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락

집락

[ colony ]

미생물의 colony라는 용어를 동물과 식물의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군집이라는 용어로 번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동물과 식물의 생태학에서 사용되는 군집은 colony가 아니고 community이며, 그 개념도 차이가 있다. 동∙식물의 생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어느 한 종의 생물을 개체(organism)라고 부르고, 동일 시간 대에 정해진 장소에서 서식하는 개체의 무리를 개체군(population)이라고 부르며, 주어진 장소에 있는 다양한 개체군들의 모임을 군집(community)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미생물학에서는 집락(colony)이라는 용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즉 개체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지만 한 종의 미생물이 모여서 눈에 보이는 크기로 자란 덩어리를 집락(colony)이라고 칭한다. 즉 미생물학에서 집락이 동∙식물의 개체군에 해당하는 의미를 가졌다. 과거에는 집락이라는 용어 대신 군락(모여있는 부락)이라고 하였으나 발음이 어려워 집락으로 통일하였다.

목차

집락의 관찰

집락은 미생물을 배양시켜 관찰이 가능한데, 미생물을 배양(생장시키는 것)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미생물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포함된 액체(대부분 물에 녹인 상태)에서 배양하는 방법과, 둘째, 그 액체배지에 한천(agar)을 더하고 멸균한 후에 고체로 변하기 전에 Petri dish에 부어 평평한 상태의 고체배지에서 배양하는 방법 등이다. 액체배지에서 배양하면 미생물의 생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미생물을 대량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액체배지에서 배양할 때는 액체배지를 플라스크에 넣고 왕복진탕, 또는 회전진탕 방법으로 배지를 섞어주므로 영양분 및 산소가 고르게 퍼져 생장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고체배지에서의 생장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고체배지에서는 미생물 세포가 처음 위치한 장소에서 세포분열을 계속하면서 숫자가 증가하므로 점차 개체군의 크기가 커지고 결국에는 눈으로 확인할만한 크기가 되며 이를 집락이라고 부른다. 비록 집락 주변의 영양분이 확산되어 공급되지만 액체배지에서의 확산속도에 비하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고체배지에서 배양하는 것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고체배지가 필요한 이유와 고체배지에서의 배양이 주는 장점을 소개하겠다.

그림 1. 휴대전화기를 고체배지의 중앙에 가로 방향으로 올려놓고 일정 시간 후에 빼낸 뒤 배지를 배양한 결과. 휴대전화기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집락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모두 다른 종의 미생물이다. (출처: 윤창규, 서울대학교)

한강 물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의 수와 종류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 어느 특정 미생물 한 종을 분리하는 것은 오직 고체배지에 한강 물을 일부 접종하여 배양해야만 각 미생물들이 집락을 형성하고 그 집락을 채취함으로써 특정 미생물을 분리할 수 있다. 이처럼 고체배지에서 미생물들이 집락을 형성하여 자라는 것은 휴대전화기를 고체배지 표면에 일정 시간 동안 올려놓고 그 배지를 배양한 결과에서 잘 볼 수 있다 (그림 1). 이처럼 고체배지를 사용하면 여러 가지 미생물이 혼합된 상태에서 특정의 미생물을 순수하게 분리할 수 있어 이 방법이 확립되면서 미생물학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였다.

고체배지 제작에 한천 이용

고체배지를 만들기 위하여 액체배지에 한천을 더하고 열 처리를 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독일의 미생물학자 Robert Koch(1843~1910) 연구집단은 감자를 절편으로 자르고 열처리한 후에 그 표면에 미생물 혼합체를 배양하여 집락을 분리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나름대로 값싸고 쉬웠으나 감자의 주성분인 녹말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은 감자절편 표면에서 자라면서 녹말을 분해하여 액체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집락과 섞이는 문제가 있었다. 그 다음 사용했던 방법이 단백질인 젤라틴(gelatin)을 액체배지에 더하고 멸균한 후에 고체배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감자절편보다는 매끈한 표면을 얻을 수 있으나 단백질 분해효소를 가진 미생물들이 젤라틴을 분해하면 역시 액체로 변하기 때문에 사용이 매우 제한되었다. Koch의 연구실에서 공동연구자로 활동했던 Walther Hesse가 자신의 부인이 만든 잼(jam)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체배지에 한천을 더하고 열처리를 한 후에 고체배지를 만드는 방법을 확립하였다. 한천은 해초류의 세포벽 성분으로 녹말이나 섬유질과는 다른 결합방식으로 연결된 다당류이므로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실험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집필

최형태/강원대학교

감수

김봉수/한림대학교 

동의어

집락(colony), colony, 집락, Colony, 콜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