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터의 역사

치터의 역사

요약 치터족 악기의 역사는 기원전 16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우리가 치터(Zither)라고 부르는 악기는 중세시대 유럽에서 연주되었던 샤이트홀트(Scheitholt)에서 유래했다. 치터는 샤이트홀트에서 쉐어치터(Scherrzither)라는 민속악기를 거쳐서 19세기 중반에 현재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유럽 이민자들에 의해서 미국에도 전파되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연주된다.

1. 치터의 기원

인류 최초의 치터족 악기는 기원전 1600경 미케네 문명에서 연주했던 카눈(Kanun)으로 추정된다. 당시에 사용했던 악기나 도상학적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사료에는 카눈이 상자 모양의 울림통에 여러 개의 현이 달린 악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치터족 악기는 기원전 4세기경에 축조된 중국 후베이성(Hubei, 湖北) 쑤이저우시(Suizhou, 隨州)의 증후을묘(Zēng Hóu Yǐ, 曾侯乙墓)에서 출토된 고금(古琴)이다.

증후을묘 고금은 속이 빈 상자 모양의 울림통에 일곱 개의 현이 달려있으며, 이러한 형태의 고금은 당나라 시대까지 연주되었다. 상자 모양의 울림통에 여러 개의 현이 달려있는 악기는 전세계적으로 연주되며 우리나라의 가야금을 비롯해서 일본의 고토(Koto), 중동 지방의 산투르(Santur)나 콰눈(Qanun), 마다가스카르의 발리하(Valiha) 등 각 지방에서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발전했다.

당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고금

당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고금 증후을묘에서 출토된 고금과 유사한 형태이다.

2. 중세시대의 치터

중세 유럽에는 살터리(Psaltery)라는 치터족 악기가 있었는데 특히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수많은 필사본과 교회의 벽화에 살터리를 연주하는 인물의 도상이 등장한다. 살터리는 일반적으로 상자 모양의 울림통에 여러 현이 걸려있는 모습이었지만 당시에는 악기의 형태가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각형이나 삼각형 모양의 울림통으로 된 악기도 있었다.

샅터리 연주자, 골레스톤 시편(Gorleston Psalter)의 삽화 (1310~1326년경)

샅터리 연주자, 골레스톤 시편(Gorleston Psalter)의 삽화 (1310~1326년경)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 소장

울림통이 다각형 모양인 살터리, Passional of Abbess Kunigunde의 삽화 (1312~1321년경)

울림통이 다각형 모양인 살터리, Passional of Abbess Kunigunde의 삽화 (1312~1321년경) 체코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the Czech Republic) 소장

독일어권 및 북유럽 지방에서는 14세기경부터 길고 좁은 직사각형의 울림통에 살터리보다 적은 숫자의 현이 달린 형태의 치터족 악기가 널리 연주되었다. 이러한 긴 직사각형 상자에 몇 개의 줄이 달린 치터는 중국의 고금처럼 동양에서 주로 연주되던 악기였기 때문에 아시아와의 교역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 악기는 샤이트홀트(Scheitholt)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중세시대에 가장 널리 연주되었던 치터의 일종이었다.

독일의 음악학자였던 미하엘 프레토리우스(Michael Praetorius 1571~1621)에 따르면 샤이트홀트는 한 개의 선율현과 2~3개의 공명현(지판을 걸치지 않아서 개방현으로 연주하는 현)이 있었으며 지판이 없었기 때문에 프렛이 악기의 앞판에 직접 붙어 있었다. 샤이트홀트처럼 선율현에 비해 공명현이 많은 치터를 드론 치터(Drone zither)라고 하는데 샤이트홀트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되면서 18세기까지 각 지방마다 다양한 형태의 드론 치터가 생겨났다.

샤이트홀트

샤이트홀트

3. 16~17 세기의 치터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드론 치터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던 데 비해 독일어권과 북유럽 지방에서는 드론 치터가 18세기까지 연주되었다. 드론 치터는 훔멜(Hummel), 에피넷(Epinett), 노얼츠커 발커(Noardske Balke) 랑스필(Langspil), 랑에레이크(Lengeleik), 랑에라이(Langeleg) 등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으며 조금씩 형태가 달랐다. 드론 치터는 수백 년 동안 형태나 구조가 크게 개량되지 않았고 초기의 형태를 유지한 채 연주되었다.

샤이트홀트에서 파생된 다양한 드론 치터족 악기들이 연주되던 지역과 지역별 명칭

샤이트홀트에서 파생된 다양한 드론 치터족 악기들이 연주되던 지역과 지역별 명칭

1562년에서 1565년 사이에 제작된 덴마크의 린케뷔(Rynkeby) 성당의 프레스코 천장화에는 31명의 천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중에는 드론 치터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도 있는데 악기의 현은 세 개이며 천사는 왼손으로 프렛을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현을 튕기고 있다. 치터를 연주하는 천사의 옆에는 치터족 악기의 일종인 덜시머(Dulcimer)를 연주하는 천사도 그려져 있다.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들, 린케뷔 성당 천장화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들, 린케뷔 성당 천장화

치터를 연주하는 천사, 린케뷔 성당 천장화

치터를 연주하는 천사, 린케뷔 성당 천장화

북유럽 지방에는 17세기부터 드론 치터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이 등장한다. 덴마크 출신의 음악이론가이자 교육학자인 한스 미켈슨 라운(Hans Mikkelsen Ravn, 1610~1663)은 자신의 저서 『헵타코르둠 다니쿰』(Heptachordum danicum, 1646)에 랑에라이(Langeleg)라는 소작농들이 주로 연주하는 드론 치터에 대해 기록했으며 네덜란드 출신의 오르가니스트였던 크라스 더우어스(Claas Douwes, 1669~1725)가 1699년에 남긴 기록에도 유럽 북서부의 프리지아(Frisian) 지방에서 연주되던 노얼츠커 발커(Noardske Balke)라는 악기에 대한 설명이 있다.

노얼츠커 발커는 현재의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의 북해 연안 지방에서 연주되던 악기로 길이는 60~90cm정도였고 3~4개의 현과 온음계 프렛이 달려있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스웨덴에서는 랑스필(Langspil, Langspill, Långspel)이라는 악기가 연주되었다. 덴마크의 시인이었던 아네스 에어보(Anders Arrebo, 1597~1637)는 랑스필은 손으로 뜯기도 하지만 활로 현을 켜서 연주하며 발라드(Ballade) 같은 노래의 반주악기로 쓰였다고 언급했다.

4. 18~19 세기: 근대적 치터의 등장

18세기부터는 현재 우리가 치터라고 일컫는 악기의 직접적인 조상인 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쉐어치터는 샤이트홀트가 알프스산맥 지방에서 토착화 되어 생겨난 민속악기로 울림통 위에 지판과 프렛이 달린 형태의 발현악기이다. 이 지방은 독일의 알고이(Allgäu), 오스트리아의 포어아를베르크(Vorarlberg), 오스트리아 서부와 이탈리아 북부의 경계에 있는 티롤(Tyrol), 독일 남동부의 바이에른(Bayern) 등 여러 유럽 국가의 접경지대였기 때문에 지역마다 악기의 크기나 명칭이 조금씩 달랐다.

쉐어치터

쉐어치터

알프스산맥 지방의 중창단이 19세기부터 유럽 전역으로 연주 투어를 시작하면서 쉐어치터도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쉐어치터가 공연장을 비롯해서 사교모임과 궁정에서도 널리 사용되면서 간단한 선율을 연주하던 원래의 단순한 민속악기 형태에서 벗어나 연주자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훨씬 정교하고 세련된 형태의 악기로 변모했다.

당대에 유명했던 치터 연주자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음악가인 요한 페츠마이어(Johann Petzmayer, 1803~1884)가 있는데 그는 프러시아 왕 프레드릭 윌리엄 3세(Frederick William III, 1770~1840)와 바이에른의 막스 대공(Duke Maximilian Joseph in Bavaria, 1808~1888)의 초청을 받아 궁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등 유럽의 왕실과 상류층 사회에 치터라는 악기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1840년에 제작된 치터

1840년에 제작된 치터 쉐어치터와 콘서트 치터의 과도기적 형태를 보여준다.

1838년, 뮌헨 출신의 악기 제작자였던 니콜라우스 바이겔(Nikolaus Weigel, 1811~1878)이 당대의 과도기적인 형태의 치터에 반음계 프렛과 완전5도 간격의 반주현을 추가한 새로운 형태의 치터를 고안했다. 악기 제작자였던 막스 암베르거(Max Amberger, 1839~1889)가 바이겔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862년에 이 악기를 제작했으며 콘서트 치터라고 명명했다. 그 이후 콘서트 치터에 저음현이 추가된 알파인 치터도 만들어지는 등 치터는 보다 정교하고 전문적인 악기로 발전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가 1868년에 작곡한 <Geschichten aus dem Wienerwald>에 콘서트 치터 독주가 등장하는데 당시 치터의 독주악기로서의 위상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치터 연주자도 많이 생겨났는데, 특히 치터 음악을 작곡하고 동시에 연주도 했던 연주자 겸 작곡가를 ‘원로’ 혹은 ‘대가’ 라는 뜻의 단어인 알트마이스터(Altmeister)라고 불렀다.

콘서트 치터 (1900년경 제작)

콘서트 치터 (1900년경 제작)

알파인 치터 (1880~1920년경 제작)

알파인 치터 (1880~1920년경 제작)

치터의 인기와 함께 다양한 레퍼토리가 생겨났고 아마추어 치터 연주자도 늘어나면서 치터는 다시 한 번 변화하게 된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좀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건반이나 특수한 조율 장치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변형 악기들이 등장했다. 치터는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프랑스, 크로아티아 북서부, 독일 남부, 알프스산맥 지역,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유럽 중부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9세기에 널리 연주되었으며 19세기 말까지 유행했다.

5. 20세기: 미국의 치터

미국 미주리주(Missouri) 세인트루이스시(St. Louis)의 음악가들 (1900년경)

미국 미주리주(Missouri) 세인트루이스시(St. Louis)의 음악가들 (1900년경)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치터 연주자 앞에 다섯 대의 치터가 놓여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유럽 이민자들이 치터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도 치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치터는 18세기부터 미국에서 연주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했던 시기는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시기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이다. 이 시기의 치터는 피아노와 함께 응접실 음악(Parlour music)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였다. 응접실 음악은 미국 중산층이 가정에서 여가와 문화생활의 목적으로 연주하던 음악으로 오페라의 아리아나 종교음악, 민요, 연극음악 등의 유명한 선율을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연주하기 쉽도록 짧고 단순하게 편곡한 음악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대부분의 악기 제작자들이 유럽 출신이거나 당시에도 유럽의 악기 제작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의 콘서트 치터와 동일한 형태의 악기가 미국에서도 제작되었고 또한 널리 연주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지판과 프렛이 없고 모든 현을 개방현으로 연주하는 악기인 기타 치터(Guitar zither)가 독일에서 개발되었는데 본토인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크게 유행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가스펠 가수였던 워싱턴 필립스(Washington Phillips, 1880~1954)가 있다. 1920년대부터는 재즈가 등장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응접실 음악이 쇠퇴하였고 기타 치터도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제작된 기타 치터 (1839~1899년경 제작)

미국에서 제작된 기타 치터 (1839~1899년경 제작)

치터의 제2전성기는 1950년대에 시작되었다. 영국에서 제작한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라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영화의 메인 테마였던 치터 연주곡이 큰 인기를 끌었고 치터의 구매 수요가 급증하는 등 치터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치터 연주자였던 안톤 카라스(Anton Karas, 1906~ 1985)가 《제3의 사나이》의 치터 연주 및 음악을 담당했는데, 이 영화의 메인 테마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1주 동안 1위를 했다.

안톤 카라스

안톤 카라스

안톤 카라스 이후에도 루스 웰컴(Ruth Welcome, 1919~2005), 셜리 애비캐어(Shirley Abicair, 1928~) 등 치터 연주자들이 활동하면서 미국에서 다양한 치터 음반이 출시되었고 영화나 티비쇼 등 대중매체에도 치터라는 악기가 등장했다. 치터의 인기는 196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6. 현대의 치터

현대에도 치터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연주되고 있으나 클래식 음악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악기의 오랜 역사가 강조되어서 알프스 지방이나 유럽의 민속악기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에서도 독일계 미국인 민속음악가들이 주로 연주한다. 치터의 선율현과 반주현이 동시에 울리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음색 때문에 대중음악이나 제 3세계 음악 등에도 사용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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