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 묘우꼬우왕 여관들의 행방

호색가 묘우꼬우왕 여관들의 행방

[ 好色家- ]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근본설일절유부비내야잡사

당시 이 나라에 한 엽사(獵師)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시골에서 보기 드문 미인이었으므로 그는 매우 아내를 사랑했다. 사냥을 하러 갈 때는 반드시 아내를 동반하고 갔다. 산에 가서는 숲 사이에 초암(草庵)을 짓고 거기에 아내를 앉혀두고 사냥했다.
어느 날 묘우꼬우왕이 수렵행차를 떠났다. 그때 왕이 탔던 말이 무엇에 놀랐는지 갑자기 내달려 그 사냥꾼의 초막쪽으로 가 버렸다. 왕은 말에서 내려 한 나무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 참이었다.
사냥꾼은 그것이 대왕의 행차인줄 알아 차렸다.
무엇이든 진상하려고 했으나 어저께 잡은 고기를 진상할 수도 없어서 신선한 것을 바치려고 아내를 거기에 혼자 남겨놓고 궁시(弓矢)를 쥐고 산속 깊이 들어갔다. 왕은 문득 사방을 둘러보다가 아름다운 부인이 홀로 앉아있는 초암을 발견했다. 그 부인의 아리따운 용모를 한 번 본 대왕은 연정을 일으켜 곧 사냥꾼의 아내와 불의의 정을 통하고 말았다.
그때 남편인 사냥꾼은 신선한 고기를 얻어서 돌아왔다. 초암속을 들여다보자 자기 아내가 왕과 더불어 음탕한 행위를 행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그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따위 임금은 법에 어긋난 짓을 하는 자니까 차라리 죽여 버리자.』
라고 흥분했으나,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여 그것을 용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자 어디서인지 느닷없이 큰 사자(獅子)가 한 마리 달려와서 한입에 사냥꾼을 물어 죽여버렸다.
죽음에 직면한 그는 그 단말마의 순간에도 대왕을 용서하자고 자비심을 일으켰던 까닭에 사후에 곧 사천왕천(四天王天)에 태어날 수 있었다.
한편, 대왕의 모습을 잠시 동안에 잃어버린 여러 신하들이 사방으로 손을 나누어 대왕의 소재를 찾고 있었다. 겨우 그 사냥꾼의 초막에서 대왕의 모습을 발견하고 무사한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대왕 곁에 서 있는 낯선 한 미인을 보고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왕마마, 이 부인은 누구십니까?』
『내 영토 안에 사는 백성이니까 걱정할 것 없다. 아무튼 이 여자를 내 후궁으로 안내하라.』
라고 말했다. 그날 수렵을 끝내고 모두들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에겐 근시하는 여관들이 매우 많았다.
왕궁으로 돌아온 대왕은 생각했다.
『저 사냥꾼은 단 한 사람의 아내조차도 완전히 보호할 수가 없었다.
그렇거든 하물며 나는 이와 같이 많은 여관들을 어떻게 평등하게 사랑하고, 또한 그 정조를 엄중히 다스릴 수 있겠는가? 나는 오늘날까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었구나.』
왕은 이런 회오하는 마음이 들자 어떻게든 이것을 해결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왕은 곧 방울을 흔들고 뿔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영토내의 골골마다에 이런 포고문을 내렸다.
『옛부터 살던 백성이나 새로 들어온 백성은 모두 듣거라. 대왕은 오늘 궁내에 있는 여관들을 모두 해 방하겠으니 각자가 마음에 맞아 교제하는 것을 결코 금하지 않으며 또한 문책하지 않으리라.』
한편, 여관들에게는,
『내가 지금 너희들을 해방시켜 줄 터인즉 밤중에 성밖에 나가서 마음대로 남자들과 즐기도록 하라. 그러나 단 귀성할 북이 울리면 반드시 성으로 돌아오라. 만약 그 시각에 늦는 자는 단죄하리라.』
라고 일러주었다.
깊은 궁궐 안에서 타오르는 정염의 불길을 가누지 못하며 전전히 잠을 못이루던 구중심처의 궁녀들은 이 포고령을 한밤중의 등불인양 반가와 했다. 마치 새장 속의 새가 자유롭게 놓여나듯 그날 밤 그녀들은 각자 생각 내키는 대로 외출해서 남자들과 즐기며 놀았다.
그러나 왕비 안라크 부인과 세이꼬우 두 여성은 대왕을 향한 애정이 깊었으므로 외출하지 않았다.
『안라크부인, 그대도 외출해서 좋아하는 사나이와 환락함이 어떤가?』
『대왕전하의 말씀이오나, 저는 딴 사나이와 즐기는 것을 원하지 않사옵니다.』
『그럼 세이꼬우, 그대는 아직 나이도 젊고 용모도 아름다우니 여기에 잇는 것이 오죽 답답하겠는가? 좋아하는 사나이에게 마음이 끌리면서 궁중에 남아 있다는 것은 매미허물과 같은 빈 형체와 같은 것 이다. 왜 마음대로 외출해서 즐기지 않는가?』
대왕은 세이꼬우의 빛나는 젊음과 아름다운 용모로 도저히 이 구중심처에 유폐된 생활고 같은 나날로는 가엾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이런 대왕의 말에 묵묵히 대답은 하지 않았으나 그날 밤 궁성을 나와 거리를 나섰다.
그러자 한 청년이 향(香)을 팔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보 젊은이, 나와 즐기지 않겠어요?』
하고 유혹했다.
그러자 그 향을 팔던 아름다운 청년은,
『잠시 이 등불을 들고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 판 매상고를 계산하고 나서 당신과 정을 나누지요.』
라고 대답한 청년은 들었던 등불을 세이꼬우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돈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상고가 너무 많아서 열심히 계산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 사이 먼동이 훤히 트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귀성을 알리는 북이 울려온 것이다. 그녀는 마음이 초조했다. 더 있을 수가 없어서 등불을 동댕이치고 돌아가려고 했다.
『여보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젠 더 기다릴 순 없어요. 귀성할 시간이 박두했는걸요. 내일 밤 다시 만나요. 귀성할 시간에 늦어지면 내 목숨이 달아나니까요.』
하고 세이꼬우는 총총히 궁중으로 돌아갔다.
대왕은 그녀를 보자,
『세이꼬우, 즐기고 돌아왔나?』
하고 웃으며 물었다.
『아니옵니다.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럴 겨를이 없다니……. 그건 또 왜?』
세이꼬우는 밤 일을 그대로 대왕에게 말씀드렸다.
잠자코 듣고 있던 대왕은 다시 다음날 밤에도 같은 포고령을 내리고 밤중에 여관들을 풀어주어 마음대로 환락을 즐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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