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세트의 역사 – 1930년대 이전

드럼 세트의 역사 – 1930년대 이전

요약 드럼 세트(Drum set)의 기원은 오케스트라와 마칭 밴드에서 각각의 연주자가 연주하던 개별적 타악기로부터 찾을 수 있다. 베이스 드럼 페달의 발명으로 한 명의 드러머가 두 개 이상의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개별적 타악기를 한데 모아 동시에 연주하는 드럼 세트의 초기 형태가 탄생했다. 하이햇은 1920년대 초 드럼 세트에 도입된 이후로 스노우슈와 로우보이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와 개선을 거듭했다. 드러머들이 사용하는 악기와 장비들은 시대별 음악적 사운드의 측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네어 드럼과 실로폰을 의자와 탁상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드러머

스네어 드럼과 실로폰을 의자와 탁상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드러머

1. 베이스 드럼 페달의 발명 이전: 뉴올리언스 재즈

베이스 드럼 페달이 발명되기 이전 타악기 연주자들은 마칭 밴드나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 드럼, 스네어 드럼, 심벌을 연주할 때 각각의 연주자가 악기를 하나씩 맡아 연주하였다.

1880년경 뉴올리언스에서는 브라스 밴드의 인기가 급증했고, 1865년 미국 남북전쟁 종전 후 길거리에 버려진 악기들이 전당포에서 싼 값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악기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뉴올리언스 장례식에 고용된 마칭 밴드 등에서 연주하는 길거리 뮤지션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 밴드에는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드러머, 즉 스네어 드럼 연주자와 베이스 드럼 연주자(때로는 베이스 드럼에 부착된 심벌도 함께 연주함)가 필요했다.

베이스 드럼과 클램프(clamp)로 매단 심벌을 연주하는 드러머

베이스 드럼과 클램프(clamp)로 매단 심벌을 연주하는 드러머

19세기 후반 마칭 밴드들이 각종 파티와 댄스 사교모임 등을 위해 실내에서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드러머들은 여러 타악기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876년경 뮤지컬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댄스 밴드에서 연주하던 드러머가 드럼 스틱으로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을 양손으로 동시에 연주하는 더블 드러밍(double drumming) 주법1)을 시도했고, 이는 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급속히 성행하였다. 더블 드러밍 주법은 후에 재즈 드러밍과 사운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베이스 드럼 페달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흔하게 사용되었다.

또한, 마칭 스타일의 연주에서 베이스 드럼의 가장자리에 심벌을 부착해 연주하는 스타일은후에 베이스 드럼 페달이 도입된 초기 드럼 세트의 형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베이스 드럼 페달의 발명

베이스 드럼 페달의 발명으로 한 명의 연주자가 발로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는 동시에 스네어 드럼을 양손으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드럼 세트의 초기 형태가 탄생했다. 1850년경 목관악기 제작자인 코넬리우스 워드(Cornelius Ward)가 리토폰(Lithophone)을 연주하기 위해 만든 풋 페달이 존재하긴 하지만, 최초로 베이스 드럼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페달은 1887년 조지 올니(George Olney)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의 드럼 페달은 발로 바닥 쪽을 향해 누르면 중앙의 비터(beater)가 베이스 드럼의 헤드를 쳐서 소리가 나며, 상단의 막대가 앞쪽으로 이동하며 베이스 드럼의 위에 부착된 심벌의 뒷면을 가격해 베이스 드럼과 심벌을 동시에 소리 낼 수 있게 고안되었다.

조지 올니의 드럼 페달 (U.S. Patent No. 357,093, 1887)

조지 올니의 드럼 페달 ( No. 357,093, 1887)

1894년경 드러머 디디 챈들러(Dee Dee Chandler)는 더블 드러밍 주법으로 연주하는 스네어 드럼의 리듬 표현에 제한을 느꼈고, 본인이 직접 베이스 드럼에 나무로 만든 페달을 설치해 발로는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며 양손으로 스네어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디디 챈들러의 페달은 베이스 드럼의 맨 윗부분에 하단의 페달 보드가 밧줄로 연결되어 있는 장치였다. 이 페달보드 바로 위에는 비터가 부착되어 있어서 페달을 밟으면 비터가 베이스 드럼의 헤드를 칠 수 있게 설계되었다. 1890년대에 드러머들은 이러한 오버행잉(overhanging) 페달을 흔하게 사용하였다.

1896년 존 로비쉐(John Robichaux) 오케스트라

1896년 존 로비쉐(John Robichaux) 오케스트라 드러머 디디 챈들러의 베이스 드럼에 오버행잉 드럼 페달이 장착되어 있으며, 베이스 드럼 페달의 사용을 증명하는 최초의 사진이다.

1909년 윌리엄 루드윅(William F. Ludwig)은 오늘날 드러머들이 쓰는 베이스 드럼 페달과 가장 유사한 베이스 드럼 페달을 고안했다. 이전에 사용되던 드럼 페달의 경우 오직 연주자의 컨트롤에만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의 연주가 불가능했으며 장시간 연주가 힘들었지만, 루드윅의 페달은 스프링의 반동을 이용해 비터가 즉시 되돌아오도록 설계되었고, 그의 혁신적인 발명은 드럼 세트에서 베이스 드럼의 활용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WFL 드럼 및 심벌 연주 장치 (U.S. Patent No. 922,706, 1909)

WFL 드럼 및 심벌 연주 장치 (U.S. Patent No. 922,706, 1909)

3.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래그타임

19세기 후반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대거 이민해 오면서 중국의 극장, 오페라, 각종 페스티벌과 행진 등을 통해 중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국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이니스 탐탐과 템플 블록의 사운드가 당시 유행하던 음악 스타일인 래그타임2)과 잘 어울린다고 여겼고, 드러머들은 그들이 가져온 전통 타악기들을 초기 드럼 세트에 장착해 연주하였다. 차이니스 탐탐과 템플 블록은 주로 빨강색이나 주황색의 다채로운 색감과 드럼 헤드에 그려진 동양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1918년 러드윅 드럼 세트

1918년 러드윅 드럼 세트

이 당시에는 극장 음악이 음악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드러머들은 극중에 사용되는 총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말발굽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호루라기 소리 등을 각종 효과음을 내는 타악기를 통해 생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극단과 오케스트라의 예산 부족과 공간 협소로 인해 타악기 연주자의 인원을 줄이면서 한 명의 연주자가 이 모든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드세트에는 베이스 드럼 위에 '트랩'(trap)이라고 부르는 콘솔을 설치해 , , 등의 효과음을 내는 각종 타악기들과 스틱 등의 연주 장비들을 올려둘 수 있게 하였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이전까지 드럼 세트는 '트랩세트', 드럼 연주자들은 '트랩 드러머'라 불리기도 했다.

차이니스 템플 블록과 심벌, 스틱과 그 외의 효과음 악기를 올려놓을 수 있게 트랩이 장착된 드럼 세트

차이니스 템플 블록과 심벌, 스틱과 그 외의 효과음 악기를 올려놓을 수 있게 트랩이 장착된 드럼 세트

4. 1920년대: 재즈 시대

1917년 스토리빌(storyville)3)의 폐쇄와 함께 뉴올리언스의 뮤지션들이 대거 시카고로 이동하면서 남부의 토착 흑인 음악이었던 재즈는 다소 폐쇄적인 뉴올리언스에서 벗어나 시카고라는 이질적 환경을 만나게 된다. 그 결과 흑인적인 요소와 백인적인 요소, 농촌 문화와 도시 문화의 결합으로 새로운 차원의 음악으로 한 단계 고양되었다.

또한, 미국 전역에는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주류에 대한 밀수, 밀조가 금지되었던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무허가 술집이나 밀매점인 '스피크이지(speakeasy)'4)가 성행하였다. 이는 재즈의 은둔처가 되어 1920년대가 '재즈의 시대'가 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1920년대에 보편적으로 사용된 드럼 세트에는 페달로 밟아 연주하는 심벌이 장착된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 터키 심벌, 차이니스 심벌, 우드 블록과 템플 블록, 카우벨, 차이니스 탐탐과 각종 효과음을 내는 타악기들이 포함되었다.

1920년대 초 삭 심벌 페달(sock cymbal pedal)이 드럼 세트에 도입되었다. 이후 로우보이(low boy)로 알려진 짧은 스탠드에 두 개의 심벌이 장착된 형태로 발전했다. 로우보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스탠드 형태로 변하였고 명칭이 하이햇으로 바뀌게 되었다.

발로 연주되는 '삭 심벌'(sock cymbal)은 스노우슈, 로우보이를 거쳐 하이햇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변화와 개선을 거듭해왔다. 하이햇이 대중화되면서 1930년대에는 드러머들의 기본 드럼 세트 구성에 포함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베이스 드럼 페달과 더불어 드러머들로 하여금 동시에 여러 가지 타악기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드럼 세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 스노우슈(Snow-shoe)

하이햇의 모태가 된 스노우슈는 두 개의 평평한 보드를 심벌의 양쪽 면에 매단 후, 두 면의 반대쪽 가장자리를 경첩(hinge)이나 고무밴드, 금속 스프링으로 이어 붙인 후 발로 밟아 심벌을 서로 맞물리게 해서 소리를 내는 장치이다. 스노우슈는 드러머 빅터 버튼(Victor Berton)에 의해 1925년 허청에 등록되었고, 1927년에 허가되었다. 스노우슈는 연주 도중 페달이 고정되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몸의 균형이 흩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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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유슈

2) 로우보이(Low boy)

로우보이는 1926년경 드러머들에게 소개되었다. 심벌 중앙으로 쇠 막대기가 관통하여 수직으로 설치된 두 심벌이 맞닿아 있는 구조이다. 페달을 아래쪽으로 밟으면, 위쪽의 심벌이 아래로 내려와 고정되어 있는 아래쪽의 심벌과 부딪히면서 소리를 낸다. 로우보이는 전체 높이가 11~17인치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하이햇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로우보이는 하이햇이 보급되면서 사용이 드물어졌지만, 1930년대 후반까지도 널리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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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보이

로우보이를 연주하는 드러머

로우보이를 연주하는 드러머

3) 하이햇(Hi-hat)

1926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드러머가 뉴잉글랜드의 하드웨어 제작업체 'Walberg & Auge USA'의 버니 월버그(Barney Wallberg)에게 왼발과 동시에 왼손이 닿을 수 있는 풋 페달 장치의 샘플을 제공받는 대가로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제품이 완성되어 출시된 후 머지않아 하이햇은 드러머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하이햇은 로우보이에 비해 왼발뿐만 아니라 손을 사용한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드럼 세트에 있어 혁신적인 변화라 볼 수 있다.

하이햇

하이햇

참고문헌

  • Aldridge, John. Guide To Vintage Drums. Centerstream Publishing, 1994.
  • Beck, Ed. Encyclopedia of Percussion. Garland Pub., 1995.
  • Blades, James. Percussion Instruments and their History. Bold Strummer, 1992.
  • Brown, Theodore Dennis. "A History and Analysis of Jazz Drumming to 1942(Volumes i and ⅱ)." Ph.D. Diss., University of Michigan, 1976.
  • Nicholls, Geoff. The Drum Book: A History of the Rock Drum Kit. Backbeat Books, 1997.
  • Berger, Matthew R. "." SMITHSONIAN FOLKWAYS RECORDINGS.
  • Jaina, Nick. "." SMITHSONIAN FOLKWAYS RECORDINGS.
  • Mitchell, Sean. "." THEBLACKPAGE.NET(2007. 4. 2.).
  • "Cymbal." .
  • "Sock cymbal."

참고자료

  • "." NAVER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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