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관음이 파도를 건너다

연꽃 관음이 파도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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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발해국(渤海國)의 바닷가에 이상한 배 한척이 와 닿았다. 배에서는 풍악소리와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어 그 지방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그 때, 그 고을 군수도 배를 보러 와보니, 배 위에서 한창이던 음악과 춤이 뚝 그치는것이였다. 그리고는 한 사나이가 나오더니 군수에게 절하면서 군수께서 신선과 연이 있으니 모셔가길 청한다. 평소 신선에 대해 궁금하던 군수는 배에 올라탔으나 그 순간 분위기는 돌변하며 군수를 납치하고는 배는 손살같이 사라졌다.
납치당한 군수는 잡혀간 나라의 왕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왕은 발해국 군수만이 황을 지녀 공주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납치한것이니 부디 목숨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라 하였다. 너무 허무히 죽을게 염려된 군수는 꾀를 내어 몇일간의 말미를 얻은뒤 관세음보살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잠은자고 일어난 군수는 관세음보살의 신통력으로 발해국으로 돌아온 것을 알았다. 군수는 살아서 다시 동헌에 앉아 있는 기쁨과 관세음보살님의 참으로 불가사의한 신통력의 고마움에 너무나 벅찬 감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곧 붓을들어 다음과 같은 시 한수를 적었다. 한 송이 붉은 연꽃이 바다 가운데에서 푸른 물결 깊은 곳에 신통을 나투셨네 어젯밤 보타산(寶陀山)에 계시던 관세음보살(觀自在)오늘은 이 동쪽 땅에 몸 나투셨도다

[설화내용]
옛날 발해국(渤海國)에서 있는 일이다.
그 나라의 어느 해변 바닷가에 이상한 배한 척이 와 닿았다.
그 배는 둘레에 큰 포장을 둘러쳤으며. 그 안에는 무엇인지 울긋불긋하게 장식하여 진열해 놓았다.
그 속에서 여지껏 들어본 적이 없는 풍악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려 퍼지고 수 십 명의 무희들이 무대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것이었다.
그 지방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그 광경을 보고 모여들었다.
그 희한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던 일들을 집어던지고 배 가까운 언덕 위에 몰려서서 흥겹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그 고을 군수도 그 희한한 소문을 듣고 바닷가로 나가 보았다.
하인을 거느린 군수 일행이 그곳에 도착하니, 배 위에서 한창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다가 뚝 그치는 것이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한사람의 사나이가 배 안으로부터 나오더니 언덕으로 뛰어올라 군수 앞으로 다가왔다.
그 사나이는 군수를 향해 공손하게 절을 하면서, 말하였다.
「저희들은 바다 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나라의 사람들입니다 일년에 한번씩 봉래산으로부터 신선이 채녀들을 데리고 내려와서 저의 나라에 신선과 인연이 있는 몇 사람을 청해다가 해상에서 연회를 베풉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풍랑을 만나서 귀국의 바닷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마침 신선께서 하시는 말씀이 귀국에서는 오직 대인만이 신선과 연분이 있다고 하시면서 잠시 모셔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신선의 분부를 받고 모시려 나왔으니, 배 안으로 들어가셔서 만나보시고 구경도 하시지요.」
군수는 평소에 신선에 대해서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있던 차라 어떻게 생겼는지 이 기회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하인들을 거기에 떼어놓고 혼자서 그 사나이를 따라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제 어찌된 일인가. 속았구나.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그가 막 배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분위기는 갑자기 돌변하였다.
뱃사람들이 주위를 빙 둘러서는가 싶더니 배는 움직이고, 이어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군수가 무어라고 외칠 겨를조차도 없었다. 하도 뜻밖에 순간적으로 당하는 일이라 넋 빠진 사람처럼 멍할 따름이었다.
군수가 배에 오르는 광경을 지켜본 백성들은,
「군수는 특별한 인물이니까 신선에게 직접 불로주(不老酒)라도 한잔 얻어먹게 되고, 봉래산의 채녀(선녀)들도 가까이서 구경하겠구나.」
하고 부러운 마음들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군수가 배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배가 쏜살같이 물결을 가르며 바다 저쪽으로 달리는 것을 보고는 모두가 경악의 외마디 소리만 질렀을 뿐이었다.
잠깐 사이에 바다 저쪽으로 멀리 사라지는 배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외쳐댈 뿐, 아무런 방책이 없었다.
하인들과 백성들이 멀쩡하게 눈을 뜨고 보는 앞에서 그 고을 군수를 납치해간 것이었다.
군수를 납치한 배는 자꾸만 달렸다.
하룻밤 하루 낮을 쉬지 않고 그 속도로 달린 배는 어느 섬나라에 닿았다.
군수를 납치한 뱃사람들이 일을 잘 성취하였기 때문에, 그곳 물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들이 환성을 지르며 그들을 맞이하였다.
배에서 내린 군수는 그들에게 옹위되어 그 나라의 대궐로 들어가게 되었다.
군수는 앞서 자신이 납치당한 것을 안 순간 눈앞이 아찔하였다.
너무나 뜻밖에 당하는 일이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을 납치한 까닭과 가는 곳을 물었다.
그러나 배안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답을 피하였고 오직 가보면 알 것이라 하였다.
나중에는 저들도 군수가 딱하게 보였던지
「우리나라 임금님께서 당신을 모셔오라고 해서 우리가 당신을 모시고 가는 것이므로, 그 까닭은 우리 임금님 밖에 모르오.」
라고 하였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곧바로 대궐로 데리고 갔으므로 군수는 뱃사람들의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그 나라 임금의 앞으로 가서 그 까닭을 알게 되기만을 기다릴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는 잠시 후에 국왕의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 나라의 왕은 발해 군수를 내려다보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먼 바닷길에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영문도 모르고 잡혀 왔기에 퍽이나 놀랐을 것이오. 나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 몹쓸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라, 가장 유명한 의사의 진찰결과 사람의 황(人黃)을 써야 그 병이 낫는다는 것이오.
누가 황을 지녔는지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발해국의 군수인 그대가 오직 황을 지녔다는 것을 알아내었소. 그래서 지금 그대를 이리로 유인해 온 것이오.
그대는 아무래도 우리 공주를 위해서 죽어야 할 목숨이니, 너무 원망하지 말고 편안하게 죽음을 기다리도록 하오. 그대가 공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면 이 나라의 일품 벼슬을 내려 후세에 그 이름을 전하도록 하겠소.」
왕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이 이곳에 납치되어 온 사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선은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였다.
나중에 죽더러도 지금은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퍼뜩 한 꾀를 생각해 내고는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서야 비로소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록 이웃나라의 신하라 하오나 임금님을 섬기는데에 어찌 내나라, 남의 나라가 있겠습니까? 저의 몸속에 있는 황을 써서 공주님의 병환이 낫게만 되신다면, 저의 이 몸이야 죽은들 무슨 한이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폐하께서 꼭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사람의 황이란 소의 황(牛黃)과 달라서 그 사람이 고생을 겪게 되면 속에 있는 황이 말라버린다고 합니다. 사실 이번에 제가 이리로 오는 동안에 너무 놀라고 고생을 많이 해서 황이 거의 다 말랐을 것입니다.
모처럼 제가 공주님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가 황이 다 말라 버리고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고, 공주님 또한 병환을 못 고쳐서 돌아가시게 될 것 입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한 이렛 동안의 말미를 주십시오.
그 동안 저를 한적한 곳에 조용히 쉬도록 하시고, 좋은 음식을 해주신다면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편안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황이 매우 성하고 약효도 좋을 것입니다.
그럴 때에 저의 황을 쓰신다면 공주님의 병은 쉽게 나으실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국왕은 군수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한적하고 엄하게 경치 좋은 곳에 있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게 하였다.
물론 그 주변의 경계를 엄하게 하여 도망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 군수는 어릴 때부터 불교를 신봉하는 집안에서 자랐으므로, 일찍이 볍화경 보문품을 매일 세 번씩 독송하였다.
관세음보살의 경전인 보문품을 독송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그는 붉은 연꽃 바탕에 관세음보살을 그린 화상을 항상 가슴에 모시고 지냈다.
그러한 그였으므로 한정된 7일이라는 기한 동안에 정성껏 보문품을 독송하고, 또 한성호(聖號)를 칭념하며, 보문시현(普門示現)하고 원통자재(圓通自在)하는 관세음보살의 대자 대비한 힘에 의지하였다.
관세음보살의 크나큰 자비와 신통 자재한 힘에 의하여 요행히 살아난다면 더욱 좋고, 전생의 업력으로 죽게 되더라도 그 공덕의 힘으로 부처님의 나라에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보문품을 지송하고 관세음보살을 칭념하였다.

7일이 되는 날, 이제 이 밤만 지새면 이 나라 공주를 위해 목숨을 잃게 된다.
발해국 군수였던 그의 이 세상 생명은 이 밤을 지내면 마지막이 된다.
그러나 장본인인 그는 그것마저 잊은 채 오직 지송 칭념의 정진 삼매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그 밤이 깊어갈 무렵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곤하게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는지를 몰랐다.
하얀 옷을 입은 한 부인이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
그 부인의 하얀 치마는 허리 밑으로 온통 물에 젖어있었다.
「웬 잠을 그렇게 곤하게 자는가? 그만 일어 나거라.」 하면서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그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눈을 번쩍 떠 보았으나 그 부인은 그 곳에 없었다.
그는 누운 채로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 살펴보았다.
순간 그는 튕기듯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눈을 의심하며 손등으로 비비고는 다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거야말로 진짜 꿈이 아닌가.」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자신이 꿈에서 깬 그곳은 7일 전까지도 스스로가 근무하던 동헌(東軒)이었다. 그는 다시 방안을 거닐어 보다가 동창을 열었다. 때마침 동녘 산등성이에 눈부시게 햇살이 퍼져 오르고 있었다.
바깥 풍경을 확인하듯 이쪽저쪽을 내다보았다.
틀림없는 발해국 변방 고을의 자신이 거처하던 동헌이었다. 간밤까지도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던 그 섬나라는 분명히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늘 않던 자리에 풀석 앉아서 가슴속에 모신 관세음보살 화상을 얼른 꺼내어 보았다.
붉은 연꽃위에 흰 옷를 입고서 있는 관세음보살님의 치마가 허리 아래쪽이 모두 젖어 있었다.
바로 이 관세음보살님이 잠든 자신을 안고 그 사이에 바다를 건너오신 것이었다.
그러고는 빨리 일어나라고 잠을 깨우신 그 부인의 치마가 젖은 것이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군수는 살아서 다시 동헌에 앉아 있는 기쁨과 관세음보살님의 참으로 불가사의 한 신통력의 고마움에 너무나 벅찬 감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곧 붓을 들어 다음과 같은 시 한수를 적었다.

한 송이 붉은 연꽃이 바다 가운데에서
(일엽홍연재해중,一葉紅蓮在海中)

푸른 물결 깊은 곳에 신통을 나투셨네.
(벽파심처현신통,碧波深處現神通)

어젯밤 보타산(寶陀山)에 계시던 관세음보살(觀自在)
(작야보타관자재,昨夜寶陀觀自在)

오늘은 이 동쪽 땅에 몸 나투셨도다.
(작야보타관자재,昨夜寶陀觀自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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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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