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생 루베르튀르

개요

노예를 해방시키고 잠시 동안 아이티를 흑인이 통치하는 프랑스 보호령으로 만들었다(서인도제도).

권력에의 길

교육받은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투생은 예수회와의 접촉을 통해 프랑스어를 배웠으나 쓰고 말하는 데 서툴러 주로 크리올 방언과 아프리카 부족어를 사용했다.

농장경영주의 총애를 받으면서 가축조련사·치료사·마부로서 일했으며 결국은 집사가 되었다. 1777년 법적으로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었고 결혼하여 2명의 아들을 두었다. 그는 못생기고 키가 작았으며 체격도 자그마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로서 부두교(서인도제도 흑인들이 믿는 다신교)에 반대했다. 옷을 검소하게 입었고 음식을 절제했으며 채식주의자였다. 1791년 8월 북부지방에서 갑자기 노예반란이 일어났을 때 그는 관여하지 않았다(노예제). 그러나 몇 주 동안 주저하다가 이전의 주인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운 다음 흑인 무리에 가담해 농장을 불태우고 많은 백인과 물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를 죽이는 데 참여했다.

그는 곧 반란 지도자들의 무능함을 파악했고 급진적인 백인들과 타협하려는 그들의 태도를 경멸했다. 투생은 직접 병력을 모집해 유격전술을 훈련시켰다. 1793년 그는 자신의 본명에 루베르튀르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1793년 프랑스와 스페인이 전쟁을 시작하자 흑인 지휘관들은 히스파니올라 섬의 동부 2/3를 차지하는 산토도밍고의 스페인 편에 가담했다(도미니카 공화국). 기사작위를 받고 장군으로서 인정받은 투생은 뛰어난 군사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조카 모이즈를 비롯해 장 자크 데살린과 앙리 크리스토프와 같은 유명한 전사들을 끌어들였다(뒤의 두 사람은 후일 아이티의 군주가 되었음). 투생은 북부지역, 물라토들은 남부에서 승리하고 영국군은 해안을 점령했으며 이에 따라 프랑스는 거의 패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794년 5월 투생은 스페인과 영국이 거부한 노예해방을 프랑스 국민공회가 최근에 단행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삼아 프랑스 편으로 돌아섰고 공화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한때 동맹국이었던 스페인을 상대함에 있어서 이중성을 보여준 점과 성당 미사 때 스페인인들을 대량학살한 일로 비난받아 왔다. 그의 전향은 전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생도밍그 총독인 에티엔 라보는 그를 육군중장에 임명했고 그의 활약으로 영국은 크게 역전패하고 스페인인들은 축출되었다. 1795년이 되자 투생 루베르튀르는 이미 널리 이름나 있었다.

그는 흑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경제 회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 백인과 물라토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투생은 프랑스 혁명 법률들을 무시하면서 프랑스에서 망명해온 농장주들의 본국 귀환을 허용했으며 해방 노예의 노역에 군대규율을 적용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타락한 존재이므로 게으름을 막기 위해서는 강제가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채찍질당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했으며 복구된 농장의 이윤을 공유했다. 그는 화합을 강조하고, 대다수가 아프리카 태생인 흑인들이 백인과 유럽화한 물라토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는데 이로써 인종간의 갈등도 완화되었다.

정적 제거

투생은 1796년 그동안 함께 일해온 라보를 서서히 제거했다.

테러리스트인 프랑스 판무관 레제 펠리시테 송토나는 투생을 총독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통치권을 주었다. 그러나 이 금욕적인 흑인 총독은 유럽인의 말살을 원하는 백인 급진주의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송토나의 무신론적인 태도나 난폭함과 부도덕성에 거부감을 느꼈다. 몇몇 우회적인 술책을 편 뒤 투생은 1797년 송토나를 제거했다. 영국은 프랑스와 계속 교전을 벌였지만 손실을 입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생과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했다.

1798, 1799년 조약으로 영국인들은 완전히 철수했다. 이어 영국 및 미국과 수지맞는 무역이 시작되었다. 군수품과 일상용품을 수입해오는 대신 투생은 설탕을 팔았고 자메이카와 미국의 남부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영국은 투생을 독립 아이티의 왕으로 인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이 과장된 명칭을 경멸했고 아직도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곧이어 투생은 1798년 총재정부의 대표로서 아이티에 도착한 명목상의 프랑스 상관인 가브리엘 에두빌을 제거했다. 에두빌은 프랑스가 영국과의 전쟁을 계속하는 한 식민주의를 회복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여 남부의 반(半)독립국가를 다스리고 있던 물라토 지도자 앙드레 리고를 부추겨 투생과 싸우게 하려고 시도했다.

투생은 이러한 에두빌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에두빌을 몰아냈다. 에두빌의 후임인 필리프 룸은 흑인 총독인 투생을 존중해주었다. 1799년 유혈싸움을 통해 투생의 또다른 잠재적 정적인 리고가 제거되고 리고의 물라토 국가도 파괴되었다. 남부에서 장 자크 데살린에 의해 실시된 숙청작업은 잔인해서 이제 물라토와의 화해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히스파니올라 지배

생도밍그 전체를 장악하면서 투생은 노예제도가 지속되고 있던 히스파니올라 섬 동부의 스페인령 산토도밍고로 눈을 돌렸다.

필리프 룸과 프랑스의 초대 통령이 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지령을 무시하고 투생은 1801년 1월 산토도밍고를 침략하여 노예를 해방시켰고 관대한 정책을 실시하여 흑인이 아닌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티 섬 전체를 장악한 투생은 자신을 거의 절대권력을 가진 종신 총독으로 만드는 헌법을 제정했다. 가톨릭은 국교가 되었으며 많은 혁명적 원칙들이 표면상 인준을 받았다.

그러나 투생이 스스로 프랑스인으로 자처하고 보나파르트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확신시키려 노력했기 때문에 이 헌법에는 프랑스 관리에 대한 조항이 없었다. 그는 또 자신이 질서회복과 번영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음을 편지로 썼는데, 이 편지들은 그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많지만 요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가 예리하고 깊이 있는 지성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나파르트는 투생 루베르튀르의 지위를 승인했지만 그의 존재가 생도밍그를 수익성있는 식민지로 회복시키는 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했다.

투생은 보나파르트가 흑인을 경멸하고 노예제의 부활을 계획하고 있으며 영국과의 화해를 통해 아이티를 위협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대비해 군대를 훈련시키고 물자를 비축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상반되는 태도를 보여 프랑스를 존경하고 보나파르트를 두려워했다. 또한 점차 나이가 들고 쇠약해짐에 따라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노예제의 부활을 막고 자신이 세운 사회를 유지시키려 했다.

백인과 물라토는 프랑스 정부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을 억압할 것을 원했으나 모이즈와 같은 많은 흑인 지도자들은 백인을 완전히 추방하고 백인의 농장을 분배해주기를 원했다. 일부 흑인들은 투생의 배신행위, 애매하고 종잡을 수 없는 태도, 위기시에 가하는 가혹행위 등에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렸다.

1802년 1월 시작된 샤를 르클레르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군의 침입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대부분의 백인과 물라토는 투생을 버리고 도망쳤고 몇 주 동안의 격렬한 싸움이 끝난 뒤 주요 흑인지도자들, 심지어 크리스토프와 데살린조차 르클레르 편으로 돌아섰다. 5월에 투생은 르클레르로부터 노예제를 부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공식적으로 저항을 포기했다. 그는 이듬해 황열병이 프랑스를 휩쓸리라는 사실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르클레르는 투생을 따뜻하게 맞았고 투생은 영예스럽게 농장으로 은퇴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주 뒤 자신의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참석했다가 반란 도모 혐의로 체포되어 프랑스령 알프스에 있는 포르드주로 보내졌다. 투생은 이곳에서 감금당한 채 계속 심문받다가 1803년 4월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