였는데, 1호널의 피장자는 남자, 2호와 3호널의 피장자는 여자로 추정된다.

앞방과 뒷방 사이의 통로에는 나무판자로 된 문을 설치하였고, 앞방 북벽과 연접하여 무덤길로 통하는 입구에도 높이 1.65m, 폭 0.63m의 나무판 2장으로 문을 만들었으며, 무덤길 바깥으로는 각재를 5개씩 7단으로 쌓아 입구를 폐쇄하였다. 그 바깥으로 단면 ‘V’자형의 무덤길(墓道)이 길이 10m, 폭 1.3m 규모로 뻗어 있었다.

뒷방의 천장은 긴 판목으로 덮은 반면, 전실은 남북으로 2개의 보를 등간격으로 설치하여 전체를 3구역으로 나눈 후 짧은 판목을 3열로 걸쳤으며, 그 위에 다시 회백색 점토로 나무방 상부 전체를 덮었다.

널에서는 인골과 함께 머리 장식품, 각종 은제품과 오수전, 화천 등이 발견되었다. 후실의 벽면과 안덧널 사이에서 목마(木馬)와 목제 인형이 출토되었다. 동쪽 바닥에는 5마리의 목마가 1줄로 부장되었으며, 바닥에서는 원래 목마에 붙었던 가죽띠와 연제(鉛製) 재갈 등이 출토되었다. 동북 모서리에서는 목마와 함께 목제 인형이 다수 출토되었으나, 몸통과 머리가 없고 모두 손과 다리뿐이었다.

앞방에는 동쪽 부분과 서쪽 부분으로 나뉘어 부장품이 배치되었는데, 서쪽 부분에는 칠이배(漆耳杯), 칠표(漆杓) 등을 얹은 칠안(漆案)과 칠렴(漆奩)이 있었으며, 동쪽 부분에는 칠이배와 칠반(漆盤)을 얹은 칠안, 채문칠갑(彩文漆匣), 토기 등이 놓여 있었다. 앞방 출토유물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길이 39㎝, 너비 18㎝, 높이 17㎝ 크기의 채화칠협(彩畵漆篋)인데, 표면에 흑칠을 한 후 몸통의 안턱과 각 모서리마다 고사(故事)에 나오는 인물 100여 명을 그린 다음 중요인물 옆에 효혜제(孝惠帝), 상산사호(商山四晧), 대리황공(大里黃公) 등의 인명을 명기하였다. 명문자료로서 ‘겸삼필 고리조선승전굉근견이재배봉 제(縑三匹 故吏朝鮮丞田肱謹遣吏再拜奉 祭)’라고 적힌 길이 27㎝, 폭 7.2㎝, 두께 0.6㎝의 장방형 목판이 출토되었다.

무덤길에서도 칠거륜편(漆車輪片), 칠폭(漆輻) 등 마차 명기 조각, 목마 조각, 목제 명기 조각, 밤이나 기장 등 곡물류가 출토되었다. 이 유물에는 앞방 출토의 거폭(車幅)과 결합되는 것이 포함되어, 나무방에 부장되었던 유물 가운데 파손된 것을 추가장 때 정리하여 무덤길에 폐기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채협총의 굴식 ‘T’자형나무방 구조는 귀틀무덤과 벽돌무덤의 두 요소가 혼재된 특징을 보이며, 이는 낙랑군 지역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사례이다. 아울러 부장품에서는 목제 명기가 다수 부장되는 점등을 통해 볼 때, 3세기 전후시기로 편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