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와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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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과 성덕관음-심청전의 원전

1장

전남 순천시 낙안땅에 한 처녀가 하염없이 바다 얼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처녀의 이름은 성덕(聖德)이었다.
그는곡성 옥과 마을의 어느 가난한 집의 딸인데 무슨 일로 낙안땅까지 왔으며, 또한 바닷가에는 왜 서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얼마후, 수평선 저쪽으로부터 조그만 물체 하나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처녀 성덕의 시선은 그 물체에 집중되었다.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그 물체는 이상하게 생긴 배 한척이었다. 쏜살같이 달려온 그 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성덕앞에 와서 닿았다.
흡사 지남철에 들러붙는 쇠붙이처럼, 성덕이 무슨 끌어당기는 힘이라도 있는 듯 그가 있는 쪽으로 달려와서 그 앞에 서는 것이었다.성덕은 더욱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배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공도 없는 배가, 더구나 돌로 만들어진 배가 어떻게 그처럼 쏜살같이 빠를수가 있을까. 처녀는 호기심에 끌려 그 배 위로 올라가보았다. 배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처녀는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다.거기에는 금빛이 찬연한 관세음보살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상호(相好)가 아주 훌륭한 관세음보살상이 빛을 발하며 앉아 있었다. 처녀는 그 앞에서 합장을 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정성스럼게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그 관음상을 업고 배에서 내렸다.
금으로 만든 관음상은 성덕이 업고 걸으니 새털처럼 가벼 웠다.
관음상을 등에 업고 성덕처녀는 발걸음을고향 옥과(玉果)쪽으로 향했다. 그는 달음질 치듯 걸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관음상을 등에 업고 걸음을 걸으니 신바람이 나는 것이었다.힘드는 줄도 모르고 그의 고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의 고개마루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그러나 또 이상하게도 거기서부터는 한 걸음도 더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가볍던 관음상이 천근 무게로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처녀는 그만 관음상을 업은 채 그 자리에 주저않고 말았다.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왔기 때문에 지처서그런가 보다 하고 성덕은 주저앉은 그대로 한참을 쉬었다. 스스로 놀랄 만큼 기적적으로 달려온 걸음이었다. 금으로 조성된 성상(聖像)을 등에 업고 신바람이 나서 나는 듯이 달려왔으니 힘이 빠져 지칠 만도 하다 생각하고 그는 아무리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려고 해도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새털처럼 가볍게 이곳까지 단걸음에 업고 온 성상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 처녀는 등에 업다 엎어졌다. 그래서 한참을 앉아 쉬었다. 성덕은 다시 관음상을 업고 일어나려 하였다. 그러나 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앉던 자세를 고쳐서 관음상을 앞으로 안고 들어 올려 보려고 하였다.
역시 끄덕도 하지않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볍던 관음상은 마치 몇 만근의 무게라도 되는 듯했다. 처녀는 성상을 업고 갈 것을 단념하였다. 그러고는, 곧 이곳이 관세음보살님의 인연이 있는 땅이로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가 관세음보살님께서 머무실 인연이 있는 도량(道場)이기 때문에 이곳까지 업혀왔다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였다. 성덕은 그 자리에 관음상을 앉혀 두고 혼자 마을로 내려갔다. 관세음보살과의 인연과 신통부사의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대비관음(大悲觀音)의 구세원력(救世願力) 덕분인지 성덕처녀의 관음상을 모시고자 하는 숭고한 신심 때문인지, 관세음보살상을 뵈옵고자 몰려드는 선남 선녀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결국, 성덕처녀와 선남선녀들의 원책과 신심에 의하여, 오래지않아 그곳에는 큰 절이 세워졌다. 그 절이름을 성덕산 관음사(聖德山 觀音寺)라고 하였다. 산이름은 성덕처녀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며, 관세음보살을 그렇게모셨기 때문에 관음사라고 하였던 것이다그러한 사연에 의하여 성덕산 관음사는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그 관세음보살상은 어디로부터 어떻게 그 돌배에 실려서 낙안 땅바닷가에까지 오게 되었던 것일까. 거기에는 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2장

옛날 백제 때의 일이다. 대흥(忠南 禮山郡 大興)땅에 원량(元良)이라고 하는 한 장님이 살고 있었다. 원량은 일찍이 아내를 잃고 홀아비 신세가 된 데가 집도 가난하고 일가 친척조차도 없는 외로운 처지였다.
다만. 그에게는 홍장(洪莊)이라고 이름하는 예쁜 딸이 하나있었다. 혈육이라고는 하나뿐인 홍장은 어릴 적부터 효성이 지극하여 앞 못보는 아버지를 지성껏 모셨다.
어느날, 장님 원량은 길에서 한 스님을만났는데, 그 스님은 홍법사(洪法寺)의 법당짓는 불사를 책임진 성공(性空)이라는 화주승이있다.
그 성공스님은 원량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고는 말했다.
「우리 절의 법당불사에 큰 시주님이 되십니 다.」눈이 먼 원량은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성공스님은 다시「내가 어제 법당불사의 화주일을 맡았습니다. 간밤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말씀하기를, (내일 아침에 길에서 반드시 장님 한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데, 그 사람이 바로 그대의 큰 시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
그런데, 마침 시주님을 만났으니 틀림없는 일이아닙니까? 그러니, 우리 절의 법당불사를 이루도록 큰 시주공덕을 지어주십시오.」라고 간절히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원량은 기가 막혔으나 부처님이 꿈에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원량은 말했다. 「저는 가난하여 넉넉한 양식도 없고 손바닥만한 토지도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시주하겠습니까? 다만, 딸 아이가 하나가 있을뿐이니 그 아이라도 데려가서 팔아가지고 법당불사의 경비로 보태어 쓰도록 하십시오.」그러자, 화주승은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원량이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딸이 남의 집 일을 해서 끼니를 이어가고 있는 주제에 무슨 시주를 하며, 또 하나뿐인 딸 자식을 불사에 바치기로 했으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했다.
그는 걸음을 걷는둥 마는둥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딸 홍장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효성이 지극한 딸은 아버지의 기막힌 이야기를 듣고 아무 대꾸없이 다만 눈물을 흘릴뿐 이였다 아버지와 딸은 서로 붙들고 울었다. 흥장은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훌쩍 밖으로 나와 바닷가로 가서 바위끝에 걸터 않았다. 그때, 홍장의 나이 16세였다.
답답한 가슴을 바닷바람에 식히듯 그는 바닷가에 앉아서 서쪽 수평선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고인 그의 시야에 어느 장사배 같지 않은 두척의 배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오고있는 배는 화려하게 장식을 한 큰 배였다.
어느새 배는 홍장이 앉아 있는 근처의 나룻가에 닿았다. 참으로 빠르고 호화로운 큰배였다.
흥장은 그 배에 시선을 빼앗긴 동안 답답하고 비통한 스스로의 처지를 잠시 잊을 수가 있었다. 나룻가에 닿은 배를 보니 홍장으로서는 처음보는 배였으나 첫눈에 중국사람이 탄배임을 직감할 수가 있였다.
그 배 안에서 금관옥패(金冠玉佩)의 수옷(繡衣)을 입은대관(大官) 한사람이 좌우의 호위를 받으면서 나오더니 홍장이 앉아 있는 언덕을 향해 올라왔다.
그 대관은 홍장의 앞에 발을 멈추고 서더니 홍장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홍장은 면구스럽기도 하고 해서 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 치려고 했다. 그 순간, 중국의 대관은 흥장의 앞에 갂듯이 예를 올리고는 말했다. 「처녀야말로 정말 우리의 황후님이 틀림 없으십니다.」홍장이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는데,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나는 진나라(東晋) 사람입니다. 모년 모월에 우리나라 황후께서 새상을 떠나셨으므로, 황제께옵서 무척 슬퍼하셨습니다. 침식을 전폐하시고 괴로워하셨는데 하루는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하고는 새 황후될 분의 모습을 자세히 일러 주셨답니다. 그래서, 우리들로 하여금 황후되실 처녀의 모습을 신인이 꿈에 알려준 그대로 자세히 일러주시고는, 폐백과 금은진보를 내려주시면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황제님의 분부를 받잡고 황후님을 모시려 온 것입니다.」그는 그 동안의 사정을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리고는, 빨리 출발할 준비를하게 하었다. 그러나, 효녀 홍장은 앞 못보는 아버지를혼자 남겨 놓고 자신의 영화만을 위하여 중국으로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고, 자신의 몸은 이미 흥법사의 법당불사를 위해 화주스님에게 보내기로 아버지에 의해 언약되어진 몸이 아닌가. 홍장의 효성과 또 그의 처지가 딱하였으므로 중국 사신도 덮어놓고 재촉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황제의 엄명도 엄명이지만 애타게 기다리실 황제를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황후로 모실 분을 마구 끌고갈 수도 없는 일이므로, 매우 난처하지 않을 수가없었다. 그때, 장님 원량이 딸의 손을 잡고 조용히 타일렀다.

「얘야, 홍장아, 이 애비는 걱정할 것 없다. 오늘 흥법사 화주스님한테 너를 맡기기로 하였으니 어차피 너는 내곁을 떠나야 하지 않느냐. 그리고, 화주스님한테는 법당을 지을 시주돈이 필요한 것이지 네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무 염려 말고 빨리 떠나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결국 가난한 장님의 딸 홍장은중국으로 가서 하루 아침에 진(晋)나라 황제의 황후가 되었다. 그 아버지 원량이 중국 사신으로부터 받은 보물을 시주하여 홍법사 법당불사를 완성하였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딸이 진나라의 황후가 되어 갔고, 또 법당 불사도 쉽게 이루었으니 모두가 부처님의 도우심으로 알고 원량은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한편 딸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자꾸 눈물이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실컷 울고나서 눈물을 닦았더니 갑자기 눈앞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시력을 되찾은 것이었다. 장님 원량은 딸이 그리워 울다가 눈을 뜨게된 것이다. 한편, 진나라의 황후가 된 홍장은 그 아버지와 고향을 생각하고 많은 불사공덕을지었다. 그는 많은 불상과 탑들을 조성해서 바다에 띄워 고국땅으로 보냈다. 감로사(甘露寺)의 53부처님과 5백성중(聖像) 및 16나한상, 금강사(金剛寺)의 탑, 풍덕 경천사(警天寺) 탑. 홍법사(弘法寺)의 불상과 탑 등은 그 황후가 보낸 것이라고 한다. 그와 같은 불사공덕을 짓고 난 뒤 홍장 황후는 자신의 원불(願佛)로 관음상 한분을 조성하여 돌배에 싣고 바다에 띄우면서, 배가 모국(母國)땅 인연 있는 곳에 닿아 봉안되어지기를 기원하였다는 것이다. 그 돌배가 동쪽을 향해 떠내려와서 낙안(樂安)땅에 이르렀는데, 처음에 그곳 바닷가를 지키는 관원이 그 이상한 배를 보고잡으려고 가까이 가니 사공도 없는 배가 저절로 쏜살같이 바다 저쪽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버렀다는 것이다. 다음날, 옥과(玉果)땅의 성덕처녀가 바닷가에 나와 서 있을 때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배가 성덕의 앞으로 이끌리듯 나는 듯이 떠왔다는 것이며,그 관음금상(觀音金像)이 바로 홍장황후가보낸 그 원불이라는 것이다. 전하는 말로는, 홍장황후와 성덕처녀가 모두 관세음보살의 화현한 몸이었다고 한다. 이 땅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대비관음이 미천한 촌민의 딸로 태어나서 그러한 불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홍장의 아버지원량은 장님만 면한 것이 아니라 95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는 것인데, 모두가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원력에 힘입은 때문이 었다는것이다. 소설 심청전(沈淸傳)은 이 성덕산 관음사에 읽힌 연기이야기에서 나온 것임을 덧붙여 둔다.

슬기로운 원숭이와 뿔없는 용(龍) - 별주부전(鼈主簿傳)

옛날 큰 바다에 뿔 없는 용이 살고 있었다. 그의 부인이 임신 중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어 하였다.
그 때 숫 용은 아내의 얼굴이 누렇게 되고 야위어 가는 것을 보고 참다못해 바다 밖으로 나왔다. 사방으로 헤매다가 어느 우담바라 나무 밑에 이르러 한 원숭이가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보고 꾀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위험한 나무에 몸을 의지하고 먹이를 구하는가?」 「이가 이런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양하는 바사타여, 저기 저 바다 건너에는 여러 가지 향기로운 과일들이 풍부하게 널려있다. 그대가 만일 그 곳에 간다면 그렇게 큰 힘을 들리지 않고도 먹을 것을 얻으리라.」 「그러나 나는 물은 건널 수 없다.」 「나의 등에 엎혀라. 그리하면 순식간에 갈 수 있다.」 이리하여 원숭이는 그 용의 등에 엎혀 바다 속을 헤어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과일나무의 향기로운 동산은 보이지 않고 푸른 바다만 깊어 갔다. 「용이여, 어찌하여 그대의 약속한 것이 보이지 않는가?」 「바사타여, 사실은 나의 아내가 임신중인데 그대의 간을 먹고 싶어 하여 그대를 꾀어 데리고 가노라. 그대는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 아내의 좋은 약이 되어주기 바란다.」 당황한 원숭이는 꾀를 내었다. 「그대의 마음은 참으로 착하다. 그러나 내 간을 빼어 그 나무위에 걸어놓고 왔으니 어떻게 하나-? 우리가 다시 그것을 가지고 오자.」 어리석은 용왕은 그 지혜 있는 원숭이의 말을 듣고 곧 방향을 바꾸어 나무 있는 곳으로 왔다.
원숭이는 나무위로 올라가 종내 내려오지 않았다. 「바사타여, 어찌하여 내려오지 않는가?」 「이 어리석은 용이여, 네 계교가 비록 있으나 마음은 어리석고 참으로 좁구나. 이 세상 어느 누가 간을 빼놓고 다니는 것을 보았는가. 그대의 꽃동산에 아무리 좋은 과실이 있다 하여도 차라리 우담바라 거친 열매만 같지 못하네.」 마치 용은 날아가던 새가 기름덩이 같은 돌을 먹으려다 결국 그 맛을 볼 수 없어 주둥이만 버리고 돌아가듯 바다 속으로 돌아갔다.
그 때의 용은 파순이고 원숭이는 부처님이었다.

출처: 이 설화는 일찍이 우리나라에 유행한「별주부전」과 매우 내용이 흡사하다.
별주부전에서는 원숭이가 토끼로 각본되고 용이 거북, 용의 부인이 용왕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별주부전의 원형은 곧 이 원숭이와 용의 설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뜻있는 이의 연구가 필요하다.

아힝사카의 본생 - 아라비안나이트 원전

아힝사카는 수라아바스티이국 한 재상의 아들로 용력이 뛰어나고 장사의 힘을 가져 혼자서 천명을 당적할 만하였다. 그 때 그 나라에는 이름난 브라만이 있어 50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나이는 매우 늙었으나 젊은 아내와 살고 있었다. 아힝사카는 그의 아버지의 뜻을 따라 그 스승에게 가서 공부하게 되었다. 아힝사카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하루 물어 배우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일년 배운 것보다 많았다. 그래서 공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두루 모든 것을 통달하고 스승과 여러 동학들의 아끼고 공경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 때 그 스승의 아내는 그의 단정한 얼굴과 뛰어만 재질을 보고 속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그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주위 눈이 워낙 많아 자기의 속을 하소연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스승 브라만은 어떤 시주의 공양청을 받고, 「나는 지금 석달 동안 공양청을 받아 떠나게 되었는데 누구를 남겨 집안일을 보살피게 하면 좋겠소?」하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떠나신 뒤에 집안 일이 중요하오니 재주와 능력이 있는 아힝사카를 남겨 두었으면합니다.」그래서 브라만은 아힝사카 한 사람만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스승의 아내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아양을 떨면서 아힝사카에게 말을 걸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아힝사카의 마음은 얼음장과 같이 냉정 했다. 「스승의 아내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어머니 같은 처지에 아내와 같은 사모(師母)는 없습니까.」 「나는 그러한 말을 들을 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고, 주린 사람이 밥을 구하고, 추위에 떠는 사람이 옷을 찾는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그것을 마시는 것은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나면서부터 친진한 도의적 입장에서 있는 청년과 한 난숙한 애욕의 권화로서 자연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젊은 여자와의 정면 충돌이었다. 실로 그녀는 솔직하면서도 대담하였다. 「왜 당신은 그런 고지식한 말씀만 하십니까. 정히 목이 마를 때는 소금물이라도 마셔야 하고 장물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는 애원하듯 그의 아리따운 입술과 칸나처럼 붉게 충혈된 체온을 그의 가슴에 대면서 사정하였다. 그러나 아힝사카는,
「안됩니다. 그것은 몸에 독사를 두르는 것 같습니다.」하고 충고 아닌 꾸짖음을 하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올바르게 한 그는 참으로 상찬할 만했으나 그녀의 아리따운 혼을 짓밟아버린데 대해서는 조금도 그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했다. 남편과 자기 사이의 사랑에 절망하고 또 하나 그림자처럼 그리기만 하던 새로운 사랑이 여지없이 무너지자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
몸을 뜯고 할퀴며 발가벗은 몸으로 온 집안을 헤매었다. 뱀이 모가지를 꽂세우면 세울수록 개구리는 몸을 움츠리고 땅속으로 기어들어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애욕진애의 악귀에 먹히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믿음은 구원이자 사랑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사정하기도 하고 「만일 듣지 않으면 나는 당신의 무서운 살귀가 되겠습니다.」위협하기도 하였다. 과연 그것은 위협이 아니었다. 그의 사랑은 일시적 광분이 아니라 참 여인의 외로운 사랑이었다.
사랑은 변하면 저주가 된다. 너무 나도 너무 나도 무색하게 거절당한 그 여인의 사랑은 사랑 아닌 저주로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결코 가만 두지 않으리라.」 몇 번이고 다짐한 그 여인은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성난 독사처럼 머리를 쳐들었다.
머리를 풀고 옷깃을 헤치고 눈물을 흘리며 이불속에 들어간 여인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일어날 줄 몰랐다. 「어디 아프오.」 늦게서 돌아온 늙은 남편이 위로했다.
여인은 충혈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당신의 제자에게 욕을 당했습니다.」 「뭐라고?」 늙은 브라아만은 흥분했다. 바로 그것은 그 여인의 2중 복수였다. 첫째는 남편에 대한 정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리는 증거요, 둘째는 젊은 애인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평생에 한번도 마음에 없는 사랑을 돈으로 유린당한 남편에 대한 증오심과 동시에 오직 한번밖에 사랑해보지 못한 그 남자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남편은 그 여인의 깊은 심중을 깨닫지 못하고, 「그놈이 내 아내를 유린해―」 하고 오직 자기 독유의 여인을 유혹한 제자만을 미워했다. 「복수를 해 주세요.」 「어떻게?」 「그가 이 세상에서 다시 사람 노릇을 할 수 없도록 말입니다.」 참으로 무서운 소리였다. 브라만은 밤새도록 공상했다. 그러나 적당한 방법이 없었다. 「그놈의 생식기를 떼어 개를 갖다 주면 어떨까. 안된다. 바라문법은 바라문의 손에 상해를 가하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 하였다. 내가 그놈을 죽이고 지옥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것은 차라리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무릎을 쳤다. 그것은 자기의 손으로 그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의 목숨을 끊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튿날 아침 일찍 아힝사카를 불렀다. 「내 너를 보니 도가 머리끝까지 꽉 찬것 같구나.」 「황공하신 말씀입니다.」 「아니다. 내 너를 칭찬해서가 아니라 네 얼굴에는 도의 빛이 높이 치솟고 있다. 이제 너의 도는 시간문제다. 만일 네가 나의 말을 따라 신행에 의심만 없다면 너는 일주일 이내에 도를 성취하고 목숨이 마친 뒤에는 범천에 나게 될 것이다.」 「그 말씀이란 무슨 말씀입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그것은 오직 마음먹기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심히 어려운 일이다.」 「여지껏 몇 해를 두고 길이 앉아 누워 자지 않고 하루에 한 때의 밥만 먹고 손가락을 태워 참회하고 피를 빼서 경을 쓰고, 내지 모든 베다를 전독하여 나이 20이 넘도록 거친 고행을 다하였는데 끝으로 일주일 동안 하는 일이 그 무엇이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아니야. 오늘 이 마지막 행은 어려운 일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 도를 성취하겠습니다. 오직 이 몸으로 오늘 이룰 수 있다는 그 도를 위해서 세상에 난 것이니까요.」
「그러면 꼭 실행할 자신이 있느냐?」 「예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일러 주리라.」 하고 그 브라만은 자리 밑에 감추어 두었던 날 끝이 파란 칼을 내어 주었다.

그러고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왕사성 네거리에 나가 일주일 안에 백사람의 목을 베어 그 사람의 손가락을 하나씩만 베어 목에 다발을 지어 달아라. 그리하면 너의 도는 그것이 완료되는 순간 성취하리라.」 실로 청천벽력과 같은 명령이었다. 아힝사카는 고민했다. 「스승님, 그것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범천에 날수 있겠습니까?」 「너 이놈, 너는 나의 지극히 사랑하는 제자로서 네가 만일 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제의 의리를 지키겠는가?」 아힝사카는 하는 수 없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보는 대로 찌르고 넘어지는 대로 베서 목에 걸었다. 약속한 날이 다 되어서는 99명의 사람을 죽여 이제 도는 한사람의 손가락에 달렸다.
사람들은 이리 피하고 저러 피하여 거리는 온통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그 때 부처님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동산에 계셨는데 탁발 나갔던 제자들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가엾은 일이다. 내가 구해 주리라.」 하고 거리로 나가셨다.
부처님이 가시는 길에는 여러 사람의 초동들이 풀을 베다가 숲 사이에 숨어 있으면서 만류했다. 「거기에는 무서운 인간의 적이 있습니다. 그길로 가시지 마십시오.」 「걱정마라. 세계를 적으로 해도 나는 무서울 것이 없다. 하물며 한사람의 적이겠는가?」이 얼마나 힘과 사랑이 충만해 있는 말씀인가? 불을 보고 끄지 못하고 물을 보고도 구경만 하는 인간은 여래가 아니다. 높은 산마루에 위의를 정대하고 중생의 고뇌를 입으로만 말하는 그런 성자는 꺼진 재와 같다. 살인귀의 출현을 보고 도망쳐온 비구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분연히 나아가시는 삼계무주(三界無住)의 성자, 활 쏘는 사람은 활, 총 쏘는 사람은 총으로 각기 무기를 가진 사람은 무기로 항복 받으려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여래는 오직 한 손에 발우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 법장(法杖)을 들고, 그 외엔 어느 무엇도 찾아볼 수 없는 적수공권으로 그 무서운 살인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게 섰거라. 비구야.」 걱정이 되어 찾아 나온 자기 어머니의 손가락을 베려다 사문 구담(佛)을 본 아힝사카는 그와 같이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나는 언제나 머물러 있는데 네가 머무르지 않는구나.」 「어째서 걸어가면서 그런 말을 하는가?」 「나는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너는 나쁜 스승에게 삿된 법을 배워 마음이 온전치 못하므로 가만히 머무르지 못하고 밤낮으로 사람을 죽여 끝없는 죄를 짓는구나.」 그는 갑자기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열려 칼을 던지고 멀리서 예배하고 스스로 돌아왔다.
부처님은 그를 데리고 정사에 이르렀다. 관군들이 이 소식을 듣고 절 안에 들어와 살인귀를 내놓으라 했다. 「여기는 새로 탄생한 자만이 있을 뿐 원수에 원수는 없다.」 지만은 이미 순일무잡한 본연심에 돌아와 훌륭한 인간으로 전회(轉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친척들이 울부짖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부처님의 말씀은 준엄했다. 세상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동정했지만 불타는 산사람을 더욱 불쌍히 여긴다. 이것이 불타의 마음이다. 할 수 없이 관군들은 물러갔다. 지만은 이튿날 아침 다른 사문들과 같이 거리에 나가 탁발행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중 어떤 집에서 산부가 어린애를 제대로 낳지 못하고 신음하는 것을 보았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일부러 정사에 돌아와 세존께 물었다. 「신음하는 산부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겠습니까?」 희한하다. 희한한 세상이여, 어제는 살인광으로 백주에 사람을 죽여 뭇 사람들로부터 무서운 저주를 받던 살인귀가 오늘은 스스로 구제자가 되어 저 생명들을 불쌍히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타는 여기서 기상천외의 묘한 말씀을 하신다. 「너는 그 여인 앞에 가서 자비스런 말로 <나는 나면서부터 아직까지 한 사람도 죽이지 아니했습니다.> 말하라.」 지만은 깜짝 놀라며, 「제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아니다. 지만이여, 너의 출생은 우리의 거룩한 법 안에 들어오면서 부터이다.」과연 그렇다. 지만이 인간으로 탄생한 것은 부처님의 자비에 목욕하고 난 다음부터이기 때문이다.
지만은 그와 같이 산부 앞에 나아가 일렀다.
그랬더니 순간 산부는 곧 아이를 낳고 발우에 가득 시물을 주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어제의 살인귀가 오늘은 중 옷을 입고 거리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살인귀가 변장하고 다시 거리에 나타났다.」 이 소리는 곧 원망과 노여움에 불타는 시민들의 마음을 부채질했다. 아버지의 적, 어머니의 적, 아내, 남편, 자식, 주인, 노비의 적을 본 시민들은 손에 손에 모진 흉기를 들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돌로 던지고 어떤 사람은 칼로 찌르며 또 어떤 사람은 몽둥이로 팼다. 그러나 지만은 전혀 저항이 없었다.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지만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어제는 다른 사람들을 피로 물들였던 그가 오늘은 자기 피로 자기를 물들였다. 머리는 터지고 몸은 찢겨 비척거리면서 정사로 돌아왔다. 그의 마음은 새로 바뀌어 있었지만 몸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원망이 원망으로 바뀌어지면 지상의 약속은 번복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육신은 그 자신이 심은 것을 수확할 뿐이다.
그의 마음은 이미 업의 표반밖에 없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삶도 원치 않고 죽음도 싫지 않습니다.」 고요히 시절 인연을 기다릴 뿐입니다. 아항사카는 이렇게 한마디 남기고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경이에 찬 비구들이 큰 강당에 모여 이야기하였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어찌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부처님은 고요히 선정에 드셨다가 말씀하셨다. 『옛날 대과왕(大果王)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그의 아들에 청정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30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않고 전혀 이성을 모르는 까닭에 왕은 「누구도 그에게 여인의 맛을 알게 한사람이 있으면 가문의 고하를 막론하고 태자비로 삼겠다.」하였다. 후사가 끊어질까 염려한 탓이다. 궁중에 많은 여인들이 와 모두 실패하고 돌아갔으나 오직 한 부인이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풀고 태자의 방 옆에서 큰 소리로 통곡하였다. 통곡소리를 들은 태자는 이상히 여겨 그 방에 들어갔다가 그만 그 황홀한 여인의 애교 띤 모습을 보고 반했다. 이렇게 여색에 마음을 빼앗긴 태자는 그때부터는 궁중에 명령을 내려 결혼 전 처녀는 모두 그 태자를 거치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국민 가운데 한 사람도 초야의 신성을 맛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차차 원망의 소리가 높아갔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 그저 억누르고 참고 견딜 뿐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어느 장자의 딸이 대낮에 여러 사람 사이로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고 태연히 걸어갔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말했다. 「축생과 같다.」 「국중(國中)의 사람은 여자뿐이다.」비꼬아 말했다. 사람들은 심각한 풍자에 놀라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왕성에 쇄도하여 대과왕께 태자를 내놓으라 소리쳤다. 왕은 「집을 위해선 한 사람을 버려지고
마을을 위해신 한 집을 버려지고
나라를 위해선 한 마을을 버려지고ㅁ
아트만을 위해선 세계도 버려진다.」 외치고 태자를 내놓았다. 원한이 거듭한 민중은 태자를 성밖에 들고가 돌로 치고 창으로 찌르고 몽둥이로 패 죽였다. 태자는 죽음에 임하여 맹세했다. 「내 반드시 이 원한을 갚으리라. 그리고 꼭 현자를 만나 증오에 들리라.」 부처님은 이 설화를 마치고 『그 때의 대과왕은 지금 지만의 스승이고 알몸둥이의 여인은 스승의 아내며, 태자는 아힝사카, 그때의 민중은 오늘 살해된 사람이다. 임종의 서원은 여실하게 지금 나타나 설원(說怨)·개증(開證)을 나타낸 것이니 보라. 비구들아 누가 업을 지어 받는 것이냐?」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인과의 법칙을 서술한 재료라기보다는 현전의 사실을 잠깐 과거의 입장에서 돌이켜본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흥분하다 보면 정신이 착잡하여 당장 일어난 사실도 태연히 구별해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화를 앞에 놓고 보면 인과의 구슬이 바둑판 위의 바둑알처럼 명확히 나타난다. 이러한 전체적 지혜와 통일된 지혜 즉 일체종지를 얻는 데 이 본생담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화는 기독교의 마태로가(馬太路可) 양전과 저 기괴문학(奇怪文學)인「아라비안나이트」의 구상과 실제에 있어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세계의 학자들은 그의 발단을 여기에 두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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