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기타의 역사

잉글리시 기타의 역사

요약 잉글리시 기타(English guitar)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악기로 미국 대륙에도 전파되었다. 비슷한 기타 족의 악기들이 같은 시대에 연주되었지만 단순한 조율과 편리한 연주법, 악기의 화려한 외형 등의 특징 때문에 잉글리시 기타는 상류층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악기였다. 잉글리시 기타는 리라 기타나 하프 류트 등 18세기 후반에 새롭게 등장한 악기들의 유행과 함께 쇠퇴했다.

1. 잉글리시 기타의 발달

기타(guitar)는 18세기의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정용 악기 중의 하나였다. 영국의 음악학자였던 찰스 버니(Charles Burney, 1726~1814)가 1771년에 남긴 기록을 보면 "교양 있는 국가에서는 나 피들(중세 시대부터 연주되던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긴 찰현악기), , 혹은 기타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을 찾기 드물다."라고 적혀있다. 기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다양했다. 금속 재질로 된 기타의 현은 거트현에 비해서 조율하기가 쉬웠으며 조율 상태 또한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다른 현악기들에 비해서 쉬운 테크닉 덕분에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조율에 대한 걱정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악기 중의 하나였다. 또한 악기 크기가 작아서 이동이 쉬웠으며 개방현으로 울리는 소리가 부드럽고 아름다웠고 연주하는 자세도 우아해서 특히 여성들이 많이 연주했다.

스코틀랜드 화가 데이비드 알란(David Allan, 1744~1796)이 1778년에 제작한 《알바(Alva)의 영주 제임스 에르스킨(James Erskine, 1722~1896)과 그의 가족》

스코틀랜드 화가 데이비드 알란(David Allan, 1744~1796)이 1778년에 제작한 《알바(Alva)의 영주 제임스 에르스킨(James Erskine, 1722~1896)과 그의 가족》 당대의 전형적인 가정 음악회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ies Scotland) 소장.

잉글리시 기타를 르네상스 시대부터 17세기 후반까지 유행했던 발현악기인 시턴(cittern)의 일종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시턴은 뒷면이 납작한 과 흡사한 형태의 악기로 크기가 작고 악기의 가격 또한 저렴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악기였다. 16~18세기에 시턴이 연주되었던 장소 중 하나는 영국의 이발소의 대기실이었다. 이발소 주인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시턴과 악보를 갖추어 두고 손님들이 대기실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시턴은 사회 계층과 성별을 막론하고 영국 사회에서 널리 연주되던 악기였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들어진 시턴에 비해서 반해 잉글리시 기타는 그 모양이 우아했기 때문에 특히 상류층이 선호했던 악기였다. 초기에 제작된 잉글리시 기타들을 살펴보면 악기 가장자리의 퍼플링(purfling, 세공의 일종으로 악기 가장자리에 홈을 파고 다른 재질의 나무를 박아넣어 장식하는 기법)을 비롯해서 상아와 흑단, 자개 등을 사용해서 악기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잉글리시 기타의 납작한 뒷판과 악기의 머리 모양 등의 외형적 요소는 시턴과 비슷하지만 악기의 조율과 연주법에서 시턴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잉글리시 기타의 조율은 시턴처럼 복잡하거나 악기마다 차이가 나지 않았고 대부분 C 코드의 단순한 조율(C3-E3-G3-C4-E4-G4)을 사용했기 때문에 악기를 처음 접하는 초보 연주자들이 연주하기가 편리했다. 또한 시턴처럼 플렉트럼(plectrum) 혹은 피크(pick)라고 부르는 현을 튕기는데 사용하는 작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끝으로 현을 뜯어서 소리를 냈기 때문에 작고 은은한 음량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악기의 몸통이 좀 더 크고 깊게 제작되었다. 시턴과 잉글리시 기타의 과도기적 단계의 악기인 벨 기테르네(bell guitterne)라는 악기도 이 시기에 함께 연주되었다고 한다.

피테르 코르넬리즈 반 슬린게란트(Pieter Cornelisz van Slingelandt, 1640~1691)의 《시턴을 들고 있는 여인》(1677년)

피테르 코르넬리즈 반 슬린게란트(Pieter Cornelisz van Slingelandt, 1640~1691)의 《시턴을 들고 있는 여인》(1677년) 파인 아트 뮤지엄 오브 샌프란시스코(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소장.

2. 잉글리시 기타의 전성기

잉글리시 기타의 전성기는 18세기 후반이라고 볼 수 있다. 1750년경에 등장해서 1810년까지 60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에 유행했던 악기지만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대륙과 북유럽에까지 전파되었으며 나중에는 미국 대륙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영국의 음악학자였던 찰스 버니(Charles Burney, 1726~1814)는 그의 저서인 『리즈 싸이클로피디아』(Rees's Cyclopaedia: Universal Dictionary of Arts, Sciences, and Literature)에 당시 영국에서 잉글리시 기타가 얼마나 유행했었는지를 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1765년경에 잉글리시 기타가 대유행하는 바람에 부유층의 하프시코드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그 당시에 하프시코드를 제작하던 수많은 악기제작자들이 사업 부진을 겪고 있었다. 그러자 하프시코드 제작자인 제이콥 커크만(Jacob Kirkman, 1710~1792)이 잉글리시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저렴한 보급형 기타를 만들어서 서민층과 발라드 가수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잉글리시 기타가 서민층에서도 널리 연주되자 상류층 여인들이 더이상 흔한 악기가 되어 버린 잉글리시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다시 하프시코드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한다.

잉글리시 기타가 미국으로 전파된18세기 후반에는 기타 연주를 위한 악보들이 미국 대륙에서도 활발하게 출판되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의 조카인 헤리엇 워싱턴(1776~1822)이 14세였던 1790년에 조지 워싱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당시의 모든 젊은 숙녀들이 음악을 배우며 기타가 대여섯 번의 레슨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간단하고 연주하기 쉬운 악기라고 이야기하며 삼촌이 자신에게 기타를 하나 구해줄 수 있는지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헤리엇 워싱턴은 당시 미국의 메릴랜드(Maryland)주 볼티모어(Baltimore)시의 마운트 버논(Mount Vernon)에 살고 있었는데, 마운트 버논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콘서바토리(Conservatory, 음악학교)인 피바디 음악대학(The Peabody Institute of the Johns Hopkins University)과 월터스 미술관(Walters Museum), 조지 피바디 도서관(George Peabody Library) 등이 모여있는 곳으로 18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동부에서 손꼽히는 부유하고 문화적인 지역이였다. 런던에서 활동하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레이놀 타일러(Raynor Taylor, 1747~1825)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이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의 도시들로 이주해 오면서 영국에서 유행하던 음악 경항이 미국에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헤리엇 워싱턴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의 중심에 위치한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

헤리엇 워싱턴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의 중심에 위치한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에 위치

3. 잉글리시 기타의 쇠퇴

잉글리시 기타는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반세기 정도 영국에서 대유행했지만 의 등장과 함께19세기 초반에 새롭게 등장한 악기인 와 같은 다른 현악기들의 유행과 함께 쇠퇴했다. 유럽에서 신고전주의 예술이 유행하면서 상류층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연주해온 악기였던 기타보다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연주되던 리라나 하프를 연상시키는 악기를 더 선호했다. 하프 류트 제작자로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라이트(Edward Light, 1747~1832)도 잉글리시 기타 제작자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리스 로마 시대의 하프를 연상시키는 외형의 하프 류트를 제작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의 화가 조지 헨리 할로우(George Henry Harlow, 1787~1819)가 그린 《하프 류트를 연주하는 에섹스 백작부인, 캐서린 스티븐스(Catherine Stephens, 1794~1882)》(19세기 초)

영국의 화가 조지 헨리 할로우(George Henry Harlow, 1787~1819)가 그린 《하프 류트를 연주하는 에섹스 백작부인, 캐서린 스티븐스(Catherine Stephens, 1794~1882)》(19세기 초) 백작부인이 들고 있는 악기가 에드워드 라이트가 제작한 하프 류트이다.

참고문헌

  • Philip Coggin. "'This Easy and Agreable Instrument': A History of the English Guittar." Early Music 2 (1987):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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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glish guitar." (Grove Music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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