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티데이스

펩티데이스

[ peptidase ]

펩티데이스(peptidase)는 단백질 분해효소로서 프로테이스(protease)와 동의어로 쓰인다. 단백질의 펩타이드 결합을 가수분해하여 작은 펩타이드아미노산으로 만드는 반응을 촉매한다. 단백질 분해효소는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여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수행한다.

단백질 분해효소 3차원 구조. 펩타이드 기질과 결합된 TEV 단백질 분해 효소의 3차원 구조. 펩타이드 기질은 검은색, 촉매 작용에 참여하는 아미노산 잔기는 붉은색으로 표시되었다. ()

목차

분류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티데이스(peptidase)는 아미노산 잔기를 연결하는 펩타이드 결합을 분할하여 긴 단백질 사슬을 짧은 단편으로 분해한다.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끝에서부터 아마노산을 하나씩 절단하는 펩타이드 말단 가수분해효소(exopeptidase)와 폴리펩타이드의 내부를 절단하는 펩타이드 내부 가수분해효소(endopeptidase)로 나눌 수 있다. 펩타이드 말단 가수분해효소에는 아미노펩티데이스(aminopeptidase), 카복시펩티데이스(carboxypeptidase)가 있다. 펩타이드 내부 가수분해효소(endopeptidase)는 단백질의 내부에 있는 펩타이드 결합을 분할한다. 펩신(pepsin), 트립신(trypsin), 엘라스테이스(elastase), 파파인(papain), 키모트립신(chymotrypsin)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펩티데이스는 촉매의 중심이 되는 활성 잔기(catalytic residue)를 기준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세린 단백질 분해효소(serine protease), 시스테인 단백질 분해효소(cysteine protease), 트레오닌 단백질 분해효소(threonine protease), 아스파트산 단백질 분해효소(aspartic protease), 글루탐산 단백질 분해효소(glutamic protease), 금속 단백질 분해효소(metalloprotease), 아스파라긴 단백질 분해 효소 (asparagine peptide lyase) 등의 7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1)

세린(serine), 시스테인(cysteine), 아스파트산(aspartic), 금속(metallo) 이 4종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비교적 일찍부터 알려졌으며, 트레오닌 단백질 분해효소는 1995년, 글루타믹 단백질 분해효소는 2004년에 이르러서야 그 존재가 밝혀지게 되었다.

이 효소들은 펩타이드 결합을 절단할 때 시스테인과 트레오닌을 가지는 아미노산 잔기나 물 분자를 친핵성을 가지게 만들어 펩타이드의 카복실기(carboxyl group)를 공격하게 한다. 이때, 히스티딘 잔기가 세린이나 시스테인 또는 트레오닌을 친핵체(nucleophile)로 활성화시키는 촉매 삼합체(catalytic triad)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2) 일곱 번째로 분류된 아스파라긴 단백질 분해효소 (asparagine peptide lyase)는 특이하게 그 기작이 가수 분해보다는 제거 반응(elimination reaction)에 가까워 단백질 분해효소에 포함할지 여부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작용 메커니즘

펩티데이스촉매 작용 메커니즘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린, 트레오닌, 시스테인 단백질 분해효소의 경우에는 2단계를 거쳐 반응이 일어난다. 먼저 촉매 삼합체(catalytic triad)안의 친핵성 잔기(nucleophilic residue)가 펩타이드 결합을 친핵성 공격(nucleophilic attack)하여 효소와 기질 사이에 공유 결합이 일어나고 첫 번째 생성물이 떨어져 나간다. 그 다음, 생성된 아실-효소 중간체(acyl-enzyme intermediate)가 활성화된 물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나머지 생성물이 만들어지고 효소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단백질 분해효소에는 3개의 아미노산 잔기가 모여 촉매 삼합체(catalytic triad)를 형성하는데 이들은 일차 구조에서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효소의 삼차원적 구조에서는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 전하 중계 네트워크(charge relay network)를 형성하며 촉매 작용을 수행한다. 촉매 삼합체에는 세린(serine)-히스티딘(histidine)-아스파트산(aspartate)/ 시스테인(cysteine)-히스티딘(histidine)-아스파트산(aspartate)/ 세린(serine)-글루탐산(glutamate)-아스파트산(aspartate)/ 시스테인(cysteine)-히스티딘(histidine)-세린(serine)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세린 단백질 분해효소(serine protease)에 존재하는 세린(serine)-히스티딘(histidine)-아스파트산(aspartate) 촉매 삼합체(catalytic triad)는 생화학에서 가장 심도있게 연구된 효소 촉매 잔기들이다. 아스파트산(aspartate)는 히스티딘(histidine)과 수소 결합을 형성함으로써 이미다졸(imidazole)에 있는 질소의 pKa를 7에서 12로 증가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서 히스티딘이 강력한 염기로 작용하여 세린 친핵체(serine nucleophile)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또한, 촉매 과정에서 중간체에 축적되는 전하를 안정화시키는 여러 개의 펩타이드 아마이드로 구성된 산소음이온 구멍(oxyanion hole)을 가지고 있다. 히스티딘 염기는 첫 번째 이탈 그룹에 양성자를 제공하고, 또한 물을 활성화시켜 여기서 생성된 하이드록실 이온(hydroxyl ion)을 통해 아실-효소 중간체(acyl-enzyme intermediate)를 공격함으로써 촉매 과정을 촉진하게 된다.

이에 반해 아스파트산(aspartic), 글루탐산(glutamic), 금속(metallo)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는 1단계의 반응으로 일어난다. 이 경우 효소가 물 분자를 활성화시켜 물이 펩타이드 결합을 친핵성 공격하여 가수 분해가 일어난다.

단백질 분해효소 촉매 작용 기작. ()

기질 특이성(specificity)

트립신(trypsin)이나 키모트립신(chymotrypsin) 같은 소화 효소의 경우 섭취한 단백질을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기 위해서 광범위한 종류의 기질을 가수분해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질을 분해하는 효소는 일반적으로 기질의 단일 아미노산에 결합하므로 그 아미노산 잔기(amino acid residue)에 대한 특이성만 가진다. 예를 들어 카이모트립신은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타이로신(tyrosine), 또는 트립토판(tryptophan)을 인식하여 그 다음에 오는 부위를 특이적으로 절단한다. 이에 반해, 어떤 단백질 분해효소는 매우 특이적이고 특정 서열을 가진 기질만 절단한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혈액 응고 관련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의 다단백질(polyprotein)의 처리(processing)는 정확한 위치에서 절단이 일어나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특이성이 필요하다. 이런 종류의 펩티데이스는 기질의 특정한 서열의 잔기에 결합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포켓(pocket)이 있는 구획이나 터널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단백질 분해효소인 TEV 단백질 분해효소는 특정 아미노산 서열 (예를 들면 ENLYFQ)에 특이성을 갖는다.3)

몇 가지 펩티데이스의 선택적 가수분해 자리들
효소 선택적 가수분해 자리
트립신(Trypsin) 라이신(Lysine), 아르지닌(Arginine)의 카복시 말단(Carboxy end)
카이모트립신(Chymotrypsin) 페닐알라닌(Phenyalanine), 트립토판(Tryptophan), 타이로신(Tyrosine)의 카복시 말단
펩신(Pepsin) 아스파트산(Aspartate), 글루탐산(Glutamate), 류신(Leucine), 페닐알라닌(Phenyalanine), 트립토판(Tryptophan), 타이로신(Tyrosine)의 카복시 말단(Carboxy end)

기능과 다양성

거의 모든 생명체와 바이러스에 다양한 종류의 펩티데이스가 존재한다. 단순히 음식의 단백질을 소화하는 것에서부터 고도로 조절되는 연쇄반응, 예를 들어 혈액 응고, 보체(complement system), 세포 자살(apoptosis)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생리적 반응에 단백질 분해효소가 관련되어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은 결과적으로 단백질의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반대로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주요 구성성분으로 변하게 하기도 하고 생체 내 신호 전달 경로에서의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식물도 수백 가지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유전자에 암호화 되어 있는데 대개 그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많다. 알려진 기능들 중에는 주로 발달 조절에 관련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고 또한 광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4)

동물의 단백질 분해 효소는 다양한 대사 과정에 관여한다. 펩신 같은 산성 단백질 분해 효소는 위장에서, 트립신과 카이모트립신 같은 세린 단백질 분해효소는 십이지장에서, 음식에 있는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청에 존재하는 트롬빈(thrombin), 플라스민(plasmin) 등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혈액 응고뿐만 아니라 응고물의 용해와 면역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혈구에 존재하는 또 다른 단백질 분해효소인 엘라스테이즈(elastase)도 대사 조절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단백질 분해효소는 호르몬이나 항체, 효소 같은 다른 단백질의 수명을 조절함으로써 마치 스위치를 켜거나 끄듯이 생리학적인 반응을 조절하기도 한다.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단백질을 재활용함으로써 생태계의 탄소질소 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 5) 박테리아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주변의 단백질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외부로 분비되는 박테리아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외독소(exotoxin)로서 작용할 수 있으며 세균성 병원체(bacterial pathogenesis)의 독성 인자(virulence factor)가 될 수 있다.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나 TEV(tobacco etch virus) 같은 바이러스는 전체 지놈(genome)을 하나의 큰 다단백질(polyprotein)로 합성한 다음, 이것을 자신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각각의 기능적인 단백질로 분해한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높은 기질 특이성을 가져서 매우 제한된 서열의 기질 만을 절단한다. 따라서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중요한 타겟이 된다.6)

참고자료

1. Oda K (2012). 'New families of carboxyl peptidases: serine-carboxyl peptidases and glutamic peptidases'. Journal of Biochemistry. 151 (1): 13–25
2. Dodson G, Wlodawer A (September 1998). 'Catalytic triads and their relatives'. Trends in Biochemical Sciences. 23 (9): 347–52.
3. Renicke C, Spadaccini R, Taxis C (2013-06-24). 'A tobacco etch virus protease with increased substrate tolerance at the P1' position'. PLOS One. 8 (6): e67915.
4. Zelisko A, Jackowski G (October 2004). 'Senescence-dependent degradation of Lhcb3 is mediated by a thylakoid membrane-bound protease'. Journal of Plant Physiology. 161 (10): 1157–70.
5. Sims GK (2006). 'Nitrogen Starvation Promotes Biodegradation of N-Heterocyclic Compounds in Soil'. Soil Biology & Biochemistry. 38 (8): 2478–2480.
6. Skoreński M, Sieńczyk M (2013). 'Viral proteases as targets for drug design'. Current Pharmaceutical Design. 19 (6): 1126–53.

동의어

펩티데이스, 펩티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