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

방송프로그램

[ broadcasting program , 放送─ ]

요약 방송의 종류·내용·분량 및 배열을 통틀어 이르는 용어.

법률상 용어로는 '방송순서'이지만 일반적으로는 프로그램 또는 프로라고 한다. 방송순서를 결정하는 것을 편성(編成)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방송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작업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법률은 프로그램 편성에 각계의 이익을 균형 있게 적정한 비율로 반영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교양·보도 및 오락내용을 포함하여야 하고, 종류에 따라 방송순서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되어 있다. 이런 규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결정된 편성기준은 1달을 기준으로 교양방송은 30% 이상, 오락방송은 50% 이하로 편성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법령은 목적을 기준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법률상 보도방송·교양방송·오락방송·교육방송·광고방송·대외방송의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보도방송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시사에 관한 속보 또는 해설을 목적으로 하고, 교양방송은 국민의 교양 향상 및 교육을 목적으로 하며, 오락방송은 국민정서의 함양과 여가생활의 다양화를 목적으로 한다. 교육방송은 대상을 명확히 하여야 하고 내용은 조직적·계속적이어야 하며, 방송의 계획과 내용을 사전에 공표하여야 한다. 대외방송은 외국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과 외국 방송국에 제공할 프로그램을 뜻하며, 사전에 정부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상으로는 프로그램을 목적에 따라 6가지로 분류하나, 편성·제작의 편의와 방송국 운영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사용되기도 한다. 편성의 주기(週期)를 기준으로 정규 프로와 임시 프로, 특집 프로로 구분하고, 방송망에서 전국으로 방송되는 것을 네트 프로(network program), 특정지역에만 방송되는 것을 로컬 프로(local program)라고 한다. 방송이 실시되는 장소를 기준으로 할 때에는 스튜디오 프로(studio program)와 중계 프로로 나누어지고, 즉시 방송하는 것을 생방송, 그렇지 않은 것은 녹음 프로, 녹화 프로, 필름 프로라고 한다. 지방 방송국에 생방송으로 송출하는 것을 릴레이 프로(relay program)라 하고, 녹음 테이프나 녹화 테이프로 방송하는 것을 패키지 프로(package program)라고 하며, 상업방송에서 광고주가 제공하는 것을 스폰서드 프로(sponsored program), 그렇지 않은 것을 서스 프로(sustaining program)라고 한다. 시청자를 특정층으로 세분화할 때에는 전 가족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어린이·청소년·학생·주부·농어민·운전기사·군인 등으로 구별한다. 다루는 영역에 따라서는 여성·요리·어학·종교·과학·농사 등의 프로로 구별한다.

프로그램의 종류는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의 라디오는 전적으로 생방송이었으나 자기(磁氣)녹음이 실용화되면서 프로그램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편집이 가능한 사전 녹음은 보도부문에서 녹음 뉴스와 녹음구성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고, 라디오의 전 분야에 걸쳐 다채로운 형식을 가능하게 하였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이전의 라디오는 종합 매체로서 다양한 형식을 구사하였다. 라디오가 사용하는 기본적 상징은 말과 소리·음악으로서, 이들을 결합할 때 수많은 프로그램 형식이 나온다. 말을 위주로 한 것으로는 뉴스·뉴스해설·스포츠·강화(講話)·대담·좌담회·토론회·퀴즈·시낭송·소설 낭독·어학강좌 등이 있다. 말과 소리를 결합하면 방송극·녹음구성이 성립된다. 음악도 생음악과 음반·테이프에 의한 프로그램으로 대별되고, 또 연주와 가창, 양악과 국악, 고전음악, 경음악, 대중음악 등의 많은 갈래로 나누어진다. 말과 소리, 음악을 합친 형식으로는 공개방송·버라이어티(보드빌)·종합구성 등이 있다.

한국에서 라디오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1960년대 초에는 각 방송국이 종합편성을 하였으며, 청취자가 즐겨 듣던 종목은 음악, 연예오락, 뉴스, 퀴즈, 농어촌의 시간, 일기예보, 주부, 어린이 교양 프로 순이었다. 음악방송 중에서는 직장음악·국악·대중가요가 인기 종목이었고, 연예오락방송에서는 연속방송극, 만담 및 야담, 연속소설 낭독, 공개방송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연속방송극은 1960년대 내내 국영방송·민영방송을 통틀어 오락의 주종을 이루는 종목이었다. 이후 텔레비전 방송이 보급됨에 따라 라디오에서는 오락기능이 줄어들면서 뉴스·생활정보 및 음악이 주축을 이루게 되었다.

특히 1973년경부터 라디오는 텔레비전 시대에 대처해 이전과는 다른 독자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하였다. 곧 종전에는 라디오가 차지했던 골든 아워(golden hour)의 밤 시간을 텔레비전이 차지함에 따라 라디오는 청취 대상을 세분화하였다. 이후 젊은층이 새로운 청취자로 형성되고, 심야는 청소년의 시간으로 바뀌었으며, 아침 시간이 새로운 골든 아워로 채워졌다. 청취자도 종전의 소집단에서 개인 단위로 달라졌으며, 휴대용 라디오와 카 라디오의 등장으로 유동성이 높아졌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 라디오는 생동감 있는 생방송으로 전환되었고 프로그램이 대형화되었다.

뉴스는 매시간 편성되었을 뿐 아니라 주요 뉴스는 생방송 중 어느 때라도 보도할 수 있는 신축성을 가지게 되었고, 기동력을 살린 방송이 증가되었다. 음악방송에서는 디스크 자키(Disk Jockey:D.J.)라는 형식이 주축을 이루면서 출연자의 개성이 중요시되어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가 대거 진출하였다. 전화·중계차 등을 이용한 청취자 참가 프로그램도 활발해졌다.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방송의 비중이 높아지고 청취 대상이 젊어지자, 국악의 비율이 낮아지고 서구 대중음악의 비율이 높아졌으며, FM방송은 음악 전용의 방송이 되었다. 텔레비전 방송은 초기에는 생방송 위주였고, 영화·뉴스·다큐멘터리 등 일부 프로만 필름에 의존하였다. 라디오와 달리 움직이는 그림을 보여주는 텔레비전은 현장감과 박진감이 우월하여 일찍부터 행사·극장·스포츠 등 실황중계방송에 힘을 기울였다.

텔레비전 방송은 녹화 장치인 VTR(video tape recorder), 휴대용 녹화 장치가 붙은 ENG(electronic news gathering) 카메라, 문자발생기, 컬러 텔레비전, 통신위성의 사용 등으로 프로그램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프로그램도 변화가 빨라 고정된 틀은 없으나 형식과 대상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텔레비전 방송이 일찍 발달한 미국에서는 프로그램을 크게 비(非)드라마와 드라마로 나눈다. 비드라마 부문에는 뉴스와 일기예보, 스포츠, 뉴스 해설, 뉴스 쇼, 다큐멘터리, 인터뷰, 토론, 패널 게임, 퀴즈 콘테스트, 여성, 어린이, 청소년, 교육, 정보, 종교, 버라이어티, 뮤지컬 프로그램 등이 있다. 드라마는 야간 편성에서 주축을 이루는 종목으로 연속극과 시추에이션 코미디, 서부극, 문예 단막물, 탐정 드라마, 특집 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으로 분류하는 외에 경찰물·변호사물·메디컬·공상과학 등의 드라마로 세분하기도 한다. 이 밖에 영화와 특집극이 따로 추가된다.

한국에서도 방송극은 현대물·문예물·사극·수사실화극·어린이극·일일연속극·주간연속극·주말연속극·단막극·특집극·영상소설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인기 있는 종목은 방송극·뉴스·코미디·외화·스포츠 등이었고, 1990년대 말부터 유선방송(케이블 텔레비전)이 일반화되면서 특수 목적을 지닌 방송이 등장하였고, 여러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송국도 생겨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작,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2001년 2월 1일부터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의 노출이 어린이·청소년의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영화·수입드라마·뮤직비디오·애니메이션의 4개 장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등급제를 실시하였다. 2002년 5월부터는 국내 제작 드라마에도 등급제를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드라마 전체에 등급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