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턴

요약 시턴은 악기의 몸통이 얇은 것이 특징인 기타 족의 악기로 사회 계층과 성별을 막론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연주되던 악기였다. 거트현이 아닌 금속현을 사용했으며 깃펜으로 현을 튕겨서 연주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으며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악기와 레퍼토리가 발전했다.

1570년경 지롤라모 비르치(Girolamo Virchi, 1523~1574)가 제작한 시턴

분류	현악기 > 발현악기(撥絃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 絃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유럽 전역
주요 사용 시기	16~17세기 후반
주요 사용 명칭	Cistre(프랑스어), Cetra, Cetara(이탈리아어), Cither, Cythar, Zister, Zitter(독일어), Cistro, Cedra, Cítola(에스파냐어)
관련 악기	(잉글리시 기타), Waldzither(발트치터), Cithrinchen(치트린센), Portuguese guitar(포르투기즈 기타)

1. 시턴

시턴(Cittern)은 16세기부터17세기 후반까지 유럽 전역에서 연주되었던 발현악기로 '시턴'이라는 악기의 이름은 그리스의 키타라(kithara)에서 유래했다고 추측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문예 운동이었던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스 악기의 이름을 따왔지만 악기의 외형이나 음향으로 볼 때는 중세 시대부터 연주되던 기타(guitar) 족 악기의 전신인 시톨(citole)에서 발전된 악기로 보는 것이 더 맞다.

중세 시대 시톨의 몸통을 보면 윗부분은 각이 지거나 장식이 달려있고 아랫부분은 둥근 형태로 되어 있으며 성삼위일체를 상징하는 (trefoil, 삼엽형) 장식이 달려있는 줄걸이가 악기의 바닥쪽에 달려있었다. 시톨의 목은 현대의 현악기처럼 얇지 않고 화려한 장식이 달린 두꺼운 목에 썸홀(thumhole)이라는, 엄지손가락을 넣어 악기를 잡고 연주할 수 있는 구멍이 나 있는 형태였다. 연주자는 주로 서서 악기를 들고 깃펜(quill)을 사용해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드 릴 시편(De Lisle Psalter)에 등장하는 시톨을 연주하는 모습 (14세기경 제작)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 소장

당대의 일반적인 현악기가 거트현을 사용한 것과 달리 시턴은 금속으로 만든 줄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현악기 중의 하나였다. 동시대에는 류트(lute)라는 기타 족의 악기도 함께 연주되었는데 시턴은 류트보다 훨씬 대중적인 악기였다. 여러 쪽의 나무를 붙여서 만들어 악기의 가격이 비싸고 관리하기도 힘들었던 류트에 비해 시턴은 뒷면이 납작하고 크기가 작아서 제작하기가 쉽고 가격도 저렴했으며 휴대성이 좋았다.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사회 계층에서 연주했던 악기였으며 오늘날의 기타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되던 친숙한 악기였다.

2. 시턴 관련 악기

1)

잉글리시 기타는1750년부터 1810년경까지 영국에서 유행했던 악기이다. 서양배 모양의 울림통과 편편한 앞판과 뒤판, 지판과 줄감개, 그리고 10개의 현이 있다. 류트나 만돌린이 모두 둥근 뒤판과 거트현을 사용했던 것에 반해 잉글리시 기타는 뒤판이 납작하고 금속 재질의 현을 사용하는 등 시턴의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상류층 여성들이 주로 연주했으며 19세기 초에 (harp lute)를 비롯한 다양한 현악기의 발명과 함께 쇠퇴했다.

영국 더비(Derby) 출신의 화가 조셉 라이트(Joseph Wright, 1734~1797)가 그린 《잉글리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로버트 그윌림(Robert Gwillym) 부인》(1766) 세인트 루이스 아트 뮤지엄 소장

2) 발트치터(Waldzither)

독일에서는 시턴을 치터(Zither) 혹은 치스터(Zister)라고 불렀는데 '발트'(Wald, '숲'이라는 뜻)라는 이름이 치터 앞에 붙은 이유는 치터가 주로 연주되던 지역이 튀링거 발트(Thüringer Wald)나 하츠(Harz) 등 독일의 산악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발트치터 이외에도 지명을 딴 튀링거 발트치터(Thüringer Waldzither), 하츠치터(Harzzither), 함부르거 발트치터(Hamburger Waldzither) 등의 악기가 독일 전역에 퍼져 있으며 악기의 명칭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외형과 줄의 개수가 비슷하다.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치터를 연주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인 루터치터(Lutherzither)라는 명칭도 사용된다.

둥근 몸통과 편편한 뒤판으로 되어 있고 주로 9~10개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현이 달려있다. 독일에서는 시턴이 민속음악 연주에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독자적인 형태의 시턴이 오랫동안 연주되었다. 20세기 초에 발트치터가 다시 유행함에 따라서 근대에도 다수의 발트치터가 제작되었다.

발트치터

3) 치트린센(Cithrinchen)

종 모양의 몸통이 특징인 시턴의 일종으로 독일의 함부르크 지방에서 17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제작되었다. 벨 기턴(bell guittern) 혹은 함부르거 치트린센(Hamburger Cithrinchen)이라고도 불린다. 얇은 몸통과 편편한 뒤판, 금속으로 제작한 현, 연주자가 왼손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얇은 목, 플렉트럼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점 등 시턴의 특징이 잘 보전된 악기이다. 요아힘 틸케(Joachim Tielke, 1641~1719)가 1676년에 제작한 치트린센은 10개의 금속줄이 달려있으며 악기의 가운데와 양쪽 아래에 세 개의 사울드홀(sound hole)이 있다. '치트린센'이라는 이름은 '작은 시턴'이라는 뜻이다.

요아힘 틸케가 1676년에 제작한 치트린센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 박물관 소장

4) 포르투기즈 기타(Portuguese guitar)

시턴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지방으로 전파되면서 그 지역에서 발전된 시턴의 변형으로, 포르투기즈 기타에 대한 첫 기록은 13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에 유럽의 궁정을 찾아다니며 시를 낭송하던 음유시인들인 트루바두르(troubadour)에 의해서 시턴이 포르투갈의 궁정으로 전파되었고 처음에는 궁정 귀족들만이 연주하던 악기였으나 점차적으로 극장과 술집, 이발소 등에서 연주되면서 17세기경부터 18세기까지 대중적으로 유행했다.

여섯 쌍의 복현으로 되어 있으며 서양배 모양의 울림통과 낫 모양의 머리 등 악기의 외형이 잉글리시 기타와 비슷하지만 조율법은 시턴과 보다 흡사하다. 포르투기즈 기타는 현재까지도 클래식 음악과 월드 뮤직 등에 사용되며 특히 에스파냐 전통 음악인 파두(fado)를 연주할 때 사용되는 악기로 유명하다.

1796년에 묘사된 포르투기즈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