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암리 194호분

석암리 194호분

[ 平壤 石巖里 194號墳 ]

지역 평양

평양시 락랑구역 석암동(舊地名 : 평남 대동군 대동강면 석암리)에 위치한 귀틀무덤이다. 1924년 낙랑유적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사한 석암리 200호(乙墳), 194호(丙墳), 20호(丁墳), 52호(戊墳)의 4기 고분 중 1기이다. 특히 이 무덤에서는 중원의 광한군(廣漢郡)과 촉군(蜀郡)에서 제작되어 낙랑군 지역으로 직수입된 기년명 칠기들이 다수 출토되어 큰 주목을 끌었다.

무덤은 귀틀곽 내 ‘Г’자형 부장공간을 가진 동혈합장(同穴合葬)의 귀틀무덤으로서, 3개의 나무널(木棺)이 매장되어 있는 부부합장 무덤이다. 봉분은 남북 직경 18m, 높이 약 2.7m 정도의 비교적 소형분으로, 당초에는 석암리 200호분을 발굴한 여력으로 조사에 착수하였다가 완전한 고분 구조와 함께 많은 부장품이 조사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다. 무덤구덩이(墓壙)는 한 변 4.25m의 방형(方形)이며, 분구까지의 높이는 4.16m이고, 바닥 및 무덤구덩이와 널 사이에는 황색 점토로 채웠다. 봉토에서는 토기편과 기와편, 동세(銅洗), 내행화문경(內行花文鏡), 고리자루손칼(環頭刀子), 동제못 등이 출토되었다.

귀틀곽은 역시 한 변 3.6m의 방형으로 추정 높이는 1.6m 전후이다. 덧널(木槨)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동남쪽 모서리에 3개의 널이 연접해서 남~북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Г’자형의 빈 공간을 부장공간으로 활용하여 토기, 칠기 및 무기, 거마구 등을 부장하였다.

널은 안쪽에 주칠(朱漆), 바깥쪽에 흑칠(黑漆)을 하였는데, 대체로 길이 2.06m, 폭 0.65m이며, 널 내부의 유물 배치로 보아 북침으로 추정된다. 1호널 내부에는 길이 27m의 모발 외에 다른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2호널에서는 은반지, 옥환(玉環), 대모환(玳瑁環), 칠칼집, 직물편, 관모편(冠帽片) 등이 발견되어 남자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며, 3호널에서는 은반지, 옥 및 대모제 비녀와 빗 등이 발견되어 피장자가 여자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부장공간의 서북쪽에 주로 토기가 부장되었는데, 나무곽무덤 단계의 화분형토기와 입큰항아리(廣口短頸壺)의 조합은 보이지 않고, 직경 60㎝ 전후의 대형 항아리(壺) 3점과 역시 유사한 기형에 직경 30㎝ 내외의 항아리모양토기 9점을 비롯한 다수의 토기가 출토되었다. 원반형의 뚜껑을 갖춘 채 출토된 예도 많다. 봉토에서 내행화문경 1점이 출토되었고, 부장공간에서 방격규구경(方格規矩鏡) 2점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1점씩 출토된 바 있어, 고분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고분에서 무엇보다 특징적인 유물은 부장공간의 서북쪽에서 대량으로 출토된 칠기들이다. 시원(始元) 2년(B.C. 85)명 이배(耳杯) 4점, 양삭(陽朔) 2년(B.C. 23)명 칠합(漆盒) 1점, 영시(永始) 1년(B.C. 16)명 칠반(漆盤) 3점, 수화(綏和) 1년(B.C. 8)명 칠박(漆博) 1점, 원시(元始) 3년(A.D. 3)명 이배 1점, 시건국(始建國) 5년(A.D. 13)명 이배 1점 등이 출토되었다. 각 칠기에는 상세한 제작공정과 담당 장인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어 이들 칠기들이 중원의 광한군과 촉군의 공관(工官)에서 제작되어 낙랑지역으로 수입되어 왔음을 증언해주고 있으니, 당시 낙랑군과 중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일부 칠기에서는 ‘승여(乘輿)’가 새겨진 명문이 확인되는데, 이는 당시 황실에서 사용되던 궁정용 칠기로서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약 100년간의 시기폭을 가진 칠기들이 공반된다는 점이 확인되어 당시 칠기의 가치가 매우 중시되어 다년간의 전세기간을 거친 후 고분에 부장된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이 고분에서는 기념명 칠기 뿐 아니라 ‘정씨뢰(鄭氏牢)’명 칠안(漆案) 1점, ‘이(利)’명 이배 20여 점 등의 칠기도 함께 출토되었다.

이 무덤은 구조와 부장품의 배치에서 정백리 127호분, 석암리 201호분 등과 유사하며, 고분의 연대는 기년명 칠기에서 나타나는 절대연대와 아울러 내행화문경과 방격규구경의 연대를 통해 볼 때 B.C. 1세기 전반으로 편년된다.

참고문헌

  • 樂浪漢墓 第1冊(樂浪漢墓刊行會, 1974년)
  • 朝鮮古文化綜鑑3(藤田亮策·梅原末治, 195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