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론

오페론

[ operon ]

목차

정의

오페론(operon)이란 유전체 DNA 상에서 기능적으로 연관된 유전자들이 하나의 전사단위로 묶여 서로 이웃하여 존재하는 구조의 기능적 단위를 의미한다. 대개 프로모터(promoter), 작동유전자(operator), 구조유전자(structural gene)의 세 부분이 DNA 상에 일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을 일괄적으로 조절하는 조절유전자(regulatory gene)가 따로 존재한다. 대개는 세포 내에서 같은 생화학적 반응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들이 오페론 구조에 의해 하나의 전사체(transcript)로부터 만들어지므로 세포의 필요에 따라 화학양론적으로 같은 양의 효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1961년 프랑수아 자코브(Francois Jacob)와 자크 모노(Jacques Monod)가 대장균에서 락토스(젖당) 오페론(lac operon)이 존재함을 처음 밝혀내었고, 이 공로로 196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오페론의 예로는 대표적으로 락토스 오페론과 트립토판 오페론(trp operon) 등을 들 수 있으나, 원핵세포에서는 대부분의 유전자들이 오페론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E. coli K12와 Bacillus subtilis(고초균)의 유전체에는 각각 약 600개 정도의 오페론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림 1). 오페론 구조는 원핵생물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 선충(Caenorhabditis elegans)과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등의 고등 진핵생물의 일부 유전자와 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됨으로써 원핵생물만의 특징이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림 1. 오페론의 기본 구조. (A) 락토스 오페론의 구조. (B) 트립토판 오페론의 구조.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구조

오페론은 대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조절유전자(regulatory gene): 해당 오페론의 작동유전자에 결합하여 구조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해주는 억제인자 혹은 유도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말한다. 락토스 오페론의 경우 이 오페론을 조절하는 억제인자를 암호화하는 조절유전자가 오페론의 앞 부분에 가까이 위치하지만, 일반적으로 조절유전자가 존재하는 DNA 상의 위치는 해당 오페론의 위치와는 큰 관련이 없다.

2) 프로모터(promoter): 프로모터는 일반적으로 유전자의 앞 부분(upstream)에 위치하여 그 유전자의 발현에 사용되는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는 DNA 상의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을 말한다. 보통은 mRNA가 합성되기 시작하는 부위(+1)에서 수백 뉴클레오타이드 앞 부분까지를 포함한다. 오페론에 존재하는 프로모터는 그 아래 부분(downstream)에 존재하는 복수의 유전자들의 발현을 동시에 조절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3) 작동유전자(operator): 프로모터 부근에 존재하는 DNA 상의 위치로서 억제인자(repressor)가 결합하는 자리를 말한다. 프로모터나 구조유전자의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와 겹치기도 한다. 락토스 오페론의 경우 작동유전자의 위치는 프로모터와 구조유전자 사이의 빈 공간이며, 여기에 억제인자가 결합할 경우 RNA 중합효소의 결합과 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므로 전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4) 구조유전자(structural gene): 세포 내에서 같은 기능 혹은 관련 기능을 하는 일련의 유전자들을 의미하며, 한 오페론 내에서 이들의 발현은 공통의 프로모터로부터 동시에 조절된다.

락토스 오페론

락토스 오페론(lac operon)은 대장균에서 젖당 대사에 관여하는 세 개의 효소인 β-galactosidase(LacZ, 젖당분해효소), lactose permease(LacY, 젖당수송단백질), β-galactoside transacetylase(LacA, 젖당아세틸기전달효소)를 만드는 세 개의 구조유전자 lacZ, lacY, lacA가 하나의 프로모터(promoter) 및 작동유전자(operator)와 일렬로 놓여 발현이 조절되고 있는 유전자군을 말한다. 이 세 개의 유전자는 모두 하나의 조절유전자인 lacI에서 발현되는 억제인자(Lac repressor)에 의해 한꺼번에 발현이 조절된다. 이 억제인자는 락토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작동유전자에 결합하여 오페론의 전사를 억제하므로 락토스의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락토스가 존재할 경우 이것이 유도인자(inducer)로 작용하여 억제인자와 결합하여 억제인자가 작동유전자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오페론의 전사가 일어나게 된다. 이때 유도인자는 락토스의 이성질체인 알로락토스(allolactose)이며, 이것은 β-galactosidase에 의해 락토스로부터 소량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락토스가 존재할 경우에만 유도인자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락토스 오페론은 음성 유도성(negative inducible) 오페론에 해당한다.

대장균의 경우 락토스는 글루코스(glucose, 포도당)처럼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탄수화물 영양소는 아니지만 만약 글루코스가 없을 때 주어지면 이를 분해하여 글루코스와 갈락토스(galactose)로 분해시켜 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락토스는 글루코스가 충분히 있을 때는 세포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다. 락토스 오페론의 억제 기전에 의해 락토스 분해에 필요한 효소들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의 생장 조건에서는 글루코스가 주된 탄수화물 에너지원이 되므로 락토스를 분해할 필요가 없어 이들의 유전자들은 억제된 상태로 있게 된다. 세 개의 구조 유전자 lacZ, lacY, lacA는 한 오페론으로 구성되어 필요 시에만 함께 전사되므로 일련의 반응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락토스 오페론은 억제인자 뿐 아니라 CAP(catabolic activator protein)이라는 활성인자(activator)에 의해서도 조절 받고 있다. CAP은 CRP(cAMP receptor protein)로도 알려져 있는데, 락토스 오페론 앞쪽에 위치한 조절유전자인 lacI와는 달리 CAP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염색체 상의 다른 부위에 위치한다. CAP은 글루코스의 효과를 매개하며, 락토스 오페론의 프로모터 바로 앞쪽 부위에 결합하면 RNA 중합효소(polymerase)의 결합을 유도하여 오페론의 전사를 활성화하게 된다. CAP은 cAMP와 결합하여 복합체를 이룰 때만 DNA에 결합할 수 있는데, cAMP는 세포 내 글루코스의 농도가 낮아질 경우에 그 농도가 높아지므로 세포가 글루코스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락토스 오페론의 전사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트립토판 오페론

트립토판 오페론(trp operon)은 세포 내에서 방향족 고리를 가진 아미노산 생합성 과정의 중간산물인 코리슴산(chorismate)으로부터 최종적으로 트립토판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5가지 효소를 만드는 구조유전자 trpE, trpD, trpC, trpB, trpA가 하나의 프로모터(promoter) 및 작동유전자(operator)와 일렬로 놓여 발현이 조절되고 있는 유전자군을 말한다. 여기서 트립토판은 오페론을 구성하는 유전자들에 의해 생성되는 최종 산물이자, 조절유전자인 trpR이 만들어내는 주억제인자와 함께 오페론의 작동을 멈추는 보조억제인자(corepressor)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트립토판이 존재할 때에는 주억제인자와 트립토판이 함께 작동유전자에 결합하여 전사를 억제하게 되고, 트립토판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억제인자가 작동유전자에 결합하지 못하여 전사가 일어나게 된다. 트립토판 오페론은 락토스 오페론과는 반대로 보조억제인자가 존재할 때 전사가 억제되므로 음성 억제성(negative repressible) 오페론에 해당한다.

집필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감수

김은자/한국미생물학회

동의어

Operon, 오페론, ope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