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도 제도

서인도 제도

다른 표기 언어 West Indies , 西印度諸島
요약 테이블
위치 중앙아메리카 동쪽, 카리브 해
면적 233,976㎢

요약 3,200km 이상에 걸쳐 초승달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섬. 대앤틸리스·소앤틸리스·바하마 제도의 3대 지형구를 이룬다. 대앤틸리스 제도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자리잡고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 쿠바,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등으로 이루어진다. 소앤틸리스 제도는 버진아일랜드·앵귈라·세인트키츠네비스·앤티가바부다·몬트세라트·과들루프·도미니카·마르티니크·세인트루시아·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바베이도스·그레나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하마 제도는 북아메리카 대륙붕의 고립된 섬들로, 터크스앤드케이코스 제도를 포함한다.

목차

접기
  1. 자연환경
  2. 주민
  3. 경제
  4. 정치·사회
  5. 역사와 문화
    1. 역사
    2. 문화
Flag of the West Indies Federation 1958-1962
Flag of the West Indies Federation 1958-1962

3,200km 이상에 걸쳐 초승달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섬들로 북쪽에 있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플로리다 반도에서 남동쪽으로 1,930km 가량 이어지며,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800km 내려온 다음 다시 서쪽으로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 북쪽 해안을 따라서 이어진다.

대앤틸리스·소앤틸리스·바하마 제도가 서인도제도의 3대 지형구를 이룬다.

대앤틸리스 제도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자리잡고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 쿠바,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등으로 이루어진다.

소앤틸리스 제도는 버진아일랜드·앵귈라·세인트키츠네비스·앤티가바부다·몬트세라트·과들루프·도미니카·마르티니크·세인트루시아·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바베이도스·그레나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하마 제도는 북아메리카 대륙붕의 고립된 섬들로, 터크스앤드케이코스 제도를 포함한다.

그밖에 남아메리카의 대륙붕에 있는 트리니다드토바고·아루바·쿠라사오·보네르 등의 섬도 서인도제도의 일부이다.

버뮤다 제도는 지리적으로 서인도제도에 속하지 않지만 서인도제도의 여러 섬들과 역사적·문화적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종 서인도제도의 일부로 취급된다.

지도
서인도 제도

자연환경

서인도제도의 섬들은 2차례의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다. 첫번째 화산활동은 약 7,000만 년 전에 일어났으며, 그후 수백만 년 동안 화산활동이 뜸했다. 이 기간에는 산지의 많은 부분이 해면 아래에 있었고, 물 속에 잠긴 봉우리들에는 산호층이 두껍게 쌓였다. 그후 수백만 년 만에 2번째 대화산활동이 발생했다. 그때 지표면으로 분출한 용암이 소앤틸리스 제도의 높은 지층 대부분을 형성했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종종 화산활동이 일어난다.

카리브 해의 기후는 열대해양성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12~4월에는 25~30℃, 5~11월에는 30~35℃이다. 밤기온은 낮기온보다 약 6℃가 낮다. 대부분의 섬에서 건기와 우기가 나타나는데 연간총강수량은 800~2,000㎜이다. 그러나 높은 산봉우리에서는 5,000㎜ 이상의 강수량이 나타나기도 한다. 습한 무역풍 때문에 비교적 지대가 높은 섬들에서는 바람부는 쪽에서 지형성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8~10월에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고 1년 내내 상대습도가 높다.

과거에는 삼림이 서인도제도의 대부분을 덮었지만, 사탕수수 대농장이 들어서면서 농장주들은 정제로에 불을 때기 위해 남벌했다. 그것이 토양의 빈곤화와 침식의 원인이 되었다. 원시림의 파괴는 화전농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몇 국가들이 삼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벌목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삼림의 종류는 몇몇 해안선에서 볼 수 있는 늪지대의 홍수림, 지속적인 가뭄이 나타나는 리워드 제도 등에서 볼 수 있는 반낙엽성 삼림지, 습한 저지대의 열대성 우림, 습한 고지대의 산지성 삼림지, 노출된 산봉우리에서 볼 수 있는 고산굴곡림 등이다.

카리브 해에서 서식하는 식물군의 대부분은 카리브 원산이다. 대앤틸리스 제도의 고지에는 중위도와 아북극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종이 나타난다. 육상의 동물상(相)은 인접한 남아메리카 본토 동물상보다 빈약하다. 토끼처럼 생긴 아구티쥐, 여러 종류의 박쥐와 도마뱀 등 설치류가 많다. 조류로는 여러 종의 앵무새·벌새·노랑부리황새·홍학 등이 있다. 연안에는 거북·조개류·악어류·돌고래·줄삼치류·날치류 등 해양생물이 풍부하다. 해양생물은 대부분 아직 식품으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지역에서 수출되는 광물로는 자메이카의 보크사이트와 트리니다드의 원유가 있다.

주민

서인도 제도의 주민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 초기 대농장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다. 주민 대다수가 크리올인이고 유럽 언어들의 혼합·변형판인 피진어에서 발전한 크리올어가 많은 사람들의 일상어가 되었다. 프랑스어 크리올과 영어 크리올은 아프리카, 서인도제도 언어와 혼합되어 생긴 것이다.

쿠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해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스페인어 크리올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루바,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에서는 스페인어·네덜란드어·포르투갈어·영어가 혼합된 파피아멘토 혼합어가 널리 사용된다. 동인도계 사람들은 소수민족집단으로서는 그 수가 상당히 많으며,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하기도 한다. 중국계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보다 적고 백인은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인구 가운데 약 70%에 이른다. 스페인어·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가톨릭교가, 영어·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프로테스탄트가 전형적인 종교이다.

조상·언어·정치조직이 서로 다르지만 서인도제도의 여러 나라들은 대농장 식민지라는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대부분 공통된 문화를 가진다. 주민들은 흔히 열리는 무도회·파티·축제 등 고유의 생동감 있는 문화적 배경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사육제들은 이 지역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서인도제도 인구 가운데 약 70%가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에 산다. 나머지 인구는 지리적·정치적·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30개 이상의 독립지들에 각각 분포한다. 이 가운데 푸에르토리코의 인구가 약 330만 명이고 앵귈라의 경우는 7,000명 미만이다. 인구의 1/3이 15세 미만이고 평균연령은 약 24세이다.

인구성장률은 20세기말 현재 다른 개발도상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개발도상국이지만 출생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1950년대 이후로는 평균치보다 빠른 비율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이민이 다른 대부분의 지역보다 인구성장을 둔화시키는 데 더욱 큰 역할을 했다.

20세기 내내 상당히 많았던 해외이민이 1960~70년대에는 이례적으로 늘어났으며, 이 지역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반 이상 줄어든 것도 이민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유아사망률이 줄었기 때문에 전체사망률도 1950년대 이후 꾸준히 줄어서 20세기 말에는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약 3/5이 도시에 살며, 그 비율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반면 두드러진 이촌향도(移村向都) 현상 때문에 많은 섬의 인구가 줄고 있다.

경제

중앙계획경제를 실시하는 쿠바를 제외하면 서인도제도의 경제는 주로 자유기업 시장경제체제이다. 경제활동은 주로 몇 가지 상품들을 수출하는 데만 의존한다. 수출품목은 대개 농산품이고 대외경제사정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점이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쿠바를 제외한 이 지역 전체의 국민총생산(GNP)이 인구성장률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말 아이티의 1인당 GNP는 400달러 미만인 데 비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1인당 GNP는 1만 달러 이상이었다. 제조업 분야를 비롯한 경제 전반을 장려하기 위해 1984년 미국은 '카리브 유역 이니셔티브'라는 제도를 서인도제도에 대해 시행했다. 이 계획안에 따라 서인도제도의 광범위한 생산품들이 관세 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서인도제도의 전통적인 경제기반은 농업이지만 농업생산고와 농업인구는 줄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의 대부분은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밀을 비롯한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설탕·바나나·감귤류·코코아·향신료 등이 주요수출품이고 중요한 외화획득원이다. 대외시장에 좌우되기 쉬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농업생산품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전체 경제활동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다. 자메이카, 바베이도스, 트리니다드토바고, 푸에르토리코,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등 여러 나라들이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보호령들의 주요수입원은 해외로부터의 보조금과 송금이다.

영국령 리워드 제도에 속하는 몬트세라트는 정부예산의 대부분을 영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그밖에도 영국은 상당한 액수의 대외원조를 조달한다. 몇몇 섬에서 관광업이 주요산업으로 발전했으며 외화획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관광업의 발달은 고용기회를 확대하지 못하면서 지역의 생활비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경기침체기에는 타격을 받기 쉽다는 약점도 있다. 서인도제도에서는 1~2가지 환금작물에만 의존하는 경제활동이 많은데 카리브 해의 섬들 가운데 가장 큰 쿠바는 이런 형태의 경제구조를 개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전통적으로 설탕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경제의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산업활동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자본재 수입을 늘리고 있다. 경제규모가 작고 몇 가지 수출품목에만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 사이에 '중앙 아메리카 공동시장', '카리브 해 연합공동시장', '아프리카, 카리브 해, 태평양 국가 경제기구' 등 경제연합조직이 결성되어 있다(→ 경제동맹). '중앙 아메리카 공동시장'은 특정 자유무역지대를 설정하며, '카리브 해 연합공동시장'은 영어 사용국들 사이의 경제협력을 도모한다(→ 카리브 공동체).

1975년에 체결한 로메 협정의 가맹국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카리브 해, 태평양 국가 경제기구'는 유럽경제공동체(EEC)로부터 특혜관세를 받는다. 취약하고 불안정한 해외시장으로 인해 서인도제도의 여러 나라들은 대체로 불균형한 국제무역수지를 나타내왔다.

정치·사회

서인도제도에 있는 독립국들의 정치체제는 쿠바 공화국이 사회주의이고, 도미니카 연방과 도미니카 공화국은 공화정 체제이며, 자메이카와 세인트루시아가 입헌군주제이다. 대부분 1960년대 초반에 독립했다. 보호령들로는 미국과 자유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 네덜란드 왕국에 속하는 자치령들, 영국의 속령들, 프랑스의 해외주 등이 있다.

아이티와 쿠바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야당활동이 보장되어 공공연히 반정부 의사를 피력할 수 있다. 의회 정치를 갖춘 나라들은 대개 양당체제를 운영한다. 독립국들은 서방 자유진영국가들과 동맹 또는 비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프랑스·미국은 그들의 보호령을 방위하는 책임을 지며, 과거에 보호령이었다가 독립한 나라들에 대해서도 영국·프랑스는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군사훈련·무기·방위까지 지원하고 있다(미국은 그런 보호령이 없음). 전략적으로 중요한 몇몇 섬에는 강대국이 설치한 군사기지도 있다. 소련은 쿠바에 군사병력을 배치해두었으며, 미국은 쿠바의 동쪽에 있는 고립영토에 해군기지를 설치해두고 있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서인도제도의 생활수준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특히 본국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금을 받는 보호령들의 생활수준은 높다. 비교적 개발이 잘 된 나라의 평균수명은 70세 이상이고 개발이 다소 뒤떨어진 나라의 평균수명은 이보다 10세쯤 낮다.

유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10~15명 정도로 비교적 낮은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티의 유아사망률은 1,000명 당 100명 이상으로 매우 높다. 또한 보호령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사회보장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보건상태도 향상되어왔다. 그러나 공공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한 형편이며 해외이민율이 높은 것이 의료진 부족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위생문제는 식수공급·수질향상·하수처리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주로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은 순환계 질환과 암이다. 위장염·유행성독감·폐렴·말라리아·결핵·소아질병도 국민건강을 해치는 주요질병이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영양결핍으로 병을 앓는 일이 흔히 있다. 또한 주택공급률이 저조해서 이 지역 전체에 걸쳐 만성적인 주택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제도는 대체로 잘 갖추어져 있고 각 나라의 문맹률은 대개 20% 미만이며 여러 개의 대학과 대학교들을 통해 고등교육의 기회도 주어진다. 서인도제도의 대학교는 이 지역 국가들의 반 이상에 분교가 있다. 신문·방송 매체가 가장 잘 발달된 곳은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자메이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그러나 보도매체들은 적게나마 모든 정치집단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는 정도는 이 지역 내에서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역사와 문화

역사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최초로 상륙했을 때 카리브 해 지역에는 아라와크족·카리브족·시보니족 등 3개의 다른 인디언 집단들이 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은 집단은 대앤틸리스·바하마·리워드 제도에 사는 아라와크족이었다. 이들은 타이노족이라고도 하며 농업과 항해에 종사했다. 이들이 미국 본토 및 아프리카와 교역을 한 흔적도 있다. 카리브족도 농업과 항해에 종사했지만 아라와크족과는 달리 호전적이었다.

시보니족은 어부집단이었는데 해안에서 밀려나게 되자 사냥이나 채집으로 생활을 이어나갔다. 1493년 콜럼버스는 서인도제도 최초의 유럽인 영구 정착지를 히스파니올라 섬에 세웠으며, 스페인 사람들의 정착지는 16세기초에 대앤틸리스 제도의 다른 섬들로 확장되었다(스페인사). 스페인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금과 그밖의 귀금속의 채광에 있었지만, 아라와크족은 강제적·지속적인 중노동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결과 원주민 대부분이 절멸당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금이 바닥이 나자 카리브 해의 속령들은 주로 기항지·무역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스페인은 카리브 해를 독점하기 위해 히스파니올라·쿠바·푸에르토리코에 요새를 건설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 지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경계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스페인의 카리브 해 제국에 침투하는데 선봉을 맡은 것은 사나포선의 선원들이었다(프랑스사). 그들은 1536~1609년 스페인의 보호령들을 무장습격했다. 이어 스페인인이 정착하지 않은 소앤틸리스에 영국과 프랑스가 식민지를 각각 세웠다.

1630~40년 네덜란드가 쿠라사오·아루바·보네르·신트에우스타티우스·세인트마틴·사바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같은 시기에 영국은 바베이도스·네비스·안티과·몬트세라트를, 프랑스는 마르티니크·과들루프를 각각 자국령으로 선언했다. 각 나라는 그들의 식민지가 다른 나라와 거래하는 것을 막으려 했고, 1697~1814년 카리브 해의 보호령 문제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는 여러 번 충돌했다(대영제국, 네덜란드).

대부분의 섬에서는 설탕 생산이 두드러진 경제활동이었다.

네덜란드 무역상인들이 제조기술과 노예노동력을 공급했다. 노예는 대부분 서부 아프리카 출신이었는데 그들이 처한 생활조건은 극도로 열악했다. 노예들의 유일한 희망은 내륙 오지로 탈출해서 도망노예집단이 만든 머룬 공동체에 합류하는 것뿐이었다. 카리브 해의 머룬 공동체는 아프리카 문화를 보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설탕 대농장에서와는 달리 경제적 자립을 누렸다. 설탕 수출은 계속 경제활동의 중심적인 위치를 지켰다. 이 시기에 대외사정에 좌우되기 쉬운 위태로운 경제구조가 성립되어 서인도제도 경제의 지속적인 특징이 되었다.

노예 반란은 여러 차례 일어났다.

이 가운데 성공적인 것은 노예제도 폐지론자인 투생 루베르튀르가 이끈 노예혁명이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1789~99년에 세인트도멩귀 식민지의 통치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나폴레옹이 다시 세인트도멩귀에 노예제도를 실시하려 했지만 투생 루베르튀르의 뒤를 이은 장 자크 데살린과 앙리 크리스토프는 이에 맞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독립공화국이 선포되었고 프랑스와의 단절을 상징하기 위해 국명은 인디언 이름인 아이티로 정했다.

서인도제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내적·외적 요인에 힘입어 노예제도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갔다. 영국의 노예폐지론자들은 영국이 노예매매를 통해 프랑스 식민지에 노예들을 재수출하기 때문에 경쟁국인 프랑스를 부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예제도와 노예매매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점은 차츰 효력을 갖게 되었다. 한편 설탕 생산의 비용이 높아지자 농장주들에 대한 비난도 강해졌다. 마침내 1803년에 덴마크가 노예매매를 폐지한 데 이어 1807년 영국, 1817년 프랑스, 1818년 네덜란드, 1820년 스페인, 1824년 스웨덴이 그뒤를 이었다. 1833년에는 영국령 식민지에서, 1848년에는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1963년에는 네덜란드령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

스페인 점령지였던 푸에르토리코와 쿠바에서는 각각 1873, 1880년에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노예제).

노예해방 이후 대농장 체계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농장주들은 보상금을 받았으나 경제구조를 현대화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돈은 국외로 유출되었다. 대농장들은 대부분 몰락의 위기에 처했으며 설탕 생산은 여러 대농장이 합병해서 중앙 공장에 설탕을 공급하는 정도로 맥을 이어갔다.

그결과 19세기 하반기에 사탕수수 라티푼디움이 생겼다. 한편 소자작농들은 식용작물과 카카오·육두구·바나나 등 환금작물을 재배했고 여러 섬에서 농업의 다변화가 이루어졌다. 20세기에도 관광업, 석유산업, 보크사이트 산업 등이 개발되면서 경제의 다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1930년대의 세계적인 대공황 때문에 경제사정은 한층 더 악화되었다. 그결과 식민지들은 점점 더 본국에 의존하게 되었고 직접 통치까지 수락하는 일도 생겼다.

1898년에 발발한 미국-스페인 전쟁중에 미국은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를 점령했다.

이때부터 미국이 서인도제도에 개입하게 되었고 20세기초에 개입의 폭은 더욱 늘어났다. 1917년 미국은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였고, 아이티(1915~35)와 도미니카 공화국(1916~22)을 점령했다. 카리브 해의 미군기지들은 제2차 세계대전중 서방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투자의 기회도 제공했는데, 그것이 경제적 종속화의 원인이 되어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미국사).

서인도제도의 민족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나타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 쇠퇴했다.

따라서 완전한 독립을 향한 움직임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티는 1804년에 독립했고 쿠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끝난 뒤에 독립했다. 1844년 도미니카 공화국, 1962년 자메이카·트리니다드토바고, 1966년 바베이도스, 1973년에 바하마가 각각 독립했다. 1974년에는 그레나다, 1978년 도미니카, 1979년에 세인트루시아·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1980년에 안티과, 1983년 세인트키츠네비스가 각각 독립했다.

문화

카리브 해 사람들의 문화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유럽 문화도 혼합된 것이다.

때로는 아시아 문화의 영향도 발견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레게 음악은 본래 라스타파리안 종교운동에서 생겨난 것이며, 이 종교운동은 자메이카의 도망노예집단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인도제도 출신의 현대 문학가나 철학자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