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폰

[ Pyrophone ]

요약 파이로폰은 오르간과 비슷한 원리로 소리를 낸다. 그러나 공기 대신 가스를 이용해 유리관을 울린다는 점에서 오르간과는 구분된다. 파이로폰은 열과 소리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물리학 실험의 도구로 시작되었다. 파이로폰과 관련된 과학 기술은 19세기 후반 바이스하이머와 같은 작곡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도 했다.

파이로폰 (카스트너 제작)

분류	건반악기, 관악기, 자동연주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樂器)
최초 제작시기	1873년
주요 사용 명칭	Gas organ, Fire organ, Flame organ, Fire calliope(영어)
관련 악기	(오르간), Calliope(칼리오페)

1. 파이로폰

파이로폰(Pyrophone)은 오르간처럼 파이프를 울려서 소리 내는 악기이다. 그러나 공기를 주입해서 관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오르간과 달리, 파이로폰은 가스 장치를 작동시켜서 파이프를 울리는 형태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특수한 형태의 파이프 오르간인 것이다.

파이로폰을 발명한 사람은 조르주 프레데릭 외젠 카스트너(Georges Frédéric Eugène Kastner, 1852~1882)이다. 그는 물리학자였지만,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 장 조르주 카스트너(Jean-Georges Kastner, 1810~1867)는 음악이론가이자 작곡가였다. 카스트너와 비슷한 시기였던 19세기 후반, 윌리엄 틴달(William Tyndall) 역시 불을 태워서 소리를 낸다는 아이디어로 실험을 실행했으나, 실험을 악기의 발명으로 이어간 사람은 카스트너였다.

카스트너의 파이로폰

2. 파이로폰의 역사

카스트너가 발명한 파이로폰은 1873년 영국에서 "화학적 하모니카"의 일종으로 특허를 받았다(영국 특허번호 1091). 이 특허는 불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 기술의 독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같은 해, 카스트너는 이 악기를 오스트리아 빈의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 당시 카스트너가 만든 여러 파이로폰 중 하나는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역사박물관(Musée historique de Strasbourg)에 전시되어 있다.

카스트너의 파이로폰 스트라스부르 역사박물관 소장

카스트너의 파이로폰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벤델린 바이스하이머(Wendelin Weissheimer, 1838~1910)를 비롯한 몇몇 작곡가들이 파이로폰의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했다. 특히 바이스하이머는 투명한 유리 파이프로 만들어진 카스트너의 파이로폰을 연주하는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파이로폰을 연주하는 작곡가 바이스하이머

카스트너가 파이로폰을 발명한 이후로도 파이로폰이라는 이름으로 된 악기들이 계속 등장했다. 이 파이로폰들 중 일부는 소리를 다루는 학술적 프로젝트의 일부로 만들어졌거나 일종의 사운드 설치물이었는데, 대부분 단명하고 말았다. 주로 수소, 프로판가스, 부탄가스, 석유 등이 파이로폰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가스로 사용되었다.

특히 파이로폰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점화 장치를 이용하고, 점화된 불꽃이 유리관 안에서 반짝이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는 점은 몇몇 이들의 과학적, 예술적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학술적 실험의 도구로 사용된 파이로폰이 사용된 곳은 주로 열음향학(theormoacoustics) 분야의 실험실들이었다. 그 중 미국 뉴욕의 유니언 칼리지(Union College, New York)에서 개발한 파이로폰은 프로판 가스를 이용하여 한 쪽 끝에는 열을 가하고, 한쪽 끝은 액체 질소를 이용하여 열을 급속도로 식히는 방법으로 14개의 음높이로 된 파이로폰을 개발했다.

오늘날에도 파이로폰은 여전히 과학 실험실에서 다뤄진다. 파이로폰을 이용한 사운드 장치 실험은 주로 로봇공학자들과 사운드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컴퓨터 음악 장치가 더해져서 파이로폰은 현대 과학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소리를 탄생시키는 악기가 되고 있다.

3. 파이로폰의 구조

파이로폰이 소리를 만드는 구조는 ‘가스 버너’ 장치와 비슷하다. 파이로폰의 다른 명칭이기도 한 ‘불오르간’(fire organ)이라는 용어가 보여주는 것처럼, 파이로폰은 화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순간적인 연소 효과를 이용해서 소리를 낸다. 순간적 연소는 급속한 가열 효과를 내고, 발생한 열이 원통형의 유리관을 거치면서 빛과 소리를 발생시킨다. 유리관은 파이프 오르간에서 파이프의 역할을 한다.

파이로폰은 점화와 진동의 원리를 이용한다. 수소 불꽃이 유리관에 들어가거나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수소 불꽃 주변에서 수소 가스가 유리관 안에 있던 산소와 결합하면서 작지만 여러 번의 순간적 폭발을 일으킨다. 이러한 다른 가스들 사이의 혼합 현상이 유리관의 바닥면으로부터 1/3 지점에서 일어날 때, 또한 이 폭발 현상이 일어나는 횟수가 유리관을 울리는 데에 필요한 진동수와 같을 때, 소리를 발생시키는 음향학적 조건들이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유리관은 특정 음높이 하나만을 만들어내고(이것이 파이프오르간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파이로폰은 여러 다른 음높이와 관련된 유리관들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