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의 연주법

가야금의 연주법

요약 가야금(伽倻琴)은 오른손으로 줄을 뜯거나 튕기고(발현撥絃) 왼손으로 줄을 눌러 농음(弄音)한다.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은 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왼손으로 정확하고도 섬세한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악기 소리 듣기

1. 연주 자세

가야금(伽倻琴)은 바닥에 앉아서(좌식),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서 연주할 수 있다.

가야금의 전통적인 연주 자세는 바닥에 앉은 자세이다.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데, 왼쪽 다리를 먼저 안쪽으로 접고 그 다음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왼발을 오른쪽 다리 밑으로 넣으면 오른쪽 무릎이 왼쪽 무릎보다 약간 높게 된다. 가야금의 머리 부분(좌단 쪽)을 오른쪽 무릎에 얹는데, 이때 돌괘가 무릎 바깥에 닿도록 한다. 꼬리 부분(양이두 또는 봉미)을 왼쪽 바닥에 닿도록 놓는데, 놓는 각도는 몸의 방향과 평행하지 않고 꼬리 쪽이 앞으로 약 30도 각도로 벌어지도록 비스듬하게 놓는다. 전통악곡(정악, 민속악)은 바닥에 앉은 자세로 연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25현 가야금은 바닥에 앉아서 연주할 경우, 악기를 무릎 위에 올리지 않고 악기에 부착되어 있는 접이식 받침대를 펼쳐서 바닥에 세워 놓고 무릎을 악기 아래로 가게 하여 앉는 자세를 취한다.

바닥에 앉았을 때의 다리 모양

바닥에 앉았을 때의 다리 모양

바닥에 앉은 자세

바닥에 앉은 자세 풍류가야금, 산조가야금을 연주할 때의 자세이다.

바닥에 앉은 자세(받침대를 사용할 때)

바닥에 앉은 자세(받침대를 사용할 때) 개량가야금을 연주할 때는 접이식 받침대를 세우고 무릎을 악기 아래로 가도록 한다.

창작곡은 주로 의자에 앉아서 악기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연주한다. 받침대의 형태는 악기의 꼬리 쪽만 얹는 형태와 악기 전체를 얹는 형태가 있다. 어느 경우나 바닥에 앉았을 때처럼 악기의 머리 쪽이 꼬리 쪽보다 조금 높도록 고안되었다.

선 자세로 연주할 때는 특별히 높은 받침대를 사용한다.

의자에 앉은 자세

의자에 앉은 자세

오른손을 좌단 위에 편안하게 올려놓는다. 손바닥의 소지 쪽 가장자리(손날)는 현침 바깥쪽에 닿고 엄지, 검지, 중지는 자연스럽게 줄 위에 오도록 한다. 현침으로부터 안족 방향으로 2 ~ 3cm 떨어진 위치에서 줄을 손가락으로 뜯거나 튕겨서 연주하는데, 손가락 중 검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줄을 뜯는 위치에 따라 가야금의 음색이 달라지고 심지어 음높이도 미묘하게 변하므로, 뜯는 위치를 의도적으로 달리할 수도 있다.

왼손은 안족의 왼편에서 오른손이 뜯는 줄을 따라 움직인다. 안족으로부터 10cm쯤 떨어진 위치에서, 짚고자 하는 줄 위에 검지와 중지의 끝이 살짝 닿도록 올려놓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왼손은 농현, 퇴성, 추성, 전성 등의 기법을 구사한다.

야무진 소리를 내려면, 허리는 곧게 세우되 양 어깨와 팔꿈치, 손목 등에 불필요한 힘을 주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여, 온몸에서 나오는 힘을 손끝에 모으는 느낌으로 연주해야 한다.

2. 풍류가야금의 연주법

1) 오른손 주법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은 오른손 발현이 기본적으로 매우 다르다. 산조가야금은 손가락으로 줄을 짚어 위쪽으로 당기듯 뜯지만, 풍류가야금은 손가락을 위쪽으로 들지 않고 손가락을 줄 위에 엎어 놓은 자세에서 그대로 손가락 첫 번째 마디 끝 1/3 부분으로 줄을 몸 쪽으로 당기거나 바깥쪽으로 밀어 연주한다. 여러 손가락의 손톱을 이용해 줄을 연달아 튕기는 주법인 연튕김의 경우 산조가야금에서는 중지와 검지만으로 하는 데 비해, 풍류가야금에서는 소지부터 무명지, 중지, 검지까지 차례로 쓴다. 풍류가야금은 또 뜰이라 하여 엄지로 튕기는 주법이 있는데, 이는 거문고에서 술대로 현을 몸 쪽으로 떠서 연주하는 ‘뜰’과 유사한 것으로 산조가야금에는 없는 주법이다.

주법 부호 주법 명칭 연주 방법

없음

검지

율명에 아무 부호가 없을 때는 모두 검지로 줄을 당긴다.

-

엄지

엄지로 줄을 민다. 1/6박과 1/4박 같은 짧은 음은 뜯는다.

중지

중지로 줄을 당긴다.

o

검지로 튕김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하여 둥글게 잡은 뒤 검지 손톱으로 줄을 튕긴다.

싸랭

싸랭

제시음보다 한 옥타브 낮은 줄을 중지로 당긴 다음 급속히 제시음의 줄을 엄지로 밀어 옥타브 음정을 낸다.

슬기둥

중지로 연주할 줄의 하나 윗줄(안쪽 줄)을 검지로 먼저 당긴 다음, 중지로 제시음보다 한 옥타브 낮은 줄을 당기고, 바로 엄지로 제시음의 줄을 민다.

v

엄지손톱으로 줄을 안쪽으로 뜬다.

8

연튕김

소지, 무명지, 중지, 검지 순으로 연달아 줄을 튕긴다.

풍류가야금의 오른손 주법

오른손 주법

출처: 악기백과

2) 왼손 주법

풍류가야금의 왼손 주법에는 농현(弄絃), 추성(推聲), 퇴성(退聲), 전성(轉聲) 등이 있다.

가야금에서 농현이라 하면 좁은 의미로 떠는음 즉 요성(搖聲)만을 의미한다. 풍류가야금의 농현은 산조가야금보다 느리고 부드러우며, 농현의 폭을 좁게 하여 여음(연주한 뒤에도 남아 있는 음향)을 잔잔히 이어 가는 느낌으로 한다.

추성, 퇴성, 압성(押聲, 뜰동)을 할 때의 손가락 모양도 산조가야금 연주 때와 전혀 다르다. 검지, 중지, 무명지를 구부려 둘째 마디에 줄을 끼듯이 잡고 엄지와 소지는 펴서 줄 위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줄을 당기거나 풀거나 꺾는다. 『』(樂學軌範, 1493)에서는 이때의 손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였다.

『악학궤범』 영조판에 수록된 좌수안현도

『악학궤범』 영조판에 수록된 좌수안현도

주법 부호 주법 명칭 연주 방법
요성(농현)

요성(농현)

안족 왼편 약 10cm 거리에서 줄 위에 왼손 검지와 중지를 올려 줄을 흔든다.

전성

전성

왼손 검지와 중지로 안족 왼편의 줄을 강하게 아래로 눌러 준 후 바로 원위치로 돌아온다(줄을 굴린다).

퇴성, 퇴성

퇴성

왼손 검지, 중지, 무명지로 안족 왼편 약 10cm 거리에서 줄을 쥐고 엄지와 소지는 줄 위에 놓는다. 오른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동시에 왼손으로 줄을 안족 쪽으로 당겨 느슨하게 하여 1/4음 가량 음높이를 낮춘다.

추성, 추성

추성

(才)는 퇴성과 같은 모양으로 줄을 쥔 상태에서 오른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동시에 왼손의 중지와 무명지로 줄을 껴 쥐고 소지로 줄을 지그시 누르며 안족을 향해 좌우로 끌어올려 음높이를 높인다.
(し)는 요성 때처럼 왼손 검지와 중지로 줄을 서서히 눌러 음높이를 높인다.

압성(뜰동)

압성(뜰동)

퇴성과 같은 모양으로 줄을 쥔 상태에서 오른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동시에 왼손 중지와 무명지로 줄을 당기며 소지로 줄을 급하게 눌렀다 놓는다.

체괘표, 체괘표

체괘표

계면조 조현으로 된 악곡에서, ‘僙’ 옆에 이 부호가 있으면 본래의 僙 현인 제5현 대신 제6현으로 연주한다.

풍류가야금의 왼손 주법

왼손 주법

출처: 악기백과

가곡 “태평가” 초장 연주

출처: 악기백과

3. 산조가야금 연주법

1) 오른손 주법

오른손 손날이 현침 바깥쪽에 닿도록 좌단 위에 손을 올린 상태에서 검지, 중지, 엄지 등으로 줄을 뜯거나 튕겨 연주한다. 검지와 중지로 소리 낼 때는 손등을 현침 바깥쪽으로 젖히면서 줄을 뜯는다. 엄지로 소리 낼 때는 엄지를 위쪽으로 젖혀 뜯는다.

같은 음을 반복해서 연주할 때는 보통 검지로 첫 번째 음을 뜯고 두 번째 음은 튕겨서 소리 낸다. 뜯을 때보다 튕길 때 더 가볍고 맑은 음색이 난다. 튕길 때는 검지손톱을 엄지에 붙여 모은 상태에서 연주하고자 하는 줄보다 하나 윗줄(안쪽 줄)에 엄지를 올려놓고 구슬치기 하듯이 검지를 뻗어서 검지손톱으로 줄을 친다.

중지와 검지의 손톱을 이용해 연이어 튕기는 주법을 연튕김이라 한다. 연튕김은 튕김 주법의 손 모양에서 중지까지 검지 옆에 붙여 함께 모았다가 중지로 먼저 줄을 튕기고 이어서 검지로 튕겨 소리 낸다. 연튕김은 검지로 뜯는 주법에 곧이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검지와 엄지를 함께 집어서 차례로 뜯는 2-1주법은 주로 한 줄과, 그 줄에서 한두 줄 건너는 줄을 연이어 연주할 때 사용한다. 중지와 엄지를 함께 집어서 뜯는 3-1주법은 한 옥타브 떨어진 두 줄을 연주할 때 주로 사용한다.

중에는 오른손 손날을 현침 위에 닿게 하여 줄을 막고 연주하는 주법을 쓰는 것도 있다. 이 주법은 서양음악의 약음법(con sordino)처럼 탁하고 막힌 듯한 음색을 내며, 부호 역시 c.s.로 쓴다. 해제할 때는 센차소르디노(senza sordino), 즉 s.s.로 표기한다.

주법 부호 주법 명칭 연주 방법

1

엄지

엄지로 줄을 뜯는다.

2

검지

검지로 뜯는다.

3

중지

중지로 뜯는다.

0

튕김

검지로 튕긴다.

80

연튕김

중지, 검지로 차례로 튕긴다.

280

검지-연튕김

검지로 뜯고(2) 이어 연튕김(80)

2-1

검지-엄지

검지로 줄을 밀거나 뜯고 이어서 엄지로 뜯는다(검지와 엄지로 집는다).

3-1

중지-엄지

중지로 줄을 밀거나 뜯고 이어서 엄지로 뜯는다(중지와 엄지로 집는다).

1-3

엄지-중지

엄지, 중지 순으로 줄을 뜯는다.

2-2

검지-검지

차례로 있는 두 개의 줄 중 아랫줄을 검지로 밀고 윗줄을 검지로 뜯는다.

스타카토

줄을 뜯은 후 막아서 여음이 울리지 않도록 연주한다.

c.s.

콘소르디노

오른손 소지와 연결되는 손바닥 부분을 현침 위에 올려서 줄을 막고 연주한다.

산조가야금의 오른손 주법

오른손 주법

출처: 악기백과

2) 왼손 주법

안족의 왼쪽 7 ~ 10cm 위치에 왼손 검지와 중지 끝의 살 부분을 가지런히 올린 기본자세에서 다양한 왼손 주법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왼손 주법은 검지와 중지를 사용한다. 엄지를 쓸 때도 있는데 이때는 엄지의 첫 번째 마디 바깥쪽 살이 줄에 닿게 한다.

산조가야금의 왼손 주법은 풍류가야금에 비해 표현의 범위가 넓고 역동적이다. 특히 농현이 매우 다양하여, 연주하는 곡의 악조 및 장단의 특성에 따라 농현의 폭과 속도가 달라진다. 농현 외에 퇴성, 추성, 전성, 꺾는음 등 다양한 주법이 있는데, 줄을 누르고 흔드는 정도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고 미세한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주법 부호 주법 명칭 연주 방법
가는 농현

가는 농현

줄을 가늘게 흔든다.

굵은 농현

굵은 농현

줄을 굵게 흔든다.

전성

전성

줄을 빠르게 쳐서 구른다.

꺾는음

꺾는음

줄을 눌러서 제시음보다 반음(단2도) 가량 높은 음을 낸 후 빠르게 줄을 놓아 제자리로 온다(일명 ‘꺾는다’).

추성

추성

제시음을 낸 후 여음이 상행진행하도록 왼손으로 줄을 누른다.

추성

추성

제시음보다 한 줄이나 두 줄 아래 줄을 뜯은 뒤 왼손으로 그 줄을 눌러 여음이 제시음이 될 때까지 상행진행하도록 연주한다.

퇴성

퇴성

줄을 눌러 제시음을 낸 후 여음이 하행진행하도록 왼손을 들어 준다.

 

제시음의 줄보다 하나 아래 줄을 눌러 제시음을 낸다.

 

제시음의 줄보다 두 줄 아래를 눌러 제시음을 낸다.

 

제시음을 내는 본래 줄로 되돌아가 연주한다.

 

엄지로 줄을 누르거나 흔든다.

 

줄을 눌러 소리 낸 뒤 농현하면서 왼손을 들어 여음이 하행진행하도록 연주한다.

산조가야금의 왼손 주법

왼손 주법

출처: 악기백과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중 중중모리, 자진모리 연주

출처: 악기백과

4. 특수주법

1960년대 이후 황병기(1936 ~ ), 이성천(1936 ~ 2003) 등의 가야금 창작곡이 다수 작곡되면서 전통적인 연주법에 없던 새로운 주법들이 개발되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모닉스(Harmonics)는 오른손바닥으로 줄을 막은 상태에서 현침과 안족의 정중앙을 오른손 검지로 뜯어 옥타브 위의 음을 소리 내는 주법이다. 음량이 매우 작고 섬세한 소리가 난다. 황병기의 “숲” 3악장 ‘비’의 첫 부분에 하모닉스 주법이 사용되었다.

하모닉스 주법 부호

하모닉스 주법 부호 파란 사각형 안에 있는 음이 하모닉스 주법으로 낸 음이다.

손톱을 줄에 부딪혀서 소리 내는 주법도 있다. 오른손 무명지, 중지, 검지를 수직으로 세우고 손톱의 등 부분으로 차례로 줄을 가볍게 두드리듯이 연주하면 마치 작은 구슬을 유리판 위에 쏟는 듯한 소리가 난다. 이때 안족의 왼쪽 부분 줄들을 왼손으로 쓸어 준다. 황병기의 “비단길” 4악장 첫 부분에서 이 주법을 사용하였다.

손톱을 줄에 부딪혀서 소리 내는 주법 부호

손톱을 줄에 부딪혀서 소리 내는 주법 부호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하여 잡은 상태로 손톱의 등 부분으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줄을 빠르게 비비는 주법은 몽환적인 효과를 낸다. 이때 오른손을 좌우로 이동하면서 비비면 음색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황병기의 “침향무” 3악장 마지막 부분에 이 주법이 사용되었다.

손톱으로 줄을 비비는 주법 부호

손톱으로 줄을 비비는 주법 부호

개량가야금에서 많이 쓰이는 주법으로는 양손을 모두 안족과 현침 사이에 놓고 아르페지오로 연주하거나, 양손 손가락으로 동시에 여러 줄을 뜯어서 화음을 내는 주법 등이 있다.

그밖에 현대 가야금 창작곡에서는 새로운 주법들이 개발되어 연주되고 있다. 기존의 주법이 주로 줄의 울림을 중심으로 했다면, 새로운 주법들은 보다 파격적이다. 가야금의 몸통이나 좌단 부분을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두드리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줄을 내리치거나 문지르기도 하며, 안족을 들었다가 강하게 놓아 안족이 공명통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울림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쟁 활로 가야금의 줄을 긋기도 하는 등 다양한 주법들이 쓰이고 있다.

특수주법

출처: 악기백과

참고문헌

  • 성현 외. 『악학궤범』(영조판).
  • 손태룡. 『』.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3년
  • 송혜진, 『』. 열화당, 2001년
  • 이지영. 『』.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년
  • 장사훈. 『국악의 전통적인 연주법: 거문고‧가야고‧양금‧장고편 』. 세광출판사, 1982년
  • 최충웅. 『』. 은하출판사, 2001년
  • 황병기. 『』.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78년
  • 황병주. 『』. 은하출판사,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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