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기

사랑기

[ Sārangī ]

요약 사랑기는 인도 북부 지방을 비롯한 남아시아 일대에서 주로 연주하는 찰현악기의 일종이다. 속을 비운 한 통의 나무를 깎아 본체를 만드는데 목이 짧고 지판이 없으며 여러 줄의 연주현과 공명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주자가 바닥에 앉아서 악기를 자신의 앞에 세로로 두고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손가락 끝으로 현을 짚는 것이 아니라 손톱이나 손톱 부근의 피부를 현에 댄 채로 손가락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연주한다. 무용 음악의 반주나 여러 악기와의 합주 형태로도 연주되며 특히 연주자가 직접 노래를 부르며 반주 악기로 사용하는 형태가 흔하다.
사랑기 파리 음악 박물관(Musée de la musique) 소장

사랑기
파리 음악 박물관(Musée de la musique) 소장

분류 현악기 > 찰현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 絃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인도 북부 지방,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주요 사용 명칭 Sārangī, Saran, Saranga, Sāraṅgī(힌디어 로마자 표기), सारंगी(힌디어), ﯽﮕﻧرﺎﺳ(우르두어)
관련 악기 Dilruba(딜루바), Sarinda(사린다), Tablā(타블라)

1. 사랑기

사랑기(Sārangī)는 인도 북부 지방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찰현악기(擦絃樂器)의 일종이다. 지역에 따라 악기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공통적으로 목이 짧고 지판(finger board)이 없으며 여러 줄의 연주현과 공명현(sympathetic string)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 고전적인 사랑기의 형태는 북인도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으며 '힌두스타닉 음악'(Hindustanic)이라 불리는 북인도 고전음악에서 연주된다.

사랑기의 본체는 크게 울림통(body), 목(neck), 그리고 머리(head)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속을 비운 한 통의 툰나무(tun)를 조각하여 만들며 길이 65cm 내외, 폭 15cm 내외의 크기가 전통적이다.

사랑기는 서너 줄의 연주현을 활(bow)로 연주하며 연주현은 보통 거트(gut) 재질이다. 연주현이 네 줄인 경우 한 줄은 지속저음을 연주하는 현, 즉 드론(drone)현이다. 연주현 외에 35줄 내외의 공명현이 있는데 공명현은 철이나 황동 재질이다.

사랑기

사랑기 <출처: Wikimedia Commons>

한편 네팔에도 사랑기라고 불리는 찰현악기가 있으나 이는 네팔 전통 악기이며 인도 북부 지방 주변에서 사용하는 사랑기와는 다른 악기로 분류된다. 네팔의 사랑기는 네팔 전통의 악기로 인도 지방의 사랑기와 같은 찰현악기이지만 악기의 크기가 더 작은 편이고 공명현이 없으며 네 줄의 연주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팔의 사랑기

네팔의 사랑기

2. 사랑기의 기원과 역사

사랑기는 다양한 지역에서 널리 쓰이지만 그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사랑기'라는 명칭은 힌두교의 삼주신 중 하나인 비슈누(Vishnu)의 화신(化身)인 '라마'(Rama)가 지니고 다니는 천상의 활(bow)의 이름에서 따 왔는데 이는 사랑기를 활로 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몇몇 연주자들은 사랑기가 페르시아어로 숫자 '3'을 뜻하는 'seh'와 '색깔'을 뜻하는 'rangi'가 결합한 단어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연주현이 세 줄인 것과 관련이 있다.

혹은 페르시아어로 숫자 '100'을 뜻하는 'sad'와 'rangi'가 결합하여 생긴 단어인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랑기가 여러 양식의 성악음악에 잘 어우러지는 다양한 색깔의 음색과 감정적 뉘앙스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과 연관된다.

한편 산스크리트어로 '꽃사슴'을 뜻하는 '사랑'(sarang)이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설도 있으나 명확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기에 관련된 기록은 11세기에 쓰인 문헌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인도의 오래된 종교인 자이나교(Jainism)의 종교적 설화를 담은 '카타코샤프라카라나'(Kathakoshaprakarana)는 1052년에 쓰인 것인데, 내용 중 "선율 음악은 현, 관, 인간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악기 중에는 비나(Vīṇā), 트리사리(Trisari), 사랑기 등등이 있다"라는 언급이 있다. 이 밖에도 자이나교 사원에서 부르는 찬양에 사랑기가 반주를 했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11세기부터 사랑기가 종교음악의 반주 악기로 쓰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13세기에 쓰인 인도의 저명한 음악이론서인 『상기타 라트나카라』(Sangita Ratnakara)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후 16세기 후반에 쓰인 『상기타다모다라』(Sangitadamodara)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여러 음악 관련 문헌에서 사랑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위 문헌에서 언급하는 사랑기가 오늘날 쓰이는 사랑기와 같은 악기인지는 불분명한데, 악기의 형태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없는 데다가 사랑기를 활로 연주했다는 기록은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16세기 무굴제국을 지배한 악바르 대제(Akbar)의 통치를 기록한 책인 『아인 이 아크바리』(Ain-i-Akbari)의 기록에서 사랑기는 "레밥(Rebab)보다 작고 깃작(Ghidjak)처럼 연주하는 악기"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사랑기는 종교음악의 반주 악기로 사용되거나 민속음악에서 연주되어 왔다. 그러던 중 17세기 중반 샤 자한(shāhjahān)의 통치 시기에 이르자 무굴제국의 궁정에서는 이전의 궁정 악기가 페르시아의 전통을 따르던 것과는 달리 인도 전통의 악기들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때 사랑기도 궁정 악기로 도입된다.

18세기 초 무함마드 샤(Muhammad Shah)의 통치 시기에는 힌두스타니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 형식인 '카얄'(Khayal)이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낭만적인 내용과 자유로운 표현력이 특징인 카얄을 연주하는 데에 사랑기가 활발히 쓰이게 된다.

19세기에는 궁중과 귀족을 상대로 한 인도의 기생이었던 타와이프(Tawaif)들이 춤을 출 때 사용되는 반주 악기로 널리 알려졌다. 타와이프들은 주로 북인도의 전통 무용인 카타크(Kathak)를, 혹은 카타크에서 파생된 무즈라(Mujra)를 췄고 가잘(Ghazal), 카얄(Khayal), 툼리(Thumri), 다드라(Dadra) 등의 전통 성악곡을 불렀으며, 이때 반주 악기의 하나로 사랑기가 쓰였다.

카타크 무용수와 연주자들

카타크 무용수와 연주자들 왼쪽부터 타블라, 파카와즈, 반수리, 사랑기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이 본격적으로 인도를 통치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 전파된 하모늄(Harmonium)이 연주하기 어려운 사랑기의 자리를 대신하여 사용되었다. 또한 영국 지배 세력이 일으킨 인도 사회 정화 운동의 일환으로 타와이프의 활동이 금지되었고 사랑기 연주자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기 연주자들은 악기 연주를 습득하며 노래와 작곡 능력을 겸비했고, 라가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까지 갖추어야 했기 때문에 인도 여성 가수들을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자였으며, 직접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20세기에도 여전히 사랑기 연주자들이 다수 존재했으며, 유명한 사랑기 연주자로는 압둘 카림 칸(Abdul Karim Khan, 1872~1937), 시디퀴 아메드 칸(Siddiqui Ahmed Khan, 1914~), 알라 라카(Allah Rakha, 1932~2015) 등이 있다.

3. 사랑기의 연주 자세

사랑기를 연주할 때 연주자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 악기를 자신의 다리 앞에 수직으로 세워 두고 현이 달린 악기의 앞부분이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울림통의 뒷부분을 자신의 발목 앞에 두고 줄감개 뒷부분을 왼쪽 어깨에 얹어 둔 채, 오른손으로 활을 쥐고 왼손은 손가락이 연주현을 향할 수 있게끔 목 왼편에 둔다. 연주자는 왼손의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을 이용해서 연주하는데 이때 대부분의 찰현악기처럼 현의 윗부분을 짚어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손톱이나 손톱 뿌리 부분의 살을 현에 대서 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랑기를 연주하는 모습

사랑기를 연주하는 모습

사랑기는 인도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여겨지며, 잘 조율된 사랑기를 연주하면 연주현의 연주와 함께 공명현이 울리면서 마치 흥얼거리거나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실제로 사랑기는 인도 전통 성악음악에서 쓰이는 장식 주법인 '가마카'(Gamaka)와 '민드'(Meend)를 모방하여 연주할 수 있으며, 사랑기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주요 레퍼토리는 전통적으로 성악음악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많다.

4. 사랑기의 연주 형태

사랑기는 인도 북부 지방 및 북서부 지방에서 활발하게 연주되는 찰현악기로 펀자브(Punjab), 라자스탄(Rajasthan) 지방의 민속음악에서 사용된다. 또한 인도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보로족(Boro people)의 민속음악, 그리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민속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랑기는 독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타악기 한 대와 합주하며 가수의 노래를 반주하기도 한다. 또는 여러 대의 사랑기와 타악기로 이루어진 대규모 편성으로 합주하기도 한다.

사랑기를 독주로 연주할 때에는 인도 전통의 선율 구성 체계인 라가(raga)를 전부 연주하는 것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는다. '알랍'(alap)이라 불리는 라가 도입부의 즉흥연주로 시작하여 '조르'(Jor)와 '잘라'(jhala)로 향해가며 점차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라가 특유의 선율 흐름을 모두 연주하고,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라가 선율인 '반디쉬'(bandish)까지 연주한다. 이러한 연주 방식은 시타르(Sitar), 사로드(Sarod), 반수리(Bānsurī) 등의 다른 인도 악기 연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랑기 연주자는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가잘, 드루패드(Dhrupad), 바쟌(Bhajan), 카얄(Khayal), 타파(Tappa), 툼리 등의 전통 성악곡을 직접 노래하며 연주할 수도 있다.

사랑기는 타와이프의 노래와 춤에 반주 악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각각 한 명의 타블라(Tablā)와 사랑기 연주자가 합주하거나 이에 드론 악기가 추가된 편성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인도 전통 무용 중 하나인 '노치'(Nautch)는 '노치 걸'(Nautch girls)이라 불리는 전통 무희들이 추는 춤이다. 노치는 원래 힌두교 사원에서 종교 의식으로 추는 춤이었다가 무굴제국 시기 지배층들에게까지 널리 인기를 얻어 발전하게 되었다.

타와이프가 상류층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던 것과 달리 노치들은 모든 사회 계층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무용수였으며 무굴 궁정에서부터 공공 무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소에서 활동했다. 노치 걸들 여럿이 무리를 지어 춤을 출 때는 전통적으로 사랑기, 타블라, 만지라(Manjīra), 그리고 두 개의 북면이 있는 북의 일종인 돌락(Ḍholak)의 합주가 반주를 담당하며, 20세기 이후부터는 이 편성에 하모늄이 추가되기도 했다.

노치 걸과 연주자들을 그린 1900년대 인도의 엽서

노치 걸과 연주자들을 그린 1900년대 인도의 엽서 왼쪽이 타블라, 오른쪽이 사랑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참고문헌

  • Bor, Joep. " The Voice of the Sarangi." Quarterly Journal 15/3&4, 15/1(1986~1987).
  • Krishnaswami, S. Musical Instruments of India. Publications Division, Ministry of Information & Broadcasting, 2017.
  • Birla Shishu Vihar, Pilani. "" YouTube(2021. 1. 13).
  • Courtney, David. "" CHANDRAKANT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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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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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ncyclopædia Britannica.
  • "" NAD-SADHNA Institute for Indian Music & Research Centre.
  • "Sarangi." (Grove Music Online).
  • "" Victoria and Albe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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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기

사랑기 출처: 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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