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류트

요약 아치류트는 17, 1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주로 사용된 류트 족 발현악기이다. 아치류트의 가장 큰 특징은 베이스 현을 위한 줄감개집이 별도로 달려있어, 줄감개집이 두 개 있다는 점이다.연주자는 한 손으로 프렛이 있는 지판 위의 현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며, 지판을 벗어나 길게 걸려있는 베이스 현은 개방현으로 연주한다.간혹 아치류트와 테오르보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다른 악기이다. 아치류트는 테오르보에 비해 몸통이 작고 현의 길이도 짧으며, 조율법도 다르다.

아치류트 (1638년 제작)

분류	현악기 > 발현악기(撥絃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 絃鳴樂器)
최초 사용지역	이탈리아
주요 사용 명칭	Arciliuto, Arcileuto(이탈리아어), Archiluth(프랑스어), Erzlaute(독일어), Archilaúd(에스파냐어)
관련 악기	Theorbo(테오르보), Lute(류트)

1. 아치류트

아치류트(Archlute)는 저음역을 담당하는 베이스 류트(lute)로, 르네상스 류트와 같은 음높이로 조율된 지판 위의 현들과 개방현으로 연주하는 긴 베이스 현들(diapasons)로 구성된다. 몸통은 서양 배(pear)를 반으로 자른 모습이며, 베이스 현을 위한 줄감개집이 따로 있어 목의 중간과 끝에 두 개의 줄감개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치류트 (1641년 제작)

아치류트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제작되어 17, 18세기에 독주악기와 반주악기로 널리 연주되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도 아치류트가 전해지긴 했으나, 이탈리아 밖에서는 자주 연주되는 악기는 아니었다. 이탈리아어로 아치류트를 뜻하는 ‘아르치리우토’(arciliuto)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에서 1590년 이전부터 사용되었다. 당시 이 명칭이 어떤 형태의 악기를 의미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접두사 ‘arci-’는 베이스 현을 추가로 장착하여 베이스 음역을 강화하고 음량을 더 크게 만든 류트의 형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16세기 후반부터 반주악기로 인기를 누렸던 대형 베이스 류트인 테오르보(theorbo)가 독주곡 연주에 한계가 있어 그 대안으로 1600년경에 발전한 악기가 아치류트라 할 수 있다. 테오르보는 악기가 너무 크고, 현의 배열 순서에 따라 낮은 음부터 높은 음 순으로 조율하지 않고 ‘리엔트란트 튜닝’(re-entrant tuning)을 사용했기 때문에 화려하고 정교한 연주가 필요한 독주악기로는 적절치 않았다.

테오르보

따라서 악기의 크기를 더 작게 하고 르네상스 류트와 같은 조율법을 사용하여 테오르보의 단점을 보완한 아치류트는 베이스 류트임에도 불구하고 독주악기로도 인기를 누렸다. 17세기 전반에 카프스페르거(Giovanni Girolamo Kapsperger, 1580년경~1651), 멜리(Pietro Paolo Melli, 1579~1623년경), 사라치니(Claudio Saracini, 1586~1630), 피치니니(Alessandro Piccinini, 1566~1638년경)와 같은 이탈리아의 많은 작곡가들이 아치류트를 위한 독주곡을 출판하였다. 또한 17세기 말로 갈수록 지속저음(basso continuo) 반주 라인도 점점 빠르고 높은 음역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에, 아치류트는 반주악기로서도 테오르보를 밀어내고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치류트 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연주자로 카라마조프(Edin Karamazov, 1965~), 볼프(Axel Wolf, 1962~), 피앙카(Luca Pianca, 1958~), 로나르디(Massimo Lonardi, 1953~), 린드버그(Jakob Lindberg, 1952~), 노스(Nigel North, 1954~) 등이 있다. 카라마조프의 음반 《The Lute is a Song》에는 바로크 작곡가 잠보니(Giovanni Zamboni, 1664~1721)의 <아치류트를 위한 소나타 C단조>(Sonata for archlute in C minor) 연주가 수록되어 있다.

카라마조프의 음반 《》 표지

2. 아치류트의 연주법

아치류트 연주자는 기본적으로 한 손으로 지판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현을 튕겨 연주한다. 즉 긴 목의 중간에 있는 줄감개로부터 브리지까지 연결된 현들은 프렛이 있는 지판 위를 지나고 있으며, 연주자는 지판 위의 현을 서로 다른 위치에서 눌러 음높이가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 반면 목의 끝에 있는 줄감개로부터 브리지까지 길게 연결된 베이스 현들은 개방현으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한 줄의 현으로 서로 다른 음높이의 소리를 낼 수 없고 단 하나의 음높이만 소리낼 수 있다.

아치류트 연주 모습

3. 아치류트와 테오르보

간혹 아치류트와 테오르보를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두 악기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테오르보는 저음역을 담당하는 대형 베이스 류트로, 16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주로 반주악기로 사용된 악기이다. 아치류트와 테오르보는 줄감개집이 두 개이고 베이스 현이 별도로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테오르보는 아치류트에 비해 몸통이 크고 현의 길이도 길다.

테오르보 연주 모습

아치류트와 테오르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율법이다. 현의 배열 순서에 따라 낮은 음부터 높은 음 순으로 조율하는 아치류트와 달리, 테오르보는 일반적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코스¹⁾를 한 옥타브 낮게 조율하는 ‘리엔트란트 튜닝’을 사용한다. 그 결과 세 번째 코스가 가장 높은 음을 내게 된다. 이처럼 두 코스를 한 옥타브 낮게 조율하는 이유는 테오르보의 현은 길이가 보통의 테너 류트에 비해 훨씬 더 길어서 가장 높은 현들은 해당 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을 팽팽하게 당겼을 때 그 장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