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가수분

타가수분

[ cross-pollination ]

한 식물의 꽃가루가 다른 식물의 암술머리로 이동하여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는 것을 타가수분이라고 한다. 각각의 식물은 자라면서 주어진 환경에 의해 유전자들이 변하기도 하고, 우발적으로 변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각 개체가 경험한 유전 형질이 타가수정을 통해 만나게 되고 이들을 재조함으로써 유전자의 다양성이 증가한다. 이러한 과정은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1)

구름표범나비에 의해 타가수분을 하는 산부추 (출처: 한국식물학회, 안진흥)

목차

타가수분을 하는 식물의 특징

타가수분을 하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많은 꽃을 피며, 꽃가루를 많이 생산하고, 꽃자루가 길다. 속씨식물의 경우 수분매개자를 유인하는 데 유리하도록 꽃잎이 크고 화려하며, 향기와 꿀샘이 있다. 한 개의 꽃차례 안에 여러 개의 밑씨가 생기지만, 모든 밑씨가 수분되지는 않거나 성숙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타가수분을 하는 식물은 대체로 2배수체인 반면, 자가수분을 하는 식물은 다배체 식물인 경우가 많다. 1)

타가수분 촉진 기작

암꽃과 수꽃이 다른 개체에 피는 식물은 필연적으로 타가수분을 해야 한다.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 있는 경우에도 자신의 꽃가루를 암술이 배척하여 타가수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꽃가루가 터지는 시기와 암술머리가 성숙해지는 시기가 다름으로써 타가수분이 선호되기도 한다.1)

암수딴그루(자웅이주, 2가화)

뽕나무, 버드나무, 시금치 등 속씨식물(꽃식물)의 5-10% 정도는 암꽃만 있거나 수꽃만 있는 단성화를 각기 다른 개체에 갖는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이러한 식물은 스스로 수분을 할 수 없어 타가수분에 의해 수정된다. 은행나무, 주목, 향나무 등의 겉씨식물도 암수딴그루로 타가수정을 하는 식물이다.2) 

자가불화합성

속씨식물의 반 이상이 타가수분을 한다. 자신의 꽃가루를 배척하고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들여 타가수분하는 것을 자가불화합성이라고 한다. 암술머리가 자신의 꽃가루를 인식하여 이의 수분을 막는 것을 결정하는 S-locus에는 암술 특이적로 발현하는 유전자와 수술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유전자 등 여러 유전자들이 있다. 이 특이적 유전자들은 다양한 형질을 갖고 있다. 자가불화합성은 꽃가루의 배우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와 꽃밥체세포에 의해 결정되는 두 가지가 있다.1)

배우자적 자가불화합성

1배체인 꽃가루의 S-유전자 형질과 2배체인 암술의 S-유전자 형질에 의해 수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배우자적 자가불화합성이라고 한다. 가장 보편적인 자가불화합성 기작이다.  

체세포적 자가불화합성

꽃밥(약, anther)의 S-유전자 형질과 암술의 S-유전자 형질에 의해 수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체세포적 자가불화합성이라고 한다. 꽃밥과 암술은 둘 다 2배체이어서 두 종류의 S-형질을 갖고 있다. 두 종류의 S-유전자 중 하나만이라도 꽃밥과 암술 사이에 같으면 꽃가루가 발아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의 꽃가루는 물론 다른 개체에서 온 꽃가루라고 하더라도 꽃가루를 만들어낸 개체의 형질 중 하나만이라고 암술과 같으면 수분이 실패한다.  

암수이숙

한 꽃 안에서 암술과 수술이 각기 다른 시기에 성숙하는 것을 암수이숙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꽃은 자신의 꽃가루로 암술이 수정되지 않는다. 꽃가루가 이동해 나가거나 들어오는 것을 촉진하여 타가수분을 촉진하기 위하여 각 기관이 다른 시기에 성숙하는 것으로 여겨진다.3)

수술선숙

수술이 암술보다 먼저 성숙하는 것을 수술선숙(웅예선숙)이라고 한다. 쥐손이풀이 한 예인데, 꽃가루가 방출되는 시기에 암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자가수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암술머리가 성숙되면 자신의 수술은 퇴화되고 있어 다른 꽃의 꽃가루가 쉽게 이동해서 들어올 수 있어 타가수분이 촉진된다.

암술선숙

암술이 수술보다 먼저 성숙하는 것을 암술선숙(자예선숙)이라고 한다. 목련이나 장미의 꽃은 암술머리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는 시기에 자신의 수술은 아직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다른 꽃에서 생산된 꽃가루가 쉽게 들어 올 수 있어 타가수분이 용이하게 일어난다.  

타가수분 매개자

타가수분을 매개하기 위하여 꽃가루는 바람 등 비생물학적 인자에 의해 이동되기도 하며, 곤충 등 생물학적 수분매개자에 의해 전달되기도 한다.4)

비생물학적 매개자

바람이 대표적인 비생물학적 매개자이다.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이동하는 타가수분 식물은 대부분 꽃이 작고 숫자가 많다. 수생식물은 물에 의해 꽃가루가 이동하여 타가수분이 일어나게 한다.  

생물학적 매개자

곤충이 대표적인 수분매개자이다. 그 외에도 새와 박쥐 등 다양한 동물이 꽃가루받이(수분)를 도와 타가수분을 가능하게 한다. 꽃은 매개자에게 꿀과 꽃가루 등을 제공하고, 매개자는 타가수분을 수행하여 주는 공생관계이다. 

참고문헌

1. 이규배 (2016) 식물형태학. 라이프사이언스,
2. Renner SS (2014) The relative and absolute frequencies of angiosperm sexual system: Dioecy, monoecy, gynodioecy, and an updated online database. Am J Bot, 101: 1588-1596
3. Barrett SC (2002) Sexual interference of the floral kind. Heredity, 88: 154–9
4. 김영동, 신현철 역 (2011) 식물계통학(2판). 월드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