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룰로스

셀룰로스

[ cellulose , 纖維素 ]

1838년 페이언(Payen)이 어린 식물류에서 물에 녹지 않는 선형의 소수성 다당류를 처음 발견하였고, 이를 프랑스 학술원이 '셀룰로스(cellulose)’라 명명하였는데 섬유소(纖維素)라고도 부른다. 셀룰로스는 식물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성분으로 포도당(glucose)이 베타-1,4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연결된 결정형의 미세섬유 형태로 합성되지만, 곰팡이나 세균조류(algae) 등의 미생물도 생산한다. 셀룰로스와 이를 이용한 생산품은 자연에 존재하는 분해자에 의해 분해되어 생태계탄소순환 고리로 재차 편입되기 때문에 친환경 산업용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포도당의 구조 (출처: )

셀룰로스의 구조 ()

목차

셀룰로스의 구조와 생리/생태학적 기능

셀룰로스는 나자식물과 피자식물 목재성분의 40~50%를 차지하는 내력성 중합체(load-bearing polymer)로 대단히 안정하여 강산이나 강알칼리 처리, 가열 및 당김(stretching) 등의 외부 충격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다. 셀룰로스는 첫 번째 포도당의 네 번째 탄소(C-4)에 존재하는 수산기(OH-)가 다음 번에 오는 포도당의 첫 번째 탄소원자(C-1)와 베타-1,4-결합하는 방식으로 대개 10,000개 가량의 포도당(D-glucose) 잔기가 연결된 단일중합체(homopolymer)이며(그림 1), 사슬의 양 말단에 존재하는 수산기 중 C-1 말단의 것은 환원성(reducing)이나 C-4 말단의 것은 비환원성(non-reducing)이다. 또한 셀룰로스 사슬에 많이 존재하는 극성 산소와 수소 원자가 동일 셀룰로스 사슬 내부 또는 인접하는 사슬 간의 수소결합을 형성하여 셀룰로스 사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식물 셀룰로스(PC, plant cellulose)는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으로, 식물 생장기에 분열세포의 세포판(cell plate)에 축적되기 시작하여 세포(벽) 팽창기에 헤미셀룰로스(hemicellulaose)와 리그닌(lignin)으로 구성된 기질층(matrix)으로 지속적으로 삽입되어 1차 세포벽을 형성한다. 생장이 느려지거나 정지되면 결정성이 큰 셀룰로스가 물관부 섬유(xylem fiber)에 포함되면서 원형질막과 1차 세포벽 사이에 2차 세포벽이 점진적으로 발달 된다. 관다발조직(vascular tissue) 형성과 셀룰로스 축적에 의한 2차 세포벽의 발달은 뿌리로 흡수된 물과 양분의 수송뿐만 아니라 식물이 지상부 위쪽으로 생장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견고성을 부여하여 종국적으로 육상식물이 진화되게 하였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 2차 세포벽의 발달은 병원균의 침입 등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목질섬유소(lignocellulose)를 연료나 화학물질로 변환시키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생태학적으로는 전지구적 탄소순환의 주요 요소로 다양한 세균류와 곰팡이류가 선호라는 기질이며, 장내에 섬유소 분해세균을 지니고 있는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먹이나 생물연료나 유용한 화학물질 생산을 위한 원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온성 광합성 세균인 Thermosynechococcus vulcanus로부터 장내병원균인 Salmonella enteric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균의 세포 외 생물막 기질(biofilm matrix)의 공통적인 다당류로 생합성 되는 셀룰로스(BC, bacterial cellulose)는 세포-세포 간 작용, 세포부착, 생물막 형성에 관여한다. 특히, 셀룰로스 생산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 편모에 의한 세균의 이동성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성숙된 생물막에는 셀룰로스가 털 모양의 아밀로이드성 성분과 상호작용하여 세균성 목재(bacterial wood)라 불리는 단단한 세포 외 기질층이 형성된다.

이러한 셀룰로스 생합성은 염소처리 등으로부터 세균을 보호하는 내성 기전으로 작용한다. BC는 식물공생 세균류인 Pseudomonas fluorescenceRhizobium leguminosarum 등이 근권(rhizophere)이나 옆권(phyllosphere)에서 기주식물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여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식물표면에 Agrobacterium tumefaciens 등 식물병원균의 집락 형성을 도와준다. 흥미로운 것은 음식유래 감염균인 Salmonella enterica의 셀룰로스가 토양 곰팡이류인 Aaspergillus niger 세포벽 성분인 키틴(chitin)과 상호작용하여 세균류가 토양에 존속하도록 하는 생태학적 기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S. entericaEscherichia coli 등의 음식매개 병원균이 토마토나 상추 등의 먹거리용 채소류에 부착하고 집락을 형성하는 과정에 생물막 형성 유전자 중 셀룰로스 생합성 유전자가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BC는 다양한 세균의 생물막 형성에 중요한 세포 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주성분으로 합성되어 식물과 인체 병원균의 병원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세균류가 자외선이나 건조 등의 환경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셀룰로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유황온천에서 소시지 모양의 세균이 유황원소와 결합하여 형성하는 흰색의 실모양 또는 덩어리 구조체(sulfur-turf microbial mats)에서도 BC가 발견되는데, 이 구조체는 지구 외의 혹성에 생물체의 존재 가능성을 알려주는 표지자(biosignature)로 활용되기도 한다.

셀룰로스의 생합성 과정

식물 셀룰로스(Plant cellulose, PC)는 원형질막에 존재하는 셀룰로스합성효소(cellulose synthase A, CESA) 복합체 (cellulose synthase synthase complex, CSCs)에 의해 합성된 후 셀룰로스 사슬 간의 수소결합에 의해 미세섬유(microfibril)로 뭉쳐진다. 1차 세포벽과 2차 세포벽의 셀룰로스 합성에는 각기 다른 3가지 CESA와 CSC의 세포 내 이송과 조립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복합체(CSCs)를 형성하고 있다. CSCs는 골지체(Golgi complex)에서 조립되어 원형질막에 이송된 후 여섯 개의 장미모양 복합체(hexameric rosette complex)로 존재하며 셀룰로스 미세섬유를 합성한다. 셀룰로스 생합성의 기질은 설탕(sucrose)에서 유도된 UDP-glucose이며, 원형질막에 존재하는 6개의 CSC로부터 각기 합성되는 6개의 셀룰로스 가닥이 세포 바깥쪽으로 밀려 나오면서 수소결합에 의해 미세섬유로 뭉쳐진다.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콤부차(Kombu tea) 발효액 상층부에 형성되는 젤라틴성 피막인 콤부차버섯(일명 홍차버섯)의 주성분이 세균 셀룰로스(BC)인데, 초산균인 Bacterium xylinus에 의해 합성된다는 사실을 1886년 영국의 화학자인 브라운(Brown)이 최초로 보고하였다. B. xylinus는 후에 Acetobacter xylinumGlucobacter xylinus 등으로 재분류 되었다가, 2013에 이르러 Komagataeibacter xylinus로 개명되었으며, 이 균종을 비롯한 근연종의 유전체서열(genome sequence)도 밝혀졌다. BC는 질소고정세균(Rhizobium legminosarum), 토양세균(Burkholderia 종과 Pseudomonas putida) 식물병원균(Dickeya dadantii, Erwinia chrysanthemi) 식물종양세균(Agrobacterium tumefaciens) 그리고 잘 알려진 모델 세균류인 E. coliS. enterica 등에 의해서도 생산된다.

초산균과 효모의 영양공생체인 콤부차버섯 (출처: GettyImages-483425519)

유전체 분석 결과, 세균류의 셀룰로스 합성효소 오페론(operon)은 매우 다양하여 크게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UDP-glucose를 기질로 사용하는 생합성효소(BCS, bacterial cellulose synthase) 유전자는 대부분 2개(BcsA, BcsB) 존재하며, 오페론 형태별로 미세섬유 생성 및 분비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세균 셀룰로스 생합성효소 유전자의 발현은 지수기(log phase) 보다는 생물막 형성기에 증진되며, 다른자리입체성 조절자(allosteric regulator)인 c-di-GMP에 의해 조절된다.

셀룰로스의 산업적 이용 동향

셀룰로스 종류로는 I, II, III, IV의 4가지 다형체(polymorph)가 있는데, 식물이나 세균에 의해 생합성 되는 셀룰로스는 I형으로 결정성이 가장 큰데, BC는 Iα형이고 PC는 Iβ형이다. II형은 I형을 알칼리처리(mercerization)하거나 용해시킨 후 재결정화하는 재생(regeneration)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III형은 I형이나 II형을 액체 암모니아로 처리하면 생성된다. 마지막으로 IV형은 III형을 글리세롤 속에서 열을 가하면 생성된다. 셀룰로스는 수소결합과 결정성 때문에 유기용매에 의해 잘 녹지도 않고 용해되지도 않으며, 산 또는 알칼리 처리에 의한 가수분해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화학적 처리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소재인 PC와 BC를 재활용하거나 새로운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셀룰로스 이용과 달리 눈 여겨 볼 PC 이용분야는 액체 생물연료(liquid biofuel) 생산이다. 대체식량원 등의 용도로도 사용 가능한 설탕(사탕무우 또는 사탕수수) 또는 녹말(옥수수 등의 곡물) 함유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1세대 연료용 에탄올(1G fuel ethanol)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식용과도 무관하며 지역적 한계 없이 풍부히 공급 가능한 농업부산물에 포함된 목질섬유소(lignocellulose)로부터 셀룰로스를 추출하고 발효시켜 에탄올을 생산하려는 2세대 연료용 에탄올(2G fuel ethanol) 생산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nanocellulose’라 칭하기도 하는 BC는 PC에 비하여 순도도 높고, 물 보유능도 크며, 셀룰로스 섬유가 나노 수준으로 배열되어 있어 생체적합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특성에 때문에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피부상처치료용 붕대제품용 소재 외에, 다양한 나노기술과 접목하여 작은 직경의 혈관 제작용 스케폴드(scaffold)나 약물전달체 등의 생체의학용 재료로 활용하거나 센서, 필름 및 배터리 제작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용어

목질섬유소, 다당류(polysaccharide), 세포벽(Cell wall), 세균(bacterium), 조류(Algae), 미생물(microorganism), 생태계(ecosystem), 탄소 순환(carbon cycle), 리그닌(lignin), 진화(evolution), 병원균(pathogen), 생물막(biofilm), 광합성(photosynthesis), 편모(flagella), 집락(colony), 키틴(Chitin), 유전자(gene), 병원성(pathogenicity), 골지체(Golgi apparatus), 발효(fermentation), 유전체(Genome), 질소고정(nitrogen fixation), 오페론(operon), 다른 자리 입체성 단백질(Allosteric protein), 살모넬라 엔테리카(Salmonella enterica)

집필

박희문/충남대학교

감수

이은진/고려대학교

참고문헌

  1. Liu, C.G., Xiao, Y., Xia, X.X., Zhao, X.Q., Peng, L., et al. 2019. Cellulosic ethanol production: Progress, challenges and strategies for solutions. Biotechnol. Adv. 37, 491–504.
  2. Römling, U. and Galperin, M.Y. 2015. Bacterial cellulose biosynthesis: diversity of operons, subunits, products, and functions. Trends Microbiol. 23, 545–557. 
  3. Suhas, Gupta, V.K., Carrott, P.J.M., Singh, R., Chaudhary, M., et al. 2016. Cellulose: A review as natural, modified and activated carbon adsorbent. Bioresour. Technol. 216, 1066–1076.
  4. Zhong, R., Cui, D., and Ye, Z.H. 2019. Secondary cell wall biosynthesis. New Phytol. 221, 1703–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