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늄의 역사

하모늄의 역사

요약 하모늄(Harmonium)은 자유리드 악기로 중국 악기인 솅을 기원으로 볼 수 있다. 크라첸슈타인이 자유리드를 이용한 건반악기를 발명하면서 이를 시작으로 19세기 초중반 오르그 엑스프레시브, 세라핀, 피스하르모니카 등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악기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반면 프랑스의 알렉산더 드뱅이 제작한 하모늄은 음색이 명확하며 설치, 이동, 보관이 간편하고 파이프오르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파이프오르간의 대용 악기로 사랑을 받았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하모늄은 기계적인 복잡함이 극에 달하면서 외면 받기 시작하였는데 전기오르간의 등장으로 더욱 쇠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남부 산간지방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민속음악에서는 꾸준히 사용되었다. 또한 인도로 전파된 하모늄은 인도의 전통 음악문화와 어우러지며 인도음악 거의 전 장르에서 필수적인 악기로 자리잡았다.

1. 중국의 솅(Sheng)

하모늄을 비롯한 자유리드 악기들은 중국의 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솅은 고대부터 사용되던 중국의 자유리드 관악기로 각 관(tube)마다 관의 길이에 따른 정해진 음높이를 낸다. 들숨과 날숨에 모두 소리가 나며 음높이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음을 끊지 않고 계속 연주할 수 있다.

에 의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솅은 18세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상당한 수가 유통되었다. 학자들은 자유리드 악기가 내는 명료한 소리에 매료되었고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여러 가지 악기들을 실험하고 개발하였다.

중국의 솅

중국의 솅

2. 자유리드 건반악기의 시도

하모늄이 탄생하기 이전 자유리드를 이용한 건반악기들의 예로는 오르그 엑스프레시브(orgue expressif), 세라핀(seraphine), 피스하르모니카(physharmonica) 등을 들 수 있다. 이 악기들은 지속적으로 사용이 되지는 않았으나 하모늄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것들이다.

1) 크라첸슈타인의 자유리드 악기

코펜하겐 대학의 물리학자 크리스찬 고틀리브 크라첸슈타인(Christian Gottlieb Kratzenstein, 1723~1795)은 원래 인체 내의 전기효과에 대해 연구하던 물리학자였다. 그는 솅을 접한 후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의 형태를 빌린 자유리드 악기를 제작하였다.

1779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의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Academy of Science)에서 오르간의 스톱 중 하나인 "복스 휴마나(vox humana)와 유사한 악기에서 생성되는 모음"에 대한 논문과 함께 자신이 제작한 악기를 선보여 수상하였다.

2) 오르그 엑스프레시브(Orgue expressif)

가브리엘 조세프 그레니에(Gabriel Joseph Grenié, 1757~1837)는 1810년 오르그 엑스프레시브를 제작하였다. 이 악기는 음역이 보다 넓고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를 표현할 수 있었다.

오르그 엑스프레시브

오르그 엑스프레시브

오르그 엑스프레시브(Orgue expressif) 연주 영상

출처:

3) 세라핀(Seraphine)

영국의 존 그린(John Green)은 세라핀을 고안하였다. 세라핀은 하모늄과 비슷하며 공기의 움직임에 의해 금속 리드가 울려 소리를 낸다. 그러나 하모늄처럼 리드를 위한 에어 체임버(air chamber)가 있지는 않았다.

세라핀

세라핀

4) 피스하르모니카(Physharmonica)

빈의 안톤 헤클(Anton Haeckl)은 1818년 피스하르모니카를 발명하였다. 피스하르모니카는 스톱과 액션이 없는 하모늄이라고 보면 된다. 음역은 4옥타브 정도이며 액션이 없기 때문에 타건에 즉시 반응하지 못하며 소리가 분명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풋페달의 속도와 압력으로 다이내믹을 조절할 수 있다.

피스하르모니카

피스하르모니카

3. 하모늄의 탄생과 개량

프랑스의 알렉산더 드뱅(Alexandre Debain, 18091~1877)은 그레니에가 만든 오르그 엑스프레시브를 개량하여 1840년 한 세트의 리드와 페달이 달린 하모늄을 제작하여 특허를 받았다. 그는 당시 오르그 엑스프레시브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쟁 악기로 '하모늄'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여서 특허를 획득하였다.

1842년 드뱅은 베이스 리드 세트(bass reed set)와 트레블 리드 세트(treble reed set)가 나뉘어 있으며 커플러(coupler)가 달린 더 큰 몸체의 하모늄을 제작하여 다시 특허를 얻었다.

드뱅이 제작한 초기의 하모늄

드뱅이 제작한 초기의 하모늄

개발을 거듭하던 드뱅은 개량된 하모늄을 하모니코드(harmonicorde)라는 명칭으로 1862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에 출품하였다.

드뱅이 개량한 하모늄 ‘하모니코드’

드뱅이 개량한 하모늄 ‘하모니코드’

또 다른 하모늄 제작사인 알렉산더사(ALEXANDRE)와 무스텔사(Mustel)에서도 드뱅의 하모늄을 개량한 악기들을 출시하였다. 1877년 드뱅이 죽은 후 드뱅의 회사는 메이슨 로도프 피스 앤드 드뱅사(Maison Rodophe Fils and Debain)로 합병되었다. 후에 이 회사는 크리스토프 앤드 에티엔사(Christophe et Étienne)로 넘어갔으며 이후 1090년까지는 노엘 샤프롱(Noel Chaperon)이 경영하였다. 이 회사는 1930년대까지 번성하였다.

4. 하모늄의 전성기

하모늄은 파이프오르간처럼 스톱을 이용하여 다양한 음색과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고 이동과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작은 교회나 가정집에서 사용하기 안성맞춤이었다.

하모늄은 또한 습기와 열에 비교적 강하여 열대지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유럽의 식민지배 국가들까지 전파되었고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에서도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열대지방에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케이스(몸통)에 방충가공을 한 하모늄도 제작되었다.

하모늄은 가정의 응접실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팔러 오르간(parlor organ)이라고도 불렸다. 하모늄의 인기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위세를 떨쳤다. 1850년대에서 1920년대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하모늄을 비롯한 자유리드 건반악기들이 약 7백만 대 정도 제작되었다. 에스티 오르간사(Estey Organ)와 메이슨 앤드 햄린사(Mason & Hamlin)가 대표적인 하모늄 제작사이다.

메이슨 앤드 햄린사의 하모늄

메이슨 앤드 햄린사의 하모늄

부유한 집안이나 교회에서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하모늄을 선호하였다. 파이프오르간처럼 모조파이프를 단 모델도 출시되었다.

아래는 1882년 제작된 하모늄의 광고이다. "매우 인기있는 케이스(몸통)와 성능 좋은 액션이 달렸으며 5옥타브의 음역에 22개의 스톱과 6개의 리드 세트가 달린 모델이 50달러"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모늄 광고, 1882년

하모늄 광고, 1882년

5. 하모늄의 쇠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하모늄은 제작사들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두 층, 혹은 세층으로 된 하모늄이 제작되었고, 풀무가 커지면서 측면에 레버가 달려 추가로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제조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메커니즘을 개발하여 특허를 얻는 데 몰두하였다. 레버(lever), 크랭크(crank), 로드(rod), 셰프트(shaft) 등 하모늄의 부속들이 매우 정교하고 복잡해지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하였다.

1930년대 중반에 들어 전기오르간(electronic organ)인 해먼드 오르간(Hammond organ)의 등장이 사람들의 새로운 관심을 받으며 하모늄은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다. 해먼드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의 음색과 음역을 지녔으면서도 부피가 작고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강력한 장점을 어필하며 하모늄의 자리를 차지했다.

하모늄을 대량 생산하던 제조업체 중 에스티사만 끝까지 살아남았으나 이마저도 1950년대 이후에는 생산을 멈추게 되었다. 이탈리아에 있는 소수의 제작사들은 1970년대까지 생산을 지속하였다. 기존에 제작된 하모늄들이 점차 낡고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전기로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하모늄들이 제작되기도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한편 20세기 중반 하모늄이 쇠퇴할 무렵에도 미국 남부의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과 핀란드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반도 지역의 민속음악에서는 여전히 즐겨 사용되었다. 핀란드에서는 1980년대까지 밴드와 학교의 합주에서 하모늄을 사용하였으며 현재 핀란드 작곡가 밀라빌자마(Milla Viljamaa)와 티모 알라코틸라(Timo Alakotila)가 하모늄을 위한 곡을 쓰며 활동하고 있다.

서구에서 하모늄의 사용이 뜸해진 이후 하모늄은 인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통 음악과 어우러지며 중요한 악기로 자리잡아 중흥기를 누리고 있다.

참고문헌

  • Edited by Douglas Bush & Richard Kassel. The Organ: An Encyclopedia. New York, London: Routledge. 2006.
  • "German Jubilate Hamonium Reeds." .
  • "Harmonium." .
  • "Harmonium." (Grove Music Online).
  • "Hamonium(pump organ)." .
  • "Music of Ind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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