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선사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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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운 겨울밤 칠흑 어둠을 혜치고 한 스님이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백련 스님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세워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련암이라 칭하고 동자 하나를 데리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암자에 올랐을때 스님의 눈앞 바위 위에 벌건 불덩이 두 개가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호랑이였다. 스님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은 후 호랑이를 꾸짖었다.
그러자 하소연 같은 울음소리를 계속 내는 것이었다. 스님이 호랑이 곁으로 다가가니 호랑이가 어서 업히라는 듯 자기 등을 수그려 앉는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련암에 당도하여 스님을 내려준 호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도 다음날도 호랑이는 법당 앞에 꿇어 앉아 있었다. 백련 스님은 호랑이와 함께 살기로 하였다. 백련암 식구가 된 호랑이는 동자와 친형제처럼 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본성을 들어내어 동자를 먹고 말았고 백련선사는 이 일을 알고 대노하여 도끼로 호랑이 한쪽 발을 잘라내 쫓았다. 호랑이는 구슬피 울면서 백련암 근방을 배회하다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는 사람 눈에 띄지 말라는 스님의 말에 따라 지금도 호랑이는 산 속 깊이 살며 도끼로 한 발이 잘렸기에 발자국이 외길로 나타난다고 한다.

[설화내용]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윙윙 울어대고 눈보라마저 휘몰아치는 몹시 추운 겨울밤 칠흑 어둠을 혜치고 한 스님이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허허, 날씨가 매우 사납구나.』
한 손으로는 바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으며 신중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스님의 법명은 백련 스님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세워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련암이라 칭하고 동자 하나를 데리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스님이 암자를 비우면 어린 동자가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홀로 암자를 지켰다.
오늘도 큰절에서 주무시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스님은 막무가내였다.
사위가 어둠에 싸인 산길을 걷는 스님의 발길은 험한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무겁기만 하다. 잠시 서서 숨을 돌리던 백련 스님은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님의 눈앞 바위 위에 벌건 불덩이 두 개가 이글이글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주춤 뒤로 물러서며 그 불덩이를 쏘아보았다.
두 개의불덩이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온 산이 울리도록 쩌렁쩌렁 포효하는 것이었다. 호랑이었다.
스님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은 후 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엄한 목소리로 호랑이를 꾸짖었다.
『본래 너는 산중의 왕이요, 영물 중의 영물이거늘 어찌 어둔 밤중에 이렇게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고? 어서 물러서지 못할까.』
호통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더 큰 소리로 「어흥 어흥」울부짖었다.
어찌 들으면 하소연 같은 울음소리였다.
『허허, 그렇게 울부짖지만 말고 어서 길을 비키래두.』그러나 호랑이는 물러서지도 달려들지도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대치할 수만도 없고 해서 스님은 호랑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호랑이는 어서 업히라는 듯 스님 앞에 자기등을 갖다 대면서 수그려 앉는 것이 아닌가.
『오호! 참으로 기특한 일이로구나. 그런 뜻이라면 진작 알려줄 것이지‥‥ 자, 어서 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백련암에 당도하여 스님을 내려준 호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틀날 아침. 호랑이는 다시 돌아와 법당 앞에 끊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동자를 시켜 먹을 것을 줘도 호랑이는 고개를 저었고 아프냐고 물어도 고개를 저으며 자꾸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뭔가 애원할 뿐이었다. 점심 때가 기울어서 산에 해가 져도 호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틀날도 그 다음날도. 동자는 그만 가없은 생각이 들어 함께 살자고 스님께 간청했다.
사나운 짐승과 어찌 같이 사느냐고 선뜻 받아들이지 않던 스님은 동자가 하도 졸라대니 호랑이에게 물었다.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백련 스님은 뭔가 생각하더니 함께 살기를 허락했다.
『그래, 너도 이제 불제자가 되었으니 절대로 살생을 해서는 안되며 동자와 화목하게 잘 지내야 하느니라.』
「어흥, 어흥」호랑이는 알았다는 듯 크게 두 번 울고는 동자의 손등을 가볍게 할아 주었다.
『그리고 비록 짐승이지만 불자가 된 이상 예불에도 꼭꼭 참석하도록 해라.』
백련암 식구가 된 호랑이는 동자와 친형제처럼 정이 들었다.
동자는 산에서 맛있는 열매를 따다 주는가 하면 떡 한 조각이라도 호랑이에게 남겼다가 주었다. 스님이 외출에서 늦으면 둘이 마중 나가 모셔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백련 스님은 마을에 내려갔고 호랑이는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저녁밥을 하러 부엌에 들어간 동자는 산나물을 다듬다가 칼로 손을 베고 말았다.
빨간 피가 나왔고 상처는 쓰리고 아파왔으나 동자는 붉은 피가 아까웠다.
『옳지 기왕에 흘러나온 피니 호랑이에게 먹여야지.』
동자는 아픈 것을 참고 호랑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맛있게 익은 머루를 한 웅큼 따가지고 돌아온 호랑이를 동자는 반갑게 맞으며 피투성이 손가락을 내밀며 빨아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괜찮아, 이건 살생이 아니니 어서 먹어.』
동자는 자꾸 졸라 댔으나 호랑이는 선뜻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 피를 그냥 버리란 말이야. 자 어서 먹어 어서‥‥』
호랑이는 할 수 없이 피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사람 피맛을 본 호랑이는 그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동자의 손가락까지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아이구 아파, 아이구.』호랑이는 본색을 드러내 동자를 아주 잡아먹고 말았다. 동자를 다 먹고 난 뒤 한잠을 푹 자고 난 호랑이는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구슬피 울기 시작했으나 동자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날 밤 뒤늦게 돌아온 백련선사는 이 일을 알고 대노하여 도끼로 호랑이 한쪽 발을 잘라내 쫓았다. 호랑이는 구슬피 울면서 백련암 근방을 배회하다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는 사람 눈에 띄지 말라는 스님의 말에 따라 지금도 호랑이는 산 속 깊이 살며 도끼로 한 발이 잘렸기에 발자국이 외길로 나타난다고 한다.
(가야산 · 백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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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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