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바이러스

[ virus ]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핵산(DNA나 RNA)을 단백질로 둘러 싸여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 감염하여 기생할 수 있는 조건부적(conditional) 생명체이다. 조건부적이라함은 바이러스가 감염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물질 대사가 없고 에너지를 발생하지 않으며 결정체로도 존재하는 무생물체의 특성을 가지다가 숙주에 감염함으로서 증식하며, 진화하고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생명체의 특성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즉 바이러스는 비세포성 감염 주체로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숙주 세포을 장악한다.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된 가장 일반적인 바이러스(virus) 외에, RNA만으로 구성된 바이러스의 유사체로 명명한 바이로이드(viroid)와 핵산없이 단백질만으로 구성된 프리온(prion) 병원체도 있다. 프리온(prion)은 바이러스와 특징이 유사하지만 무생물로 분류된다. 핵산이 DNA 혹은 RNA로 구성되어 있는지 여부, 외막의 유무, 기생 장소, 모양 등으로 바이러스의 종류를 분류한다.

AD 165–180 와 AD 251–266에 걸쳐 로마 제국에 천연두가 만연하여 대재앙을 일으켜 로마 제국이 쇠약해 졌다고 하며 15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천연두는 원주민에게 엄청나 재앙이 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의 10% 살아 남았다 한다. 1918-1919년의 전세계적 독감 팬데믹은 2천만 명 이상의 인명을 희생시켰다. 1980년대 이후 HIV로 약 3천만 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로 2021년까지 팬데믹 이후 5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앞으로 몇 년 더 지속이 될지 예측이 어렵다.

바이러스 구조 (출처: 대한화학회)

목차

바이러스 발견

1892년 이바노프스키(Dmitri Ivanovsky)는 담배 모자이크 질병 연구를 통하여 바이러스의 존재를 최초로 제안하였다. 감염된 담뱃잎 즙에서 세균(bacteria), 진균(fungus) 및 기생충(parasite)들을 모두 제거한 후에도 다시 정상 담뱃잎에 접종하면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여과할 수 없는 극미생물(extremely minuscule infectious agent)이 존재하며 이에 의해 담배 모자이크병이 발생한다고 학계에 보고하였다. 그 이후 바이어링크(Martinus Beijerinck)는 연구를 통하여 이 전염성 병원체는 분화하는 세포 내에서만 증식됨을 발견하였고 라틴어로 독(poison) 혹은 끈적이는 액체란 뜻을 가진 바이러스(virus)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하였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입자로 구성되었음은 당시로는 알 수 없었으므로 자연에서 액체 상태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1935년 스탠리(Wendell Meredith Stanley)는 이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가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졌음을 밝혔고 단백질 결정체로 추출하는데 성공했다.1) 1955년 프랭크린(Rosalind Franklin)은 X-선 결정학으로 이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혔다.2)

바이러스 크기

전체 바이러스의 구조는 바이론 (viron)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숙주 밖에서 바이러스가 택하는 형태이다. 바이론 하나의 크기는 10nm에서 400nm가 되어 광현미경으로 관측할 수 없고 고배율 전자 현미경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20세기에 들어서야 그 형태를 관찰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모습(image)은 1931년 처음으로 루스카(E. Ruska)와 놀(K. Knoll)에 의하여 전자현미경 영상으로 얻었다. 각 바이러스들의 특이한 모양은 사실 바이러스 본체가 세포 밖에서 입자화된 비리온(virion) 즉 핵산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캡시드, capsid)의 구조이다. 캡시드와 바이러스의 전체 구조는 원자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y)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바이러스 외에 400 나노미터에 달하는 미미바이러스(Mimivirus)나 이보다 두 배 정도 큰 판도라바이러스(Pandoravirus)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속한 필로바이러스(filovirus)류는 반경이 80 나노미터에 총 길이가 1,400 나노미터인 큰 크기를 갖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공기: 독감, 수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바이러스성 폐렴, 풍진, 천여두 등은 감염된 숙주의 재채기나 기침으로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다.

절지 동물 혹은 진드기: 황열병,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신체 접촉: 어떤 바이러스는 숙주 밖에서는 오래 생존할 수 없어 신체 접촉에 의하여 전파된다. AIDS 바이러스, 감기, 생식기 일부 백혈병, 허피스, 공수병.

음식 및 물: 간염 A와 E, 척수성 소아마비, 바이러스성 위염.

바이러스 발병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 내 복제 시스템을 제 멋대로 조정하여 바이러스 유전체를 최대한 복제하여 증식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의 각 단백질들은 숙주에 효율적으로 감염하고, 숙주의 시스템을 유용하는데 최적화되도록 진화하였다. 그 과정은 몇 단계로 진행된다.

1)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표면에 부착(attachment)된다.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은 특정한 숙주 세포를 인식하게 한다.

2)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안으로 침입(entry)한다. 일부 박테리오파지는 세포에 들어가지 않고 대신 숙주 세포에 자신의 유전체와 바이러스 효소를 주입한다.

3) 세포 내에 들어가게 되면 바이러스를 싸고 있던 단백질은 녹아 없어지고 자신의 유전체를 숙주 세포의 체계가 복제(replication)하도록 지시한다.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은 숙주 세포가 갖고 있는 에너지와 자원을 이용하여 진행된다.

4) 숙주의 리보솜과 골지체를 통해 바이러스 구성체가 조합(assembly)된다. 바이러스는 매우 작아서 세포가 감염되었는지 알기가 힘들어 이 시기를 잠복기라고 한다.

5) 새롭게 복제된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저장되거나 세포막에서 돌출하며 지속해서 세포에서 방출(release)되고 숙주 세포에서 터져 나와 숙주를 죽인다. 세포벽을 뚫고 나올 때 증상이 나타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에 의해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서 암세포를 만들 확률이 커지게 된다.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대부분의 감기, 바이러스성 장염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약으로 치료하지 않는다. 수분 공급, 소염제, 해열제 등 대증 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며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을 기다린다. 그러나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성 질환도 많다. 이런 경우 백신을 개발해 예방하거나,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치료해야 한다.

백신이란 미생물 병원체가 일으키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병원체나 병원체에서 나오는 독소를 아주 약하게 만든 인공 항원을 말한다. 백신을 미리 접종받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고, 병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은 뒤 지나갈 수 있다. 백신의 개발은 천연두, 광견병, 황열, 홍역 등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 간 바이러스의 퇴치에 큰 역할을 하였다.

항바이러스제는 대개 비싸고 부작용도 많지만 바이러스 중에는 백신을 만들기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가진 것들도 있고(예:HIV), 항원성의 빠른 변화로 만들어둔 백신이 효과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예:인플루엔자). 또한 백신의 개발은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1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이럴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일반적으로 특정 바이러스에만 유효하다. 반면 항생제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 여러 세균들에게 두루 유효하다. 때문에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는 특정 바이러스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해를 끼치는 질병들이 많다. 독감의 치료제로 개발된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 헤르페스 감염 치료용이며 최초의 항바이러스제 중 하나인 아시클로버, HIV 치료용으로 개발된 지도부딘, 라미부딘, 에파비렌즈, C형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과 다사부비르 등이 그 예다. 플레코나릴 같이 간혹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도 있지만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COVID-19처럼 세계적으로 인류 전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환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아낼 진단 방법은 물론 백신 및 다양한 변이에 대처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은 전인류적인 절실한 해결 과제이다.

참고 문헌

1. Stanley W. M., Loring H. S. (January 1936). Science. 83(2143): 85.
2. Creager A.N., Morgan G. J. (June 2008). an International Review Devoted to the History of Science and Its Cultural Influences. 99(2): 239–72.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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